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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머러티 - 데이터로 세상을 지배하는 사람들
스티븐 베이커 지음, 이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하루에도 10통 이상 휴대폰으로 날라 오는 인터넷 가입 권유 또는 대출알선 문자 메시지, 아침에 아웃룩 들어가 보면 어김없이 쌓여있는 쇼핑몰 광고 글 및 비아그라 선전 메일들을 보면 내 정보가 이미 공개되어 인터넷을 떠돌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아직 스팸 메시지 수신 정도일 뿐 심각한 피해를 입은 사실은 없지만 괜히 찜찜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내 정보는 어떻게 유출되었을까? 뉴스에서 보듯이 쇼핑몰 회원 정보가 통째로 유출 되어 건당 얼마씩 팔렸다는 그 정보 중에 하나 일 수 도 있고, 내가 운영하고 있는 미니홈피나 블로그 정보가 내가 모르는 사이 넘어갔을 수 도 있고, 내 개인 PC에 도사리고 있는 바이러스가 이메일 송수신, 인터넷 사이트 서핑 정보, 심지어 온라인 뱅킹 정보를 해킹했을 수 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수만 가지의 방법으로 내가 전혀 모르는 사이 나의 각종 개인 정보는 데이터 마이닝(Data Mining) 업자에게 흘러 들어가 마케팅 대상으로, 또는 범죄의 대상으로 활용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범죄 예방을 위해 각종 건물, 거리, 골목 등 곳곳에 설치한 CCTV 만으로도 그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 있다는, 인터넷 서핑이나 메일 정보만으로도 그 사람의 경제수준 및 생활습관, 성향까지도 일목요연하게 알아낼 수 있다는, 마치 조지오웰의 “1984”가 연상되는 오늘날 내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그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일까? 『비즈니스위크』의 테크놀로지 부문 수석 편집자로 20년 이상 『비즈니스위크』에서 일했다는 “스티븐 베이커”는 그의 저서 “뉴머러티: 데이터로 세상을 지배하는 사람들”(세종서적, 2010년 5월)“에서 그들을 숫자를 뜻하는 ‘number’와 지식 계급을 뜻하는 ‘literati’가 합쳐진 신조어인 ”뉴머러티(Numerati)“, 딱히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숫자지식계급”으로 부를 수 있는 신 직업군의 사람들을 소개하고 있다.
책에서 “뉴머러티”들은 사람들로부터 나온 데이터 파편을 결합하여 대하고 복잡한 숫자 체계와 방정식을 통하여 예측 가능한 모델 구축하는, 즉 인간을 수학적으로 모델화하는 작업을 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이들은 우리가 하루에도 수십번 씩 하게 되는 신용카드 구매, 휴대전화 통화, 이메일 발송, 인터넷의 마우스 클릭 등 우리의 일상 생활 정보를 꼼꼼히 수집하여 수학적 계산방법과 방정식으로 분류하고 체계화하여 각종 의사 결정의 수단으로 활용하게 되는데, 사무직 근로자의 업무 배치, 쇼핑몰 정기 광고 메일 송부를 통한 구매 유혹, 심지어 내게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 즉 배우자 소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간에서 활용하고 있다. 작가는 IBM, 인텔, 엑센츄어 등 기업 부설 연구소 뿐만 아니라 미국 국가 정보 기관으로 유명한 NSA(미국 국가안전보장국)에 근무하고 있는 뉴머러티들을 만나 그들의 연구 성과와 작업 성취를 소개하면서 기업에서의 직원성과평가 및 재배치, 선거시장, 쇼핑광고, 의료, 테러리스트 색출 등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데이터마이닝”의 세계를 우리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람을 데이터 코드화하여 관리한다는, SF소설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일들이 이미 현실 깊숙이 자리 잡아 각 분야에서 활발히 활용되고 있고, 비록 지금은 미약한 단계이지만 머지 않은 시기에 모든 인류가 데이터베이스화 될 것임이 분명한 현실이 믿겨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그동안 생산직 근로자들의 작업환경 및 성과 측정, 공장라인 합리화 배치에만 활용되던 “공학기술”이 이제는 사무직 근로자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주는 “IBM" 사례는 사무직에 근무하고 있는 나로써는 끔찍하기까지 느껴진다.
작가가 이 책을 쓰게 만든 장본인이자 IBM '토머스 J.왓슨 연구소' 시리아 출신의 수학자인 사메르 타크리티는 IBM의 기술 컨설턴트에 관한 수학 모델을 개발한 사람으로, 모든 컨설턴트의 역량을 한데 모아 목록을 만들고 수학적 계산을 통해 가장 적합한 배치방법을 고안해 낸 뉴머러티이다. 사람들의 행동과 특징을 해독하여 역량 한가지 한가지를 컴퓨터로 처리할 수 있는 기호로 변환하는, "모든 것이 숫자로 바뀌어야 한다"는 그의 목표는 IBM 30만명의 직원들의 역량 분석표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사람을 작은 조각으로 분해하여 직원 한사람 한사람의 역량과 경험을 담은 프로파일, 사회적 네트워크를 작성을 작성하고 있는 그에게 있어서 궁극적으로는 직원을 그 사람이 가진 기술과 지식이라는 단위로 분해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결국은 그들을 시간 단위로 쪼개고, 동시에 직원들이 해야할 일,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으로부터 항공기의 설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작업이 작은 단위로 분해하는 수준까지 데이터화하는 것이 목표인 셈이다. 마치 사무직 직원을 생산 현장의 "가상 조립라인"이라고 부르는 라인 속에 자리 잡게 되는 형식으로 "이는 화이트 컬러의 산업혁명"라 불릴울만한 그런 성과일 것이다.
작가는 맺음말에서 이러한 통계적 수단이 소리 없이 우리의 삶에 점점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리라는 사실이며 이렇게 된 바에야 이들을 통제하고 운영하는 방법을 배워 우리에게 이롭게 사용하는 편이 낫다고 이야기 한다. 그래서 차라리 데이터 관리를 도와줄 서비스를 통해서 자신들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원하면 이를 광고업체들에 팔 수 있는, 즉 데이터 수집 업체들에 우리 데이터를 그냥 내주지 말고 스스로 관리할 것을 권하고 있다. 또한 미래의 권력과 부를 움켜쥘 수학자 및 컴퓨터 과학자들, 즉 뉴머러티들이 열쇠를 찾기 위해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로부터 현실적이고 의미 있는 정보를 확보해야만 가능하며, 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뉴머러티가 열심히 세고 있는 이 대상이 인간, 곧 우리이며, 이들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우리를 계산하고 있으며 전 인류에 대해 모델을 수립하려 할 것이며. 이런 상황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되면서, 우리의 행동을 예측하고 우리 마음속 깊은 곳의 욕망을 알아내려는 수학적 모델이 등장함에 따라 "이 사람들 분석 제대로 한거야? 이거 나 맞아?"와 같은 의문이 드는 것은 너무도 인간적이다라고 말하면서 끝을 맺는다.
“이 책을 읽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묻는 질문은 「매트릭스」의 네오에게 빨간 알약을 먹을 것인지, 파란 알약을 먹을 것인지를 묻는 것과 같다.”
라는 아마존닷컴의 독자의 말처럼 이제는 결코 돌이킬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온 지금, 어느날 아침 출근하여 PC를 켠 나에게 회사 경영관리 시스템이 나의 근무 성적 및 업무 태도, 인적 네트워크를 근무별, 시간대별로 꼼꼼히 분석한 자료와 함께 “아프카니스탄” 지사로 전근을 명하는 발령장을 사내 이메일로 보내오는 날이 이제 언제 일어나도 전혀 낯선 것이 아닌 그런 현실이 되어 버렸다. 그동안 업무 중 직원들과 나누었던 잡담 내역, 짬짬이 돌아다닌 각종 포탈사이트 서핑 내역, 근무 중 온라인 뱅킹, 쇼핑몰 구매 등 개인 사무를 보았던 시간과 내용까지 첨부되서 말이다! 결국 나도 내 근무성과를 계수화하여 제시할 수 밖에 없을텐데, 지금부터라도 내 근무기록과 성과를 꼼꼼히 기록해두고 어떻게 계수화하여 평가할 건지를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