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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톤헨지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9-4 ㅣ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9
버나드 콘웰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6월
평점 :
영국 남부 윌트셔주(州) 황량한 솔즈베리평원에는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거석(巨石) 유적지가 있다. 스톤헨지(Stonehenge)라 불리우는 이 유적지는 신석기 시대가 저물고 청동기시대가 시작되는 B.C. 3000년 경부터 B.C. 1600년경까지 오랜 세월 동안 세워졌다고 추정되고 있는데, 영국 고대 종교인 드루이드 교의 신전이라는 설과 이집트 피라미드처럼 통치자의 무덤이었다는 설, 오늘날의 국회의사당처럼 정치 광장이라는 설, 또는 로마의 콜로세움처럼 일종의 공연장이라는 설 등 그 건축 목적이 오늘날까지도 분분할 정도로 수수께끼에 쌓여있다. 특히 유적지를 구성하고 있는 무게 5톤 내외의 거석들의 출처가 가깝게는 38km 떨어진말버리의 다운스 구릉 지대에서부터 멀게는 220km나 떨어진 곳인 남부 웨일즈 지방에서 가져왔다니 더욱 불가사의하게 여겨지고 있다. 도대체 이 유적지는 누가 건설했을까? 그리고 무슨 목적으로 이러한 엄청난 공사를 했을까? 영워히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이 수수께끼가 마침내 풀렸다. 비록 소설로이지만 히스토리 팩션의 마스터라고 불리운다는 버나드 콘웰의 “스톤헨지(랜덤하우스 코리아, 2010년 6월)”은 마치 4천년 전 스톤헨지가 건설되는 그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 카메라로 직접 담아와 다큐멘터리 영화로 편집하여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처럼 사실적이고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4천년 전 라사린 부족의 족장 “헨갈”은 쌍둥이 부족이었던 카살로족과의 오랜 갈등관계를 끝내고 혼인을 통해 두 부족을 하나로 묶어 평화를 유지하고 싶어한다. 어느날 이방인이 옛 신전에 들어와 죽게 되고, 헨갈의 첫재 아들이자 차기 족장 후보인 “렌가”와 그의 이복동생이자 셋째 아들인 “사반”은 그 이방인 시체에서 금(金) 장식을 발견한다. 렌가는 금을 내놓으라는 아버지의 말을 거부하고 아버지와 결투 직전까지 이르게 되지만 아버지의 권위와 힘에 눌려 금을 내놓고는 평화를 주장하는 아버지를 거부하고 사라져버린다. 하지(夏至)날 헨갈과 사반, 부족 수행원들,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다리가 불구여서 버림을 당했던 헨갈의 둘째 아들이자 사반의 형인 “카마반” 일행은 평화를 맺기 위하여 카살로족 영토로 떠나게 된다. 거기에서 사반은 족장의 딸이자 결혼상대자인 아름다운 소녀 “데레윈”을 만나게 되어 한눈에 사랑에 빠지게 되고. 카마반은 여자 마법사 “사나스”의 치료로 불편했던 다리를 고치게 된다. 시간이 흘러 사반이 시험을 무사히 마치고 성인식을 치루는 날, 사라졌던 렌가가 이방인 무사들을 이끌고 나타나 아버지 헨갈을 죽이고 족장에 오르게 된다. 정혼자를 형에게 빼앗기고 노예로 전락하여 부족을 떠나게 된 사반은 자신의 주인인 “하락”에게서 사실은 마법사가 된 둘째형 카마반이 자신을 죽이려는 렌가에게서 구해내기 위해 꾸민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하락의 부족이자 라사린 부족의 옛 신전에 들어와 죽으면서 금을 남겼던 이방인의 부족 “사르메닌”에 정착하게 된다. 카마반은 동생 사반에게 그를 구출해낸 이유를 말해주면서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말했잖아. 만물이 변하기를 원한다고, 하지만 저절로 변하는 건 없어, 그러니 우리가 균형점을 찾아야 해. 태양이 더 이상 방황하지 않고 겨울도, 질병도, 눈물도 없는 세상. 그러려면 제대로 된 슬라올 신전을 만들어야 해. 내가 원하는 건 그거야. 슬라올에게 경의를 표할 수 있는 신전”
사반은 거대한 신전을 지어 슬라올을 지상에 강림하게 함으로써 슬라올이 내리는 형벌인 겨울과 질병, 슬픔, 전쟁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카마반의 원대한 꿈에 동참하게 된다. 사르메닌 마을에 조성되어 있는 신전의 돌들을 멀리 떨어진 라사린 마을까지 옮기는 거대한 역사(役事)가 진행되고, 수년 후 마침내 모든 돌들은 라사린으로 옮겨져 신전이 건축되기 시작된다. 그러나 신전 건축이 잘못된 것을 알게 된 카마반은 렌가에게 신전 건축의 중단과 수정을 요구하지만 자신의 정복 사업을 완성시킬 “전쟁신전”으로 잘못알고 있는 렌가가 이를 거부하자, 카마반은 렌가를 죽이고는 라사린 부족의 족장에 오르게 되고 사반에게 신전의 건축을 명한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신전의 완성이 갈수록 더뎌지자 카마반의 광기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심해지게 되고 사반은 신전 건축을 더욱 서두르게 된다. 마침내 신전은 완성되고, 동지(冬至)날 신전 완성을 기념하는 제의(祭儀)이자 슬라올의 강림을 위한 의식이 벌어지지만, 카마반이 그렇게 간절히 원했던 세상의 변화는 결국 이뤄지지 않고 신전의 한 기둥이 무너져 내리면서 신전은 영원히 미완성으로 남아있게 된다.

역자 후기를 보니 이 책에서 묘사하고 있는 선사시대의 생활상과 종교, 문화, 등장하는 지명과 부족, 신화 모두가 그 지역에 구전(口傳)되는 신화나 전설을 토대로 한 것이 아니라 모두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서 창조된 것이라니 이렇게 방대하고 장쾌한 신화를 새롭게 창조해 낸 버나드 콘웰의 글솜씨에 절로 탄성이 터져 나오게 되었다. 특히 스톤헨지를 이루는 거석들을 노예들과 소, 뗏목들을 이용해 먼 지역까지 실어 나르고, 누운 돌을 곧추 세우고 지붕을 세우는 장면들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는 마치 외국 유명 방송사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이미지가 머릿 속에서 생생하게 그려지게 만든다. 버나드 콘웰의 작품은 이 책 한 권 밖에 접해보지 못했지만, “이 시대 가장 위대한 역사소설가”라는 찬사가 결코 허명이 아님을 입증하고도 남을 완성도와 재미를 고루 갖춘 멋진 책을 만났던 행복한 시간이었다.
세상의 균형을 찾아 겨울과 질병, 눈물이 없는 이상향을 만들고자 했던 4천년 전 그들의 염원은 수 천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사라지지 않고 스톤헨지의 거석 하나하나에 남아 우리들에게 지금도 이렇게 묻고 있는 듯 하다.
너희들이 꿈꾸는 세상은 어떤 것이냐고. 너희들은 그것을 위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