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림]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끌림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영국 여류작가 “세라 워터스(Sarah Waters)”의 “빅토리안 로맨스”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이라는 <끌림(원제 Affinity / 열린 책들/ 2012년 4월)>은 제목이 “끌림”임에도 불구하고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여성 작가 - 내가 남자인 탓인지 아니면 중년에 접어들어 감수성이 많이 메말랐는지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한 감정선에 제대로 공감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인데다가 그 시대상과 사회, 문화적 배경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 부족한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거기에 약간은 부담스러운 동성애(레즈비언)를 소재로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성적 소수자들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그들의 사랑과 감정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없다. 엄밀히 말하면 그들을 나와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관심이 없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수 있을 것이다. 맞는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신론(無神論)”이 아니라 “불가지론(不可知論)”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그들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 보니 그들의 사랑을 지지하거나 공감하고 있진 않기 때문에 아무래도 부담될 수 밖에 없는 소재이다. 그간의 경험으로 보면 처음부터 이렇게 주저하게 되는 책들은 결국 제대로 읽어 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몇 번의 망설임 끝에 표지를 펼쳐든 이 책, 읽는 내내 책에 몰입하지 못해 몇 번을 덮었다가 다시 읽은, 결국 줄거리만 쫓아 겨우 읽어낸 꽤나 애를 먹었던 그런 책이 되고 말았다.

 

빅토리아 시대(Victorian era)가 절정기에 이르렀던 1874년 사랑했던 아버지의 죽음과 연인의 변심으로 인한 상실감에 우울증에 시달렸던 상류층 집안의 숙녀 “마거릿 프라이어”는 아빠의 지인이었던 “밀뱅크” 교도소 책임자인 “실리토” 씨의 권유로 교도소를 방문하게 된다. 여자 죄수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녀들을 교화(敎化)하고 자신의 우울증도 치료하기 위해서다. 소지품을 조심하고, 감옥 너머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어떤 것도 말해서는 안 되며, 감옥에 있는 여자와 그 어떤 약속도 안된다는 경고를 듣고 여죄수들이 수감된 감옥 건물 안으로 들어선 마거릿은 죄수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망설임과 두려움으로 시작된 대화가 계속되면서 마거릿은 자신이 비록 밖에서는 상류층 집안의 숙녀로 대우받고 있지만 이곳 밀뱅크 감옥에 수감 중인 저 죄수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 아빠의 죽음에 충격 받아 몰핀을 먹고 자살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후 어머니의 혹독한 감시 하에 살고 있는 자신 또한 어쩌면 감옥에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곳에서 신비로운 매력의 한 여인을 만난다. 바로 자신이 영매(靈媒)라고 주장하는 “셀리나 도스”가 바로 그녀였다. 한해 전인 1873년, 셀리나는 자신이 불러들인 영혼인 “피터 퀵”이 의뢰인인 “브링크” 부인의 아들을 심하게 다루었고 그 광경을 목격한 부인이 심장마비로 갑작스레 죽자 사기죄와 살인죄로 유죄 판결을 받아 수감된 것이었다. 초혼(招魂)할 수 있다는 셀리나의 말에 반신반의하던 마거릿은 셀리나의 물건들이 자신의 방에서 발견되고, 자신의 마음을 속속들이 맞추는 셀리나의 능력에 충격을 받으며 더욱더 그녀에게 매료되어 간다. 아버지의 죽음과 연인과의 이별에 상처를 받은 마거릿, 미신 취급당하며 사회에 외면당한 셀리나, 두 여자의 위험하면서도 치명적인 사랑이 그렇게 시작된다.

 

 책은 두 주인공인 마거릿과 셀리나의 일기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두 여자의 내밀한 속마음을 훔쳐 보는 듯한 은밀한 재미를 준다. 또한 불가사의한 존재라 할 수 있는 영매 셀리나의 일기 속에 감춰진 미스터리한 이야기들은 마지막까지 극적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마지막 결말의 반전 또한 꽤나 인상적으로 느껴진다. 작가의 빅토리안 로맨스 3부작 중 첫 작품인 <핑거스미스>는 영화로도 제작되었다고 하는데, 이 영화를 본 독자들이 “반전영화 수작”, “슬픈 반전 영화” 라고 평하는 것을 보면 이 작가, 미스터리적 이야기 전개와 반전에도 일가견이 있는 작가로 느껴진다. 프롤로그에서 셀리나가 구속되는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중간에 구체적인 설명이 없어 잊었는데, 결국 그 사건에 반전이 숨어 있다니 꽤나 충격적이면서도 신선하게 느껴졌다.

 

이처럼 신비롭고 미스터리적인 구성, 그리고 여느 추리소설 못지 않는 반전 등 책 재미로만 놓고 보면 꽤나 수작이라고 할 수 있는 데, 난 이 책에 쉽게 집중을 하지 못했다. 서두에서 우려했던 거리낌들을 여지없이 느꼈기 때문이다. 두 주인공들의 일기를 교차 편집하여 그들의 심리를 여성작가 특유의 세밀하고 섬세한 필치로 묘사하고 있지만 쉽게 몰입되지가 않았고, 책 속 곳곳에 등장하는 동성애 코드 - 빅토리안 로맨스 3부작 중 다른 작품들은 꽤나 수위가 높았다고 하는데 이 책에서는 직접적인 행위보다는 심리적인 면들이 많이 등장한다 - 들도 그렇게 마음에 와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감정이입이 되지 않다 보니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는 지루하기까지 느껴져 줄거리와 큰 상관없는 사건이나 심리 묘사는 생략한 채 대화 위주로만 읽고 말았다. 여기에 요즈음 큰 활자(活字)에 성긴 간격의 편집에 익숙했던 탓 인지 30줄에 가까운 빽빽한 줄 간격으로 페이지 하나 가득 넘치는 작은 글자들에 눈이 쉽게 피로해진 것도, 그리고 500 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대한 부담감 또한 몰입을 방해했던 원인 중 하나였다고 하겠다.

 

결국 이 책, 결국은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고 그러기에 이 책에 대한 평가 또한 유보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별점 후하기로 소문(?)난 내가 세 개 밖에 주지 않는 것도 이 책이 가치가 없고 재미가 없어서가 아니라 내가 올곧이 공감하지 못했다는 개인적인 투정 쯤으로 생각하면 맞을 것 같다. 혹 이 책을 읽고자 하는 분들이 있다면 이 글 보다는 책의 재미와 감동을 올곧이 느끼신, 제목처럼 이 책의 “끌림”의 요소들을 제대로 발견하신 다른 독자분들의 리뷰를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다. 나도 기회가 된다면 다른 분들의 글들을 꼼꼼히 읽어보고 좀 더 느긋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이 책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 그리고 작가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핑거 스미스>를 책과 영화로 만나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용서할 수 없는 모중석 스릴러 클럽 30
할런 코벤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미국 3대 미스터리 문학상이라는 에드거상, 셰이머스상, 앤서니상을 모두 석권한 최초의 작가이자 “스릴러의 제왕”으로 불린다는, 영미 스릴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낯익은 이름일 작가 “할런 코벤(Harlan Coben)"을 작년에 <아들의 방>으로 처음 만나 본 적이 있었다. 직접 그의 작품을 읽어 보니 명성이 결코 허명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 권으로는 그에 대한 낯설음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아 그의 다른 작품들을 읽어보려고 했지만 좀처럼 기회가 없어 아쉬웠었는데 이번에 그를 신작인 <용서할 수 없는(원제 Caught/비채/2012년 6월)>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 반가운 마음에 책을 받아들자마자 바로 읽기 시작했고, 500 여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을 단숨에 읽고 난 후 어느새 나도 그의 “팬(Fan)"이 되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 빨간색 문을 열면 내 인생이 끝장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채팅 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어린 소녀 “차이나”에게서 집으로 얼른 와달라는 전화를 받고는 급히 차를 몰아 차이나의 집으로 온 “댄 머서”은 차이나 집의 빨간색 문을 향해 걸어가면서 불길한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주저주저하며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무엇인가로 입이 틀어 막힌 듯 불분명하고 멀게만 들리는 차이나의 목소리가 들린다. 문을 벌컥 밀어젖히고 집안으로 들어서 찾아보지만 목소리만 들릴 뿐 - 그것도 전혀 차이나의 목소리 같지 않은 - 차이나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그때 카메라를 든 남자와마이크를 든 남자들과 함께 눈이 번쩍 뜨일 만큼 아름다운 여자가 <NTC 뉴스>의 “웬디 타인스”라고 밝히며 왜 여기에 있냐고 물어온다. 그녀는 바로 소아성애자들을 함정에 빠지도록 만들어서 세상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카메라 앞으로 끌어내는 여자다. 그러면서 실내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조명은 한층 더 밝아졌으며 카메라맨은 내 얼굴에 부딪칠 정도로 카메라를 가까이 들이댄다. 여자의 말을 반박하려고 입을 몇 번 달싹 거렸지만 모든 게 이미 끝나버렸다. 이틀 후 그 장면이 방송을 탔고 온 세상이 그 장면을 지켜봤으며, 빨간색 문에 접근하면서 어렴풋이 알아차렸던 대로 댄 머서의 인생은 파멸의 구렁텅이로 빠져들고 말았다.

 

한편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가정 주부 “마샤 맥웨이드”는 토요일 아침 고등학교 졸업반인 맏딸 “헤일리”를 깨우러 갔다가 말끔히 정돈되어 있는 빈 침대를 발견한다. 원래 정리정돈을 잘하는 아이었는지 지라 별 생각 없이 돌아서서 나오다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뭔가(불안감)에 사로잡혀 헤일리의 빨래바구니를 뒤져봤지만 옷가지가 전혀 없었고 칫솔과 세면대, 샤워실에도 전혀 사용한 흔적이 없었다. 헤일리는 어젯밤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다! 남편 “테드”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헤일리 친구들에게 부리나케 전화를 해보지만 아무도 헤일 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게 밝혀지고 지역 경찰서에 실종 사실을 알린다. 신고 후 48 시간이 지나고 FBI가 개입했지만 일주일이 지나도록 흔적을 찾아내지 못하고 결국 시간은 한 달, 두 달, 그리고 석 달이 지나가 버린다. 과연 빈민가의 아이들을 돕는 청년인 댄은 정말로 추악한 소아성애자일까? 석 달이 지나도록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던 헤일리는 살아있을까? 전혀 별개의 사건인 줄 알았던 두 사건은 댄의 죽음과 함께 헤일리의 핸드폰이 댄의 숙소에서 발견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되고, 댄 때문에 해고된 여기자 웬디는 과거 댄과 함께 기숙사 생활을 했던 대학 동기들이 묘하게도 어떤 음모나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댄의 과거에 숨은 진실을 추적하게 된다. 사건은 후반부로 접어들수록 점입가경으로 치닫게 된다.

 

이 책은 거대한 음모에 맞서는 주인공의 스릴 넘치는 활약과 액션이라는 기존 영미 스릴러 소설들과는 달리 치밀한 플롯과 트릭, 이야기 전개에 따라 탐정 - 이 책에서는 여기자 “웬디”가 탐정 역할을 한다 - 에 의해 차츰차츰 그 베일을 드러내는 숨겨진 비밀들, 그리고 마지막 대단원의 결말과 함께 숨어 있는 반전이라는 “정통 추리 소설”에 가까운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추리소설로서 구성과 재미도 탄탄하지만 이 책에서 눈여겨 볼 점은 바로 이 책의 주제, 즉 작가가 이 책을 통해서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은 테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스릴러 형식을 빌어 현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미국인들의 삶과 위기를 짚어내는 전작인 <아들의 방> 서평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이 책은 미스터리 형식을 빌어 현대사회의 모순과 도덕적 문제를 다루는 일본 추리 소설 장르인 “사회파 추리소설”의 느낌을 물씬 느끼게 해준다. 이 책에서 작가는 여러 가지 사건과 상황들을 통해 우리들에게 당신이라면 이 책의 등장인물을 “용서”할 수 있겠는가 또는 그들을 “비난” 할 수 있겠느냐며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물어본다. 즉 음주운전으로 자신의 가족을 죽인 사람이 진심으로 뉘우치며 용서를 구해 온다면 과연 용서할 수 있을지, 비록 사고라고는 하지만 외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얼굴에 남은 흉측한 상처를 안겨준 사람들을 어떻게 용서할 수 있을지,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사건에 누명을 씌우는 바람에 결국 인생이 끝장나버리고 사람들의 눈을 피해 도피생활을 해야 하는 사람이 자신에게 추문을 뒤집어 씌운 사람이 용서를 구해온다고 해서 과연 용서할 수 있을지를 우리들에게 물어온다. 결코 답하기가 쉽지 않은 어려운 질문들인데 책 속 주인공들도 어떤 이는 결코 용서할 수 없다고 하고, 어떤 이는 모든 걸 용서했다고 담담히 말하기도 하는 등 자신들의 생각에 따라 서로 다르게 반응한다. 결국 그 해답은 각자에게 달려 있을 뿐이지 정답은 없다는 뜻일 것이다. 또한 작가는 아들을 성추행한 남자가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법망을 피해 무죄 선고를 받게 되자 그를 사적 처벌하는 남자를 과연 비난할 수 있을지, 학창시절 친구들을 위해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퇴학을 당했던 한 남자가 수 십 년 후 자신을 외면하는 친구들에게 복수를 하는 행동을 비난할 수 있을지, 한때는 사랑했었지만 이제는 범죄자의 오명을 쓰고 죽은 이혼한 남편에게 자신 가족의 행복을 위해 죄를 뒤집어씌우는 사람을 비난할 수 있는지를 묻기도 한다. 이처럼 책 속 등장인물들의 각각의 사연들을 통한 수많은 물음과 함께 인터넷과 매스컴의 폐해, 소아 성추행, 청소년들의 비행, 조기 퇴직 문제, 결속력이 희미해진 가족 관계 등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점들 또한 우리들에게 가감 없이 보여준다. 이렇게 수많은 사건들과 상황들을 나열하다 보면 이야기가 개연성이 없고 겉돌게 느껴질 법도 한데, 전혀 별개의 사건처럼 여겨진 사건들을 연결고리를 촘촘하게 얽어매어 하나의 이야기와 결말로 수렴해나가는 글솜씨가 왜 “할런 코벤”이 이야기꾼으로서 그렇게 갈채를 받는지를 여실히 증명해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탄탄하고 치밀하다. 여기에 그의 전매특허라고 하는 인물들에 대한 치밀한 심리묘사는 책을 읽어 가면서 화자(話者)의 시선과 심리에 저절로 동화(同化)되게 만들고, 저런 상황에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고 나 자신에게 수도 없이 물어보게 만든다.

 

다만 추리소설로서는 다소 아쉬움이 있는데, 바로 독자들이 책을 읽으며 사건의 얼개를 추리해 볼 이렇다 할 단서들, 즉 추리소설이 독자와 작가의 두뇌싸움이라는 고유의 전통에 걸맞게 사전에 독자가 결말을 예측해볼 수 있는 이렇다 할 사전 단서들을 제공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물론 작가가 스릴러 소설 전문 작가여서 어쩌면 이런 추리소설 전통에 얽매이지 않았을 수 도 있을 테고, 또는 작가는 충분히 단서를 제공했음에도 영리하지 않은 독자인 내가 미처 발견해내지 못한 것일 수 도 있겠지만 말이다. 전자라면 굳이 왜 단서를 제공하지 않았냐고 비판한다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을 테고 후자라면 그렇게 추리 소설들을 읽었음에도 단서 하나 제대로 못 발견한 나의 무지를 탓해야 할 것이다. 아무래도......후자일 가능성이 더 클 것 같지만^^

 

두 권 만으로 할런 코벤을 정의하기에는 너무 이르지만 개인적으로는 스릴러 소설로서의 긴장감과 재미와 함께 묵직한 생각꺼리 또한 느껴볼 수 있는, 즉 재미와 주제 두 가지 모든 면에서 탁월한 작가라고 평가하고 싶다. 할렌 코벤에 대한 낯설음은 이 책으로 끝이 났다. 그리고 이 책, 할런 코벤 전체 작품에서 작품성과 흥행면에서 어느 정도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의 팬이 되게 만든 작품으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끝으로 책을 통해 수차례 용서할 수 있겠냐고 물어온 작가는 과연 어떻게 답을 할까? 아마도 그 답은 책의 마지막 문장 - 어쩌면 작가는 이 마지막 한 문장을 위해 500 여 페이지에 가까운 글을 썼을 지도 모르겠다. 여기서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그 답을 생략해야 할 것 같다^^ - 에 있을 것 같다. 아뭏튼 이 책, 시선을 확 끄는 첫 문장과 진한 여운을 남기는 마지막 문장, 처음과 끝 문장이 참 인상적인 책으로도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개의 힘]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개의 힘 1 밀리언셀러 클럽 124
돈 윈슬로 지음, 김경숙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1975년부터 2003년까지 30 년 동안의 치열했던 멕시코 마약 전쟁(부제 Mexico Drug War 1975-2003)을 다룬 “돈 윈슬로”의 <개의 힘 1,2(원제 The Power of the Dog / 황금가지 / 2012년 4월)을 받아들고서 범상치 않은 제목의 의미가 궁금했다. 책에서도 소개되는 데, “개의 힘”이란 구약성경 시편 22장 20절 구절인

 

“내 영혼을 칼에서 건지시며 내 유일한 것을 개의 힘에서 구하소서”

 

에서 따온 말이라고 한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원래는 다윗이 악의 세력 - 22장 앞구절에는 황소, 개, 악한 무리 등으로 묘사하고 있다 - 에 둘러싸여 더 이상 도망할 곳도 없는 절대절명의 위기에 처하면서 하느님께 자신을 멀리하지 말고 구원해달라는 간구를 그린 시(詩)인 데, 먼 훗날 예수께서 처할 고난에 대한 예언으로도 해석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성경 문맥으로 보면 “개의 힘” - 개의 세력으로 번역하기도 한다 - 은 이 책에서 30년 동안 전쟁을 치룬 멕시코 마약 조직을 “악(惡)의 세력”으로 비유하는 단어 쯤으로 해석하면 될 것 같다. 과연 1,2 권 합쳐 1,000 여 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 속에 그려진 이 “악의 세력”의 실체는 어떨지 궁금함과 함께 책장을 펼쳐 들었다.

 

책은 첫장면(프롤로그)부터 1997년 멕시코 어느 마을에서 벌어진 끔찍한 살인 현장에서 시작한다. 남자 열 명, 여자 세 명, 아이 여섯 명 등 발견된 시신만 열 아홉 구에 이르고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피가 흘러 나와 고인 피 웅덩이, 온통 피투성인 벽과 잔디밭 등 이 끔찍하기 이를 데 없는 현장은 시신이라면 지난 십 수 년 동안 마약 전쟁을 치루면서 숱하게 봐왔던 “아트 켈러”에게도 처음 본 그런 참혹한 모습이었다. 자신이 펼친 모종의 작전 때문에 이런 참상이 벌어졌다는 자책을 하는 아트는 차갑게 식어버린 어머니와 아기 시신 위에 몸을 구부려 성호를 그린다 - 이 사건의 전후 사정은 2권 후반부 쯤에 등장한다 - . 그러면서 책은 끝날 기약이 없는 이 끔찍한 전쟁의 첫 출발점인 1975년 멕시코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베트남전이 미국의 패배로 막을 내린 1975년,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CIA 출신 “아트 켈러”는 설립된 지 갓 3년 된 새내기 기관인 “마약단속국(DEA)"에 발탁된다. 아트는 어려서부터 헤로인이 이웃사람들에게,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슨 짓을 하는지 직접 봐왔던 터라 “마약 전쟁”의 열렬한 신봉자였다. 아편의 원료가 되는 양귀비 꽃밭을 불태우고 멕시코 마약왕 체포 작전에 참여하게 된 아트는 그곳에서 앞으로 30년간 자신과 치열한 전쟁을 벌이게 될 인물인 “미겔 앙헬 바레라”, 일명 “티오”라는 사내를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티오는 공식적으로는 멕시코 주지사 경호를 담당하는 경찰이었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주지사의 교섭 창구이자 마약 밀매인으로 이 작전을 움직이는 사람이기도 했다. 멕시코 마약왕이 이 작전으로 사살되자 힘의 공백을 틈타 멕시코 마약 시장을 장악한 티오는 미국으로 마약 공급량을 확대하고, 아트는 그런 티오와 그의 조카 “아단” 형제 - 아트와 잠깐 친구 사이기도 했다 - 를 예의 주시하면서 티오 세력의 마약 공급줄을 차단하기 위해 티오 집에 도청장치를 설치하고 미행을 하는 등 작전을 펼친다. 자신의 집에 도청장치가 설치되어 있는 줄을 모르고 내부에 첩자가 있다고 생각한 티오 일당은 아트의 동료를 납치해 모진 고문을 하고, 아트는 자신의 동료를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보지만 그만 그 동료 형사는 참혹한 시체로 발견되고야 만다. 이때부터 아트의 처절한 복수를 다짐하고 동료를 살해한 주범들을 하나 둘씩 체포해 미국 법정에 세우고, 마약 중독자가 되어 버린 티오 또한 아트에 의해 체포되고 만다. 삼촌을 대신해 조직을 접수한 아단 형제는 그 세(勢)를 더욱 키워나가고, 역시나 자신들을 노리고 있는 아트와 밀고 밀리는 전쟁을 벌인다. 이 참혹하고 끔찍한 전쟁은 결국 아트가 처음 작전에 나선지 약 30 년 후 인 2003년에 대단원의 종지부를 찍게 된다.

 

이 책, 처음에는 워낙 많은 등장인물 - 백 여 명에 이르는 등장인물들을 각 세력별로 요약 소개하는 자료가 별지로 제작되어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 들과 저마다의 각각의 사연들 때문에 전체 맥락을 파악하는 데 꽤나 애를 먹었었다. 여기에 입에 쉽게 달라붙지 않은 스페인어식 지명과 인명, 이 책을 통해 거의 처음 알게 된 사실들이 대부분인 멕시코 현대사 속 굵직굵직한 사건들 - 1985년 멕시코 대지진, 북중미자유무역협정(NAFTA), 마약 세력에 의해 자행된 멕시코 정치인들 암살 사건 등등 -도 책에 몰입하는 데 꽤나 방해가 되었던 요소들이었다. 그런데 책 페이지가 거듭되면서 차츰 이야기 맥락과 등장인물들에 익숙해지자 언제 그렇게 애를 먹었냐는 듯이 책 읽는 속도에 탄력이 붙기 시작하더니 1권 중반 이후부터는 책에 파고 들기라도 하듯이 고개를 처박게 만들었고, 결국 처음에는 영 부담스럽기만 했던 1, 2권 1,000 여 페이지 분량을 불과 이틀 여 만에 다 읽고야 말았다. 이 책의 어떤 점들이 밤잠을 설치게 할 정도로 나를 몰입하게 만들었을까?

 

이 책은 마약 단속국 요원 아트 켈러와 멕시코 최대 마약 조직의 보스인 “아단” 형제와의 30 년에 걸친 치열하고 잔혹한 전쟁을 큰 맥락으로 하되, 하나하나 저마다의 사연과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수많은 캐릭터들이 그런 큰 맥락과 겉돌거나 또는 방해하지 않고 서로 조화롭게 어우러져 오히려 큰 맥락의 완성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예를 들어 이 책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고급 매춘부 “노라 헤이든”의 삶의 역정을 간략하게 소개해보자. 마약 중독자인 아버지 때문에 어린 나이에 아버지 친구들의 성적 노리개가 된 그녀는 타고난 미모 덕에 상류층을 대상으로 하는 최고급 매춘 클럽 여사장에게 발탁되어 매춘부의 길에 나선다. 매춘부로 첫 데뷔하던 날 숫기 없는 청년 “칼란” - 이 친구 또한 주인공급의 비중 있는 인물로 노라와 함께 결말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 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그녀가 마음에 든 막무가내 마피아 중간 간부가 억지를 부리는 바람에 파트너가 바뀌어 곤혹스러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세월이 흘러 이제 클럽의 간판이 되어 버린 로라는 휴양 차 멕시코에 왔다가 멕시코 대지진을 겪게 되고, 지진 피해자 구조에 나섰다가 현장에서 같이 구조 활동을 벌이던 “후안” 신부를 만나 그와 수년간 “정신적인” 사랑을 나누게 된다. 그녀는 후안 신부를 찾아온 “아단”의 정부(情婦)가 되는데, 후안 신부가 아단 조직에 의해 모종의 이유로 살해당하자, 복수를 위해 역시 신부를 통해 알게 된 아트와 손을 잡고 아단 조직의 무기 거래 정보를 건네준다. 숱한 우여곡절과 아슬아슬한 위기 상황이 연속되고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게 되는 시점에서 후안 신부의 죽음을 바로 곁에서 목도하고 신부가 유언으로 남긴 “하느님은 당신들을 용서할 것입니다”라는 말에 자신의 삶에 큰 회의를 느끼고 있던 칼란과 노라는 재회하게 된다. 이처럼 각 등장인물마다 저마다의 사연을 비중 있게 다루고는, 30년 마약 전쟁에 그들이 어떻게 연루되고 또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즉 전쟁 속에서의 각각의 인물들이 어떤 삶의 여정을 겪게 되는지를 치밀하고 꼼꼼하게 그려내고 있다. 또한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를 탈피해서 각자의 사연들과 처해진 상황에 따라 때로는 선으로, 때로는 악으로 달리 평가될 수 있는 캐릭터들의 입체성 또한 꽤나 뛰어나다고 할 수 있겠다. 이처럼 모양과 색깔도 각각 다르지만 한데 어우러져 결합할 때 전혀 새로운 형태의 모형으로 완성되는 “블록 게임”과 같은 이 소설은 처음에는 각자 인물들의 사연들이 전체 이야기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로 여겨지지만, 큰 줄기의 결말로 수렴되는 과정에 각자의 이야기들도 개연성과 설득력을 가지게 되고, 그런 설득력이 다시금 큰 줄기의 이야기 완성도를 더욱 높이는,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는 일종의 “상호작용” 같은 역할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또한 이 책에는 30년 동안 벌어진 멕시코 마약 전쟁의 과정들을 빼곡하게 담고 있는데, 앞서 잠깐 언급한 대로 멕시코 현대사 속 실제 사건들과 작가가 구상해낸 허구들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뤄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허구인지 그 경계를 구별하기가 어렵게 만든다. 출판사 소개글을 보니 책 속 등장인물들과 사건들은 실존 인물들과 실제 사건을 토대로 구성해 냈다고 하는데, 그런 실제 사건과 인물들에 강한 생명력을 불어 넣고, 마치 홍콩 느와르 액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잔인하면서도 생생한 폭력 장면 묘사, 크고 작은 극적 전개와 반전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긴장감과 몰입도의 완급을 적절히 조절해 내면서 독자들의 시선을 꽉 붙들어 맨 것은 올곧이 작가의 능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훌륭한 식재료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그 재료들을 조화롭게 어우러지게 하고 적절히 조미료를 가미하는 요리사의 실력에 따라 요리의 맛이 달라지듯이 말이다. 이런 입체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들과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치밀하고 꼼꼼한 작가의 구성력이 바로 이 틀 여 동안 꼼짝없이 이 책에 빠져 들게 만든 이유였다고 할 수 있겠다.

 

이번에도 역시 “참 재미있다” 한마디로 끝낼 수 있는 감상을 주저리주저리 쓸데없는 말들만 잔뜩 늘어놓고 마무리하게 되었다. 이 책, 마약의 폐해나 마약 전쟁을 둘러 싼 정치적 음모, 부폐와 비리로 얼룩진 사회 고발이라는 주제 의식을 일부러 새김질하지 않아도 재미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멋진 소설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아뭏튼 이 책으로 처음 만나게 된 “돈 윈슬로”, 앞으로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 그리고 자주 만나게 될 것 같은 그런 이름으로 기억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설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봄기운이 채 가시기도 전인 5월부터 덥기 시작하더니 6월 들어서는 한낮에 30도를 오르내릴 정도로 연일 무더위가 계속되네요. 이른 더위 탓인지 책읽기도 슬럼프에 빠진 것 같아 아쉬움이 많지만 다시 힘을 내서 책 속 환상으로 피서를 떠나봐야 할 것 같네요.

그래서 5월에 출간된 소설들 중 피서가 될만한 책들 골라봅니다^^

 

1. 알렉스(피에르 르메트르 저/다산책방/2012-05-31)

 

 

 

붉은 색 원피스를 걸친 여인의 뒷 자태가 웬지 매혹적으로 다가오는 이 작품, “히치콕이 살아 있다면 영화화하고 싶어할 작품으로 완성시키는데 주력했다”고 저자가 직접 밝히고 있다니 재미 만큼은 저자 스스로 보장하고 있는 데다가 형사반장 "카미유 베르호벤" 이라는 톡특한 캐릭터와 함께 여성=희생자의 도식을 완전히 도치했다는 여주인공 "알렉스"의 캐릭터가 참 궁금하게 만드는 스릴러 소설이네요. 역시 여름 더위에는 추리,스릴러 소설이 제격이겠죠^^

 

2. 일본의 검은 안개 상, 하(마쓰모트 세이초 저/모비딕 / 2012-05-15)

 

 

 

그동안 신간평가단 소설 분야에서 2권분량의 책은 항상 제외가 되는 일종의 금기였는데 드디어 11기 첫 책으로  <개의 힘 1,2>가 선정되면서 금기가 멋지게 깨졌습니다^^ 박수 짝짝짝. 그래서 이번에도 혹시 라는 기대감에 과감히 이 책을 선정해봤습니다. 물론 분량이 두 권이기 때문에 고른 건 절대 아닙니다^^ "사회파 추리소설"의 대부인 "마쓰모토 세이초"가 패전 뒤 일본이 미국에 점령되었던 시대에, 참으로 기묘하고 수수께끼 같은 미해결된 12개의 괴이한 사건들을 집요하게 추적해서 자료를 수집하고, 각각의 사건에 참신한 가설을 세워 추리를 펼쳤다고 하니 내용 소개만으로도 가슴 떨리는 그런 책이라고 할 수 있네요. 소설보다 더 허구같은, 마쓰모토 세이초가 펼쳐 보이는 논픽션 추리 세계로 풍덩 빠져 보고 싶습니다.

 

3. 수비의 기술 1,2(채드 하바크 / 시공사 / 2012-05-31)

 

 

이런 고르고 보니 이 책도 2권 짜리네요. 물론  두 권 이어서 고른 건 절~~~대 아닙니다^^

최근에 야구소설인 "사우스 포 킬러"를 읽은 적이 있는데, 야구 시합의 생동감 있는 묘사가 마치 실제 경기장에서 관전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재미있고 감명깊더군요. 그래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를 제치고 아마존 '올해의 책' 1위에 선정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하니, 그리고 먼저 읽으신 독자들 서평을 보면 별점 만점에 호평들이 가득해서 역시나 눈길이 가지 않을 수 가 없더군요. 여름은 "백구"의 계절이라는 말도 있듯이 야구 소설에 심취해보는 것도 참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먼저 소설 주목신간 작성하신 분들  포스트를 보니 이번 두번째 책에는 "미나토 가나에"의 <왕복서간>이 채택- 전 이미 읽었던 터라 이 책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  될 가능성이 많이 높아 보이네요. 나머지 한 권 중에 제가 고른 책이 꼭~~~~있기를 바래보며 설레이는 마음으로 발표 기다려 보겠습니다. 더운 여름에 건강 잃지 않도록 조심하시고 재미있고 감동적인 책들 가득 만나시는 행복한 6월 되시기 바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다이아몬드 원맨쇼 피터 다이아몬드 시리즈 2
피터 러브시 지음, 하현길 옮김 / 검은숲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플롯의 제왕”으로 불린다는 “피터 러브시”의 “피터 다이아몬드 시리즈” 1권인 <마지막 형사>를 읽은 것이 작년(2011년) 4월이었으니 시리즈 2권인 <다이아몬드 원맨쇼(원제 Diamond Solitaire / 검은숲 / 2012년 4월)로 근 1년 만에 다시 만난 셈이 된다. 시리즈 첫 편 밖에 읽지 않았지만 이 시리즈의 주인공인 “피터 다이아몬드”의 “사람됨(?)”을 정의해보자면 곰 같은 체형에 고집불통, 안하무인, 거기에 까칠하기까지 한 “괴팍한” 인물인데다가 첨단기술에 의존하는 현 수사 형태를 비웃으며 직접 발로 뛰며 수사하는 것을 고집스럽게 주장하는 한 구식 형사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데 오히려 이런 점들이 더 현실감 - 사실 천재적인 두뇌 솜씨에 얼굴 또한 미남 일색인 “미드” 속 형사들은 영 현실감 없는 그런 캐릭터들이다 - 있고 인간적으로 느껴지게 하는,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묘한 매력을 가진 주인공이다. 서구 스릴러 소설들 속의 그 많은 캐릭터들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 추리 솜씨보다는 독특하고 괴팍한 성격으로 -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피터 다이아몬드”를 다시 만난다는 즐거움에 책을 받자마자 서둘러 읽기 시작했다.

 

전작에서 그렇게 상사에게 대들더니만 결국 이번 편에서는 경찰에서 짤리고는 - 물론 자기 스스로 사표 던지고 뛰쳐나왔다고는 하지만, 이 양반 성격상 언제 짤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 백화점에서 야간 경비원 신세가 되고 만 전직 경정 “피터 다이아몬드”, 재수가 없을려니 하필 그가 근무하는 시간에 웬 여자 꼬마 아이가 숨어드는 바람에 다시 한번 실직자 신세가 되고야 만다. 다시 생활 정보지와 신문들을 펼쳐 “구인란”을 꼼꼼히 살펴 보지만 마땅한 일자리는 쉽게 찾을 수 없고, 집안 일 이랍시고 페인트칠에 나서지만 영 서툰 솜씨 때문에 집안만 잔뜩 어질러 놓기 일쑤이다. 그러던 중 방송에서 자신을 하루 아침에 실직자 신세로 만든 일본인으로 보이는 꼬마 소녀가 형사들의 질문에도 말문을 굳게 다물고 있으며 자폐증을 앓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소녀를 돕기 위해 - 오지랖 참 넓은 탓이기도 하지만 하루하루 집에서 놀고 앉아 있기가 마누라에게 영 면목이 없다는 이유가 더 클 것이다 - 소녀가 머물고 있는 보호소로 찾아간다. 그런데 범인들 윽박지르고 취조나 할 줄 알았지 덩치가 산만한 곰같은 사내인 피터는 “나오미” - 이름을 말하지 않아 임시로 붙여준 이름 - 에게 다가갔다가 코가 물리는 등 온갖 수모를 당한다. 그러나 피터는 끈질기게 나오미의 마음을 열기 위해 애쓰고, 그런 피터가 마음에 들었는지 나오미 또한 조금씩 조금씩 다가오고 결국 피터는 나오미를 데리고 실종 아동을 찾는 방송에까지 출연하게 된다. 그런데 방송 다음날 보호소에 나오미 엄마라는 여자가 나타나 나오미를 데리고 미국으로 달아나 버리고 만다. 이제 겨우 실낱같지만 나오미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고 있다고 생각했던 피터는 분기탱천해서 나오미 일행의 뒤를 쫓아 미국으로까지 건너가게 된다. 겨우 겨우 나오미 일행이 묵고 있는 호텔로 찾아갔지만 이런 웬걸 나오미는 다시 사라져 버리고 엄마라고 주장하는 여자는 변사체로 발견된 것이 아닌가. 피터는 그런 나오미를 찾기 위해 현장에 달려온 미국 경찰들에게 영국에서 출장온 형사라고 사기 - 아직 피터의 여권에는 직업란에 “경찰”이라고 찍혀 있었다 - 까지 치게 된다. 단순히 여자 아이 유괴 사건 쯤으로 끝날 줄 알았던 사건은 미국 굴지의 제약회사의 신약(新藥)을 둘러싼 음모로 비화되고, 피터의 활약은 영국, 미국, 일본으로 이어지면서 이야기는 점점 더 점입가경에 이르게 된다.

 

처음에는 “나오미”라는 소녀 때문에 피터가 다시 실직하게 되는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여기에 뜬금없이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다국적 제약 회사 공장의 화재 사건과 제약 회사 회장의 투신 자살과 2세의 승계, 그리고 회사의 명운이 걸린 신약 개발 이야기가 적지 않은 분량으로 이어진다. 이야기가 튀는 것 같아 솔직히 당황스럽기까지 했는데, 연관성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다른 사건인줄만 알았던 두 이야기가 중반 이후 차츰 수렴되고 마침내 종반에 이르러 하나의 결말로 귀결되면서 모든 비밀이 밝혀지는 과정이 “피터 러브시”를 “플롯의 제왕”이라 부르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여실히 증명해주는 이야기 구조(플롯)라고 할 수 있겠다.

 

이처럼 정교하고 치밀한 플롯은 훌륭하지만 이 책, 추리 소설이라 부르기에는 트릭이나 반전이 영 밋밋해서 정통 미스터리를 기대했던 독자들이라면 영 실망스러울 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재미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주인공 “피터 다이아몬드”가 혼자 북치고 장구치는, 즉 그의 “원맨쇼” - 원제인 “Solitaire”의 뜻이 “혼자서 하는 카드놀이” 라고 하는데 “원맨쇼”라는 의역 제목이 더 절묘하고 기가 막히다 - 라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시리즈 1편에서는 그래도 경정(警正) - 군대랑 달리 경찰 계급은 영 낯설기만 한데 우리나라 “경정”급이면 경찰서 과장급으로 수사반장(경감급)보다 한 직급 위란다 - 으로서 부하 직원들을 닦달해 증거를 수집하고 용의자들을 심문하는 제법 의젓한 형사의 면모를 보여줬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못된 성격 탓에 경찰서를 박차고 나와서는 영 변변한 모습 제대로 한번 보여주지 못하고 아내 눈치나 보며 사는 “찌질한” 모습 - 어쩌면 주인공 피터의 가장 큰 안티는 바로 “작가” 그 자신일지도 모르겠다 - 마저 보여주고 있다. 아무리 이렇게 상황이 영 “아니올시다” 라지만 전편에서의 괄괄하고 괴팍하기만 한 피터의 성격 어디 갈까 싶은데 이런 이런 곰 같기만 한 사내가 말문을 닫아버린 자폐증 소녀 앞에서는 그 불같던 피터가 맞나 싶을 정도로 영 맥을 못 추고 쩔절매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서도 자신이 쥐어준 펜으로 스케치북에 자신의 이름인 “다이아몬드” 형태의 마름모 도형을 그리는 나오미의 행동 - 사실은 피터의 이름이 아니라 다른 그림이었지만 -과 피터의 굵은 손가락을 움켜 잡는 나오미의 조막만한 손에 감격해 마지 않는 피터의 모습에 마치 내가 피터가 된 것 마냥 감동까지 느껴지게 만든다. 중반이후 나오미를 찾아 영국, 미국, 일본에까지 이르는 피터의 좌충우돌 활약상도 참 재미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나오미와 피터가 조금씩 조금씩 가까워지는 과정이 가장 재미있고 심지어 감동적이기까지 한, 가히 이 책에서 “백미(白眉)”라 할 만한 그런 이야기로 꼽고 싶다. 책장을 덮고 나서도 거구의 사내 피터의 손가락을 꼭 쥐고 있는 나오미의 모습을, 특히 좋아서 얼굴 살짝 붉히며 입고리를 귀에 걸고 있을 피터의 모습을 떠올리면 나도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질 정도로 흐뭇한 기분이 들게 만든다.

 

끔찍한 사건이나 복잡하기만 만 얼키고 설킨 플롯, 뒤통수를 후려치는 반전이 없더라도 단순하더라도 시작과 끝을 관통하는 정교하고 일관성 있는 플롯, 그리고 개성 만점의 캐릭터가 주는 재미가 여느 추리소설보다도 더한 재미와 몰입감을 선사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해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제 겨우 시리즈 중 두 권 밖에 만나보지 않았지만 “피터 다이아몬드”, 그동안 만나본, 또한 앞으로도 계속 만나게 될 수많은 추리소설 등장인물들 중에서 결코 흔하지 않을 참 독특하고 매력적인 캐릭터인지라 앞으로도 자주 만나게 될 그런 예감이 든다. 총 10권에 이른다는 시리즈가 계속 출간되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끝으로 사족 하나. 피터 다이아몬드 시리즈인 <마지막 형사>와 <다이아몬드 원맨쇼> 각자 이야기가 다르니 어느 책을 먼저 읽어도 크게 상관없긴 한데 아직 이 시리즈를 접해보지 않은 독자라면 시리즈 첫 권인 <마지막 형사>부터 읽기를 권한다. 왜냐하면 그래야 <다이아몬드 원맨쇼>에서의 피터 모습에서 의외성의 재미를 올곧이 느껴볼 수 있기 때문이다.개인적으로는 두 권 중 이 책이 더 재미있게 느껴지는데, 아마도 전 편을 읽어서 괴팍하기만 한 피터 다이아몬드을 알고 있었기에 어린 아이에게 쩔쩔매는 그의 모습에 의외성의 재미를 크게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을 먼저 읽어본 독자들이라도 실망하지 마시기를. 오히려 정통 추리소설로써의 재미는 <마지막 형사>가 더 크기 때문이다. 이런 이런 이래저래 “피터 다이아몬드” 시리즈 광고로 끝을 맺고 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