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셀리아도 말했듯이 그녀의 사연은 아주 진부합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죠. 사실 그런 일은 널렸습니다. 내가 관심을 가진 건 그녀의 사연이 아닙니다. 내 관심은 언제나셀리아 그녀였습니다. 그래요, 셀리아 그녀

당신도 알다시피 나는 그녀를 캔버스에 붙잡아두고 싶었지만그건 불가능했기 때문에 다른 수단으로라도 그녀를 붙잡아보려했습니다. 이 낯선 수단 어휘와 문장, 쉼표와 마침표- 은 내가 가진 기술이 아닙니다. 아마도 당신은 크 사 스 브와르(그런 것같네요)!라고 말하겠죠.

뭔가를 아주 잘 아는데 아무리 애써도 그게 뭔지 도무지 생각나지 않을 때의 기분을 아는가?

언덕을 내려오면서 그녀의 모습은 암실에서 현상하는 사진 건판처럼 점점 선명해졌다. (아버지와 함께 암실에서 사진을 현상하던 일은 내 아주 어릴 적 기억 중 하나다.)

나는 그 스릴을 잊은 적이 없다. 하얗고 넓은 건판에 현상액을 붓는다. 곧바로 아주 작은 반점이 나타나 어두워지면서 순식간에 넓게 퍼진다. 그 불가측성이 주는 스릴이란, 

☆건판은 금세, 어두워지지만 여전히 분명히 보이지는 않는다. 
빛과 어둠이 섞여 있을 뿐이다. 

그다음에 벌어진 일은 나도 설명할 수가 없다. 현상은 끝났다. 이미지가 다시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시점에 도달한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사진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현상은 계속됐다. 표면에서 뒤로 혹은 안으로, 어느 쪽이든 내키는대로 됐다. 적어도 이것이 내가 설명이라 할 만한 것에 가까운것이리라.

그녀가 아주 차분하고 이성적이라는 것이 나는 오히려 두려웠다. 감정은 다룰 수 있다. 감정은 지나가기 마련이고, 격렬할수록 나중에는 더 냉정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차분하고 이성적인 결단은 전혀 다르다. 

서서히 그 생각에 이른 만큼 쉽게 떨쳐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유가 뭔지 말해줄 수 있습니까?" 내가 물었다.
그녀는 체념한 듯 고개를 숙였다.
"단순해요." 그녀가 말했다. "그게 최선이기 때문이에요.

격한 말도 그녀를 흔들지는 못했다. 그녀는 무척이나 침착했고, 저 멀리에 있는 것 같았다.
"오래 생각했어요. 정말 그게 최선이에요. 쉽고 간단하고……빠르죠. 그리고…..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고요." 그녀가말했다.

"아니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게 아니에요. 내가겪은 일은 특별하지 않아요. 많은 여자가 겪는 어리석고 흔한일이죠. 나만 특별히 불행했던 게 아니에요. 난……… 바보예요..
그래요, 바보였어요. 그리고 이 세상에 바보가 발붙일 곳은 없어요."

나도 지금의 당신과 비슷한 상황이었던 적이 있으니까요…… 나도 당신처럼 더 살아갈 필요가 없다.
고 생각했어요. 하나의 출구밖에 보이지 않는 맹목적인 그 절망감을 알아요. 하지만 난 이렇게 말할 겁니다. 그것 또한 모두 지나간다고요. 슬픔은 영원하지 않아요. 영원한 건 없습니다. 위로와 약은 오직 하나예요. 그건 시간입니다. 시간에 맡겨보는 거예요.

☆그러니까 당신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행복해질 가능성이군요." 내가 말했다.

 흉터가 남지 않을 수 있지만, 그것은 거기에 그대로 남는다. 넌 장애인이고 온전치 않아, 라는 약점 결점 - 이 남는다.

"그것도 모두 시간과 함께 지나갈 겁니다." 나는 장담했지만실은 그렇다고 느끼지 못했다. 표면적인 치유는 아무 소용이 없다. 흉터는 깊이 새겨지니까.

"하나의 위험을 피한다 해도." 나는 말을 이었다. "또다른 위험이 오겠죠. 단순하지만 큰 위험이."

"하지만 그건 전혀 달라요, 전혀요. 인간은 아는 것에 대해서는모험을 하지 않아요. 미지의 위험.. 거기에 아주 매혹적인 뭔가가 있죠, 모험하고 싶은 뭔가가. 죽음도 결국 그런 거예요….…

셀리아에게는 친절도 동정도 없었다. 그녀는 모든 감정을 헛되이 소진해버렸던 것이다. 스스로 알았듯 그녀는 그런 점에서바보 같았다. 그녀는 너무 불행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베풀동정심이 없었다. 

그녀는 이내 내게도 어떤 일이 일어났었음을 알아차린 듯했다. 우리는 동등했다. 그녀는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았고, 날 동정하지도 않았다. 그녀에게 내 불행은, 그저 내가 어떻게 겉으로 드러나지도 않는 그녀의 결심을 알아보았는가를 이해하는 근거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셀리아는 읽기의 매력을 알게 됐다. 책은 새로운 세계를 열어줬다.

크고 예쁜 나비였다.
"세 푸르 마드무아젤(이건 아가씨 드려야죠)." 그가 말했다.
가이드는 셀리아가 알아차릴 새도 없이 민첩하고 능숙하게핀을 꺼내 셀리아의 밀짚모자 꼭대기에 나비를 꽂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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