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 : 정재승 + 진중권 - 무한상상력을 위한 생각의 합체 크로스 1
정재승, 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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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은 기획 의도가 50프로 점수를 따고 들어간다. 크로스! 처음 이 말을 보고 생각의 교차 또는 두 대담자의 사고의 교환 등 좀 다른 영역에서 의견개진이 활발한 두 필자의 생각의 접점을 찾는 시도라고 짐작했다. 물론 이런 뜻도 있겠지만 이 크로스란 말은 로봇 합체 때 두 로봇이 팔을 번쩍 들어 교차시키며 크로스! 라고 외치던 모습과 직접 관련이 있다. 책 표지에 두 사람이 한 쪽 팔을 들어 교차시킨 자그마한 그림을 보시라. 그만큼 이 책의 발상은 초등생 마인드와 같은 자유로움에서 출발하고 개그콘서트와 안젤리나 졸리와 레고를 대상으로 삼을 만큼 경계를 무너뜨린다.

접선은 과학자가 시도한 것 같다. 강연을 초대하고 열정을 붓는 모습이 좋아보였던 과학자는 자기 관심의 끝이 어딘지 궁금했고 드디어 자신과는 낯설다고 타인이 생각할지 모를 인문학적 상상력을 불태울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해( 이 말을 쓰고 보니 오늘 아침방송에 어느 전직 노회가수가 횡설수설거리며 진행자 탓을 하던게 떠오르는데 그는 세상에 솔직하게 말하는 게 당연한데 뭘 솔직히 말해서 란 말을 쓰냐고 핀잔을 주었다. 철딱서니 없는 이 노회가수 여러번 이혼당할만하고 아침부터 방방거리는 거 정말 봐줄 수 없었다. ) 그동안 나는 이 책의 필자 두 사람의 저서를 제대로 읽은 적이 없었다. 궁금하던 차에 동시에 두 사람의 글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일거 양득이란 생각이었다. 두 사람은 자신이 글을 쓰는 분야와 글을 싣는 곳의 차이만큼 다른 글맛을 남긴다. 미학전공자인 필자는 자유분방한 직설어법이 때로는 곤혹스러울 정도였다. 진보신당 홈페이지서 글을 인용하기도 하고 문화부 장관을 양촌리 김회장집 아들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서슬이 퍼렇기도 하다. 

정치색 강한 구어체에 적응이 여전히 안되는 상황에서 그의 레고관련 글은 저항감도 일게 한다. 나도 내 자식 어릴 때 적당한 회수에 적절한 가격의 레고를  사 준 적이 있다. 큰아이 거 작은 아이가 물려받고 함께 가지고 놀고 했지만 도대체 통설과 달리 나는 이 작은 물체가 아이들의 상상력을 대단하게 자극할 것이라는 확신에 반기를 들고 싶다. 50줄의 어른도 이 레고블럭을 해외주문해 맞춘 뒤 애장하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적어도 나는 이 장난감 또는 교구가 일종의 유행이지 지능과 관련된 우상으로 추앙되는 것을 거부한다. 그런 면에서 레고를 가지고 노는 사람보다 레고를 만드는 사람의 머리가 더 뛰어 나다는 것, 그리고 이런 레고보다는 스스로 주변에서 자신만의 장난감을 찾거나 직접 만들어 보는 것이 더 낫다고 말하는  과학자의 입장을 존중한다.

이 책에 담긴 주제들을 누가 선정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궁금하다. 편집측에서 제시했는지 두 필자가 가 주제 항목을 여러개 열거하고 절충을 본 것인지 알고 싶다. 실제로 이 주제 항목을 정하는 일도 글의 내용만큼 중요한 것이다. 구글이나 스타벅스가 들어간 게 당연해보이는 반면 안젤리나 졸리와 레고가  포함된 이유는 잘 모를 수 있다. 또 진정한 크로스가 되었나 하는 점이다. 두 필자가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는 했지만 비교와 합체는 결국 독자가 해야되기 때문이다. 대담의 어려움은 이해가 되지만 글을 쓰고 비교한 뒤 짧은 지면이라도 서로의 글에 대한 느낌정도라도 교환할 수 있지 않았을까. 독자는 진정한 합체를 기대한다. 하지만 생활주변의 대상물을 이렇게나마 생각의 잣대로 말하기를 시도한 책을 만난다는 것은 독자에게 흔치 않은 행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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