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존 - Dear Joh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노트북의 원작자의 작품을 영화로 만든 것이라하여 눈물흘릴 각오를 하고 스크린앞에 앉았건만 끝까지 전혀 눈물샘을 자극하지 못했다. 연인이 되는 남녀의 만남은 여느 러브스토리에서처럼 유치해보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 영화의 내용이 좀 색다른 면이라고 한다면 이 연인들의 주변에는 자폐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두 연인의 애절하고 운명적인 사랑을 말하고 싶은 것 외에도 9.11이후 황폐화된 미국사회의 정신적 아노미를 자폐증 환자의 모습을 통해 암시하고 싶었던 것 같다. 어머니를 15년동안 기다린 소년은 청년이 되어 평생 자폐증으로 고생한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고 자폐증 아들을 위해 떠나버린 아내의 빈자리를 아들에게 알리지 않는 아버지를 연민의 눈길로 바라보던 여대생은 특전부대의 군인이 되어 전장에 있는 연인을 두고 마침내 고통받는 이웃에 눈길을 돌린다. 

이 영화는 이런 배후에 있는 미국사회의 모습을 바라보지 않는다면 느닷없는 평범한 아날로그식(연인들이 주고받는 편지수는 이메일이 상용화된 요즘의 시각으로는 엄청난 양이다) 멜로드라마일뿐이다. 철저하게 슬픈 결말로 끝내지 못한 것도 미국사회의 암울함을 극복하는 힘을 보여주려는 뜻일 것이다. 서양사람들은 슬프게 끝나는 것을 참지 못하는 유전자를 가진 것이 아니라 자폐상태로 상징된 미국인의 심리적 현재는 치유되었고 이제 희망적이 되어감을 묘사하는 것이다. 남주인공이 아버지의 병환이 위중함을 알고 고향으로 돌아와 복도로 나와있는 아버지의 침대옆에서 자신이 쓴 편지를 읽어주던 장면은 의미심장한 부분이었다. 그는 편지속에서 미국이란 나라에 대해 군인으로서의 자신은 아버지가 평생을 수집해 애장한 동전들과 다름없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참담한 미국을 상징하는 죽어가는 아버지에게 업드려 흐느껴 울었다. 사랑하는 여인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고통을 떠올리며. 

그러나 그의 고통은 또다른 자페증 어린이 알렌을 놓칠 수 없는 여인의 속깊은 배려와 연민에서 싹튼 사랑의 감정때문이었음을 알고 아버지가 모은 모든 동전을 팔아 그녀가 부축하고 선 이들을 위해 쓰게 한다. 결말은 다소 의외고 미국식 감정을 후각으로 느끼지 못한다면 생뚱맞을 수 있는 부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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