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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시잭슨과 번개도둑 - Percy Jackson and the Lightning Thief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우리집 아이들이 초딩때 즐겨본 만화가 그리스신화였다. 신이름도 다양하고 이야기들도 비슷비슷해 자칫하면 지루해지기 쉬운 그리스 신화이야기를 만화로 엮어내어 시리즈로 만드니 아이들이 신이름이랑 에피소드를 거저 외게 되고 다른 곳에서 관련한 얘기들이 등장하면 신바람이 나서 원전이 되고 있는 만화책을 들고 나왔다. 교육용만화에 대해 그다지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이런 예를 보면 역시 만화의 힘을 함부로 여길 수 없게 된다. 서양의 신화를 동양의 아이들이 즐기는데 서양의 아이들이 자기네 조상의 신화얘기를 꺼리면 되겠나. 미국에서도 교육용 그리스 신화 만들기 작업이 없을리 없다. 퍼시 잭슨과 번개도둑, 제목을 들었을 땐 해리포터 시리즈같은 오리지널 판타지 영화일줄 알았다. 그런데 이 영화는 미국판 교육용 그리스신화 영화였다.
원전은 퍼시잭슨과 올림푸스신들 이라는 책 시리즈 였다. 올림푸스에 살았던 신들중의 제왕 제우스가 들고 다녔던 무기가 뭐였나, 바로 번개다. 퍼시 잭슨이라는 이름의 소년은 제우스의 동생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 페르세우스이며(제우스의 아들이 페르세우스인데 여기는 이렇게 나온다) 제우스의 번개를 이 소년이 훔쳐갔다고 해 제우스와 포세이돈이 일대 전쟁을 치루기 일보직전이 되었는데 실은 헤르메스의 아들 루크가 계획적으로 저지른 일이었음이 밝혀진다는 내용이다.이 과정에 퍼시는 지옥의 신 하데스가 요구한 기일까지 그를 만나러 가야하고 일을 마치고 지옥에서 나오기 위한 푸른 진주를 찾기위해 친구들과 모험을 떠난다. 눈을 쳐다보면 바로 돌로 변하고마는 메두사도 만나고 내슈빌의 파르테논 신전박물관도 들리고 라스베이거스에서 꽃과자에 마취되어 닷새를 환락으로 낭비하는 등 신기한 여정이 펼쳐진다. 지하세계에 도착한 일행은 하데스의 명으로 지옥불에 떨어질 운명에 처하나 바람기 많은 하데스의 아내 퍼세포니의 도움으로 지옥을 탈출 마침내 올림푸스 신들을 접견하게 되고 번개를 돌려준다.
미국식이라는 도식이 확연히 느껴지는 미국판 청소년용 그리스신화이야기다. 주인공은 천박한 남자를 새아빠로 둔 여느 가정의 남자아이지만 자신이 포세이돈의 아들이란 사실을 뒤늦게 알게된다. 자신을 늘 따라다니는 흑인 장애인 친구는 자신의 수호자 염소인간이다. 물속에 있을 때 편안함을 느끼는 본능은 바다신의 아들이기 때문이었다. 미국식으로 재탄생한 이런 영화를 보면 미국 아이들이 즐거워 할까. 감독은 해리포터 1, 2편의 감독인 크리스 콜럼버스이다. 장면전환은 빠르고 괴물이 등장하는 장면의 특수효과도 볼만하다. 대체로 괜찮은 영화를 세부류로 나눠본다면 첫째, 마음은 찜찜하지만 은근한 감동을 주고 정화시키는 힘이 있는 영화, 둘째 대단한 스케일과 특수효과와 장치로 볼거리를 제공하는 영화, 셋째 보는 동안 몰입시켜 흐믓한 즐거움을 주는 영화인데 이 영화는 세번째에 속한다.
방학을 맞아 아이들 데리고 재밌는 한 때를 보내려면 적극 추천한다. 또 아는가, 초딩저학년때 봤던 만화책을 들고나와 페르세우스에 관해 복습하기를 자청할지. 퍼시의 스니커즈에 달린 자그맣고 앙징맞은 날개를 보고 페가수스의 대형날개를 연상하며 키덕키덕 수근댈지. 그리스 신화를 기존 용재로 썼기에 현대판 퍼시 잭슨에 숨어있는 그림찾기 재미가 쏠쏠하다는 사실이 어떤 의미인지 깨닫게 될지.
아 참,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간다고 선뜻 상영관문을 나서지 말라. 그 뒤의 이벤트를 놓치고 후회하게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