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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치 이야기 - Hachi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리처드 기어가 이 영화에 출연했다는 게 자연스럽게 보이는 건 그간의 그의 행보때문일까. 일본인 동료와 검도를 하고 아키타견에 대해 인터넷을 검색하면서 보여주는 자상함은 그의 동양에 대한 이해도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게 만든다.
아키타견은 공같은 거 물어오고 하지 않는다네, 만약 그럴 이유가 있다면 모르지만 말이지... 하치는 여덟이란 말이다. 여덟번 째로 태어났다고 이름을 붙여주었을테지만 하치란 말에는 행운이란 말도 들어있다. 하치는 여느 개처럼 주인이 던진 공을 물어오며 놀지 않는다. 그러나 주인이 돌아오지 못할 것을 예감한 날 주인의 출근을 막아보려고 공을 물고 역까지 따라간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정을 들인다는 게 얼마나 무서운가. 사람만 정이란 것에 우는 줄 알았더니 동물도 마찬가지다. 하치의 충성심은 주인에게 정을 준 한 강아지의 사랑이 아니고 무엇이겠나. 그만큼 주인공 파커 윌슨 교수의 애지중지 사랑덕이기도 한데, 진실된 마음의 교류를 보여주는 산 예이다.
오래 전에 우리집에서 키웠던 해피도 영물이었다. 주인 엄마가 시장을 가거나 갑장계모임을 갈라치면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 억수같이 비가 퍼부어도 한여름 뜨거운 땡볕에도 이층 계단난간에서 고개를 빼고 무작정 기다렸다. 그러다 골목어귀에 엄마모습이 나타나면 꼬리치고 멍멍하며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정신없이 기뻐하곤 했었다. 독일산 스피츠 잡종이었지만 아키타 견 못지 않았다. 10여년을 엄마가 숟가락으로 먹여주는 밥을 먹고 살다가 노환으로 가축병원 다녀오는 길에 엄마품에서 조용히 숨을 멈추었다.
동물과 관련한 영화들이 종종 더 무거운 감동을 준다. 말못하는 동물들의 행동과 표정에서 사람에게서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우곤 한다. 그들이 사람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건 사람생각일 뿐일 것이다. 그들은 사람도 자기들과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미국판 하치에 나오는 교수님은 전공이 발레음악 또는 음악이론이다. 마이클 니만을 연상시키는 피아노 선율이 전편에 흐르며 영화감동을 진하게 만들어준다. 폴란드 출신의 1953년생 얀 카취마렉의 음악.
시부야역에 한번 가볼까 생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