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영화 파이트클럽을 감독했던 사람이라는 정보는 유용했다. 주인공 에드워드 노튼과 그의 또다른 분신 브래드피트의 연기를 통해 거칠고 어두운 이미지 이면에 희한할 정도의 나름 신선한 메시지가 넘실거렸다고 기억된다. 이 영화 역시 그의 독특한 연출기법이 녹아 있다. 예컨대 번개를 일곱번이나 맞았다는 할아버지의 경우나 오페라 아리아를 불러대던 하얀머리의 할머니 등은 코믹함과 동시에 선득한 기운을 함께 느끼게 했으며 예인선의 캡틴이란 캐릭터 역시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고픈 욕망과 개같은 인생에 대한 욕설을 품에 지니고 살지만 마지막 숨을 거둘 때는 자신만의 인생철학의 한마디를 남길 줄 아니 막가파식 문신아티스트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이렇듯 등장하는 주변인물들마저 귀여운 이 영화의 소재는 정말 쇼킹하다. 스콧 핏제랄드의 단편을 이리도 긴 인생역정의 스토리로 엮어낸 각본가의 아이디어에 찬사를 보낼 지경이다. 정작 단편에선 아버지가 직접 아이를 키우고 예일대에 까지 보내지만 접수계에서 퇴짜를 맞자 자신은 아까운 인재하나 놓친 줄 알라며 예일대건물을 박차고 나온다. 영화의 여주인공 데이지가 위대한 개츠비의 여주인공이름에서 따왔던 것도 원작에 비중이 없는 러브스토리를 키우고 싶었던 의도에서였을 것이다. 원작에는 소셜 파티에 등장한 버튼이 연장자를 더 좋아하는 취향을 가진 힐데가드와 만나면서 둘은 결혼하게 된다. 그리고 벤자민은 데이지에 의해 마지막 돌봄을 겪는 행운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책에서는 자신의 아들이 낳은 아이, 즉 손자의 유모에 의해 손자와 함께 돌봐지게 된다. 책은 연대적으로도 훨씬 이전이지만 영화에서는 볼티모어를 뉴올리언즈로 바꾸면서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출몰시기를 현재로 지정했다. 그리하여 거꾸로 가는 시계를 허리케인의 홍수에 떠내려가게함으로써 벤자민의 거꾸로 가는 인생이야기도 정리되는 것으로 처리된다.

 

개인적으로 브래드 피트의 분장은 그럴 듯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에서 노인분장이 전체 비율적으로 너무 많았다는 생각이다. 이는 양로원에 맡겨진 벤자민을 노인들과 융화되게 하기위한 생각에서 였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영화는 노인을 위한 영화이기도 하다. 양로원에서 쓸쓸하게 죽어가는 비참한 노인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 마지막 시기를 거두어줄 공간을 찾아드는 당당한 노인들을 보여줌으로써 비천하지 않는 그러나 약간은 외로움을 어쩔 수 없는 노년을 보여준다. 죽음앞에서 누구나 같은 입장인 인생의 덧없음도 물씬 느낄 수 있다.

 

주제야 말로 그저 큐어리어스한 한 케이스이다. 아니 한 케이스일 뿐이다. 몇세기가 지난 뒤에 유전자 조작이 일상화되는 시기가 온다면 실수로 인해 발생할 수도 있을 한 케이스이다. 그러나 공상과학영화라기보다는 이 영화는 달콤한 코믹 로맨스이지 않은가. 이 영화의 각본은 깊이 있는 인간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지 않다. 원작에서도 그런 성격은 없는 듯하다. 무미건조한 한 이야기, 그러나 아주 신기한 한 이야기를 스크린 플레이하면서 아기자기하고 배짱좋고 너스레떠는 이야기로 만든 역량이 돋보인다. 휴머니즘적이지 않다고 해서 기발함에 저평가할 이유가 없다. 그만큼 각본에 점수를 더욱 주게된다.

 

틸다 스윈턴이 노령에 해협을 완영하는 장면은 애교스럽기 그지없고 그녀의 집중력있는 연기도 주목을 끈다. 케이트 블랑셋의 데이지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스토리텔러의 역할을 진정 맡고 있다고 할 것이다. 기존용재가 이렇게 화려하게 부활한 것은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에 바로크가 재현한 것과도 유사한 기법의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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