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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경관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23
펠 바르.마이 슈발 지음, 양원달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이 생소한 부부 작가의 소설을 읽게 된 것은 순전히 알라딘 덕분입니다. 앞서 이 작품에 애정 어린 찬사를 보낸 리뷰어분들 덕분이죠. ‘팔랑귀’이자 동시에 불신으로 가득한 옹졸한 독자입니다. 거기다가 게으르기까지 하죠. 이런 이유로 다른 리뷰어들의 추천작은 보관함에 된장냄새 풍기도록 오래오래 썩고 있거나, 용케 구매한 이후에도 책장에서 존재감 없이 세월을 보내는 경우가 허다하죠. <웃는 경관>가 얼마나 오랫동안 책장에서 자고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웃는 경관>은 읽는 동안 DMB(동서미스터리북) 시리즈에 감사하는 마음에 눈물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본 DMB 시리즈 중 최강의 오탈자와 어색한 일본어식 한자어가 산재해있음에도 그다지 짜증스럽지 않았습니다. 젠장, 이 소설이 무척 재미있으니까요.
<웃는 경관>을 읽고 모스 경감 시리즈와 비슷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 마틴 벡 주임은 모스처럼 천재적인 머리를 지닌 것도 아니고, 잘난 척도 하는 캐릭터도 아닙니다. 부하 직원을 괴롭히는 것도 아니고요. 공통점이라면 사람 냄새가 난다는 점이 흡사합니다. 이 소설의 무대인 스톡홀롬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마틴 벡와 동료 경관들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과격한 행동을 하거나 힘을 남용하지 않습니다. 정의에 불타는 열혈경관도 아닙니다. 다만 그들의 직업이 경관이고, 자기 직무에 충실하고자 성실하게 범인의 뒤를 쫓을 뿐입니다. 그러니까 할리우드식 수퍼캅 혹은 액션 히어로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성실함이 그들의 유일한 무기입니다. 평균 수준의 두뇌가 모여 열심히 수사하다보니 어느새 막막하기만 하던 사건의 단서가 하나 둘 씩 손에 들어옵니다. 결국 승리는 평범하지만 성실한 그들의 몫입니다. 현실 속 경관들의 모습이 아닐까요?
솔직히 장르소설을 읽는다는 느낌보다 경찰관들의 이야기를 다룬 순수문학을 읽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제대로 된 번역이 더욱 안타까웠고, 열편의 시리즈 중 한 편만이 소개된 것이 아쉬웠습니다. 이 작품에 대한 만족도와는 별개로요.
부부가 공동 작업을 하는 것도 흥미롭고, 각권이 30장으로 구성된 10편의 연작(총 300장 짜리 사건일지!)을 발표하기로 기획했다는 것도 재미있고, 시리즈 완간 직후 남편 펠 바르가 죽었다는 사실도 마틴 벡 시리즈를 레전드급으로 만드는 요소인 듯 합니다. 열편의 시리즈를 책장에 좌르륵 책장에 진열하는 걸 상상해보았는데요, 젠장맞을!!! 단 한 편으로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국내 출간은 끝일까요? 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