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란 무엇인가
테리 이글턴 지음, 이강선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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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정권 시절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정치로부터 관심을 돌리기 위해 스포츠 및 방송 등을 장려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국민들이 다른 문화활동에 시간을 보낼 때 자신의 정치에 반기를 드는 사람들의 관심이 적어질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 관점에서 문화는 정치에 좋은 수단이 된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문화가 독재정권에 일조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문화란 무엇인가》는 영국의 마르크스주의 문화비평가인 테리 이글턴의 책이다. <유머란 무엇인가>, <포스트모더니즘의 환상> 등 다수의 책을 출간한 테리 이글턴은 영국 렝커스터대학교 영문학 교수이기도 하다.

사실 이 《문화란 무엇인가》는 내게 쉽지 않았다. 문화의 근본적인 설명부터 독자에게 설명을 하지만 이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부족한 내게 조금 어려운 면이 많았다. 이 중 내게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을 꼽으라면 3부의 사회적 무의식이다. 사회적 무의식에서 앞서 말했던 전두환 정권의 문화를 이용한 정치 행태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문화가 법이나 정치보다 더 근본적이라는 것이다.

"국민들을 우선적으로 통치할 수 있는 수단은 법이 아니며, 폭력은 더더욱 아니다."

모든 권력, 계약, 권위, 적법성의 집합을 형성하는 것은

"풍습" 혹은 오늘날 우리의 용어로는 문화다.

문화는 권력이 정착해서 뿌리를 내리는 퇴적물이다.


문화와 권력의 관계를 설명해주는 대목에서 저자는 작가이자 정치가였던 버크의 이론을 들어 설명해준다. 사람을 강제할 수 있는 법으로 통치하는 것보다 문화로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스며들게 하는 방법이 더 효율적인 수단임을 잘 설명해준다.

문화는 권력의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저자는 또한 문화가 권력 수단이 되기도 함을 설명한다. 버지니아 울프, 조지 오웰, 바이런 등의 예를 들며 문화가 어떻게 사회와 정치에 저항 수단이 되는지도 알려주며 문화의 양면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저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문화가 산업화 되면서 가지는 폐해등을 설명하며 앞으로 문화가 가야 할 길을 제시해준다. 자본주의에서 선택된 문화들만 대량화되고 그 외 문화는 소외되거나 말살되는 문화 역시 자본주의가 낳은 폐해였다.

《문화란 무엇인가》를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이 책은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다. 또한 우리의 문화를 진지하게 돌아보게 만들어준다.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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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숍
레이철 조이스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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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주는 치유의 힘을 알고 싶다면 꼭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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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숍
레이철 조이스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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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뮤직숍이라는 단어가 무의미하다. 음악들은 mp3 음원으로 마우스 클릭 하나로 쉽게 들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예전에는 음악상에서 청음했다면 이제는 집의 컴퓨터의 1분 미리듣기로 어떤 음악인지 맛 볼 수 있다. 음악을 듣는 도구는 빠르게 변화되고 있으며 사람들 또한 음악을 대하는 태도 또한 많이 변화되었다.

레이철 조이스의 소설 『뮤직 숍』은 그래서 특별한 소설이다. 1988년 음악이 엘피판에서 CD로 변화되던 시기를 다루는 이 소설은 음악과 치유를 다룬 소설이다.


소설은 1988년 영국의 유니티스트리트 거리에서 뮤직숍을 운영하는 프랭크와 문신 가게, 빵가게 , 장의사등 소규모 가게들이 모두 모여 화목하게 지낸다. 예전에는 이 곳도 활기찬 거리였지만 이제는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뮤직숍을 운영하는 프랭크는 엘피판만을 취급한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시디 판매하라고 권유하지만 그는 음악을 느끼기에 엘피판만한 게 없다며 시디를 들여놓으라는 제안을 강하게 거부한다.

가게가 크지도 않고 엘피판만 취급하지만 그의 가게가 특별한 이유는 그만의 뛰어난 큐레이션에 있다. 각 사람의 마음에 맞는 음악을 찾아 위로해주는 그의 추천은 사람들을 감동시킨다. 대출이 불가능하다고 했던 은행장의 마음을 움직이고 사랑하는 사람의 배신으로 마음 아파한 남자의 마음을 위로해준다. 음악이 주는 치유로 그들은 프랭크 가게의 단골이 된다. 각 사람에게 음악과 동시에 치유를 선물해주는 프랭크의 선택은 사람들을 감동시킨다.

잔잔한 이 거리에서 프랭크의 가게를 들여다보던 한 여성이 갑자기 쓰러지는 사태가 벌어지며 소설은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매력적인 여인 일사 브로우크만은 프랭크에게 도움을 받게 되며 음악을 매개로 이 둘은 서로의 마음이 싹튼다. 하지만 교차식으로 보여주는 프랭크의 어린 시절과 상처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

이 소설의 특별한 점은 과거의 상처로부터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프랭크의 모습과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의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유니티스트 거리를 철거하려는 포트개발의 압력, 돈의 논리에 의해 하루 아침에 자신의 주거지를 떠나는 사람들, 그 빈 자리를 애도할 틈도 없이 몰아치는 변화의 물결은 사람들을 위로해주지 못한다. 자신의 것을 지킨다는 게 어리석고 불가능하게 만드는 모습이 음악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 또한 비슷해져간다.



엘피판은 관리가 힘든 물품이다. 매번 조심히 다루어야만 하다. 애정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 일을 쉽게 포기할 것이다. 편리성에 의해 오래된 것들이 쉽게 대체된다. 오래된 것들을 거부하며 최신것만을 따르도록 종용한다. 그 논리에 의해 사회 또한 움직이며 공동체가 흔들리며 파괴된다.

『뮤직 숍』은 내용에 맞춰 각 단락에서 음악에 대한 배경과 의미를 설명해주며 결국 음악으로 치유받고 하나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준다. 급격하게 변화되는 사회에서 소외되고 내쫓기는 사람들을 보여주며 이 사회가 잃어버리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이 책을 읽으며 음악도 책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각 사람의 마음에 따라 책을 추천해주며 나누는 활동은 서로에게 치유가 되어준다. 삶을 풍성하게 한다. 책을 권하는 일도, 음악을 권하는 일도 사람의 관심과 사랑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그 사랑은 또 다른 사랑을 낳는다. 음악으로 위로해주었던 프랭크가 결국 다른 사람들이 그에게 들려주는 음악으로 치유받았듯 서로에 대한 사랑만이 사람들의 구원이 되어준다.

책에 수록된 음악들을 다 듣고 난 후 다시 이 책을 읽어본다면 그 의미가 더욱 풍부해질 것 같다. 저자가 들려주는 음악의 이야기에 분명 음악과 책의 감동이 더욱 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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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신중하게 이혼은 신속하게 - 17만 유튜버 ‘아는 변호사’의 결혼 이혼 실전 문답
이지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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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을 생각하고 결혼한 사람은 없다. 또한 이혼을 쉽게 결정하는 사람도 없다. 누구나 행복을 꿈꾸며 결혼하지만 끝이 좋을 수는 없다. 눈에 콩깍지가 씌였을 때는 상대방의 좋은 점만 보이지만 결혼한 후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며 상대방의 단점이 커 보인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하지만 물을 벨 수 없듯 가장 어려운 것 또한 부부싸움이다. 행복하기 위해 결혼했지만 인생의 가장 큰 흔적을 남기는 것 또한 결혼이다.

『결혼은 신중하게 이혼은 신속하게』는 17만 유튜버 '아는 변호사'님이 말하는 결혼과 이혼에 대한 통찰이다. 저자 역시 이혼 7년차이지만 이 책은 이혼에 대한 법률 정보를 제공해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제목 그대로 결혼을 하는 데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이혼을 할 때에도 어떤 때가 정말 이혼을 해야 하고 이혼 후 홀로 설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책이다.

이 책은 먼저 현명한 결혼을 하기 위한 가이드를 제공해준다. 결혼 7년차로서 저자의 글과 나의 결혼 생활을 보며 비교하며 읽게 된다. 결혼 전 고려할 사항은 많다. 우선 상대방의 인격, 경제적 상황, 상대방의 집안 등등 많은 것이 고려된다. 저자는 결혼하기 전 중요하지만 쉽게 눈감고 넘아갈 수 있는 점들에 중점을 두어 설명하는 듯하다.

저자는 여러 예시를 들어 설명해 주는데 그 중 나와 비슷한 부분을 나누자면 바로 두 가지로 들 수 있다.

"결혼은 의무가 아닌 선택이다."


결혼은 제도이고 선택입니다.

여러분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첫째. ' 나늘 세우고 내 인생을 살아갈 것.'

둘째, ' 내가 바로 선 후에 동반자를 찾을 것'

셋째, ' 가족의 형태를 결정할 것' 입니다.


나의 경우 보수적인 시골 부모님에게 결혼에 대한 압박을 많이 받았다. 30을 훌쩍 넘겼지만 남자 친구 하나 없이 집과 직장만 오가는 나를 답답해하셨다. 전화를 해도, 명절에 집에 가도 결혼하라는 부모님의 압박에 시달려왔다. 그 압박이 너무 힘들었고 나 역시 압박에 세뇌되어서일까. 결혼 하지 못한 나 자신을 부끄럽게 여겼다. 그래서 쫓기듯이 결혼했다. 결혼을 결심하게 된 주체는 내가 아닌 부모님의 압박이였다. 그래서일까. 결혼을 하면서 그다지 행복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후폭풍은 너무 거셌다.

결혼을 한 후 깨닫게 된 건 미혼일 때 행복하게 주체적으로 살고 결혼을 주체적으로 선택한 사람이 결혼 후에도 당당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이였다. 그 점을 저자는 속시원히 지적해준다. 결혼을 의무라고 받아들여 내 자신을 부끄럽게 여겼던 미혼 생활은 행복한 결혼을 하는데 장애물이 되었다. 무엇보다 자신의 인생이 중요하며 결혼의 선택 또한 주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다. 이 점을 나는 너무 늦게 알았다 저자와 같이 이런 말을 해 주는 어른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나는 지금의 남편과 만나 결혼할 수 있었을까 자문해본다.

"돈은 없지만 둘 다 젊으니까 어떻게든 되겠죠."

이 생각은 결혼 전 백프로 나의 생각이였다. 결혼 전 남편이 경제력이 약한 걸 알았지만 나 역시 계속 일을 하므로 경제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둘이 같이 일을 함에도 빈약한 경제력 위에서 출발한 우리의 상황은 언제나 풍족하지 못했다. 경제 문제에 대해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고 생활은 지극히 현실이라는 걸 실감해야했다.

사람들은 사랑 사이에 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지금의 젊은 세대 중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겠지만 사랑 하나로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저자가 말했듯 '곤궁함은 누구도 해결하지 못한다.'

저자가 말한 부채를 속이고 결혼하다 당하는 예시는 내게 해당하지 않지만 경제적 상황은 그만큼 중요하다.

저자는 결혼 7년 차에 이혼을 했다. 누구나 이혼이 쉽지 않은 결정이듯 저자도 결코 쉽지 않았다. 저자는 자신이 힘든 결정을 했던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이혼을 선택하게 만든 결정적 원인은

내가 동의하지 않은, 그저 사회에서 만들어놓은 어떤 역할이 아닌 '나로서 살자'는 결심이었습니다.

저자가 말한 '나로서 살자'라는 결심이 어떤 것인지 결혼한 여자들은 모두 알 것이다.

결혼 전 한 개인으로 당당히 살아가던 여성이 결혼과 동시에 누구의 아내, 엄마, 며느리로 역할을 강요받고 슈퍼우먼이 되어야하며 정작 자신의 삶을 죽일 걸 강요하는 이 사회의 압박 때문이 아닐까?

나 역시 아이를 두고 공부하는 것을 눈치봐야했고 항상 나라는 개인과 주변의 역할에 저울질해야만 했다.

저자는 변호사이지만 전문직 여성에게도 결혼의 굴레는 평범한 나와 다르지 않았다. 결혼은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더 많은 굴레가 주어지는 현실이다.

나답게 살기 위한 결혼을 해야 하고,

나답게 살기 위한 이혼을 해야 합니다.

결혼도 이혼도 나답게 살기 위한 스스로의 선택이어야 합니다.

나답게 살 수 있을 때 나는 가장 이타적일 수 있고,

비로소 내 삶을 책임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이혼을 선택해야 할 때가 바로 나의 삶을 살고 있는가라고 강조한다.

자신이 주체가 되지 못한 삶을 살지 못하면 그 자체가 바로 이혼사유가 된다고 말한다. 내가 없는 삶은 결국 나를 불행하게 한다. 아이들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건 바로 나 자신이므로 나를 위한 삶, 선택이 필요하다. 그렇기 위해서는 빨리 나의 삶을 찾아야 한다. 아이 때문에, 주변의 시선 때문에 미룬다는 건 결국 나를 불행의 연장선상에 두는 것이므로 저자는 이혼에 있어 신속하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결혼 7년차이지만 나 또한 이혼을 생각할 때가 많다. 솔직히 저자의 '나의 삶을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나는 대답을 하지 못한다. 어쩌면 저자가 보기에 나는 이혼을 해야 할 사람인지도 모른다. 나 역시 지지부진하게 끌고 있을 것이다. 저자의 글을 읽노라면 왜 나는 나 자신으로 행복하게 살지 못했을까라는 후회가 엄습해온다. 나 자신이 행복한 삶을 충분히 살지 못했고 결혼 선택도 내가 주체가 되지 못했다.

책을 읽으며 나를 찾기 위해 더욱 몸부림쳐야 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먼저 나 자신이 바로 서야 결혼을 Go 할 것인지 Stop 할 것인지 또한 현명하게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결혼도 스스로의 선택이듯 이혼 또한 스스로의 선택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되새겨본다. 모든 일의 시작과 끝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걸 진지하게 알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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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토록 평범하게 살 줄이야
서지은 지음 / 혜화동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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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히 제목 때문이었다. 이 책을 보게 된 건...

저자와 비슷한 나이이자 푸념 식으로 말하는 듯한 제목

《내가 이토록 평범하게 살 줄이야》라는 저자의 한숨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나 역시 어렸을 땐 뭐든 꿈을 꾸었지만 지극히 평범한 나의 모습을 보며 한숨 짓는 때가 많아 같은 공감을 생각하며 책을 들었다.

싱글 워킹맘이자 보험 설계사인 평범(?)한 한 여성이자 작가인 서지은씨의 에세이다. 이혼 후 힘들 때 글의 힘을 깨닫고 작가로의 꿈을 꿈꾸는 저자의 이 책은 일상 속에서 저자가 느끼는 삶의 태도를 맛보게 하는 글이다.

경제적인 성공? 하고 싶지.

주문처럼 외우고 다니는 장래희망은 작가라는 꿈? 이루고 싶지.

그러나 알고 있다.

생존과 꿈의 방향성이 다를 땐 내가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는가를.

삶의 뒤안길에 심긴 후회라는 나무에 미처 수확하지 못한 과실처럼

주렁주렁 매달린 'if I should'의 냄새는 결코 향기롭지 않다.


나이가 든다는 건 선택을 포기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는 어른들은 물어본다.

넌 뭐가 되고 싶니? 선생님? 대통령? 화가? 등등 많은 선택지를 주며 마음껏 골라보라고 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며 우리의 눈 앞에 선택지가 하나씩 하나씩 빠져나간다. 그리고 생존과 꿈 사이에서 '포기'라는 선택을 쉽게 강요한다. 어느 누구도 '라떼는 말이야'와 '그랬었어' 라는 if I shoul를 말하고 싶지 않지만 우리의 삶은 쉽게 포기하며 나아간다. 과거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결국 평범한 생활인이 되어버린 모습 속에 자조 섞인 웃음을 지어보인다.

저자는 자신의 이혼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남들이 보기에는 남부럽지 않은 삶이였지만 공허함에 헤매였던 날들. 그 날들을 소설 <19호실로 가다>를 읽으면서 하루 하루 견디어간다. 결국 다다른 이혼이라는 길목 앞에 저자는 덜 불행하기 위해 오늘 하루도 이겨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다시 따사로운 곳으로 나를 이동시키고 싶어도 떨어지지 않는 그늘.

사람들은 모른다.

그늘의 본질을. 그늘은 그냥 그늘일 뿐이잖아요.

저자가 말한 그늘에 대한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는 없지만 뭔지는 알 것 같다. 사람들은 저자가 힘들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사모님 소리 들을 수도 있을 정도로 넉넉했고 사랑스런 딸이 있는 삶이 불평할 게 무엇인가. 하지만 힘든 건 힘든거다라는 것. 힘들다는 것에 이유가 필요하지 않다. 그늘이 그냥 그늘이듯 저자의 마음이 괴롭고 힘든 건 그 자체일 뿐이다. 나 역시 그렇고 많은 사람들 또한 그러하다. 어느 누구도 이유를 댈 수 없다.

옛말에도 있지 않은가?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가는 동안 꽃도 보고, 호기심에 충만해 샛길에 빠져도 보고,

벌레 소리 듣다 바람과 인사도 하고.

그럼 된다.

조금 늦게 도착할 뿐이다.


이 문장을 보며 책 제목 <내가 이토록 평범하게 살 줄이야>라고 푸념한 뒤 저자가 하는 다짐이라고 생각했다.

평범하게 살면 어떤가. 그냥 '조곤조곤' 실천하며 살아가면 된다고. 힘들게 살지 않아도 괜찮다고. 꽃도 보고 벌레 소리도 들으며 천천히 가도 좋다고 말하는 저자의 글이 위로를 준다.

남들의 기준에 달하는 특별한 삶은 살지 못했지만 그래도 괜찮다. 우리의 삶을 빨리빨리의 삶에서 벗어나 순간을 여유롭게 즐기며 가는 것 또한 우리의 인생이다.

<내가 이토록 평범하게 살 줄이야>라는 저자의 푸념 섞인 글인 줄 알았는데 그 자체도 사랑하려는 저자의 몸짓이 담긴 글이였다. 이런 나라도 사랑하고 다독이며 나아가자고 말하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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