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숍
레이철 조이스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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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뮤직숍이라는 단어가 무의미하다. 음악들은 mp3 음원으로 마우스 클릭 하나로 쉽게 들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예전에는 음악상에서 청음했다면 이제는 집의 컴퓨터의 1분 미리듣기로 어떤 음악인지 맛 볼 수 있다. 음악을 듣는 도구는 빠르게 변화되고 있으며 사람들 또한 음악을 대하는 태도 또한 많이 변화되었다.

레이철 조이스의 소설 『뮤직 숍』은 그래서 특별한 소설이다. 1988년 음악이 엘피판에서 CD로 변화되던 시기를 다루는 이 소설은 음악과 치유를 다룬 소설이다.


소설은 1988년 영국의 유니티스트리트 거리에서 뮤직숍을 운영하는 프랭크와 문신 가게, 빵가게 , 장의사등 소규모 가게들이 모두 모여 화목하게 지낸다. 예전에는 이 곳도 활기찬 거리였지만 이제는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뮤직숍을 운영하는 프랭크는 엘피판만을 취급한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시디 판매하라고 권유하지만 그는 음악을 느끼기에 엘피판만한 게 없다며 시디를 들여놓으라는 제안을 강하게 거부한다.

가게가 크지도 않고 엘피판만 취급하지만 그의 가게가 특별한 이유는 그만의 뛰어난 큐레이션에 있다. 각 사람의 마음에 맞는 음악을 찾아 위로해주는 그의 추천은 사람들을 감동시킨다. 대출이 불가능하다고 했던 은행장의 마음을 움직이고 사랑하는 사람의 배신으로 마음 아파한 남자의 마음을 위로해준다. 음악이 주는 치유로 그들은 프랭크 가게의 단골이 된다. 각 사람에게 음악과 동시에 치유를 선물해주는 프랭크의 선택은 사람들을 감동시킨다.

잔잔한 이 거리에서 프랭크의 가게를 들여다보던 한 여성이 갑자기 쓰러지는 사태가 벌어지며 소설은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매력적인 여인 일사 브로우크만은 프랭크에게 도움을 받게 되며 음악을 매개로 이 둘은 서로의 마음이 싹튼다. 하지만 교차식으로 보여주는 프랭크의 어린 시절과 상처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

이 소설의 특별한 점은 과거의 상처로부터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프랭크의 모습과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의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유니티스트 거리를 철거하려는 포트개발의 압력, 돈의 논리에 의해 하루 아침에 자신의 주거지를 떠나는 사람들, 그 빈 자리를 애도할 틈도 없이 몰아치는 변화의 물결은 사람들을 위로해주지 못한다. 자신의 것을 지킨다는 게 어리석고 불가능하게 만드는 모습이 음악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 또한 비슷해져간다.



엘피판은 관리가 힘든 물품이다. 매번 조심히 다루어야만 하다. 애정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 일을 쉽게 포기할 것이다. 편리성에 의해 오래된 것들이 쉽게 대체된다. 오래된 것들을 거부하며 최신것만을 따르도록 종용한다. 그 논리에 의해 사회 또한 움직이며 공동체가 흔들리며 파괴된다.

『뮤직 숍』은 내용에 맞춰 각 단락에서 음악에 대한 배경과 의미를 설명해주며 결국 음악으로 치유받고 하나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준다. 급격하게 변화되는 사회에서 소외되고 내쫓기는 사람들을 보여주며 이 사회가 잃어버리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이 책을 읽으며 음악도 책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각 사람의 마음에 따라 책을 추천해주며 나누는 활동은 서로에게 치유가 되어준다. 삶을 풍성하게 한다. 책을 권하는 일도, 음악을 권하는 일도 사람의 관심과 사랑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그 사랑은 또 다른 사랑을 낳는다. 음악으로 위로해주었던 프랭크가 결국 다른 사람들이 그에게 들려주는 음악으로 치유받았듯 서로에 대한 사랑만이 사람들의 구원이 되어준다.

책에 수록된 음악들을 다 듣고 난 후 다시 이 책을 읽어본다면 그 의미가 더욱 풍부해질 것 같다. 저자가 들려주는 음악의 이야기에 분명 음악과 책의 감동이 더욱 배가 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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