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산책
나가미네 마사키 지음, 야쿠 가오리 그림, 송경원 옮김 / 지금이책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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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치매국가치료책임제'라는 제도가 생겼다. 문재인 대통령이 치매에 걸린 장모님을 돌보면서 이 제도의 설립의 필요성을 절감해서 만든 제도라고 들었다. 치매.. 누군가는 치매를 환자 본인만 행복하고 다른 모든 사람들은 불행한 병이라고 말한다. 결국 지쳐 요양원으로 보내지게 되는 이 무서운 질병은 끝을 알 수 없다는 것에서 더욱 무서운지 모른다.

『마지막 산책』은 일본에서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4년간 돌보다 결국 어머니를 죽인 실화를 구성으로 한 그림에세이다. 어머니와 아들 하루는 어머니와의 행복했던 추억이 있는 장소로 산책을 떠난다.

『마지막 산책』에서 처음은 아들 하루가 어머니와 함께 추억의 장소를 산책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지하철을 타고, 세 가족이 함께 가던 메밀국수집을 지나 엄마가 줄곧 찾아다니던 나무를 향해 간다. 추억의 장소를 향해 가는 모자의 그림은 표면상으로는 아름답기만 하다.


이 평화로운 풍경도 잠시, 어머니와 아들 하루는 죄책감과 미안함에 눈물을 흘리며 아들 하루는 엄마의 생을 마감시킨다. 엄마는 아들의 행동을 묵묵히 받아들이며 생을 마감한다.



이 손으로 엄마를 돌보고 ,

이 손으로 엄마를 죽였다.


충격적인 현실 앞에 『마지막 산책』 은 아들 하루가 엄마 치매 진단을 받은 후부터 현실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갈수록 심해지는 엄마의 병세, 빈약한 경제 사정, 일할 수 있다며 도움을 거부하는 정부기관, 사면초가에 몰린 하루는 점점 궁지에 몰린다. 집을 나가고, 밥을 거르면서 어머니를 보호하지만 나아지는 건 없다. 개인의 힘으로 어머니를 돌보기에는 현실적인 여건이 최악이다.

하루가 어머니 살인으로 재판을 받으며 형사와 변호사가 재판을 진행하는 동안 이 에세이는 진지하게 묻는다.

어머니를 죽음으로 내몬 아들 하루는 유죄인가 무죄인가?

이 에세이가 일본의 현실을 반영해다지만 한국의 현실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치매국가책임제가 도입되었지만 과연 그 제도가 고통받는 돌봄 가족에게 얼마나 큰 효용이 있을지 미지수이며 여전히 그 해답을 찾지 못해 끝내 요양원이라는 최후 수단을 택할 수 밖에 없다. 그 과정 속에서 환자와 보호자가 느껴야만 하는 죄책감과 미안함 그리고 경제적인 짐은 여전히 큰 숙제이다.

그래서 이 살인사건을 다룬 재판부의 판단은 더욱 의미심장하다.


개인의 일탈이 아닌, 사회 문제로 인식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치매는 한 개인만을 파괴하지 않는다. 끝없는 돌봄과 경제적인 부담 등은 가정을 파괴시키며 이는 공동체의 파괴로 나아가게 할 수 있다. 한국도 일본처럼 초고령화 사회로 급속하게 접어들고 있으며 치매환자의 수 또한 늘고 있다. 한 가정의 문제라고 치부하기엔 실질적인 국가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마지막 산책』 은 책 말미 일본 내 전문가들의 의견을 첨가하여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이야기한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의견들은 국가 정책 및 우리 모두 꼭 함께 논의하고 고민해봐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돌봄사회, 이제 돌봄에 대한 진지한 고찰과 정책이 시급하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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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 없는 출산 - 우리는 출산을 모른다
목영롱 지음 / 들녘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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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굴욕 없는 출산』 에 대해 서평을 쓴다면 나는 이미 자격 상실이다. 서평의 기본 조건은 객관성을 담보로 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읽으면서 느꼈다. 전혀 객관적일 수 없다고. 책을 읽으며 순간순간 느껴지는 나오 해묵은 감정들이 저자의 글과 함께 치밀어 올라와서 읽는 내내 힘들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에 대해 객관성을 상실했다.

출산.. 우리나라만큼 출산을 미화하는 나라가 있을까? 드라마에서는 임신과 출산 그리고 모성에 관한 순간을 기쁨의 순간으로 묘사한다. 하지만 실제 겪어본 사람들은 안다. 임신부터 출산 그리고 엄마로 사는 평생 여자에게는 얼마나 큰 희생을 담보로 전제되어야 하는지 말이다.

『굴욕 없는 출산』의 저자 목영롱씨는 나와 비슷한 나이에 결혼해 나처럼 늦깍이 엄마이다. 다만 차이점이라면 저자는 단태아이고 나는 쌍태아라는 점만 다를 뿐. 저자는 임신을 한 순간부터 진료를 받는 내내 깨닫는다. 출산에 관한 정보가 너무 없음을. 그저 의사가 따라하라는 대로만 해야 하는 일방적인 진료, 임신의 당사자이지만 임산부의 안전보다 아기의 안전만 중요시되는 사회의 모습, 이 일방통행인 진료와 아기 위주의 진료와 출산이 임산부들에게 생명을 담보로 한 행위라는 걸 저자는 임신을 하며 알게 된다.

임신부터 출산까지 그 주체자인 여자가 배제되어 있는 의료행태. 저자는 분노했고 수치심을 느꼈다. 그래서 그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고 그 결실이 바로 이 『굴욕 없는 출산』이었다.


엄마가

어디까지 더 힘들어야

신생아를 충분히 위하지 못하고 있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저자는 출산 후 지친 몸으로 겨우 잠에 들었지만 금새 다시 깨어나야 한다. 조산사가 저자에게 젖을 물리라고 깨웠기 떄문이다. 저자가 죽다 살아난만큼 고통을 겪고 회복이 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무조건 이제 세상에 나온 아기 위주이다. 엄마가 되는 순간 여자는 삶의 가장자리로 치우쳐진다.

나는 저자와 달리 제왕절개를 했다. 저자가 느낀 출산의 고통은 없었지만 출산 후유증은 모든 산모가 마찬가지이다. 내가 당황스러웠던 건 아직 회복도 안 된 나를 병원에서는 쌍둥이 수유 방법을 알려준다며 아이들을 데리고 왔을 떄였다. 나는 아직 힘든데 병원도 그리고 옆에 있던 시어머니도 중요하지 않았다. 시어머니는 오히려 젖이 잘 나오지 않는 내 몸을 보시며 빈 공갈이라며 혀를 쯧쯧 차며 못마땅한 눈치를 보내셨다. 나는 출산을 한 순간 아이를 키우기 위한 도구로 전락되어 버린 느낌이었다. 왜 모든 여성들은 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몸 건강은 챙기지 못하는 걸 당연시하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 이름을 모성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며 숭배한다.


국가를 지탱하기 위해,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가장 먼저 동원되는 가치가

왜 여성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출산이어야 할까?


언론은 매년 수직강하하는 저출산을 운운하며 국가의 위기라고 말한다. 아이들이 많아야 한다고 걱정한다. 하지만 왜 여성들이 죄인이 되어야 하는 것인가? 왜 여성들만의 희생이 전제되는 출산이라는 근시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인가. 이는 국가 뿐만 아니라 가정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를 낳는 여자의 의견은 듣지 않고 사람들은 자신의 바램만을 이야기한다. 시부모들은 결혼했으면 당연히 아이는 필요하다고 강요하고 남편은 출산과 주양육자가 아니므로 아이 하나만 있으면 외롭다고 둘은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의 남편 또한 그 중 하나였다. 둘째를 반대하는 사람은 저자의 커리어와 삶을 걱정하는 친정엄마뿐이다. 아이를 낳자고 하는 사람은 중요한 여자가 잃어야 할 것, 포기해야 할 것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당사자인 여자의 삶은 안중에도 없다. 임신과 출산을 하는 주체는 여자 당사자인데 여자의 몸을 가지고 함부로 말하며 권하는 사람들에 의해 여자의 몸은 공공재로 전락되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굴욕 없는 출산』 을 읽으며 산부인과 첫 진료가 떠올랐다. 임신에 대해 아무 지식도 없던 내가 첫 진료부터 영문도 모른 상태에서 굴욕의자에 앉아 남성 의사에게 다리를 벌려야 하는 그 수치심이 떠올랐다. 왜 그 의자에 앉아야 하는지 어떤 설명도 없이 따를 것을 종용받았던 그 당혹스러움.. 매번 그 의자에 앉을때마다 창피함에 어쩔 줄 몰라했던 나의 감정이 되살아났다. 출산 후 엄마로서 하는 당연하게 강요되는 모성의 굴레 등이 떠올라 순간순간 울컥하곤 했다.

임신과 출산이라는 고통을 왜 신은 남성에게는 허락하지 않으셨는가. 신은 철저하게 여성만의 고통이라는 가혹함을 주셨다. 여성만의 경험이기에 남성들과 타자들은 전혀 아렬고 하지 않는다. 죽다 깨어나도 자신에게 해당되지 않는 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나는 여성들이 아닌 남성들이 더 많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출산이 얼마나 여성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지 그리고 출산과 모성의 신화를 철저히 부서뜨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고통을 함께 나누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문제에 대한 인식이라도 생겼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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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부모는 어떻게 말하는가 - 우리 아이에게 '힘'이 되는 말 VS '독'이 되는 말
칙 무어만 지음, 이상춘.이준형 옮김 / 한문화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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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만 나는 아이들에게 화를 잘 낸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어렸을 때부터 많은 꾸지람을 받고 자란 부모님으로부터의 영향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알고 있다. 극복해야 하는 것도 나의 몫이라는 걸. 참자고 말하고 아이들을 기다려줘야한다고 생각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엄마의 말공부>라는 책도 있듯 나의 말 태도를 점검해야 하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지헤로운 부모는 어떻게 말하는가>는 교육연구가인 칙 무어만이 부ㅁ와 교사들을 상대로 책임감 있는 아이로 키우고 교육하는 비결을 소개해오고 있는 '자기개발연구소'의 소장이기도 하다. 저자는 자신이 상담한 경험을 되살려 아이들에게 힘이 되는 말과 독이 되는 말들을 소개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부끄러워지게 만드는 말들이 많이 있다. 내가 '독이 되는 말'을 얼마나 많이 하고 있는지 이 책은 자세하게 기술해준다. 그 중 '독이 되는 말' 중 저자가 예로 든 "너는 왜 형처럼 못하니?"라는 말이다.

나의 경우 아이들이 쌍둥이이기 때문에 아이들은 쉽게 비교대상이 되었다. 눈치가 빠른 둘째에 비해 다소 느리고 개구쟁이인 첫째를 더욱 야단치곤 했다. 그럴 때마다 주변에서는 나의 태도를 지적했지만 쉽게 고쳐지지 못했다.

이 책에서도 저자는 나의 태도를 바꿀 것을 강력하게 말한다.

"비교한는 말 대신에 각자의 특성에 초점을 맞추어 아이가 자신이 가진 특성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라."

아이의 특성을 알기 위해서는 결국 아이들에 대한 세심한 관찰이 필요할 것이다. 첫째가 둘째에게 없는 아이만의 특징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인내심이 내게 필요한 것 같다.

여러 가지 부모들의 말 중 내게 도움이 되는 분야는 특히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말이다.

아이의 감정에 공감하는 말을 먼저 해 주어야 하는데 솔직히 나는 이 부분에 많은 어려움을 느끼곤 한다.

이 책은 그 부분에 대한 많은 조언을 제공해 준다. 아이들의 마음 상태인 '혼란' 무기력' '불안함' 행복함'등을 나타내는 단어까지 설명해주기도 하며 아이를 혼내는 말투 "엄마한테 그렇게 함부로 말하지 마!"와 같은 단골 멘트까지 정정해준다.

이 책을 읽노라면 내가 얼마나 쉽게 '독이 되는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어 많이 부끄러웠다. 그리고 말을 하기에 앞서 아이를 바라보는 태도가 함께 깃들어 있다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결국 태도가 바뀌어야 말도 바뀐다는 걸 알려주는 책이었다. 모든 부모라면 꼭 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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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 해변
이도 게펜 지음, 임재희 옮김 / 문학세계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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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 해변》의 작가 이도 게펜은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이다. 이스라엘의 거장 아모스 오즈가 격찬한 작품이라는 책 소개와 최근 읽었던 이스라엘 소설 <우연 제작자들>을 흥미롭게 읽은 경험이 있어 또 다른 이스라엘 작가의 작품을 읽게 되었다.

《예루살렘 해변》은 14편의 단편 소설이 수록된 소설집이다. 그 중 어려운 내용도 있고 쉬운 내용도 있지만 내게 인상 깊었던 내용은 세 편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 단편인 <베를린에서 3시간 떨어진>이라는 소설은 현재 우리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으로 자신의 일상을 자랑하는 현대인의 모습이 이 소설에서 극대화된다. 회계사 타미라는 독일 여행 중인 사진을 올리며 수많은 지인들로부터 부러움과 좋아요를 받는 마이클을 보게 된다. 독일이 아닌 바로 이스라엘에서. 어떻게 된 일인지 의아해하는 타미라에게 마이클은 자신의 비밀을 알려준다. 사실 독일에 없었으며 단지 모두 조작된 것이라고. 잠깐 갔다 와서 사진을 조작하고 꾸며낸 것이라고. 자신은 사람들 눈을 피해 다른 마을에서 집콕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이 말도 안 되는 생활에 타미라가 동참하며 이들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단편 소설에서 마이클과 타미라의 행동은 극단적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상 인스타그래머블 일상을 살고 있는 우리 중 온라인과 실생활과 일치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의문점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내가 알고 있는 지인 중 행복한 부부 생활을 연기하고 맛있는 음식 앞에 사진 찍기 바쁘며 보여주기 일상에 바쁜 우리들의 모습은 어느새 남들에게 꾸미기 위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실제보다 남들에게 보여주고 좋아요 에 집착하는 우리들이 마이클과 타미라를 비난할 수 있을까?

<삶의 의미 주식회사>는 주인공이 어느 날 문득 찾아 온 삶의 의미에 대해 답을 찾던 중 알게 된 <삶의 의미 주식회사>를 찾아가며 시작된다.

삶의 의미 주식회사

단 30일 만에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개인 맞춤형 프로그램

체험 프로그램으로 함께 하면서 주인공은 다양한 체험을 한다.전략 자문가, 심리 치료 등등 많은 경험을 해 보지만 주인공은 답을 찾지 못한다. 확신을 갖지 못한 주인공에게 '삶의 의미 주식회사'에서는 고급 프로그램에 등록할 것을 권유한다. 이 소설 속에 저자가 내린 결론은 바로 답은 가까이에 있다는 점이다. 삶의 의미라고 한다면 뭔가 굉장한 해결방안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답은 누가 알려주는 게 아닌 자신 안에서 먼저 찾아가고 굳이 그 답을 찾지 않아도 우리는 천천히 삶을 누리면서 살아가면 된다는 걸 알려준다.

《예루살렘 해변》 소설집의 가장 큰 하이라이트는 표제작인 <예루살렘 해변>보다 <고객서비스 지침서>였다.

한국과 같이 고객 상담원에게 여러 사연의 고객들의 전화를 받는다. 일반적인 제품 문의도 있지만 때때로 고객들은 자신들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상담원에게는 대기 중인 다른 전화를 빨리 받아야 하지만 도움을 요청하는 고객들의 전화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결국 끊지 못하고 도와주는 고객 상담원들과 고객을 도와주는 고객 상담원들 역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알려주는 재치있는 책이다.

처음 보게 된 이스라엘 작가의 《예루살렘 해변》 의 소설 속 상상력은 재치있으면서도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젊은 작가로서 이스라엘의 삶을 앎과 동시에 우리 주변의 모습 또한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책 뒷부분에 '옮긴이의 말'에 나오는 번역자분의 설명을 듣고 있노라면 책이 더욱 풍성하게 다가올 것이다. 곧 두 번째 소설이 이스라엘에서 출간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과연 어떤 내용일지 기대되는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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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잉홈
김정금 지음 / 델피노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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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를 다룬 드라마를 볼 때 친구에게 묻곤 한다. "넌 그 시대에 살았다면 독립 운동 할 수 있겠어?"

이 질문이 내게 돌아오면 "나는 양심상 일제 앞잡이는 못하고 고문이 겁나서 그냥 얌전히 지냈을 것 같아." 라고 대답하곤 했다. 간이 콩알만한 내게 독립운동 할 강단은 없다라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

《고잉 홈》은 2021년대의 두 남녀, 오필립과 정정림이 1932년대로 시간 여행을 하며 독립운동에 휩쓸리게 되면서 벌어지는 소설이다. 표지의 문장처럼 "만약 과거로 간다면, 당신은 독립운동을 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이 현실이 되는 소설이다. 하지만 이 소설 속의 두 주인공들에겐 이 질문이 필요없다. 왜? 그들은 시간 여행을 하자마자 이미 독립운동의 한복판에 합류한 상태였으니까.

신문기자 오필립과 간호사 정정림이 1932년으로 여행하며 이들은 처음부터 위함한 독립 운동의 현장에 투입된다. 오필립은 이미 천황을 죽이겠다고 다짐한 상태이며 정정림은 선생님의 심부름을 하며 열심히 일을 거들고 있다. 서로가 시간 여행을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들은 서로를 경계하기도 하고 의지하기도 하는 미묘한 관계가 되어간다.

혼란스럽기만 한 그들은 자신들을 시간 여행으로 끌어들인 월광사진관의 주인 해원이라는 사람의 정체를 알게 되고 해원은 그들에게 현실로 돌아가고 싶으면 그가 지정해 준 세 가지 임무를 완수해야만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말한다.

소설은 두 주인공들이 해원으로부터 임무를 받게 되며 이야기는 급물살을 탄다. 무엇보다 이 책의 묘미는 바로 같은 동지이면서 어느 누구도 믿지 못하는 독립군의 심적 부담을 잘 설명해낸다. 일본의 미행과 감시, 같은 동지간에 이간질 시키는 일본의 만행 속에 시간 여행자인 오필립과 정정림마저 서로 의심하게 되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그 당시에 독립운동이 결국 일본과의 싸움만이 아닌 동지들과의 싸움이자 결국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걸 이 소설은 잘 보여준다.


밀정이 된 사람들은 과연 몇몇 개인의 문제였을까요?


현실로 돌아갈 방법을 추궁하는 필립에게 해원은 질문한다. 밀정이 과연 개인의 문제였겠느냐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같은 조직 안에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조심해야 하고 옆의 동지까지 믿을 수 없는 극도의 심리 싸움을 해야 하는 독립군. 밀정은 그렇게 한 조직을 해체할 수 있는 위험한 존재들이였다.

소설은 빠른 전개와 함께 두 주인공들이 어떻게 현실로 돌아갈 수 있을지 궁금함에 쉽게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소설이다. 비록 그 시절 시간이 더디 흘러갔지만 이 힘든 싸움을 해 나간 독립운동가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었다는 사실 또한 알려주는 뭉클한 감동까지 선사해준다.

다시 한 번 나에게 물어본다.

"만약 과거로 간다면, 당신은 독립운동을 하시겠습니까?"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내 대답은 글쎄이다. 왜? 오필립과 정정림의 살얼음판 같은 독립운동의 현장을 감당하고 견뎠지만 나는 과연 감당할 수 있을지는 나 역시 시간연행을 해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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