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토록 평범하게 살 줄이야
서지은 지음 / 혜화동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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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히 제목 때문이었다. 이 책을 보게 된 건...

저자와 비슷한 나이이자 푸념 식으로 말하는 듯한 제목

《내가 이토록 평범하게 살 줄이야》라는 저자의 한숨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나 역시 어렸을 땐 뭐든 꿈을 꾸었지만 지극히 평범한 나의 모습을 보며 한숨 짓는 때가 많아 같은 공감을 생각하며 책을 들었다.

싱글 워킹맘이자 보험 설계사인 평범(?)한 한 여성이자 작가인 서지은씨의 에세이다. 이혼 후 힘들 때 글의 힘을 깨닫고 작가로의 꿈을 꿈꾸는 저자의 이 책은 일상 속에서 저자가 느끼는 삶의 태도를 맛보게 하는 글이다.

경제적인 성공? 하고 싶지.

주문처럼 외우고 다니는 장래희망은 작가라는 꿈? 이루고 싶지.

그러나 알고 있다.

생존과 꿈의 방향성이 다를 땐 내가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는가를.

삶의 뒤안길에 심긴 후회라는 나무에 미처 수확하지 못한 과실처럼

주렁주렁 매달린 'if I should'의 냄새는 결코 향기롭지 않다.


나이가 든다는 건 선택을 포기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는 어른들은 물어본다.

넌 뭐가 되고 싶니? 선생님? 대통령? 화가? 등등 많은 선택지를 주며 마음껏 골라보라고 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며 우리의 눈 앞에 선택지가 하나씩 하나씩 빠져나간다. 그리고 생존과 꿈 사이에서 '포기'라는 선택을 쉽게 강요한다. 어느 누구도 '라떼는 말이야'와 '그랬었어' 라는 if I shoul를 말하고 싶지 않지만 우리의 삶은 쉽게 포기하며 나아간다. 과거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결국 평범한 생활인이 되어버린 모습 속에 자조 섞인 웃음을 지어보인다.

저자는 자신의 이혼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남들이 보기에는 남부럽지 않은 삶이였지만 공허함에 헤매였던 날들. 그 날들을 소설 <19호실로 가다>를 읽으면서 하루 하루 견디어간다. 결국 다다른 이혼이라는 길목 앞에 저자는 덜 불행하기 위해 오늘 하루도 이겨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다시 따사로운 곳으로 나를 이동시키고 싶어도 떨어지지 않는 그늘.

사람들은 모른다.

그늘의 본질을. 그늘은 그냥 그늘일 뿐이잖아요.

저자가 말한 그늘에 대한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는 없지만 뭔지는 알 것 같다. 사람들은 저자가 힘들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사모님 소리 들을 수도 있을 정도로 넉넉했고 사랑스런 딸이 있는 삶이 불평할 게 무엇인가. 하지만 힘든 건 힘든거다라는 것. 힘들다는 것에 이유가 필요하지 않다. 그늘이 그냥 그늘이듯 저자의 마음이 괴롭고 힘든 건 그 자체일 뿐이다. 나 역시 그렇고 많은 사람들 또한 그러하다. 어느 누구도 이유를 댈 수 없다.

옛말에도 있지 않은가?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가는 동안 꽃도 보고, 호기심에 충만해 샛길에 빠져도 보고,

벌레 소리 듣다 바람과 인사도 하고.

그럼 된다.

조금 늦게 도착할 뿐이다.


이 문장을 보며 책 제목 <내가 이토록 평범하게 살 줄이야>라고 푸념한 뒤 저자가 하는 다짐이라고 생각했다.

평범하게 살면 어떤가. 그냥 '조곤조곤' 실천하며 살아가면 된다고. 힘들게 살지 않아도 괜찮다고. 꽃도 보고 벌레 소리도 들으며 천천히 가도 좋다고 말하는 저자의 글이 위로를 준다.

남들의 기준에 달하는 특별한 삶은 살지 못했지만 그래도 괜찮다. 우리의 삶을 빨리빨리의 삶에서 벗어나 순간을 여유롭게 즐기며 가는 것 또한 우리의 인생이다.

<내가 이토록 평범하게 살 줄이야>라는 저자의 푸념 섞인 글인 줄 알았는데 그 자체도 사랑하려는 저자의 몸짓이 담긴 글이였다. 이런 나라도 사랑하고 다독이며 나아가자고 말하는 글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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