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잉홈
김정금 지음 / 델피노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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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를 다룬 드라마를 볼 때 친구에게 묻곤 한다. "넌 그 시대에 살았다면 독립 운동 할 수 있겠어?"

이 질문이 내게 돌아오면 "나는 양심상 일제 앞잡이는 못하고 고문이 겁나서 그냥 얌전히 지냈을 것 같아." 라고 대답하곤 했다. 간이 콩알만한 내게 독립운동 할 강단은 없다라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

《고잉 홈》은 2021년대의 두 남녀, 오필립과 정정림이 1932년대로 시간 여행을 하며 독립운동에 휩쓸리게 되면서 벌어지는 소설이다. 표지의 문장처럼 "만약 과거로 간다면, 당신은 독립운동을 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이 현실이 되는 소설이다. 하지만 이 소설 속의 두 주인공들에겐 이 질문이 필요없다. 왜? 그들은 시간 여행을 하자마자 이미 독립운동의 한복판에 합류한 상태였으니까.

신문기자 오필립과 간호사 정정림이 1932년으로 여행하며 이들은 처음부터 위함한 독립 운동의 현장에 투입된다. 오필립은 이미 천황을 죽이겠다고 다짐한 상태이며 정정림은 선생님의 심부름을 하며 열심히 일을 거들고 있다. 서로가 시간 여행을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들은 서로를 경계하기도 하고 의지하기도 하는 미묘한 관계가 되어간다.

혼란스럽기만 한 그들은 자신들을 시간 여행으로 끌어들인 월광사진관의 주인 해원이라는 사람의 정체를 알게 되고 해원은 그들에게 현실로 돌아가고 싶으면 그가 지정해 준 세 가지 임무를 완수해야만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말한다.

소설은 두 주인공들이 해원으로부터 임무를 받게 되며 이야기는 급물살을 탄다. 무엇보다 이 책의 묘미는 바로 같은 동지이면서 어느 누구도 믿지 못하는 독립군의 심적 부담을 잘 설명해낸다. 일본의 미행과 감시, 같은 동지간에 이간질 시키는 일본의 만행 속에 시간 여행자인 오필립과 정정림마저 서로 의심하게 되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그 당시에 독립운동이 결국 일본과의 싸움만이 아닌 동지들과의 싸움이자 결국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걸 이 소설은 잘 보여준다.


밀정이 된 사람들은 과연 몇몇 개인의 문제였을까요?


현실로 돌아갈 방법을 추궁하는 필립에게 해원은 질문한다. 밀정이 과연 개인의 문제였겠느냐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같은 조직 안에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조심해야 하고 옆의 동지까지 믿을 수 없는 극도의 심리 싸움을 해야 하는 독립군. 밀정은 그렇게 한 조직을 해체할 수 있는 위험한 존재들이였다.

소설은 빠른 전개와 함께 두 주인공들이 어떻게 현실로 돌아갈 수 있을지 궁금함에 쉽게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소설이다. 비록 그 시절 시간이 더디 흘러갔지만 이 힘든 싸움을 해 나간 독립운동가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었다는 사실 또한 알려주는 뭉클한 감동까지 선사해준다.

다시 한 번 나에게 물어본다.

"만약 과거로 간다면, 당신은 독립운동을 하시겠습니까?"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내 대답은 글쎄이다. 왜? 오필립과 정정림의 살얼음판 같은 독립운동의 현장을 감당하고 견뎠지만 나는 과연 감당할 수 있을지는 나 역시 시간연행을 해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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