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욕 없는 출산 - 우리는 출산을 모른다
목영롱 지음 / 들녘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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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굴욕 없는 출산』 에 대해 서평을 쓴다면 나는 이미 자격 상실이다. 서평의 기본 조건은 객관성을 담보로 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읽으면서 느꼈다. 전혀 객관적일 수 없다고. 책을 읽으며 순간순간 느껴지는 나오 해묵은 감정들이 저자의 글과 함께 치밀어 올라와서 읽는 내내 힘들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에 대해 객관성을 상실했다.

출산.. 우리나라만큼 출산을 미화하는 나라가 있을까? 드라마에서는 임신과 출산 그리고 모성에 관한 순간을 기쁨의 순간으로 묘사한다. 하지만 실제 겪어본 사람들은 안다. 임신부터 출산 그리고 엄마로 사는 평생 여자에게는 얼마나 큰 희생을 담보로 전제되어야 하는지 말이다.

『굴욕 없는 출산』의 저자 목영롱씨는 나와 비슷한 나이에 결혼해 나처럼 늦깍이 엄마이다. 다만 차이점이라면 저자는 단태아이고 나는 쌍태아라는 점만 다를 뿐. 저자는 임신을 한 순간부터 진료를 받는 내내 깨닫는다. 출산에 관한 정보가 너무 없음을. 그저 의사가 따라하라는 대로만 해야 하는 일방적인 진료, 임신의 당사자이지만 임산부의 안전보다 아기의 안전만 중요시되는 사회의 모습, 이 일방통행인 진료와 아기 위주의 진료와 출산이 임산부들에게 생명을 담보로 한 행위라는 걸 저자는 임신을 하며 알게 된다.

임신부터 출산까지 그 주체자인 여자가 배제되어 있는 의료행태. 저자는 분노했고 수치심을 느꼈다. 그래서 그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고 그 결실이 바로 이 『굴욕 없는 출산』이었다.


엄마가

어디까지 더 힘들어야

신생아를 충분히 위하지 못하고 있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저자는 출산 후 지친 몸으로 겨우 잠에 들었지만 금새 다시 깨어나야 한다. 조산사가 저자에게 젖을 물리라고 깨웠기 떄문이다. 저자가 죽다 살아난만큼 고통을 겪고 회복이 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무조건 이제 세상에 나온 아기 위주이다. 엄마가 되는 순간 여자는 삶의 가장자리로 치우쳐진다.

나는 저자와 달리 제왕절개를 했다. 저자가 느낀 출산의 고통은 없었지만 출산 후유증은 모든 산모가 마찬가지이다. 내가 당황스러웠던 건 아직 회복도 안 된 나를 병원에서는 쌍둥이 수유 방법을 알려준다며 아이들을 데리고 왔을 떄였다. 나는 아직 힘든데 병원도 그리고 옆에 있던 시어머니도 중요하지 않았다. 시어머니는 오히려 젖이 잘 나오지 않는 내 몸을 보시며 빈 공갈이라며 혀를 쯧쯧 차며 못마땅한 눈치를 보내셨다. 나는 출산을 한 순간 아이를 키우기 위한 도구로 전락되어 버린 느낌이었다. 왜 모든 여성들은 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몸 건강은 챙기지 못하는 걸 당연시하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 이름을 모성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며 숭배한다.


국가를 지탱하기 위해,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가장 먼저 동원되는 가치가

왜 여성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출산이어야 할까?


언론은 매년 수직강하하는 저출산을 운운하며 국가의 위기라고 말한다. 아이들이 많아야 한다고 걱정한다. 하지만 왜 여성들이 죄인이 되어야 하는 것인가? 왜 여성들만의 희생이 전제되는 출산이라는 근시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인가. 이는 국가 뿐만 아니라 가정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를 낳는 여자의 의견은 듣지 않고 사람들은 자신의 바램만을 이야기한다. 시부모들은 결혼했으면 당연히 아이는 필요하다고 강요하고 남편은 출산과 주양육자가 아니므로 아이 하나만 있으면 외롭다고 둘은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의 남편 또한 그 중 하나였다. 둘째를 반대하는 사람은 저자의 커리어와 삶을 걱정하는 친정엄마뿐이다. 아이를 낳자고 하는 사람은 중요한 여자가 잃어야 할 것, 포기해야 할 것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당사자인 여자의 삶은 안중에도 없다. 임신과 출산을 하는 주체는 여자 당사자인데 여자의 몸을 가지고 함부로 말하며 권하는 사람들에 의해 여자의 몸은 공공재로 전락되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굴욕 없는 출산』 을 읽으며 산부인과 첫 진료가 떠올랐다. 임신에 대해 아무 지식도 없던 내가 첫 진료부터 영문도 모른 상태에서 굴욕의자에 앉아 남성 의사에게 다리를 벌려야 하는 그 수치심이 떠올랐다. 왜 그 의자에 앉아야 하는지 어떤 설명도 없이 따를 것을 종용받았던 그 당혹스러움.. 매번 그 의자에 앉을때마다 창피함에 어쩔 줄 몰라했던 나의 감정이 되살아났다. 출산 후 엄마로서 하는 당연하게 강요되는 모성의 굴레 등이 떠올라 순간순간 울컥하곤 했다.

임신과 출산이라는 고통을 왜 신은 남성에게는 허락하지 않으셨는가. 신은 철저하게 여성만의 고통이라는 가혹함을 주셨다. 여성만의 경험이기에 남성들과 타자들은 전혀 아렬고 하지 않는다. 죽다 깨어나도 자신에게 해당되지 않는 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나는 여성들이 아닌 남성들이 더 많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출산이 얼마나 여성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지 그리고 출산과 모성의 신화를 철저히 부서뜨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고통을 함께 나누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문제에 대한 인식이라도 생겼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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