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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 해변
이도 게펜 지음, 임재희 옮김 / 문학세계사 / 2021년 2월
평점 :

《예루살렘 해변》의 작가 이도 게펜은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이다. 이스라엘의 거장 아모스 오즈가 격찬한 작품이라는 책 소개와 최근 읽었던 이스라엘 소설 <우연 제작자들>을 흥미롭게 읽은 경험이 있어 또 다른 이스라엘 작가의 작품을 읽게 되었다.
《예루살렘 해변》은 14편의 단편 소설이 수록된 소설집이다. 그 중 어려운 내용도 있고 쉬운 내용도 있지만 내게 인상 깊었던 내용은 세 편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 단편인 <베를린에서 3시간 떨어진>이라는 소설은 현재 우리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으로 자신의 일상을 자랑하는 현대인의 모습이 이 소설에서 극대화된다. 회계사 타미라는 독일 여행 중인 사진을 올리며 수많은 지인들로부터 부러움과 좋아요를 받는 마이클을 보게 된다. 독일이 아닌 바로 이스라엘에서. 어떻게 된 일인지 의아해하는 타미라에게 마이클은 자신의 비밀을 알려준다. 사실 독일에 없었으며 단지 모두 조작된 것이라고. 잠깐 갔다 와서 사진을 조작하고 꾸며낸 것이라고. 자신은 사람들 눈을 피해 다른 마을에서 집콕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이 말도 안 되는 생활에 타미라가 동참하며 이들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단편 소설에서 마이클과 타미라의 행동은 극단적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상 인스타그래머블 일상을 살고 있는 우리 중 온라인과 실생활과 일치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의문점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내가 알고 있는 지인 중 행복한 부부 생활을 연기하고 맛있는 음식 앞에 사진 찍기 바쁘며 보여주기 일상에 바쁜 우리들의 모습은 어느새 남들에게 꾸미기 위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실제보다 남들에게 보여주고 좋아요 에 집착하는 우리들이 마이클과 타미라를 비난할 수 있을까?
<삶의 의미 주식회사>는 주인공이 어느 날 문득 찾아 온 삶의 의미에 대해 답을 찾던 중 알게 된 <삶의 의미 주식회사>를 찾아가며 시작된다.
삶의 의미 주식회사
단 30일 만에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개인 맞춤형 프로그램
체험 프로그램으로 함께 하면서 주인공은 다양한 체험을 한다.전략 자문가, 심리 치료 등등 많은 경험을 해 보지만 주인공은 답을 찾지 못한다. 확신을 갖지 못한 주인공에게 '삶의 의미 주식회사'에서는 고급 프로그램에 등록할 것을 권유한다. 이 소설 속에 저자가 내린 결론은 바로 답은 가까이에 있다는 점이다. 삶의 의미라고 한다면 뭔가 굉장한 해결방안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답은 누가 알려주는 게 아닌 자신 안에서 먼저 찾아가고 굳이 그 답을 찾지 않아도 우리는 천천히 삶을 누리면서 살아가면 된다는 걸 알려준다.
《예루살렘 해변》 소설집의 가장 큰 하이라이트는 표제작인 <예루살렘 해변>보다 <고객서비스 지침서>였다.
한국과 같이 고객 상담원에게 여러 사연의 고객들의 전화를 받는다. 일반적인 제품 문의도 있지만 때때로 고객들은 자신들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상담원에게는 대기 중인 다른 전화를 빨리 받아야 하지만 도움을 요청하는 고객들의 전화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결국 끊지 못하고 도와주는 고객 상담원들과 고객을 도와주는 고객 상담원들 역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알려주는 재치있는 책이다.
처음 보게 된 이스라엘 작가의 《예루살렘 해변》 의 소설 속 상상력은 재치있으면서도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젊은 작가로서 이스라엘의 삶을 앎과 동시에 우리 주변의 모습 또한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책 뒷부분에 '옮긴이의 말'에 나오는 번역자분의 설명을 듣고 있노라면 책이 더욱 풍성하게 다가올 것이다. 곧 두 번째 소설이 이스라엘에서 출간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과연 어떤 내용일지 기대되는 작가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