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를 세우는 이유는 단순하다. 목표를 세워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공을 차보니 거기에 골문이 있었다‘는 초심자의 행운을 기대하지 말고, 골문을 확인하고 정확히 그곳을 향해 공을 차야 한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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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타일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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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크리스마스가 주는 힘은 크다.

이제 본격적인 추위로 들어섬을 알리는 12월 막바지에 있지만 크리스마스를 떠올릴 때 어느 누구도 추위를 떠올리는 사람은 없다. 한겨울이지만 유일하게 따뜻한 날. 그 날이 바로 크리스마스다. 김금희 작가의 연작 소설집 『크리스마스 타일』또한 크리스마스의 따뜻함을 전하는 소설이다.

 

각각의 무늬가 모여 하나의 큰 모양을 모양을 만들어내는 타일처럼 이 연작 소설집 또한 『크리스마스 타일』 의 짧은 7편의 단편들이 서로 다른 이야기가 아닌 전체를 만들어간다. 첫 번째 단편인 「은하의 밤」의 주인공이자 방송작가인 은하가 마지막 단편 「크리스마스에는」 에서는 조연으로 등장하며 서로의 이야기를 연결시켜준다. 내 삶에서는 주연이지만 다른 이의 삶에서는 기꺼이 조연이 되어주는 딱 우리처럼.

 

사실 우리는 알고 있다. 크리스마스는 특별한 날이지만 그 날을 제외한 다른 날들은 평소와 다르지 않음을.

12월 24,25일 그 이전과 이후는 그냥 평소와 똑같은 날일 뿐이다. 우리를 괴롭히는 문제들은 여전히 힘들게 하고 영화처럼 짠 기적이 펼쳐지는 일은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크리스마스 타일』또한 마찬가지다. 소설 속 풍경은 크리스마스 즈음한 배경이지만 현실은 겨울처럼 춥다.

「은하의 밤」에서의 은하는 유방암으로 휴직 후 다시 복귀한 방송작가다. 오랜만에 돌아온 은하는 아나운서로 입사했지만 방송국의 파행 인사로 예능국으로 쫓겨나 겨우 자리만 지탱하고 있는 오태만을 보게 된다. 바깥에서 방송국의 부당한 처사에 파업 시위를 하는 동료들에게는 비겁한 사람으로, 안에서는 이런 수모를 감당하며 자리를 지키는 한심한 사람으로 찍힌 오태만. 그런 모습이 은하에게도 좋아보일 리 없다.

하지만 살려면 어떻게든 버텨야 하는 일. 오태만과 은하는 다른 팀원들과 함께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게 된다.

 

두 번째 단편 「데이, 이브닝, 나이트」 또한 마찬가지다. 한가을은 영화감독을 꿈꾸지만 현실은 병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버틴다. 오랜 짝사랑을 하는 선배가 있지만 선배의 마음을 얻기란 요원하다. 짝사랑하는 선배 또한 영화감독의 꿈을 잠시 접고 유명 셰프의 유튜브 촬영하는 월급PD로 일하는 힘든 삶이다.

이 소설집에 나오는 인물들의 삶은 이렇게 크리스마스에도 별다른게 없는 우리의 현실 모습이다.

다른 단편 「당신 개 좀 안아봐도 될까요」는 어떤가. 반려견을 세상에 떠나보내고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건만 언니와 오빠는 육아의 짐을 엄마에게 떠넘기기 위해 세미에게 엄마로부터 독립하라고 눈치를 준다. 필요할 때만 엄마를 찾고 자신들 좋으라고 독립을 권하는 언니와 오빠가 얄미운데 엄마는 언니와 오빠 편을 들어준다.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우리의 삶처럼 평범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이 책에서 작가는 크리스마스의 따뜻함을 희미하게 남겨둔다. 암과의 투병 후 외로움을 지키려는 은하에게 쿠바에서의 여행 추억은 다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고 조카와의 연락은 그래도 누군가가 어떤 목적도 없이 함꼐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무능력해 보였던 오태만은 결정적인 순간 바깥에서 떨고 있는 동료들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을 선사해준다.

 

반려견을 떠나보낸 아픔을 잊으려 다른 지인들의 반려견을 만나며 잊고 있던 옛 추억들을 소환하게 되고 자신의 삶을 더 이해하게 되며 그 삶 속에 자신과 함께 했던 반려견과 진정한 이별을 하는 「당신 개 좀 안아봐도 될까요」 그리고 크리스마스에 서로의 평안을 건네는 의미로 사과를 준다는 중국의 풍습에 맞춰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인물들의 모습이 그려진 「월계동 옥주」, 지나간 첫사랑을 떠올리며 새로운 만남을 예고하는 「하바나 눈사람 클럽」 등등. 각자의 소설 속에서 인물들의 일상은 특별하지도 않고 쉽지 않지만 결코 끝이 아님을 이야기해준다. 기적은 일어나지 않지만 그 안에서 현실을 견디어나갈 수 있는 순간을 선물해준다.

 

「데이, 이브닝, 나이트」에서 주인공 한가을이 언젠가 대단한 영화를 찍고 싶어하지만 결국 우리 모두는 각자의 삶에서 영화를 찍고 있음을,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그 자체만으로 대단한 것임을 이야기한다. 그러니 서로 평안하기를. 크리스마스처럼 따뜻함을 잃지 말기를 기원해준다.

 

크리스마스. 때맞춰 도착한 이 선물같은 소설 속에서 나 자신을 다독여본다. 그래. 잘 하고 있어. 너의 삶은 결코 작지 않다고. 그러니 아쉬움보다는 웃으며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맞이하자.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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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을 헤엄치는 법 - 이연 그림 에세이
이연 지음 / 푸른숲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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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을 헤엄치는 법』은 바로 지금이야 구독자 80만명의 유명 그림 유튜버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계시지만

그 전까지만 해도 회사를 퇴사하고 경제적, 정신적으로 힘든 1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젠 더 이상 떨어질 곳도 없을 것 같은 막막함 속에서 수영을 하며 버텨나간 기록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선택 중 하나를 고르라면 저는 회사 퇴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갈 곳이 있거나 계획이 있다면 좋겠지만 어느 것 하나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라면 퇴사가 망설여집니다.

이연 작가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지칠 대로 지친 마음에서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회사를 나오게 됩니다.

그런데 슬픔은 파도처럼 밀려온다고 하는 말처럼 우연히 겹친 이별, 입원 그리고 퇴사까지..

그야말로 도미노처럼 쓰러진 인생의 아픔 속에 인생의 혹한기를 통과하게 됩니다.


 

이젠 조직에 나를 끼워맞추기보다 나에게 소속되겠다는 마음으로 명함을 파고 그림을 그리는 인생을 다짐합니다.

그래서 회사 다닐 때는 잘 할 수 없었던 자신을 위한 행동을 하기로 결심합니다. 바로 '수영'입니다.

매일 할 수 있으면서 저렴하고 재미있는 운동이 바로 '수영' 이였거든요.

저는 수영을 중도에 포기했는데요 수영하면 바로 그 유명한 '음파' 호흡법을 배우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육지에서는 숨쉬기는 가장 만만한 운동이지만 수영에서는 숨쉬기는 가장 어렵습니다. 이 숨쉬기가 이토록 어려워서 과연 수영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마저 들게 됩니다.

뭔가를 배울 때 의외로 자신에게 잘 맞아서 빨리 배울 수도 있지만 의외로 쉽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마치 인생처럼요. 『매일을 헤엄치는 법』 또한 그렇습니다.

숨쉬기부터 시작해서 자유형, 평형, 접영 등 만만치 않습니다.

배움도 그렇듯, 인생도 쉬울 때가 있고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특히 경제적인 궁핍함에서 느끼는 초라함은 사람을 무기력하게 합니다. 에어컨도 없는 더운 여름, 매트리스도 젖고 갈 곳도 없는 막막함 속에서 작가는 소리지릅니다.

"이게 뭐예요? 제가 무슨 죄를 지었어요!"

"정상화 …… 정상화하고 싶어.

우리는 모두 뭔가를 열심히 합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열심히 한 것 같은데 연말이 되어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아무 것도 이룬 게 없는 것 같아요.

그런 때 마음이 무너져 내립니다. 모든 걸 포기하고 싶어져요. 자신이 해 온 게 모두 부질없는 것만 같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나는 멈춰 있지 않아.

그거면 된 거다.

 

저는 이 말이 너무 위로가 되었습니다.

사실 블로그 글쓰기를 열심히 하지만 이웃은 도통 늘지 않고 내가 제대로 한 건가 의구심과 함께 역시 나는 안 되나 보다라는 절망감이 교차했거든요. 그런데 이연 작가는 말해줘요.

나는 멈춰 있지 않았다고. 그러니 그거면 된 거라고요...

뭔가를 늘 시도했고 계속한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요. 그 과정을 사랑하라고요.

저와 같은 감정으로 의기소침해 있는 분들에게 저도 똑같은 위로를 건네고 싶어요.

열심히 하셨으니까 그걸로 충분하다고요. 당신은 이미 충분히 잘 하고 계십니다.

『매일을 헤엄치는 법』에서는 인생의 추운 계절을 통과하는 작가의 기록이니만큼 수많은 갈등과 불안 속에서 수영을 하며 조금씩 인생을 배우며 성장해가는 기록이 나옵니다.

매일 똑같은 수영장을 돌며 반복되는 일상같지만 하루 하루가 쌓여 매일 성장해가고 있음을 알려줘요.

그러니 결코 똑같지 않다고요. 우리가 하는 매일의 몸부림이 어느 순간 돌이켜보면 성큼 성장해 있는 자기 모습을 발견할 거라고요!

 

똑같아 보여도 그 안에서 우리는 매일 달라져 있어.

그래, 우리도 매일을 살면서 조금은 달라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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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돈 버는 법에 관한 이야기 - 서민갑부 고명환의 생각법, 독서법, 장사법
고명환 지음 / 라곰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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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개그맨보다 사업가로 유명한 고명환씨의 책 『이 책은 돈 버는 법에 관한 이야기』는 바로 이 질문으로부터 시작한다. 

 

나는 얼마짜리 사람인가 ?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해서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다. "나는 내가 버는 월급의 밥값을 하는가?" 

하지만 저자 고명환씨가 던지는 이 질문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저자가 던지는 그 질문은 바로 내가 나 자신을 아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우리를 이끈다. 그리고 그 질문에 우리가 답을 했다면 다시 묻는다. 

내가 대답한 액수에 충분한 삶을 살고 있는가? 

아니면 부족한가? 더 벌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자리에서의 삶, 자기 자신의 현 위치, 내가 누구인지를 정확하게 안 후에서야 비로소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음을 강하게 이야기한다. 

 

저자는 책 제목에서부터 과감하게 이 책은 돈 버는 법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흔히 재테크를 생각한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처럼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주며 돈 버는 방법을 이야기해줄 것을 기대한다. 하지만 고명환씨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바로 여기서 고명환씨는 앞서 '나는 얼마짜리 사람인가?'라는 질문 다음에 '어떤 가치를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을 하도록 한다.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왜 장사를 하는가라는 질문에

나는 어떤 가치를 만들 것인가로 답하라. 

지금 당장 이 질문의 답을 만들기 시작하라. 

 

돈을 벌어서 부자가 되겠다는 단순한 욕망에서 벗어나 고차원적인, 이타적인 가치를 만들어 실행하는 장사. 그것이 바로 '끌어당김'의 원칙을 만들어낸다.  

책에서 고명환씨는 끊임없는 질문을 던진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서부터 "왜 돈을 벌려고 하는가?" "가치가 무엇인가?" 등등.  이 질문들 앞에서 읽는 독자는 당혹해할 수 밖에 없다. 돈 버는 법에 관한 이야기라고 해서 답을 찾기 위해 책을 들었는데 왜 질문을 하지? 

하지만 읽으면서 알 수 있다. 질문을 생각하고 답을 해 나가는 과정에 답이 있다는 것을. 

바로 답을 찾는 과정에서 독자 스스로 생각하게 한다. 생각하는 과정이 바로 돈 버는 과정임을 저자는 말하며 그 생각은 바로 독서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IT 기술이 발달하며 SNS가 생겨나고 여러 미디어의 등장으로 남의 생각을 그냥 스폰지처럼 흡수하고 있는 시대에서 우리는 생각하지 않는 자들이 되어간다. 생각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생각하는 자들의 지배를 받게 되는 건 당연지사다. 

 

당신은 두 시간 동안 계속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이런 경험이 없는 사람과

매일 새벽 두 시간씩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둘 중 누가 더 많이 벌겠는가? 

생각의 차이가 곧 수입의 차이인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저자가 여려 책을 읽으며 자신이 '메밀꽃이 피었습니다'라는 메밀국수 집이라는 장사를 만들기까지 어떻게 책으로부터 인사이트를 받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다른 생각들을 행동으로 만들어가는지 유용한 팁을 제시해 준다. 가령 사마천의 <사기 열전>에서 나오는 글을 참고하여 자신의 가게도 20% 이익으로 정하며 실천하고 <도요타의 원가>에서 알려주는 원가 기획 단계를 보고 자신의 사업장의 원가 기획을 정확하게 산출해내며 사업을 기획한다. 

책을 그저 읽는 것이 아닌 자신에게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그 생각을 실천하는 그야말로 읽기 -> 생각-> 실천의 선순환이 그의 삶을 만들어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과연 돈 버는 법에 관한 이야기인가? 맞다. 그리고 그보다 돈이 벌릴 수 밖에 없는 필연적인 원칙을 이야기하는 책이라고 설명하는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고명환씨의 아내 임지은씨가 고명환씨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당신처럼 행동하면 실패할 수가 없겠다." 

맞다. 고명환씨는 그런 방법을 알려준다. 실패할 수 가 없는 원칙. 그 원칙을 알려준다. 그러기에 이 책은 가까이 두고 계속 읽을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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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뎌진 감정이 말을 걸어올 때
김소영 지음 / 책발전소X테라코타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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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시작하자 주위에서 묻습니다.

 

" 작가 되려고 해?"

 

남편 또한 못마땅해합니다. 돈이 되는 실용서나 아이 육아서는 보지 않고 문학이나 에세이만 본다고요.

사람들은 책을 읽는다는 것에 대해 작가가 되거나 아니면 돈을 벌기 위한 정보성 위주로 생각을 하곤 합니다.

단지 이야기를 좋아하고 책 속의 문장을 좋아하는 것인데 목적을 부여하고 의미를 찾으라고 할 때는 곰곰히 생각해봅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에 대해서 거창한 목적이 있어야만 할까?

 

그런 의미에서 당인리 책 발전소로 유명한 저자 김소영씨의 에세이 《무뎌진 감정이 말을 걸어올 때》는 제 질문에 답을 해 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나운서에서 퇴사 후 서점 1,2호점을 내고 워킹맘으로 살아가면서 흔들리거나 감정이 무뎌질 때마다 김소영 저자는 책이라는 우물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감정을 길어올립니다. 자신이 운영하는 종이책 구독 서비스로 책을 소개하는 책편지를 통해 자신의 감정과 또 다시 직면합니다. 그리고 . 함께 이 감정을 느껴보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레 말을 건넵니다. 좋은 것은 나누고 싶은 저자의 마음. 이 책 너무 좋은데 함께 읽지 않을래요라며 편지를 건넵니다.

 

이 책은 처음부터 읽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제목 그대로 자신의 감정에 따라 목차에서 선택하며 읽어도 됩니다.

용기를 내고 싶을 때, 또는 누군가가 그리울 때, 다정함을 느끼고 싶을 때, 또는 사랑에 대해서 회의가 들 때,

목차를 보고 그 부분을 읽다보면 신기하게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 또는 옛 사건과 얽힌 감정이 떠올리며 그 사건을 이해하게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책을 통해 저자의 무뎌진 감정이 살아나는 경험이 저자의 글을 통해 그 감정이 이해가 될 수 있어요.

 

저자가 들려주는 책 이야기 중 저는 <올리브 키터리지>를 보며 엄마를 떠올립니다.

 

그녀가 외로움을 감추기 위해 처절하게 노력하는 모습을 알아챘기 때문일 겁니다.

올리브도 좋은 아내, 좋은 엄마, 좋은 이웃이 아닌 채로

살아간다는 사실이 정말 외로웠을 거예요.

 

남들이 보기엔 괴팍한 중년 여성 올리브. 질투도 많고 남의 외모와 성격 비하는 기본 뒷담화도 서슴치 않는 성미 때문에 사람들이 가까이 하지 않습니다. 이 올리브를 보며 자기애가 너무 강한 엄마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자기 주장이 강한 엄마. 정이 많지만 감정 기복이 심해서 우리에게 엄마는 큰 섬과 같았습니다. 그렇게 힘들다고만 생각했는데 저자는 말해줍니다. 올리브가 자신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더 외로웠을 거라고요. 마음대로 되지 못하는 자기 자신이 더 힘들고 그만큼 더 외로웠을 거라고요. 그렇다면 엄마도 더 힘들겠구나. 우리가 힘든 게 아닌 가장 힘들고 외로운 사람은 엄마겠구나라며 엄마의 감정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그녀가 가진 외로움은 무척 거칠고 뒤틀린 모양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곤 합니다.

 

계속되는 '올리브'라는 인물의 특징은 엄마를 더욱 이해하게 합니다. 엄마의 외로움의 상처만큼 감정의 모습이 크게 변화되었음을. 그 모습이 바로 상처의 깊이라는 것을요. 이 글을 읽기 전까지 알지 못했던 감정이었습니다. 그 감정을 들여다보며 더 늦기 전에 그 외로움을 함께 이겨내야만 한다고 말해줍니다.

 

저자가 소개하는 또 다른 책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책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 또한 권태기에 있는 자크와 사라 부부의 위기를 보여주며 그 부부 앞에서 저와 남편의 관계를 떠올리게 합니다. 우리의 모습은 어떤 모습인지 비추게 합니다. 이젠 설렘보다는 익숙함만이 남은 관계. 가끔씩 이런 게 맞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남들은 다 그렇게 사는 거라고 말하지만 확신이 들지 않습니다.

 

그런때 저자는 자크와 사라 부부가 위기를 통해 서로 솔직하게 감정을 나누며 극복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서로를 정죄하기보다 그럴 수도 있다고 인정해주며 그것까지 껴안으며 나아가는 모습을 통해 저자는 말합니다.

 

사랑은 권태를 포함한 모든 것까지 온전히 감당하는 것.

그러므로 사랑엔 휴가가 없다고 뒤라스는 자크의 입을 빌려 말합니다.

삶이 '아름다움과 구질구질함과 권태'를 끌어안는 것처럼,

사랑도 거기서 벗어날 수 없죠.

우리는 사랑의 종말이 '권태'라고 흔히 생각하지만,

뒤라스는 사랑은 권태까지도 포함한다고 말합니다.

 

참 이상합니다. 주위에서 다 그렇게 산다고 말할 때는 흔히 말하는 18번지 충고인 것 같은데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듣는 이 이야기들은 그럴 수도 있구나 납득하게 합니다. 사랑이 설렘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여러 감정을 함께 껴안고 나아가는 것이 사랑이라는 걸 알려 줍니다.

 

《무뎌진 감정이 말을 걸어올 때》에서는 이 밖에도 이민자로 삶을 살아가며 소수민족으로 살아가는 자신이 느끼는 큰 감정을 주류 사회에서 우습게 넘겨버리는 일들에 대해 쓴 <마이너 필링스>를 통해서는 지난 20대 시절 호주 워킹홀리데이에서 느꼈던 설움을 떠올리게 하고 돌아가신 엄마의 음식을 그리워하는 <H마트에서 울다>는 엄마의 음식을 떠올리게 합니다. 저자의 감정과 읽는 저의 감정이 함께 폭풍처럼 밀려오며 책의 내용은 더욱 풍성해집니다. 저자만의 감정이 아닌 읽는 이의 감정이 함께 존재하는 책이 되죠. 이게 바로 저자가 전하고 싶었던 최종적인 저자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털털하게 일상을 감내하는 사람들의 글 속에서 위로를 발견해요.

무심해 보이지만 이 이야기를 나에게 해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문득 다정함을 눈치채고, 그런 마음이 담긴 사람의 글을 읽을 때 세상은 살아갈 가치가 있다고 느껴요.

 

자기계발서나 실용서가 아니여도 이런 감정들을 느끼고 위로를 얻는다는 것. 그거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우리의 감정을 누가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 그리고 책을 통해 저자가 느꼈던 그 감정이 독자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조심스러운 마음이 책 속에 느껴집니다. 그저 자신의 감정을 따라 한 챕터만 읽다 보면 자신의 감정과 만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실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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