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라는 직장이 이 세상 조직의 일부로 존재하는 이상,
그런 부조리는 엄연히 존재하고 또 피할 수도 없다. - P155

은행이라는 직장에서 오래 일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고 ‘감정‘과 ‘현실‘의 갈등을 이겨내 항상 일에 적극적인 태도를 유지해야만한다. 하지만 그것은 실로 어려운 일이다. - P173

패배자는 처음부터 패배자였던 게 아니라 스스로를 패배자로 인식하는 순간부터 패배자가 되는 것이다.
- P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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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일록의 아이들
이케이도 준 지음, 민경욱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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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일록의 아이들』이라는 제목 앞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샤일록? 샤일록이 누구지? 인터넷을 검색한다.

아.. 그 유명한 셰익스피어의 희극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유대인 고리대금업자라는 설명에 그제서야 제목이 이해가 간다. "돈만 아는 고리대금업자"의 대명사. 바로 현대판 합법적인 고리대금업자가 아니던가!

샤일록의 후예들 중 하나인 도쿄제일은행 나가하라 지점의 은행원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자와 나오키>의 시리즈가 주로 주인공 한자와에 주목해서 펼쳐진 소설이라면 『샤일록의 아이들』은 은행원 모두의 시점에서 펼쳐진다. 부지점장 후루카와, 지점장 구조를 비롯해 융자과, 업무과 등 조직 내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각자의 배경에 따라 직위에 따라 처한 위치가 다른만큼 조직 내에서 갖고 있는 여러 갈등 들이 그려진다. 그리고 이 갈등이 펼쳐지게 된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실적이다. 이 실적 앞에는 지점장도 부지점장도 자유롭지 못하다. 목표를 채우면 또 다른 목표가 요구되고 목표 미달성시 어김없는 질책이 떨어진다. 이 실적을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 나카하라 지점원들 간에 희비가 갈린다. 그리고 이 실적에 대처하는 방식 또한 판이하다.

 

실적이 요구되지 않는 조직은 없다. 굳이 이 소설 속 나가하라 지점 뿐만 아니라 모든 조직에서 실적은 중요하다. 조직에 속해있는 한 모든 조직원들은 실적 압박을 받는다. 이케이도 준은 이 무서운 실적 앞에서 대응하는 각 인물들의 태도를 더욱 부각시킨다. 특히 은행에서 무려 100만 엔이 분실되는 대형 사고 앞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조직원들의 모습이 그려지며 소설 속 인물이 아닌 실제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지 되돌아보게 한다.

 

100만 엔을 훔친 범인에 대한 퍼즐이 맞추어가며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그 놀라움도 놀라움이지만 이케이도 준은 왜 범인이 이런 행위를 할 수 밖에 없었는가에 주목한다.

 

패배자는 처음부터 패배자였던 게 아니라

스스로를 패배자로 인식하는 순간부터

패배자가 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 있는 건 결국 이 피할 수 없는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가 올바른 사람만이 이 모든 걸 감당할 수 있다. 고졸 출신으로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던 부지점장 후루카와의 경우 이미 패배자였다. 자신이 고졸 출신이라 출세가 느리다는 패배의식은 항상 그를 조급하게 했다. 고졸 출신이라서가 아닌 그의 피해의식이 패배자를 만들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작가의 말대로 조직에 있는 한 실적 압박은 피할 수 없고 부조리 또한 피할 수 없다. 이케이도 준은 도쿄제일은행 인사부 사카이 히로시를 통해 힌트를 안겨준다.

 

은행이라는 직장에서 오래 일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고 '감정'과 '현실'의 갈등을 이겨내

항상 일에 적극적인 태도를 유지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것은 실로 어려운 일이다.


맞다. 실로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 어려운 일을 해내야만 하는 것이 조직에 속해있는 조직원들의 숙명이다.

 

소설 『샤일록의 아이들』은 현대판 고리대금업자인 은행원들의 모습을 비추지만 바로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는 이 다양한 인물들 중에 누구에 속하는지 곰곰히 돌아보게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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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신은 얼마 안전가옥 쇼-트 13
하승민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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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허황된 심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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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신은 얼마 안전가옥 쇼-트 13
하승민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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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을 믿습니다.

숫자를 믿습니다.

숫자라는 신을 믿습니다.

당신이 나의 언어이며 나의 혀입니다.


자본주의 시대는 그야말로 숫자의 시대이다. 주식의 숫자에 요동치고 코인 또는 부동산 시세에 출렁인다.

숫자의 등락에 따라 사람들이 좌절하고 인생이 바뀐다. 숫자 창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그들의 일상이 숫자에 의해 조종된다.

한국소설 《당신의 신은 얼마》 에 나오는 신이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다. 돈. 바로 숫자이다.

이 소설은 두 가지 축으로 이루어진다.

숫자에 온 희망을 던지며 청춘을 바치는 2030세대이자 치킨집 주방에서 일하는 정환과 그를 조종하는 친구 현기.

무법천지인 코인판을 이용해 코인판을 조작하며 서민들의 돈을 착취하는 최닥과 친구들.

하승민 작가는 최닥이 판을 조작하는 과정과 그 과정에 맞추어 정환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단계적으로 보여준다.

돈이 어떻게 신이 되어가는지 알기 위해서 우리는 정환을 이해해야 한다. 가까스로 대학을 졸업했지만 취직도 못하고 치킨집에서 닭을 튀기는 정환. 취업은 포기한 지 오래. 어차피 이 세상은 있는 놈들의 소굴이라고 생각한다. 기대도 없으니 실망할 것도 없다. 그저 이렇게 닭이나 튀기는 인생. 잘 되면 치킨집 사장 정도면 성공한 거라고 생각한다.

정환에게 고등학교 친구 아니 친구를 빙자해 이용하는 동창생 현기가 정환이 현기에게 부탁한다. 누군가를 처리해 달라고. 손을 자르든, 겁만 주든 아니면 죽여도 좋다고. 이유는 말하지 않는다. 그저 집요하게 정환을 유혹한다.

물론 유혹의 미끼는 있다. 현기가 훔친 돈 500만원을 넣은 래더코인의 상승세에 맞추어 한 몫 챙겨주겠다는 것.

처음 300만원에서 래더코인의 가치가 로켓상승하며 현기가 주겠다는 돈도 1억을 넘어선다. 처음에는 절대 할 수 없다는 정환. 하지만 금액이 점점 커져가면서 그는 갈등한다. 어차피 이 세상은 개천에서 용 날 수 없는 세상. 이렇게라도 한 몫 챙겨야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이쪽에는 시장이 없어요.

다들 알면서 뛰어든 도박판이었죠.


정환과 현기가 투자한 래더코인의 조작 세력 최닥. 그는 유력 대선후보에게 자신이 어떻게 코인으로 돈을 벌었는지 이야기하면서 코인 시장을 '도박판'이라고 설명한다. 이 도박판에 뛰어든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하고 기대를 부추겨 들뜨게 한 뒤 결정타를 날리는 세력. 조금만 개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막상 돈이 보이자 그는 더욱 판을 키우는 데 몰입한다. 이 몰입에 아내는 말한다.이미 돈은 많지 않냐고. 그만하면 충분하지 않냐고. 하지만 그는 조금만 더 참아달라고 말하며 코인판에 눈을 떼지 못한다. 자신이 벌인 도박판에 놀아나는 사람들이 우습다. 다 벌어진 판, 이렇게 허무하게 끝낼 수 없다.


그렇다면 사람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작가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부를 획득한 극소수의 사람, 그 희미한 가능성 하나만을 믿고 판에 뛰어든다고. 도박판에서 돈을 잃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듯, 이 시장에서 자신은 괜찮을 거라는 희박한 확률을 믿고 무모하게 뛰어든다.



결국 이 승자는 누구일까? 코인판 조작에 성공해서 떼돈을 번 최닥일까?

소설은 최닥에게도 쓸쓸한 결말을 안겨준다. 이 소설에서 적나라하게 표현했지만 다소 희망을 안겨주려고 한 것일까? 작가는 또한 말한다. 개천에서 용은 죽었다고 지레짐작하고 살아간 정환에게 진짜 희망이 있을 수 있었다고. 하지만 나는 작가에게 묻고 싶다. 정환의 희망 포기는 이미 이 사회에 만연하고 그의 희망 없음은 그의 잘못이 아니라고. 물론 그의 방식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지만 이 사회가 그를 궁지에 몰아넣었다고. 오히려 조작 세력인 최닥의 쓸쓸한 결말이 더 비현실적일 수 있다고 말이다.

소설을 읽어나가면서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내가 정환의 입장이었다면 과연 속지 않을 수 있을까?

절대 자신할 수 없다. 이미 숫자는 신까지는 아니다 하더라도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까.

이제 우리가 답할 차례이다. 당신의 신은 얼마입니까?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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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한 반복이 나를 살릴 거야
봉현 지음 / 미디어창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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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시절, 나는 계획녀였다. 매년 다이어리를 사고 매월, 매주, 매일마다 해야 할 일을 빼곡히 적기를 좋아했다. 공부는 물론이고 운동, 독서, 글쓰기 등 빼곡하게 계획을 세워나갔다. 

처음부터 거대하게 목표를 세우면 그 중 절반은 갈테니 무조건 목표는 크게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때는 몰랐다. 거창한 목표도 좋지만 무리함은 금방 지치게 한다는 걸. 매번 나는 작심삼일도 안 되어 두 손을 들었고 자기 회의감만 일으켰다. 그 회의감이 나를 덮칠 때면 나는 한없이 불행해졌다. 

 

봉현작가의 에세이 《단정한 반복이 나를 살릴 거야》는 그런 나를 반성하게 하는 책이다. 프리랜서 작가로 불규칙한 일정과 수입으로 생활하지만 자신을 지켜나가는 루틴을 만들고 지켜나간다. 그리고 자신만의 루틴을 작가는 "단정한 반복"이라고 정의한다.  거창하게 세우기보다 자신이 행복해질 수 있는 지점을 찾는다. 적당히 게으르고 적당히 먹고 운동하며 무리하지 않는 것. 설사 오늘 지키지 못하더라도 다시 시작하는 것. 그래서 저자는 자기계발의 대가들이 말하는 성공의 지름길같은 공식을 말하지 말고 그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라며 자신이 실천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최선을 다한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아라"같은 크고 무서운 말보다는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 같은 작고 귀여운 말과 함께 

매일 실천하는 힘이 더 크다. 


그동안의 나의 계획들을 돌이켜본다. 매번 매일 글쓰기, 매일 독서하기 등 나에게 무리한 것임을 알면서도 의지력으로 극복하지 못할 게 없다고 생각하며 나를 몰아세웠다. 나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고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아야 한다고 채찍질하고 나를 탓하기 바빴다. 이런 나의 계획이 '단정한 반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봉현 작가는 절대 자신을 무리하게 두지 않는다. 때로는 게으로기도 하고 휴식을 취한다. 몸의 에너지 등급이 높으면 열심히 속도를 내고 에너지 등급이 떨어지는 때에는 자기 몸의 휴식을 허한다. 그리고 난 이후 다시 예전의 루틴으로 돌아간다. 작가만의 단정한 반복을 세워간다. 

 

별다른 일 없이 똑같은 매일, 단정한 반복, 나쁜 일 없는 하루, 

혼자만의 평화, 소소하고 잦은 기쁨. 

내일을 기대하며 잠들고 아침을 맞이하며 기대를 채운다. 

그 기대들은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한도 안에 있다. 

내  손안에 쥐어진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것들.

그 이상은 기대하지 않는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해서, 가능한 만큼만 행복하면 된다.

 

8월, 나는 새벽기상을 시작했다. 예전같으면 나는 여러 목표를 세웠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번엔 봉현작가처럼 나에게 여유를 허하기로 했다. 떄론 실패하고 때론 성공해도 실망하지 않는다. 여유가 되는 대로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일찍 일어나서 시간이 많으면 원래 목표했던 일을 해나가고 늦게 일어나서 30분밖에 없으면 30분안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해나간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다음 날을 기약하니 작심삼일이 아닌 한 달 가까이 목표를 성공해간다.

 

 많은 자기계발 전문가들이  성공하기 위해서 '루틴'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작은 습관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부자습관'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루틴'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빠져 있다. 바로 자신이 행복해질 수 있는 마음이 먼저 우리 안에 있어야 함을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 역시 목표에 실망했을 때 의지박약인 나를 탓하며 왜 나는 이 모양일까라며 비판하기에 바빴다. 습관은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행복하지 않은 습관은 과연 오래 갈 수 있을까? 나를 구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명확한 결과물이 없다 할지라도, 

매일 잠을 자고 밥을 먹으며 하루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매일은 

꾸준하고 성실하며 가치 있다. 

그런 오늘의 나는 언제나 사랑스럽다. 

 

하루를 살아가는 모두의 일상은 반복들로 이루어져있다. 

매일 먹고 일을 하고 잠을 잔다.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행동들을 해 나간다. 어떤 반복이든 무의미하지 않다. 조금만 더 자신을 위한 방향으로 반복해나가기만 하면 된다. 오늘 하루도 수많은 반복을 하고 있는 나에게 잘해냈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그리고 작가만의 단정한 반복이 작가를 지켜낸 것처럼 나 또한 나를 위한 반복들을 새롭게 추가해가고 싶다. 그 조그마한 시도 속에 나는 성장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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