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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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진 작가의 소설 <파친코>의 등장으로 한국의 이야기는 세계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민진 작가는 말했다. "우리가 매력적이기 때문에 한국인 이야기를 쓴다". 역사 소설 또는 드라마를 우리만의 이야기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글을 썼고 증명해냈다. 이것이 또 하나의 신호탄이 되어 또 다른 한국의 역사를 다룬 작가가 탄생했다. 바로 『작은 땅의 야수들』을 쓴 김주혜 작가이다.

 

『작은 땅의 야수들』의 시작은 사냥꾼 남정호의 사냥에서 시작된다.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한 겨울, 집에서 굶주림과 추위에 떨고 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급하다. 빨리 뭐라도 잡아야 할텐데. 아이들이 기대하고 있을 텐데. 하지만 한겨울에 동물들은 모두 겨울잠에 빠져들었는지 도통 볼 수가 없다. 그렇게 사냥감을 찾아 헤매던 그에게 큰 사냥감이 발견된다. 호랑이다. 어린 호랑이. 일제의 무자비한 포획으로 호랑이를 찾기 힘든 이 때 이 호랑이만 있으면 아이들을 충분히 먹일 수 있는 것은 물론 떼돈도 벌 수 있다. 하지만 그는 끝내 호랑이를 떠나 보낸다. 바로 같은 사냥꾼이었던 아버지의 말씀 때문이다.

 

"호랑이가 널 먼저 죽이려 들지 않는 한, 절대로 호랑이를 죽이지 말아라."

 

그렇게 호랑이를 보내고 추위와 배고픔에 쓰러진 남정호. 그는 일본군 일행에게 발견되고 그 중 야마다 대위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다. 마침 산길에서 길을 헤매고 있던 일본군 일행은 남정호에게 산길 안내를 명령하고 산길에서 남정호는 호랑이의 위협으로부터 무리를 구한다. 그 답례로 야마다는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은제 답뱃갑을 몰래 쥐여 주며 힘든 일이 있을 때 자신을 찾아 오라고 말한다.

 

우리는 보통 드라마를 볼 때 드라마 속 등장인물이 서로를 알 수 있는 표식을 언제 상대방에게 보여줄 지 전전긍긍하곤 한다. 가령 헤어진 연인을 알 수 있는 펜던트 목걸이라든가 출생의 비밀을 알 수 있는 어린 시절 옷이라든가. 그것만 보여주면 짠 끝날 것 같은데 그 표식들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저 보는 시청자만 애태울 뿐이다. 소설도 마찬가지다. 야마다 대위가 건넨 은제 담뱃값이 언제 야마다의 손에 들어갈지 긴장을 하며 이야기를 읽게 되는 하나의 축이다. 하지만 드라마의 작가가 비밀을 쉽게 이야기하지 않듯, 소설에서도 이 은제 답뱃값의 이야기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사냥꾼이 이 비밀을 말하지 않은 채 죽고 홀로 남겨진 어린 아들 남정호만이 숨겨진 비밀도 모른 채 간직하고 있을 뿐이다.

 

<파친코>가 선자의 가족 이야기를 중심으로 다룬 가족의 역사를 다룬 대하드라마 성격을 띈다면 『작은 땅의 이야기들』은 박경리 작가의 <토지>와 같은 여러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대하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토지>가 최참판댁을 기점으로 평사리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듯, 『작은 땅의 이야기들』은 평안도 기생인 옥희, 연화 그리고 월향과 그들을 돌보는 사촌이모 단이를 중심으로 그들과 관련된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폭넓게 다룬다. 1918년부터 1964년까지 이 긴 한국의 일제시대와 격랑기를 통과해가는 사람들을 이야기한다.

 

일제 시대의 신문물에 맞게 달라져가는 사회의 모습, 3.1 독립운동은 물론 신문물에 맞추어 점점 궁지에 몰리는 인력거꾼의 모습, 일제 시대에 기생으로서 끊임없는 위협 속에서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기생의 모습, 길거리에서 시작한 하층민의 모습부터 일제 시대 친일의 모습을 하고 부귀영화를 누리는 부유층의 모습 등 각계각층의 모습 속에 전체적인 역사를 보여 준다는 점이 <파친코>와 비교되는 점이자 큰 강점이기도 한다. 물론 그 은제 담뱃값의 비밀은 쉽게 봉인되지 않아 끝까지 애를 태운다는 점이 약점이긴 하지만.

 

이 소설이 일제 시대 독립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할 수 있다. 물론 독립 운동을 하는 인물도 나오지만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주로 독립운동과 거리가 먼 하루를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평범한 인물들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미움 등 살아가는 이야기니까. 이게 무슨 야수들의 이야기냐고 따질 수 있다. 하지만 소설을 읽다 보면 알게 된다. 시시때때로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꿋꿋이 삶을 선택하고 살아갔던 평범한 모든 사람들이 바로 야수였음을. 그들의 삶 자체가 야수와 같은 쉽지 않은 하루 하루의 전쟁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 힘겨운 시대를 통과하며 살아 남은 삶 자체가 야수였음을 알게 된다.

 

모든 인물들이 숨쉬는 듯한 거대한 대하 드라마를 보는 듯한 깊은 여운. 이 장대한 이야기가 바다 건너 미국에 있는 한국계 미국인이 쓴 소설이라는 사실에 다시 한 번 감탄을 하게 된다. <파친코>와는 다른 매력으로 다가오는 이 소설로 우리는 알 수 있다. 한국적인 것이 어떻게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음을. 꿋꿋하게 살아나간 우리 모두의 삶이 바로 감동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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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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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 많으신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이 있다.

"내 이야기를 책으로 엮는다면 책 몇 권을 써도 남는다". 혹은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는 책이다." 라고.

자신의 이야기를 몇 권의 책으로 엮는 사람이 있다. 바로 202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아니 에르노이다.

프랑스 소설가 아니 에르노.

아니 에르노는 자신의 체험만을 쓰기로 유명한 작가로 자신이 직접 겪은 일만을 쓰는 작가이다. 자신의 일생만으로 수많은 책을 써내려온 작가는 '삶이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해냈다.

《빈 옷장》 《세월》 《단순한 열정》 그 외 수많은 작품 중 그녀의 짧은 소설 『한 여자』를 펼쳐든다.

한 여자. 바로 자신의 어머니를 한 여자로 어머니의 일생을 객관적인 시점에서 펼쳐 보이는 이 짧은 소설이기 때문이다. 소설을 펼쳐들며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겨난다. 엄마의 인생을 딸이 과연 객관적으로 쓴다는 게 가능할까?

애증의 모녀관계. 끈끈하면서도 끈끈하기에 더욱 얽어매져 있는 이 모녀 관계가 단순히 한국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비비언 고닉의 <사나운 애착>도 그렇고 미셀 자우너의 <H마트에서 울다> 에서도 모녀 관계는 사나우면서도 다정한 애착을 보여준다. 과연 아니 에르노는 자신의 어머니를 어떻게 써내려갔을까?

나는 어머니에 관한 글을 계속 써나가겠다.

어머니는 내게 진정 중요했던 유일한 여자이고, 2년 전부터는 치매 환자였다.

 

소설은 어머니의 부고로부터 시작된다. 노인요양원에서 삶을 마감한 어머니. 그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룬다.

어머니는 이제 안 계시지만 저자는 글로써 어머니의 삶을 소환한다. 한 여자의 삶을 복기하고 되새긴다.

요양원에서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저자는 함께 방을 쓰던 어떤 여자를 보며 생각한다.

"나는 그 여자는 아직 살아 있는데 내 어머니는 죽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어머니의 부고 또는 질병 앞에서 슬픔과 동시에 떠오르는 건 분노이다. 왜 저 사람은 살아있는데 우리 엄마만, 아빠만 이런 고통을 겪는 것인가. 에세이 <H마트에서 울다>에서 저자도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엄마의 부재 앞에서 동년배의 한국 아줌마를 보면서 분노한다. 짜증이 난다고. 부아가 난다고. 엄마는 세상에 없는데 이 생면부지의 여인은 살아 있다는 사실에 화가 치밀어 오른다. 저자 역시 마찬가지다. 똑같은 방을 쓰는데 왜 우리 어머니만 죽었는가. 다른 사람들은 저자에게 이제 다 끝났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다.

소설 『한 여자』 는 그렇게 어머니의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06년 프랑스 이브토에서 여섯 아이 중 넷째로 태어난 어머니. 엄한 어머니, 다감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났고 그 당시 대부분의 삶이 그러했듯 교육은 겉치장에 불과했던 시대. 산업 혁명 시절과 맞물려 대규모 공장에서 일을 하며 노동자로 삶을 살아가는 어머니의 청년기 시절이다.

여자에게 결혼이란 삶 또는 죽음이었으니,

둘이 되어 보다 쉽게 궁지에서 벗어나리라는 희망일 수도 있고

결정적인 곤두박질로 끝날 수도 있다.

 

한 여자의 삶. 나의 엄마도 그렇고 다른 대부분의 어머니들의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는 이야기가 결혼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쓰여진다. 희망, 또는 추락. 그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한 이야기. 저자의 어머니 또한 그랬다.

현실에 안주하며 정착하길 바랐던 아버지, 더 높은 삶을 갈망한 어머니, 삶은 더 바라는 자에게 선택이 주어진다. 아버지의 안정보다 어머니의 갈망이 더 컸기에 어머니와 아버지는 살던 곳을 떠나 새로운 도시에서 카페 겸 식료품점을 시작한다. 이제 스물다섯의 어린 나이에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해나가는 여자는 말한다.

"날 보고 자갈을 팔래도 팔 수 있었을걸!"

장사 하시는 어머니, 전쟁중에도 어린 딸을 산책시키기 위해 아주 잠깐의 찰나에도 유모차를 끌던 어머니.

한 명의 고객이라도 더 붙들기 위해 변해가는 어머니. 그 어머니의 모습은, 단순히 저자만의 어머니, 한 여자가 아니었다. 바로 우리 시대의 모든 어머니들의 이야기였다. 그렇게 한 여자의 삶은 보편적 여자의 삶을 그려나간다.

저자가 커가면서 자연스레 생기는 모녀간의 갈등. 시간이 주는 괴리. 담담하게 써내려가지만 그 사이의 여백을 딸이라면 느낄 수 있다. 그 여백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지는 딸들만이 알 수 있다.

어머니는 자기 자체로는 사랑받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며,

자신이 주려는 것으로 사랑받기를 바랐다.

 

책을 읽으며 나의 엄마와 저자의 어머니에게서 가장 공감했던 부분이였다.

아니 나는 비로소 엄마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해야하겠다. 매번 내려갈 때마다 차 한 가득 음식을 퍼주시는 엄마. 그것도 모자라 며칠 후 택배 한 상자를 보내오는 엄마. 우리는 극성이라고 말하며 그만 주라고 말한다.

나는 엄마의 표현이 과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서야 알겠다.

그 음식들이 사랑받고 싶다는 반어적인 표현이라는 걸. 사랑해달라는 표현이었음을 이제서야 알겠다.

끊임없는 헌신, 손주들을 돌보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싶어했던 한 여자. 하지만 세월은 한 여자의 희망을 서서히 그리고 급격히 무너뜨린다. 알츠하이머라는 무서운 지우개로 머리 속의 기억을 지워나간다. 한 여자는 그렇게 아이가 되어가고 삶의 마지막을 향해 다가간다.

나는 내 딸이 행복해지라고 뭐든지 했어.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걔가 더 행복한 건 아니었지.

 

기억을 잃어가는 중에도 문득문득 자신이 알지 못했던 한 여자의 기억. 어머니는 삶을 잃어가는 중에도 가끔씩 인식하고 기억했다. 그렇게 삶의 끝자락을 한없이 붙잡았고 마무리해갔다.

이 책에는 어머니의 삶을 최대한 무미건조하게 써내려간다. 제3자의 시선인 것처럼. 감정을 절제하고 한 여자의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듯하다. 하지만 나는 다시 궁금해진다. 딸이라면, 여자라면 이 글들을 건조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나는 그럴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왜? 한 여자의 삶은 나의 어머니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 시대를 이겨낸 수많은 여자들의 삶이기도 했다. 자식을 위해선 뭐라도 하고 살아남기 위해서 카멜레온처럼 변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우리 모두의 삶이었다. 그래서 저자는 '나의 어머니'가 역사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삶이 최고의 이야기'라는 걸 그렇게 증명해냈다.

이 소설을 읽고 아니 에르노의 다음 소설을 읽는다면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를 권하고 싶다.

어머니의 마지막을 지켜나간 저자의 기록이 담긴 이 소설이 저자의 어머니와 저자의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라 믿는다.

 

노벨문학상은 아니 에르노 수상자에 대한 평을 "개인적 기억의 뿌리, 소외, 집단적 구속 밝히는 용기와 임상적 예리함"이라고 말했다. 개인적 기억의 뿌리. 그 시작을 이 『한 여자』로 시작해 보는 것도 꽤 많은 도움이 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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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사랑한 편집자들 - 재테크 책 만들다가 저절로 업행일치 키키
이경희.허주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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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세상 사람들 다 돈을 잘 벌고 있네? 왜 나만 집 없어?

 


서울의 수많은 아파트를 보며 이런 말을 하지 않은 무주택자들이 있지 않을까? 10년째 전세 난민으로 살고 있는 나 역시 매번 전세 재계약할 시간이 돌아오면 어김없이 왜 이 많고 많은 집 중에 내 집은 없는 건지 한숨이 나오곤 했다.


열심히 일하는데 노동 소득으로는 어림없는 내 집 마련. 나와 같이 푸념만 하는 사람도 있지만 더 이상 안 되겠다며 두 팔 걷어부치며 행동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고수가 아니다. 바로 출판사에서 재테크 책을 만들면서 책을 그대로 따라하고 행동한 『돈을 사랑한 편집자』들이다.


『돈을 사랑한 편집자』의 저자 이경희씨와 허주현씨는 출판사 편집자들이다. 출판사 박봉 월급에 두 사람이 마주한 건 집이 없는 현실. 신혼집을 구하면서 동년배의 집주인을 마주하며 돈 없는 자신의 현실이 더 비참하게 다가온다. 같은 해에 태어났는데 왜 자신은 세입자이고 다른 사람은 집주인인가. 회의가 차오른다. 이렇게 일만 하는 게 맞는 걸까? 고민을 하던 그들은 해결책을 찾아 나선다. 어떻게? 바로 자신이 필요한 답을 줄 수 있는 저자를 섭외해 책을 만드는 것이다.


책은 협업작업이다. 원고는 작가가 쓰지만 원고를 다듬고 수정 보완하는 작업은 편집자가 한다. 그러니 편집자가 원고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건 당연하다. 자신에게 필요한 답을 줄 수 있는 재테크 책을 만들기로 한 시작은 좋으나 온통 신세계인 단어를 접하는 편집자는 이 떄부터 본격적인 재테크 공부에 들어간다. 창피함을 무릎쓰고 작가로부터 하나하나 물어가며 재테크의 첫걸음을 뗀다. 책에 배운대로 하나하나 실천해가며 기회를 타고 3000만원에 나온 집을 매수하는 등 본격적인 행업일치에 들어가게 된다.

사람들은 대출받는 것을 두려워했다.

하지만 막상 대출금의 연 이자를 계산해보는 사람은 드물었고,

대출이자와 아파트 상승분을 비교해보는 사람은 없었다.

 

자신이 만든 부동산 책을 하나씩 대입해가며 투자의 길에 들어선 편집자들. 그들의 행보에 주변에서 관심을 보이며 물어보지만 저자들이 깨달은 건 관심만 있지 행동하지 않는 주변의 반응이었다.


자신들은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생각하며 책에서 나온대로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리며 기회를 찾아 아파트를 매수하는 데 성공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려움에 한 발 앞서나가는 데 주저했다.


물론 손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세금 폭탄을 맞기도 하고 집 앞에 절이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한 채 집을 구해 템플스테이하는 심정으로 살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자신이 만드는 책대로 행동하며 나아갔다는 데 있다. 그리고 이 행동들은 다른 길로 나아갈 수있는 용기가 되어준다는 데 있다.


안정적인 것은 가장 불안정했다.

회사는 아무것도 책임져주지 않았고,

결국 회사라는 계급장을 뗴고 나 자체로 경쟁력이 있어야 했다.


 

 어느 연구소에서 실험을 했다. 온갖 물고기를 먹을 것을 주며 여유로운 환경에 있는 물고기와 물고기의 천적이 있는 어항의 물고기를 비교했다. 과연 어느 물고기가 더 오래 살까? 정답은 바로 천적이 있는 물고기였다. 위협상대가 있는 물고기는 살아남기 위해 생존능력을 발휘했지만 배부른 환경에 있는 물고기는 돌아다닐 필요도 없이 받아먹기만 하며 살아남는 법을 잃었기 때문이었다. 가장 안정적인 환경이 가장 위험한 환경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슬프게도 이 비유는 많은 직장인들에게 쓰이는 비유이기도 하다. 우리의 영혼을 갈면서도 매월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의 단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직장인들. 미생의 유명한 대사 '회사가 전쟁터라고? 밖은 지옥이다'라는 말을 진리처럼 생각하며 오늘도 영혼을 간다. 하지만 알고 있다. 이 상황이 영원할 수 없음을. 결국 회사는 '굶어죽지 않을 만큼만' 돈을 주고 우리의 영혼을 갈지만 그 자리에 나오는 순간 아무것도 아닌 무의 존재임을.


영혼을 바치지만 원하는 만큼의 보상이 오지 않는 곳. 원하는 곳에서 일하고 싶은 그들은 고민한다. 그리고 그들의 답은 Go이다. 어차피 불안정한 인생. 자신들이 직접 만들어보자고. 그렇게 자신의 어항을 깨고 창업이라는 길로 나간다. 편집자이면서 재무설계자로, 공동대표로 자신만의 사업을 시작한다. 자신을 위한 가장 큰 투자가 시작된 것이다.


누군가보면 무모하다 할 수 있지만 과감하게 첫 발을 뗸 저자들. 그들을 보며 생각한다. 이들의 행동력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나는 그 이유를 자신들이 만든 재테크 책을 만들고 배우고 행동하면서 얻은 소득이 바로 그 밑바탕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똑같은 책을 읽지만 누군가는 읽는 데 그치고 (바로 나다ㅠㅠ) 누군가는 행동한다. 그리고 그 열매는 극과 극 차이다. 저자들은 행동한 후자였다. 부동산 책을 만들면서 집을 사고 주식 책을 만들면서 테슬라에 투자하며 희비가 극명한 날들이지만 실천하면서 알게 된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매번 일을 벌이는 그들. 떄론 손해도 보고 뒷처리에 급급하지만 그 과정 속에 하나하나 배워가며 오늘도 일을 벌이는 그들. 부동산과 주식을 열심히 보며 어떻게 지속가능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저자들.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는 것보다 아무 일이라도 만드는 게 인생의 진일보하는 길임을 실천을 통해 손수 보여준다.


책을 만드는 사람들. 책을 읽는 사람들. 똑같은 물건이지만 그 결과는 확연하다. 책에 나오는 대로 따라했더니 삶이 달라지는 그들의 여정이 매우 코믹하게 그려져 단번에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곰곰히 생각해본다.


내가 읽은 책들을. 내가 책의 내용을 따라하는 삶인가 아니면 읽고 덮는 데 그치는가. 이제 나도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삶'을 졸업하고 '아무 일이라도 만들어보자'하는 용기가 생긴다. 그래. 아무 일이라도 해 보자.

절망에 주저앉아 있기보다 다만 무언가라도 한다면

나는 인생이 기회를 준다고 믿는다.

기회를 안 주면 또 어떤가. 내가 만들면 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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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스트레인지 보이
이명희 지음 / 에트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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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앞으로도 이 아이를 사랑하고 미워할 것이다.

임신 26주 5일 만에 1.03kg 아이 출산. 오른손을 못 쓰는 편마비와 오른다리 까치발 뇌성마비 판정.

2016년 12월 네 살 아이 원인불명의 뇌손상으로 사지마비와 시력 상실...

상상할 수 있을까? 태어나자마자 장애를 짊어진 아이의 무게만으로도 겨우 적응해 나가는데 신은 또 다른 장애를 주신다. 사지마비와 시력상실. 하루 아침에 달라진 아이의 모습에 온 가족은 넋을 잃는다.

그래도 살아가야 한다. 여전히 한 생명이 살아있기에. 그 생명의 부모이기에.

『마이 스트레인지 부모』는 중증 장애아의 엄마로 살아내기 위한 자신의 모든 것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정답이 없는 삶. 어느 누구에게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이 막막함 속에서 아이와의 동반 자살, 죽음, 이혼, 도망 등 이 상황을 피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리라며 고뇌하던 그 시간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매번 결정적인 순간 삶에 에 대한 미련이었다. 아... 그래도 나는 아직 살고 싶구나라는 걸 발견하며 다시 삶을 계속 이어간다.

그러니까 이건 내가 살아본 적 없는 방식의 삶이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 같은 것이

존재한다고 믿어서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시간이었다.

 

아이가 없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게 있다. 바로 부모의 역할은 절대 익숙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한 살의 엄마는 두 살의 아이가 다르다. 매번 커가며 발달해가는 아이의 상태에 맞춰 부모는 역할을 달리 해야한다. 그 역할은 매번 낯설고 새롭다. 같은 아이임에도 어제의 아이와 내일의 아이는 다르다. 한 가지 위안이 있다면 어느 땐가 아이가 내 마음을 알아줄 거라는 그런 기대라고나 할까?

하지만 중증장애아의 부모는 다르다. 장애는 그 아이의 일부분이다. 평생을 함께하며 평생을 돌보아야 한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아이의 장애를 마주한다. 이 장애 앞에서 이 아이가 내 아이가 아닐거야라는 자기 부정에서부터 회피부터 인정해나가기까지 그 시간은 어느 누구보다도 길고 느리게 흐르기만 한다.

그래도 삶은 살아가기 위한 방도로 유튜브를 찍고 수영을 배우고 클라리넷을 배우고 직업상담사 시험 도전하는 삶 속에 저자는 장애아 엄마의 삶에서 저자 이명희로서 숨을 쉰다. 매우 귀한 이 짜투리 시간들이 저자를 숨쉬게 한다. 다시 현실을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준다.

매일 매일의 삶이 살아가는 것이라기보다 살아가기로 결심하고 다짐하는 삶. 움직이지 못하는 몸에 힘을 주며 고통스러워하는 아이를 보는 게 안쓰럽지만 아이의 장애와 함께 하지 못하고 지켜봐야만 하는 고통.

그 안에서 저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지만 사랑하는 것 뿐이었다.

 

그래야만 네가 버틸 수 있다면, 그렇게 믿고 살면 된다고.

지금 네가 해야 할 일은 그저 아이가 몸을 활처럼 뒤로 휘며

모든 것을 잃어가던 그 끔찍한 모습을 기억해주는 거라고.

그 설명할 수 없는 시간을 혼자 다 겪어내고도

다시 네 곁에 살아 있는 그 아이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그 아이의 모든 것을 완전히 사랑하는 것뿐이라고.

 

답이 없는 삶. 아이의 평생 보호자로 평생 돌봄을 해야 하는 삶 속에서 저자의 분투기. 글과 그림만으로 그 채워질 수 없는 고뇌를 알 수 없다. 차마 이 종이에 담을 수 없었을 그 마음을 여백을 헤아리고 짐작해보려 하지만 솔직하게 고백한다. 감히 저자를 이해한다고, 힘든 거 안다고 말할 수 없음을.

그저 저자가 지인들에게 힘들게 아이의 장애 이야기를 꺼냈을 때 담담하고 담백하게 그저 저자의 일상처럼 받아들였던 것처럼 이 책에 어떤 동정도 아닌 저자의 이야기로 읽어나가는 것 뿐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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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에겐 목표가, 승자에겐 체계가 있다 - P112

1등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은 목표 달성이 아니라 체계를갖추는 것이다.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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