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중독 - 실패 혐오 시대의 마음
롤란드 파울센 지음, 배명자 옮김 / 복복서가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걱정과 직면하도록 도와주는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걱정 중독 - 실패 혐오 시대의 마음
롤란드 파울센 지음, 배명자 옮김 / 복복서가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심리학 『걱정 중독』의 저자 롤란드 파운셀은 책의 첫 부분을 소설가 포스터 윌리스의 말로 설명한다.


우리는 보통 정신력을 강조하며 정신을 다스려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데이비드 포스터 윌리스의 '탁월한 하인'이라는 표현은 맞다. 그런데 '끔직한 주인'이라는 표현은 잘 어울리지 않는다. 정신력을 강조한다면 끔찍한 주인이라고 하는 표현은 웬지 맞지 않아 보인다. 이 책의 제목인 『걱정 중독』은 정신력이 끔찍한 주인일 때 일어난다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걱정과 정신. 어떤 연관관계로 저자는 데이비드 포스터 윌리스의 문장을 인용했을까?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그 중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바로 다음 부분이다.

우리 인간이 너무 많은 생각을 한다는 것.

얼핏 보면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저자는 책 처음부터 한 가지 생각이 꼬리에 꼬릴르 물고 이어지며 걱정에 휩싸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만약 ~라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에 휩싸여서 그 걱정은 또 다른 걱정을 나으며 불확실성에 휩싸이게 된다. 그저 돌멩이만 던졌을 뿐인데 '만약'이라는 걱정은 자전거의 녹을 뗴어내고 '생태계'의 파멸까지 이어지는 커다란 걱정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이게 단지 돌멩이로만 끝나지 않는다. 암이라는 질병을 안 이후부터 몸에 조그마한 이상도 암으로 의심되어 검사비로만 수많은 돈을 쓰는 걱정증에 사로잡힌 헬레들의 이야기 또한 마찬가지다.

왜 그럴까? 왜 의사들이 건강하다고 하는데도 걱정에서 사로잡히지 못하는 것일까?



산업혁명에서 인터넷 시대 그리고 AI의 시대로 넘어가면서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과거 농경 시대에는 단순한 삶의 패턴으로 고정되고 안정된 생활이었던 반면 이제 모든 게 빨리 변하고 불확실한 시대에서는 조그마한 것 까지 모두 결정해야 하는 우리는 생각 과잉을 낳게 된다.

수많은 걱정과 고민을 안고 살아야 하며 이는 직장, 또는 인간 관계, 건강 등 전반적으로 걱정 중독에 휩싸이게 된다는 걸 이 책에서 여러 예를 통해서 알려준다.


걱정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이 질문을 저자는 다른 질문으로 바꾸어 말한다.

왜 우리는 걱정하는가? 위험하기 때문이다. 위험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결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자는 우리가 결정하지 못할 때 정치가 바로 가장 걱정에 고마워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생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이

불가피한 위험들에 잠식당한다.

개인의 의지는 실행력을 잃는다.

생각할 필요가 없어진다.

정치가 특히 고마워할 만한 상황이다.



위험하다는 걱정에 사로잡히면 우리는 올바른 질문을 하지 못한다.

그리고 걱정은 오히려 인간을 무기력하게 하며 실행력을 잃게 한다. 정치가들이 국민들을 가장 잘 조정하는 방법이라는 점이다.

걱정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는 정책을 펴야 할 정치가들이 오히려 더 많은 불안과 걱정을 제시하며 더 불안에 떨게 한다. 위험에 대처하는 방법은 어렵지만 더 많은 걱정에 세뇌되기는 쉽다.

우리나라의 정치만을 살펴봐도 방법은 없이 위기감만 조장하는 정치가들의 행태를 볼 수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정치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일상 또한 마찬가지다.



심리학 『걱정 중독』은 저자가 만난 많은 사람들의 예시를 통해 현대인들이 얼마나 많은 걱정에 사로잡혀 있는지 생생하게 알려준다. 그들의 걱정을 통해 이 걱정에 억눌릴 때 타인 또는 사회가 어떻게 우리들을 조장할 수 있는지도 알 수 있게 해 준다. 다만 아쉬운 건 문제 제시에 대한 부분은 자세한데 비해 해결책은 다소 짧은 감이 있어 아쉽다. 걱정과 불안을 덜어주기는 커녕 더 걱정을 조장하고 그 걱정을 이용하는 현대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며 독자들에게 그 걱정과 직면하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밥 먹다가, 울컥 - 기어이 차오른 오래된 이야기
박찬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로부터 한국인에게 밥은 '정'이었다.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돈은 빌려주는 게 아니라 하면서 콩 한 조각도 나누어 먹으라고 가르치곤 했다. 음식이 오면 서로 나누고 빈 통에 음식을 다시 채워 돌려보내곤 했던 밥. 인간관계는 거의 밥 위주로 이어져 있기에 밥보다 더한 추억을 가진 사물은 없다.

박찬일 셰프의 산문집 《밥 먹다가, 울컥》은 우리에게 잊혀져 가는 오랜 것들을 밥에 대한 추억들을 소환해낸다.


말로는 할 수 없는 밥과 사람들이 있었다.

기억해야 할 사람들 얘기를 쓰겠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죽은 사람이 여럿이다.

혼자서 막걸리를 마실 때면 그들이 더 생각난다. 그 기록이다.



왜 울컥하는가.

그건 서럽기 떄문이다. 왜 서러운가? 그건 그들이 잊힐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또는 지병으로 또는 경제적 변화로 어쩔 수 없이 자의든 타의든 잊혀져가는 사람들이 이 책 속에는 가득하다.

왜 잊혀져 가는가. 그 잊혀져 감의 첫 번째 원인은 바로 마지막을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외국에 유학중이던 저자를 위해 한국에서 큰 고추장 1킬로그램과 마른 멸치를 보내 준 후배.

고마운 마음에 울며 고추장에 비벼 먹으며 정을 나누었지만 지병으로 저 세상으로 멀리 떠나보내야 했다. 아직 한참 일할 나이에 갑자기 떠나버린 후배를 생각하며 박찬일 셰프는 말한다.

사람은 기왕이면 오래 살아야 한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나쁜 기억도 막 쌓아서

나중에 죽어도 아무런 미련을 갖지 않게 하는 게 좋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미워할 나쁜 기억도 없이 미안함과 고마움만 가득한 마음을 남기고 갔기에 더욱 애절한 기억은 이 뿐만이 아니다. 자신이 망해감에도 더 어려운 사정의 거래처 사정에 매몰치 못해서 모든 손해를 감당하고 쓸쓸히 떠나버린 친구를 향해서도 저자는 애통한 마음을 털어놓는다.



왜 잊혀져 가는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잊혀져 가는 사람들이 있다.

잊혀져 가는 것도 슬픈데 자연스럽게 잊혀져 가니 더욱 슬프다. 과거 어르신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던 실비집, 대폿집들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거나 사라져간다. 그래도 그들이 사라져가는 걸 아는 사람도 저자와 아직 몇 안 남은 대폿집을 찾아오는 노인들이다.

힘들게 제빵 기술을 배우며 빵집 사장으로 꿈을 이루었어도 어느 순간 프랜차이즈 빵집에 밀려 본업을 내려놓아야 하는 서러움. 바다 속에서 성게와 전복을 캐내며 바다를 지키는 해녀들 또한 점점 세월의 흐름 속에 점점 줄어든다.

무엇이 잊히는가.

프랜차이즈에 밀려 처음 품었던 꿈과 열정이 사라져가고

우리의 바다와 함께 했던 해녀들의 추억들이 시대의 유물로 사라져 가고 있는 중이다.

어디 그 뿐인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사업체가 음식점인만큼 영세한 사업체가 많은 곳도 음식점이다.

정규직도 버티기 힘든 음식점에서 비정규직 이모들은 제대로 된 대접도 받지 못하는 고통 속에 또한 사라져간다. 이모들과 함께 밥집들 또한 함께 사라져간다.



《밥 먹다가, 울컥》은 잊혀져 가는 것들을 기록해내는 저자의 그리움이 물씬 느껴지는 글이다.

강제로 잊혀지고 있는 그들을 자신의 기억 속에서나마 간직하기 위해 그들과의 추억을 꼬옥 붙잡는다. 그리고 함께 슬퍼해주며 때때로 그들을 방문하며 그들이 아직 있어줌에 감사해한다.

그러므로 이 책은 우리에게 잊혀져 가는 것들을 소환해내는 초대장이다.

함께 기억하고 추억하자는 초대장.

그들이 한 때 존재하고 있었음을 기억해주자고 독자에게 권하는 책이다.

더 이상 울컥하지 않도록

더 이상 울컥한 사람이 없도록 함께 기억해주자는 초대장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편지 가게 글월
백승연(스토리플러스)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들의 마음이 쌓아올린 편지가 사람들을 꿈꾸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편지 가게 글월
백승연(스토리플러스)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힐링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유는 한가지다. 현실을 초월하는 환타지가 펼쳐지는게 싫다.

환상이 펼쳐져야만 위로 받을 수 있다니 얼마나 슬픈 일인가.

백승연 작가의 장편소설 『편지 가게 글월』을 처음 봤을 때 두려움도 비슷했다. 다른 책들과 같이 환타지가 펼쳐지는 거면 어쩌지?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확신했다.

이 책은 환타지가 아니다.

이 책은 순수한 인간들의 선의가 만들어낸 소설이다라는 걸.


장편소설 『편지 가게 글월』 의 배경은 당연히 연희동에 있는 편지 가게 글월이다.

그런데 깜짝 놀라지 마시길...

실제로 연희동에 '편지 가게 글월'이 있고 실제 가게가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되었다!!

소설 속 편지 가게 글월은 단 두 명만이 일한다.

연기자의 꿈을 키웠다가 포기하고 결혼 후 편지 가게 '글월'을 차린 효영의 선배이자 사장 선호

집안의 대들보인 언니가 사기를 당해 잠적하고 그 여파로 찍던 영화를 멈추고 서울로 올라와서 선호의 가게에서 일하게 된 효영.

이 '글월'에는 특별한 서비스가 있다. 바로 옛 시절 추억을 자극하는 '펜팔'서비스.

익명의 수신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편지를 쓰고 또 모르는 누군가의 편지를 읽는다.

소설을 읽다 보면 의문이 생긴다.

특정하지 않은 누구인지 모를 이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누군가의 편지를 랜덤으로 골라 읽는다는 게 과연 도움이 될까?

1초면 전달되는 SNS 메세지가 대세인 시대에 과연 느린 서비스의 편지가 과연 위로가 될까?

가성비를 따지는 요즘, 누가 돈을 들여 편지를 쓰고 누군지도 모르는 편지를 받는다는 말인가?

하지만 이 소설을 읽다보면 오랫동안 놓치고 있던 편지의 미학을 알게 된다.



편지를 받는 수신인이 없는 익명의 누군가에게 보내는 것이므로 이 편지는 자신의 이야기를 쓴다.

가까운 가족이나 지인에게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읽어주는 것만으로 위로를 받을 수 있다.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가장 큰 편지의 아름다움이라는 걸 알게 해 준다.


내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

쉽게 쓰고 쉽게 보내지는 SNS의 메세지와 달리 정돈된 마음으로 보내는 편지 속에 사람들이 위로를 받는다


소설 『편지 가게 글월』 은 뭐니뭐니해도 편지 이야기다.

이 글월 가게를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의 삶과 편지가 쌓여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니까.

하지만 누군가 나에게 이 책에 관해 한 마디를 묻는다면 '꿈'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소설에는 많은 꿈들이 나온다.

오랫동안 고대하며 준비하던 작품을 포기하고 글월에서 일하는 효영.

연기자를 꿈꾸었지만 포기하고 편지 가게 글월을 차린 선호.

성공적인 데뷔작만큼 차기작도 성공시켜야 하는 꿈에 붙들린 웹툰 작가 영광.

회계사로 근무하고 있지만 소설가를 꿈꾸는 회계사 민재씨,

연기자가 꿈이지만 연이은 고배를 마시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힘겹게 꿈을 이어가는 효영의 친구 은채

누군가는 포기할 수 없는 꿈에 힘들어하고 누군가는 꿈을 포기했기에 움츠려든다.

이제 꿈을 포기해야 하는가라는 자괴감 속에서 소설은 말한다.




꿈을 포기했다고 해서 꿈이 사라지는 것이 아님을, 새로운 꿈이 시작되었다고 말하는 순간 다시 꿈꾸는 자가 된다.

그리고 우리 삶에서 꿈 꾸는 것만으로 인생이 얼마나 다채로울 수 있는지 이 소설은 말해준다.

꿈을 가진 사람들이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거 진짜 귀한 거거든요.

힘들지만 세상에서 나를 설레게 만드는 게 존재한다는 거요.


313p


그러므로 이 소설은 계속해서 꿈을 꾸게 한다.

자기계발서에 나오는 꿈과 도전과는 종류가 다르지만 힘든 세상에서 나를 붙잡아 줄 꿈이 있다는 것만으로 살아갈 의미가 있음을 알게 한다.

선의의 마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남의 이야기를 들어줌으로 사람들은 희망을 찾는다.

이까짓 편지가 뭔데..

이까짓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편지가 쌓여 꿈을 갖고 희망을 찾는다.

그러므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고 들어주는 편지는 그 누구보다 힘이 세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