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가게 글월
백승연(스토리플러스)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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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유는 한가지다. 현실을 초월하는 환타지가 펼쳐지는게 싫다.

환상이 펼쳐져야만 위로 받을 수 있다니 얼마나 슬픈 일인가.

백승연 작가의 장편소설 『편지 가게 글월』을 처음 봤을 때 두려움도 비슷했다. 다른 책들과 같이 환타지가 펼쳐지는 거면 어쩌지?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확신했다.

이 책은 환타지가 아니다.

이 책은 순수한 인간들의 선의가 만들어낸 소설이다라는 걸.


장편소설 『편지 가게 글월』 의 배경은 당연히 연희동에 있는 편지 가게 글월이다.

그런데 깜짝 놀라지 마시길...

실제로 연희동에 '편지 가게 글월'이 있고 실제 가게가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되었다!!

소설 속 편지 가게 글월은 단 두 명만이 일한다.

연기자의 꿈을 키웠다가 포기하고 결혼 후 편지 가게 '글월'을 차린 효영의 선배이자 사장 선호

집안의 대들보인 언니가 사기를 당해 잠적하고 그 여파로 찍던 영화를 멈추고 서울로 올라와서 선호의 가게에서 일하게 된 효영.

이 '글월'에는 특별한 서비스가 있다. 바로 옛 시절 추억을 자극하는 '펜팔'서비스.

익명의 수신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편지를 쓰고 또 모르는 누군가의 편지를 읽는다.

소설을 읽다 보면 의문이 생긴다.

특정하지 않은 누구인지 모를 이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누군가의 편지를 랜덤으로 골라 읽는다는 게 과연 도움이 될까?

1초면 전달되는 SNS 메세지가 대세인 시대에 과연 느린 서비스의 편지가 과연 위로가 될까?

가성비를 따지는 요즘, 누가 돈을 들여 편지를 쓰고 누군지도 모르는 편지를 받는다는 말인가?

하지만 이 소설을 읽다보면 오랫동안 놓치고 있던 편지의 미학을 알게 된다.



편지를 받는 수신인이 없는 익명의 누군가에게 보내는 것이므로 이 편지는 자신의 이야기를 쓴다.

가까운 가족이나 지인에게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읽어주는 것만으로 위로를 받을 수 있다.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가장 큰 편지의 아름다움이라는 걸 알게 해 준다.


내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

쉽게 쓰고 쉽게 보내지는 SNS의 메세지와 달리 정돈된 마음으로 보내는 편지 속에 사람들이 위로를 받는다


소설 『편지 가게 글월』 은 뭐니뭐니해도 편지 이야기다.

이 글월 가게를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의 삶과 편지가 쌓여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니까.

하지만 누군가 나에게 이 책에 관해 한 마디를 묻는다면 '꿈'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소설에는 많은 꿈들이 나온다.

오랫동안 고대하며 준비하던 작품을 포기하고 글월에서 일하는 효영.

연기자를 꿈꾸었지만 포기하고 편지 가게 글월을 차린 선호.

성공적인 데뷔작만큼 차기작도 성공시켜야 하는 꿈에 붙들린 웹툰 작가 영광.

회계사로 근무하고 있지만 소설가를 꿈꾸는 회계사 민재씨,

연기자가 꿈이지만 연이은 고배를 마시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힘겹게 꿈을 이어가는 효영의 친구 은채

누군가는 포기할 수 없는 꿈에 힘들어하고 누군가는 꿈을 포기했기에 움츠려든다.

이제 꿈을 포기해야 하는가라는 자괴감 속에서 소설은 말한다.




꿈을 포기했다고 해서 꿈이 사라지는 것이 아님을, 새로운 꿈이 시작되었다고 말하는 순간 다시 꿈꾸는 자가 된다.

그리고 우리 삶에서 꿈 꾸는 것만으로 인생이 얼마나 다채로울 수 있는지 이 소설은 말해준다.

꿈을 가진 사람들이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거 진짜 귀한 거거든요.

힘들지만 세상에서 나를 설레게 만드는 게 존재한다는 거요.


313p


그러므로 이 소설은 계속해서 꿈을 꾸게 한다.

자기계발서에 나오는 꿈과 도전과는 종류가 다르지만 힘든 세상에서 나를 붙잡아 줄 꿈이 있다는 것만으로 살아갈 의미가 있음을 알게 한다.

선의의 마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남의 이야기를 들어줌으로 사람들은 희망을 찾는다.

이까짓 편지가 뭔데..

이까짓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편지가 쌓여 꿈을 갖고 희망을 찾는다.

그러므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고 들어주는 편지는 그 누구보다 힘이 세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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