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위가 휙 던져젔다. 그는 과장이라는 명함을 달고 있는, 예순이 넘은 남자다. 그리고 그의 생일은 오늘이다. 귀찮아서 생일은 챙겨지고 싶지 않다고, 그가 진작 이야기 했었다. 그런데, 막상 그냥 넘어가자 그가 섭섭했었나보다. 그는 종종 자신의 기분을 이런식으로 표현한다. 화분을 던지거나, 책상위에 연필꽃이를 던지거나, 가위를 던지거나.. 급하게 나가서 책을 두어권 샀다. 덕분에 은교도 질렀다. 그리고 생일 축하드린다는 쪽지와 함께 건냈다. 그제서야 싱긋 웃는다. 다시 말하지만, 그의 나이는 예순이 넘었다.  

2. "Y야 사탕 먹을래?" "H 사탕먹어.." "k야 사탕줄까?' 그러더니만, 내이름은 쏙 빠져 버린다. 그녀는 마흔이 넘었다. 고작 사탕 한알 가지고 나에게 불쾌한 감정을 표현한다. 차라리 니가 맘에 안든다고 직설적으로 말했으면 멋져보이기나 했을텐데, 몇일전  업무상 일로 한번 치받은 후부터, 저렇게 사탕한알, 껌 한개, 간식 조금 가지고 티를 내고 있다. 처음엔 나도 몰랐다. 사실.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주변에서 먼저 눈치채고는 조심히 말을 건냈다. "S계장님 자기한테 화났나봐. 그냥 한번 미안하고 해." 아.. 유치하다.. 다시 말하지만, 그녀의 나이는 마흔이 넘었다.  

3.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쏙 빠져나가는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저정도면 정말 재주다. 결국 남겨진 내가 이래저래 몽창 뒤집어 쓴것도 모자라 뒷처리까지 하게 됐다. 차라리 나중에 미안하다 내가 술한잔 사마 하면 끝났을 일인데, 그걸, 다른사람들에게 돌려 이야기 한다. "따라가 이번에 나때문에 많이 깨졌잖아. 미안해 죽겠어." 스쳐지나가면서 그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내가 지나가는 걸 보고 꺼낸 이야기 인것도 알고 있었다. 그녀의 나이는 올해로 서른 아홉이다. 14살 이나 먹은 그녀의 아들래미와 술이라도 한잔 해야 하나보다.  

4. 애들한테 이런 대접 받고 일  못해 먹겠다고 말한 그녀의 나이도 마흔이 넘었다. 새까맣게 어린애들이 무시하는것 같은 기분이 들었을 수도 있고 그때문에 자존심 상했을 것도 이해 하지만, 그녀는 어린애들에게 무시당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건 눈꼽만큼도 없다. 어린애들보다 아는것도 적고, 이바닥 경력도 적고, 업무 능력도 떨어지지만, 대접은 받고 싶어한다. 그리고 조금만 무시 당했다 싶으면 쪼르륵 팀장님께 쫓아가 눈물콕 콧물콕 해가면서 대접타령을 한다. 덕분에 나는 종종 팀장님에게 불려가 "니가 잘 좀 해 드려"라는 소리를 듣곤 한다. 그녀는 나의 어머니와 4살 차이밖에 안난다.  

5. 새까많게 어린놈의 새끼가 야, 너  하면서 반토막짜리 말을 해댄다. 그려려니, 하며 넘어가 줄 수도 있고, 짜식 귀엽네 할 수 도 있는 부분인데.... 나는 열이 받는다. 나도.. 아직은 나이값을 다 하면서 살고 있는건 아닌것 같다.


댓글(21)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10-07-17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을 거 가지고 유치떠는 놈(X?)이 젤 나뻐!

꿈꾸는섬 2010-07-17 14:30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정말 나빠!!

따라쟁이 2010-07-19 12:05   좋아요 0 | URL
ㅋㅋ. 네 젤 나뻐요. 젤 치사하기도 하고

꿈꾸는섬 2010-07-17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나이값 좀 잘 하고 살고 싶은데 그게(긁적긁적) 잘 안되더라구요. 마냥 아이같은 뭐랄까 아직 철이 덜 들었어요.ㅜ.ㅜ

따라쟁이 2010-07-19 12:06   좋아요 0 | URL
섬님, 그냥 철이 좀 덜 들어서 귀엽고, 순수하고, 아이같은것과.. 나이값 못하는 한심한 것과는 좀 차이가 있을것 같은데요. ㅎㅎ
섬님은 전자라면, 윗사람들은 후자랄까..

저도 나이값은 못하고 살지만..

루체오페르 2010-07-17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 이거 ㅋ 나이 먹어도 어른이 안된 사람들 많죠. 결혼하고 자식 다 있더라도...
그런데 새까맣게 어린사람이 야,너 한다는게 이해가 안되네요;;
수고가 많으시네요,에공...

따라쟁이 2010-07-19 12:07   좋아요 0 | URL
새까맣게 어린사람은 뭐.. 공적인 관계보다, 사적인 면이 더 많아서 그려려니 하고 넘어가게 될 때도 있어요. 그런데.. 이번녀석은.. 좀 더 새까맣게 어렸달까? ㅎㅎㅎ

수고랄게 있나요. 다들 돈 벌고, 밥 먹고 사는게 전쟁이죠

L.SHIN 2010-07-17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아..전형적으로 재수없는 인간상이로군요. -_-

2. 나는...아무리 싫은 사람이라도 같은 부서내에 있으면 먹을 거 만이라도 챙겨주는데.
딱히, 정이 있어서가 아니라...먹을 것 가지고 치사하게 구는 게 싫어서..그런데, 상대방은
그런 것이 '미안하다' 혹은 '화해하자'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더이다.ㅎㅎ
정말이지 그 사람은 초등학교 버젼이잖습니까. 사탕이나 껌으로 치사하게...

3. 교활하군요.

4.노력도 안 하고 나이만으로 대접 받으려는 웃긴 현상이 있는, 여기는 한국입니다.ㅡ.,ㅡ

5. 아무리 직급이 있고 반말할 만한 입장이라 해도 '야,너'는 아닌데 말이죠..

아아, 정말 읽고 있자니, 갑자기 더워지네요.
따라님 그런 사람들과 일하는 거에요? 응?

따라쟁이 2010-07-19 12:09   좋아요 0 | URL
1. 아.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2. 네. 아주 초등학교 버전이에요. 그런데 본인은 되게 수준높다고 생각해요

3. 교활도 저정도면 아주 재주에요. 한두번이 아니구요.

4. 개인적으로는 나이들어도 노력하고, 배우고 애쓰는 사람들은 존경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그런 사람들 보면 더 잘해주고 싶고 더 대우해 주고 싶죠. 그런데... 아.. 하여튼.. 여기는 한국입니다.

5. 직급도 없고, 공적이라기 보단 사적인 관계가 좀 섞여 있어요. 그래도 이번엔 좀 새까맣게 어렸다죠.

아.. 갑자기가 아니라 늘 더워요.
저는 이런사람들과 일해요. 네.. ㅠㅠ
그래도 이런사람은 삼분의 일이고 나머지 삼분의 이가 있으니까 ㅎㅎㅎㅎ

자하(紫霞) 2010-07-17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보는 제가 분통이 터지네요.
진짜 나이는 어디로 먹는지...

따라쟁이 2010-07-19 12:09   좋아요 0 | URL
진짜 말입니다. 나이를 어디로 먹는지 베리베리님이 꼭 물어봐 주세요 네?

pjy 2010-07-18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는 둘째치고 지가 조금전 저지른 일은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게 장화신은 고양이마냥 눈을 빛내며 다가오는 사무실의 XX는.....
저 복수하는 타입인데 가만히 있어도 맞을 것이, 매까지 법니다~
요즘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따라쟁이 2010-07-19 12:10   좋아요 0 | URL
불타오르지만 마시고, 한대 치세요 ㅎㅎ
저는 복싱을 다시 배우고자 하는 이유중에 하나를 저 사람들이 만들어 줬어요

비로그인 2010-07-18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가위를 집어던지다뇨! 아무리 그래도 글치 !!

따라쟁이 2010-07-19 12:10   좋아요 0 | URL
가위 뿐만이 아니에요. ㅎㅎ

마녀고양이 2010-07-20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글 잘 써.
읽다보면 빙그레 웃음짓게 하는 것도 능력인듯 해여. 하긴 따라 아가씨는 사람을 포근하고 편안하고 행복하게 해주는 능력을 지녔어요... 사랑스러워.

그런데!!! 누가 그런 사랑스러운 아가씨에게 저러는거야!!! 거기다,, 어린 놈이 반토막짜리 말이라니....... 몽둥이 들구 갈까여?

따라쟁이 2010-07-20 12:24   좋아요 0 | URL
으흠... 개떡같은 띄어쓰기와. 쑥덕같은 마춤법은 어쩌죠? ㅎㅎㅎㅎ


어린놈은 괜찮아요. 옴팡지게 밥값을 물려버렸으니까.ㅎㅎㅎ
그냥 밥 벌어 먹고 살기 힘들다..는 한탄 같은 글이였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열화와 같이 저의 편의 들어주실 줄은 몰랐어요 ㅎㅎㅎㅎㅎ

sslmo 2010-07-20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라쟁이님,부러워요~
님의 글쓰는 재주와 더불어,
이렇게 많은 님의 편이 계시다는 사실이...^^

저도 밥 벌어먹고 살려면 이런 일 종종 있는데,
간혹 남편에게 하소연할 때도 있어요.

제가 원하는 대답은,
"언 놈이야?내가 해결해 줄게 다 데려 와~"
이거거든요.

근데 우리남편의 대답은,
타이핑할려니 열받네요,상상에 맡기겠습니다~

따라쟁이 2010-07-20 17:18   좋아요 0 | URL
으흐흐.. 세상은 그렇죠. 상대는 제가 원하는 대답을 해주지 않을때가 더 많은것 같아요. J군은 제게 냉정하게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그사람을 몰라"

양철나무꾼님도 남편분께 이야기 하지 마시고 알라딘에 이야기 하세요.
모두 양철나무꾼님의 편이 되어서. 누군지 델꾸와 라고 말해줄거에요.
(이건.. 알라딘이.. 남편보다..낫다는.. -ㅁ-;; 그런말은 아니에요 )

yamoo 2010-07-24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저런 사람은 안 만나서 다행입니다~^^

따라쟁이 2010-07-24 07:46   좋아요 0 | URL
아. 그럼요 그건 정말 대행이에요. +_+

가능하다면 평생 만나지 말아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