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리뷰오브북스 13호
송지우 외 지음, 서울리뷰오브북스 편집부 엮음 / 서울리뷰오브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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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와 선거


선거는 민주주의인가? 라는 의문을 갖게 하는 세계의 선거결과들, 합법적인 절차를 통한 전체주의의 복고, 귀환처럼 여겨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 시진핑은 진시황을, 러시아의 푸틴은 차르를 연상하게 할 정도이니, “선거”란 결국 강제된 절차? 합법적인 권력 인정이라는 형식적 절차만을 충족시켜 주는 게 아닌가 싶다. 아울러 민주주의의 유린과 트럼프, 그 역시 수십 건의 범죄혐의로 기소된 상태에서 공화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민주주의와 선거는 전혀 같은 맥락이 아니라 오히려 잘못되면 민주주의와는 전혀 상관없는 선거가 될지도, 2024년 지는 4.10 끝난 22대 국회의원선거, “야대여소”의 결과만 두고 보자면 선거는 민주주의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한 듯 보이지만, 실제 내용은 거대 양당 속에 갇힌 진보진영의 애잔한 모습이 한없이 작아 보인다. 극우냐 우파냐 하는 정도의 차이일 뿐, 이미 진보성향의 정당은 지리멸렬, 축소를 거쳐 이제 정치무대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서리북(서울리뷰오브북스)의 2024년 봄호 특집 “민주주의와 선거”에 실린 5편의 서평, 송지우의 “민주주의는 유권자 때문에 실패하는가<민주주의에 반대한다>(제이슨 브레넌, 아라크네, 2023), 유정훈의 ”민주주의를 선거로 구할 수 있을까“(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스티븐 레비츠키, 대니얼 지블랫, 어크로스, 2018), 하상웅의 ”차별 없는 차이의 인정“, 정희옥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대중”에서 프랜시스 후쿠아먀의 <존중받지 못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그리고 지역 정당의 설립 담론을 정리한 윤현식의 <지역 정당>의 서평 ”양대 정당 독점 정치를 아래로부터 무너뜨리는 법“을 장석준이 썼다. 


한국의 정치지형에서 늘 해묵은 그러면서도 새로운 주제는 정치개혁이다. 거대 양당제도의 개편을 요구하는 여러 담론은 번번이 국회의 담을 넘지 못하고 끝났다. 독일식 정당명부제도도 군소정당의 난립은 정치 불안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한반도의 근본 모순인 분단이 늘 상수로 자리한다. 제왕적 대통령제까지 이어지는 정치구조의 변혁은 어떻게. 아무튼, 거대 양당의 독점구조를 어떻게 깰 것인지를 생각게 하는 장석준의 서평에 눈길이 간다. 이 번 22대 국회의원선거의 결과에서도 보이듯, 


송지우의 ”민주주의는 유권자 때문에 실패했는가“


지은이 제이슨 브레넌은 <민주주의에 반대한다>에서 “우리는 더 유능한 정부를 가질 권리가 있다”라고 주장한다. 그의 문제 제기의 핵심은 잘못된 지식(정보)을 갖춘 유권자가 비합리적인 후보에게 투표한다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데 이바지할 수 있을까?, 


최근 몇 년 사이에 이 말은 우리에게 구체적인 현실로 다가왔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한국의 윤석열 같은 현재 상식(뭐 고정관념이라 해도 좋다)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다. 그가 이런 현상을 염두에 두고 이 글을 쓰지는 않았지만, 그의 문제 제기와 맞아떨어진다. 본디 민주주의에 관한 이해의 관점은 민주주의는 갈등의 연속이며,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듯이, 생물이다. 끊임없이 변화한다. 


브레넌 민주주의 이론에는 악마의 옹호자-다수가 동의하는 의견에 반대하면서 더 깊이 있는 토론을 끌어내는 사람- 역할을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한다. 2016년에 출간된 이 책은 <투표 윤리론>(2011),<강제 투표 찬반론>(2014)과 함께 3부작을 이루는 마지막 책이며, <투표 윤리론>에서 시민 미덕을 행사하는 제일 나은 방법은 정치 밖에 있으며, 시민 대부분은 투표권이 있어도 투표를 자제해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강제 투표 찬반론>에서는 강제 투표가 정당하지 않다고 한다. 이들 주장의 연속성 상에서 이 책의 논의는 민주주의는 완성체가 아님을 전제로 한다. 


에피스토크라시, ‘지식인에 의한 통치’는 하나의 대안일 뿐


이 책에서는 브레넌은 민주주의 대안으로 “에피스토크라시”, 즉 ‘지식인에 의한 통치’을 주장하지만 유일한 대안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에피스토크라시는 플라톤의 철인통치(철학자에 의한 통치)를 연상케 한다. 에피스토크라시 형태의 정부는 공화주의 대의 정부의 정상적인 특징을 대체로 유지한다. 정치 권력은 소수의 집중에서 벗어나, 대중적으로 따라서 힘은 분산되고, 견제와 균형을 이룬다. 물론 법적으로 에피스토크라시는 정치 권력을 균등하게 분배하지 않는다. 법에 따라 지식을 갖춘 유능한 시민은 상대적으로 덜 유능하고 지식이 부족한 시민보다 약간 더 많은 정치적 힘을 갖는다고.


브레넌은 민주주의가 근본적으로 정의롭지 않기에 더 나은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송지우의 서평은 브레넌의 이 책이 사회과학적 방법과 자료를 꼼꼼히 검토하지 않았음을 지적하면서, 논리 비약과 4~6장 사이의 주장점 가운데는 서로 충돌하며 모순마저 보인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에피스토크라시는 어디까지나 대안이라 평가하며, 여기에 가해진 다른 이들의 비판에 관한 반비판을 하기도, 


미국의 민주주의와 선거- 인종차별이 근원?


서평자 유정훈은 스티븐 레비츠키, 대니얼 지블랫의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가 2018년에 쓰여진 점을 전제로 두 정치학자는 2016년 11월 트럼프 당선 직후, <뉴욕 타임스>에 “트럼프는 민주주의에 위협이 되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 후, 이 책을 썼는데 2차 세계대전과 냉전 이후 민주주의 사회에 등장한 독재자들의 공통된 특성을 분석하고, 해당 국가에서 어떤 과정으로 민주주의가 파괴됐는지를 살핀다. 


미국의 모든 문제는 인종차별로 통한다고, 즉 미국 민주주의 규범은 인종차별에 의존해왔다고, 1965년 미국 사회는 완전히 민주화됐다고... 이를 설명하는 부분이 이 책의 핵심인데, 실제 미국의 사고, 불법만 아니면 괜찮다고 생각하는지, 하지만 현실은 어디나 비슷하다. 한국도 유럽 여러 국가도 2차 세계대전 이후의 현상을 추적하면서 이와 같은 결론을... 그 밖에 흥미로운 내용으로 후쿠시마의 “존중받지 못한 자들의 정치학”이 있다. 일독을 권하면서...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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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초 표현 - 사람과 돈이 따르는 센스 있는
아소 사이카 지음, 이은혜 옮김 / 아이템하우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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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돈이 따르는 센스있는 “3초 표현”

 

커뮤니케이션 심리 라이프 코치 아소 사이카의 이 책은 동서고금의 철학자와 사상가들의 삶의 지혜가 녹아 들어있다. 노자의 “자중자애” 세계의 주인공은 ‘나’ 자신이며, 나를 사랑하는 것에서부터 모든 관계는 출발한다는 의미가 녹아있고, “내가 절대적”, 내가 내 중심을 잃어버리고 생활 속의 모든 관계, 직장이든, 친구, 이성, 주변 따위를 포함해서 우선 나를 세우는 바운더리를 구축하라는 심리학적 처방 따위도 소개한다. 이 책의 구성은 5장 체재다.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는 데서 출발하는 인간관계를 3초 안에 바꿀 수 있다는 내용으로 1장에서는 솔직해질 타이밍을 잡아라, 여기서 강조하는 것은 솔직히다. 칭찬보다는 믿음을, 정신건강을 지키는 법을 다룬다. 2장에서는 ‘좋은 친구’ 되기,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좋은 사람이란 탈을 벗어라, 공감 지상주의에서 벗어나라 상대가 나를 인정하게 만들라는 등, 외모, 말씨 등에 관한 것들을 싣고 있다. 3장에서는 상대방의 마음을 울리는 말하기 비범, 사람은 주관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상대의 말과 태도를 내 기준으로 해석하지 말라가 주요한 지적이다. 4장, 듣기 비법, 5장 업무와 성과를 올리는 말하기 비법, 여기서는 역지사지, 이 책의 중심은 말하기, 듣기, 그리고 그 기준이 되는 자신에 대해서 알기 등이 얼개다.

 

이 책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메타인지를 바탕으로 자신을 대상으로 놓고 따져보기 등에서 부감적(俯瞰), 즉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조감도처럼 자신의 인식을 살펴보자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무시당했다는 느낌을 복기해보자. 그저 당했다는 것으로 끝나서는 발전이 없으니, 첫째 인지 과정에 대한 인식, 애초부터 내가 잘못 생각했을 수 있다고 생각해보기, 절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꼬이게 되는 일도 가끔이 아니라 자주 있다. 둘째, 감정적 해결, 세 번째, 현실적 해결, 왜 무시당했는지를 생각해보기, 인간의 자의식이란 틀을 넘어 신의 눈으로 문제를 보면서 ‘이 문제를 풀면 세상이 더 좋아진다.’라는 생각을 품고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 

 

결국은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가”이다

 

이 책의 열쇳말이며 가장 중심되는 문구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가, 이를 위해서는 나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나에게는 어떤 특성이 있는가(특성), 사람들이 보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남에게 비치는 내 모습), 나는 어떤 사고방식을 가졌는가(가치관), 이때 핵심은 나를 완전히 지우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당신의 모습은 우연히 그렇게 만들어진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면서, 앞으로 나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라, 그러면 ~라떼와, 왕년에라는 말은 내 낱말 사전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이니까, 당신 스스로 당신의 모습을 그려가는 것이다. 

이 책은 제목처럼 “3초 표현”을 위해서는 사람에 따라 수십 시간, 아니 수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3초라는 개념이 어떤 건지는 별론으로 하자. 3초라는 아주 짧은 순간, 찰나에 당신의 모습이 다른 사람이나 나에게 긍정, 부정, 혹은 양쪽 모두를 느끼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메시지는 “나는 뭐가 되고 싶은지”,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명확히 정하라는 말이다. 그래야만 제 중심을 잡을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관계 정립에 필요한 말하기, 듣기 등도 상승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 책은 날마다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긴다. 상대에게 무시당하는 일이 허다하다.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고 뒤에 가서 후회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권한다. 또 "자중자애" "나를 지키는 바운더리" "나는 어떤사람으로 살고 싶은가"에 관해서 논한다. 

 

<북코스모스 도서평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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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신라 왕릉실록 - 왕릉 스토리를 통해 읽는 역사의 숨소리
이규원 지음 / 글로세움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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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신라 왕릉 실록


이 책은 왕릉 탐방을 통해 당대의 역사를 추적해보는 히스토리텔링이다. 통일신라는 여전히 혼란 속에. 문무왕을 어어 내란을 수습하고 내치에 전념했던 31대 신문왕, 32대 효소왕, 새로인 중국 발해만에 등장한 고구려의 후예 해동성국 발해, 신라는 33대로 이어지고, 54대 경명왕 대에 이르러 후삼국의 선발주자 후고구려 궁예, 고려 왕건, 견훤군의 침입 소식을 듣고 자결한 55대 경애왕(景哀王)을 거쳐 견훤과 56대 경순왕(敬順王) 순리에 따랐던 왕, 


지은이는 26대에 걸친 통일신라 왕릉을 따라 역사와 문화를 잇는 장정에 나섰다. 이 시대의 행정 체계와 관제를 들여다보면서, 왕권의 부침을 들여다본다. 누구도 찾는 이 없는 곳에 잠든 왕들의 묘, 왕릉은 지은이에게 어떤 말을 전했을까?, 인생무상이었을까, 권력 없이 그저 꼭두각시처럼 휘둘림만 당하다 스러져간 왕은 그에게 무슨 말을 전했을까?, 책 속에 실린 작은 묘비 속에서 왠지 모를 쓸쓸함과 애잔함이 전해져온다. 


이 책 <통일신라 왕릉 실록>은 삼국 왕릉과 조선왕릉 사이에 끼인 통일신라 왕릉, 지은이는 주역과 명리, 사찰 풍수를 당대의 기라성들에게 배웠다. 종교를 다룬 언론사의 풍수 대기자라 소개됐다. 풍수는 죽은 이를 위한 게 아니라 살아있는 위한 것이다. 조상의 묘를 명당에 잡아야 후손의 운이 틘다, 즉 발복한다는 것이다. 조선 후기 대원군의 아버지 남연군의 묘가 이러 저러한 이유로 명당에 들어앉아, 후일 왕이 됐다는 이야기도.


역사 교과서에 실린 통일신라를 연 김춘추 그는 성스러운 피를 물려받은 “성골”이 아닌 절반만 성스러운 피가 흐르는 진골 출신, 거기에 패망 가야국의 왕가의 후예 김유신의 활약으로 통일이 된 삼국, 역사란 가정(假定)이 통하지 않는다지만, 만약 삼국이 서로의 균형 속에서 존재했더라면 어떠했을까?, 부질없는 상상을 해본다. 물론 언젠가는 통일이 되었겠지만, 아니, 어느 한 나라에 정복됐을지도 모른다. 그게 고구려, 백제였다면….


아무튼, 예나 지금이나 정권교체는 피를 부른다. 누군가는 숙청을 당하고, 누군가는 벼락출세하기도 한, 고인 물이 썩듯이 왕권교체는 권력의 재생, 정화, 자가발전의 엄혹한 질서였을까? 


신라 임금 신분의 시대적 구분은 세 갈래다. 성골, 진골, 귀족 시대(37대 선덕왕(宣德王)에서 56대 경순왕까지), 누가 어떤 경로로 왕이 됐고, 또 어떤 과정을 통해 후대로 이어졌는가를, 하나의 긴 이야기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성골이 진골에게 밀려나 귀족이 되고, 와신상담을 꿈꾸며, 진골 또한 귀족들에게 밀려나면서, 통일 후 126년 만에.


지은이가 풍수가라는 이력은 은근히 왕릉이 거기에 선 까닭의 전후를 살피면서 전설 같은 이야기를 들려줄 것으로 기대하기에 십상이지만, 그런 대목은 별로 없다. 그저, 어느 왕이 어떻게. 지금 왕릉은 어디에 있고 어떤 사연이 있는지만을 짧게 소개할 뿐이다. 왕릉 이야기라기보다는 통일신라 왕들의 왕위계승과정과 치세 동안의 주요 사건과 죽음을 알려줄 뿐이다. 간략하고 알기 쉬운 서술이라는 책 표지의 소개말처럼 진짜 그런 것인가 싶기도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적어도 왕릉에 관련된 풍수 비화 등은 말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통일신라 26대 걸친 연대기로 당대의 왕들을 다루고 있으니, 전체 개괄로써는 꽤 의미가 있다. 


신라 헌강왕 때 처용설화가 등장하고, 당나라에서 토항소격문으로 문명을 날렸던 최치원이 신라로 돌아온 것도 이때였다. 처용설화와 헌강왕 치세는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까지 논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역사와 문화를 잇는 것이었다면 말이다... 


적어도 통일신라 시대 모든 왕이 무대의 주인공으로서 주목을 받았던 인기인들은 아니었다. 치열한 권좌 다툼 속에 암중모색하는 반왕파들…. 오히려 통일신라의 흥망성쇠를 이해하는 데는 그 나름대로 도움이 된다. 아무튼, 이 책을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읽느냐, 즉 관점에 따른 독해는 제각각이지만 공통점은 26대 왕과 관련된 일을 적어두고 있다는 점이다. 특정 영웅관이 없이 말이다. 곳곳에 설명된 제도 등은 이 책을 쓰기 위해 꽤 오랜 시간 동안 준비해왔음을 엿볼 수 있다. 우선 가볍게 일독하기를 권한다. 단편적으로 알려진 통일신라 역사를 실록이라는 접근 방법으로 전개하기에 당대의 시대상을 짐작해 볼 수 있다는 점 또한 흥미롭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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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과 손잡은 영어 공부 2 - 영어 단어를 통해 정치·사회·문화·역사·상식을 배운다 인문학과 손잡은 영어 공부 2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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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단어를 통해 인문학을 배우다


지은이 강준만 선생의 <인문학과 손잡은 영어 공부> 시리즈는 꽤 흥미롭다. 이 책은 인문학과 손잡은 영어 공부 2다. 앞으로 계속 나올모양이다. 적어도 격월이면 2개월 1권, 1년에 6권이... 아무튼 먼저 constitution 이란 단어가 전공이나 직업에 따라 어떻게 해석되는지를 보자, 법학에서는 “헌법”이며 건축에서는 “구조”로, 그리고 일반에서는 “체질”로도 해석한다. 왜 이렇게 복수의 의미가 될까?, 이어서 Character의 어원의 유래와 쓰임을, Pesonality와는 어떻게 구별되는지, 쓰이는 맥락이 다른가? 모호한 것들을 시원하게 문장 속에서 각 단어의 쓰임을 통해 확인하자. 우리 사회에서는 캐릭터와 퍼스널의 구별이 모호해서 그냥 섞어쓰지만, 굳이 구별하자면 헷갈린다. 돌아가신 안정효 작가는 캐릭터를 인품으로 퍼스널을 성격으로하고 이 둘을 합친 것을 인성으로 보자고 했다. 


영어를 영어로써 이해하기보다는 우리말로 옮기는 과정에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들도 있다. 언어는 사회의 반영이다. 우리말의 70%는 한자어에서 유래하기에 우선 우리가 지금 쓰는 한자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일본의 메이지 유신기에 외국문물, 법, 정치, 사회, 문화 등과 관련된 개념을 한자(일본어 역시 한자이기에)로 표시했다. 法國,=佛蘭西(음역:불란서), 英國=이기리, 獨國=독국, 伊太利=이태리, 이런 식으로 국가는 사실 이때 생긴 신조어였다. 나라국(國)과 집(家)가 이를 합쳐서 nation에 대응했다. 


이런 유의 낱말이 이제는 일본, 중국, 타이완, 한국에서도 “국가”는 일반명사로, 이른바 사회언어로서 시민권을 획득했다는 말이다. 이러다 보니 개념이 낯설었던 섹슈얼 해러스먼트(sexual harassment)를 원문 그대로 쓰는 경향이 생겨났다. 적어도 사회언어로서 자격을 얻을 때까지, 지금은 성희롱, 성적 괴롭힘 등으로 쓰이지만, 적확하게 섹슈얼 해러스먼트의 개념을 반영하고 있는지는 다소 의문이다. 아무튼, 비슷한 범주에서는 이해되나, 그대로 담을 수 있는 대체어를 찾기 곤란한 탓도 있다. 


한편으로는 원문을 그대로 쓰는 것이 개념을 명확하게 할 때도 있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우리말 글 속에 뒤섞인 외국어, 외래어, 뭐 일본도 비슷한 상황이다. 한 때, 일본 국회에서 정부 관계자가 나와 국정 질의에 관한 답변을 할 때, 말은 일본어인 듯한데, 절반 이상이 영어 단어의 나열이었다. 글로벌, 월드, 콘셉트, 따위가 마구 뒤섞여 나온다. TV를 통해 생방송을 보는 국민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뭐, 일부러 못 알아먹게 할 의도였을까 하는 의심조차 들기도 하지만….


이제 우리 사회도 별반 다른 것이 없게 됐지만, 셀프서비스, 셀프코너 등은 콘셉트 따위 역시 정확, 적확한 개념과 대응하는 단어를 찾기 곤란할 때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영어가 성공인 시대 성공이 인격마저 결정하는 세태. 지은이는 아는 것이 무기란 말을 하는 듯하다. 아마도 이 말은 “영어가 필요 없는 나라”라는 한 신문의 칼럼에 나오게 된 배경을 살핀 듯한데, 


이런 환경 가운데, 이 책은 영어권에서 쓰이는 개념에 관한 이해의 폭을 넓혀줄 수 있을듯하다. 발상이 꽤 참신하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참신하다. 지은이는 영어 공부를 인문, 사회과학적 지식이나 교양과 접목하는 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영어 공부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더욱 당당하고 설득력 있게 논하고 전파할 수 있다고 보기에 그러하다. 


이 책은 7장 체제이며, 1장에서는 나이, 죽음, 부, 일, 행복, 2장에서는 고객, 광고, 악, 거짓말, 정직에 관련된 문장 속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를, 3장에서는 공동체, 군중, 문화, 자유, 지식인을, 4장에서는 용기, 목적, 경쟁, 적, 전쟁과 관련된 단어를, 5장은 뉴스와 저널리즘, 언론, TV, 미디어를, 6장에서는 정치, 권력, 민주주의, 대통령, 리더, 7장에서는 진보, 종교, 정치적 올바름, 각성, 취소에 관련된 문장을 싣고 거기에 지은이 생각을 적었다. 한 대목을 살펴보자. 


자기비판은 민주주의의 비밀무기(democracy)


민주주의의 ‘인민에 의한 지배’(rule by the people)라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나온 말로 민중과 통치의 합성어다. 이 말은 엘리트의 지배의 반대 개념으로 영어에선 16세기부터 사용됐다. 그간 참여 민주주의는 민주주의 이상으로 예찬 되기도 했지만, 지금의 우리 사회 현실처럼, 참여가 과잉이거나 계층, 세대, 성향별의 참여 불균형이 나타날 때 많은 부작용이 나타나는 민주주의 역설(paradox of democracy)에 부닥치게 된다. 


영국의 역사가 토머스 칼라일(1795~1881)의 말을 인용한다. 


    “Man is sent hither not to question, but to work: The end of men, ‘it was long ago written’ is an Action, not a Thought (인간은 세상에 질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하기 위해서 보내진 것이다. 즉, 인간의 목표는 오래전에 말해진 것처럼 ‘사고가 아니라 행동이다’.”(198쪽) 


칼라일은 바로 이런 이유로 느려터진 의회를 참지 못하고 민주주의를 혐오했다. 그는 인간이 강력하고 단호한 방식으로 통치받을 수 있다면 그에 대해 감사해야 한다고 19세기의 인식이다. 


영어 문장을 읽고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 하는 답을 보여준다. 즉, 맥락에서 해석할 것이라는 말이다. 이렇게 원문을 접하고 읽어보면, 그 느낌을 알 수 있다. 이런 맥락은 박홍규 선생이 번역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 앞부분에 무려 80여 쪽이 넘는 번역이란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적은 글에서도 볼 수 있다. 제2의 창작이라는 번역은 관련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는 사람이 원문을 우리 말로 옮겨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원문과 번역문 그리고 각 단어에 담긴 함의까지를 유추해 볼 수 있어 이른바 입체적 학습이 가능하다. 영어를 익히고, 각 단어가 문장 속에서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원서를 읽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이런 훈련이 필요할 듯하다. 꼭. 이 책에서 새롭게 얻은 단어의 느낌을 기억해두고자 한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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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종의 나라 - 왜 우리는 분열하고 뒤섞이며 확장하는가
문소영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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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종적 정체성? "왜 우리는 분열하고 뒤섞이며 확장하는가"


혼종성이라는 단어는 익숙지 않다. 차라리 하이브리드라면 얼른 이미지가 떠오른다. 하이브리드 승용차지만, 혼종하면 혼혈과 연결 지어지는 것은 고정관념이며, 우리 사회에서 “혼혈”이라는 사회적 평가는 긍정적이지 않으니 말이다. 지은이는 일부러 “혼종”을 강조하는 듯하다. “순혈”이니 “순수”는 상상의 산물이며, 끊임없이 섞이고 융화되고, 거기서 또 새롭게 뭔가가 탄생하는 일련의 과정은 혼종성이 없이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왜 우리는 분열하고 뒤섞이며 확장하는가"라는 화두를 던진, 지은이 문소영은 언론사 문화부장을 지낸 현직 문화전문기사이며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비상임이사로도 활동한다. 미술에서 영화까지, 중앙일보에 '문화가 암시하는 사회' 칼럼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다. 


지은이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보면서 한국의 특수한 상황과 세계의 보편적인 자본주의 현실이 잘 결합한 이야기라고 평한다. 그가 영국에서 공부할 때, 영국이라는 새로운 공간적, 문화적 맥락에서 <기생충>의 흥미로운 지점들을, 그리고 독일 철학자 발터 벤야민의 <종교로서의 자본주의>를 접하면서 기생충과의 연결점을 보게 됐다고. 이른바 한국의 혼종적 정체성을 봤다는 말이다. 


이 책은 한국의 혼종적 상황과 특질을 7가지 주제, 즉 돈, 손절과 리셋, 반지성주의, 하이브리드, 한류, 신개념 전통, 일상의 마이크로 정치, 포스트 코로나와 인공지능으로 풀어본다. 이른바 사회문화평론이라고 불러야 할 듯하다. 


돈은 소인배들이나 탐내는거야,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이들, 


“돈”은 유교 등의 전통 가치관을 자본주의가 대체하는 상황에 관한 것으로 지은이는 <기생충>에서 나오는 대사 “부자니까 착한거야”라는 믿음으로 자신을 세뇌하며, 금수저 셀럽들은 자신의 일상생활을 종교화된 자본주의 성자가 되어 소셜미디어에 내다 판다. 돈 놓고 돈 먹기 식으로, 구독자는 곧 돈으로 이어진다. 천박한 물신주의가 종교로 변하는 순간이다. 조선의 국가이념이 유학을 종교적 지위인 “유교”로, 돈은 불가근 불원근이라고 입으로는 떠들지만, 몸과 마음은 영 딴판이다. 고관대작으로 역사책에 실린 위인 중 꽤 많은 사람이 고리대금업자였던 시대이기도 했다. 조선 후기에 이르면 대놓고 매관매직을 하지만. 이런 역사적 맥락 속에서 오늘의 현실을 보면 또 그것을 기생충을 통해 보면 확연하게 보일 것이다. 


손절과 리셋, 또 가족


이 역시 유교, 아무래도 왜곡된 유교라고 하자, 지배집단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유교적 집단적주의적 가치 체계는 그 자체가 유학의 왜곡이다. 아무튼, 이를 전통이라치면, 자유주의, 개인주의가 혼재된 상황에서 인간관계를 둘러싼 논쟁, 장유유서, 예의가 물구나무섰다는 등의 표현이 그것이다. “우리가 남이가” 문화 또한 그러하다. 


지은이는 오늘날 분열과 붕괴일로에 서 있는 가족 문제를 들었다. 가족 화해와 봉합이라는 아름다운 표현을 쓰면서 막장 드라마보다 더 막장인 세상을 관찰한다고, 상담한다는 예능프로그램을 마구 욕하면서도 즐겨 보지 않는가, 지은이는 “구하라 법”을 들어 가족이란 도대체 뭐란 말인가라는 화두를 던진다. 생물적 부모면 법적으로 상속권이 생긴다. 물론 직계존비속의 순위는 정해지지만, 문제는 양육하고, 교육받게 하고, 함께 부대끼면서 살아온 적이 없는 사람에게 단지 낳아주었다는 것만으로 재산을 나눠주는 게 맞나. 


반지성주의에서 인공지능까지 


지은이는 혼종의 상황과 질서 속에서 다양성의 긍정 에너지 대신에 혼란을 부추기는 반지성주의를 정확히 보고, 짚어낸다. 우리는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 넘쳐나는 선동 같은 단문 ‘진실’에 유혹된다. 가짜뉴스와 진짜뉴스를 구별하지 못한다. 왜일까?, 민주주의와 평등이 중요하지만, 무지와 지식의 평등, 모든 정보의 질적 평등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떠들면 민주주의요, 평등이라고 생각하는 것 말이다. 가짜뉴스와 좋아요…. 눌러, 이른바 메아리 방에 갇힌 이들은 듣고 싶은 말만 듣고 듣기 싫은 말은 말 그대로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 정보의 바다, 정보의 홍수 속에 진실을 가려내기란 참으로 어렵다. 지은이는 재난과 희생양이라는 대목에서 이태원 참사를 들어 말한다.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나라 그리고 정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를 묻는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 혼종적 정체성을


지은이가 주제 삼아 펼치는 이야기의 논리 구조의 문제나 반박할 여지가 없는 것도 아니지만, 전체로 우리 사회에 필요한 담론이며 이를 이야기해보자는 제안으로 이해하면 우선 그의 이야기를 충분히 귀담아듣는 게 우선일 듯하다. 모두 28개의 소주제에 관한 글은 흥미롭다. 치킨과 오징어 게임과 피지컬100, 조선백자의 탄식을 다루는 하이브리드 한류는 촌철살인이다. 표현의 자유와 정치적 올바름에서는 선의의 표현이 정치적 올바름과 충돌할 때에서 소개하는 “유기견은 키우기 어렵다”라는 누군가의 발언을 두고 소셜미디어에서 벌어지는 논쟁, 유기견을 일반화시키지 말라는 등. 아마도 발화의 배경과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유기견은 키우기 어렵다는 단문 자체를 놓고, 갑론을박이니, 정치적 올바름이 부족하다는 등으로 논의가 번지면, 배가 산으로 가는 격이라고 해야 할까 싶기도 하다.


가짜 참고문헌까지 만드는 인공지능, 글쎄다, 동전의 양면, 빛의 밝음과 어둠, 즉 양면적이라는 점은 늘 한국 사회에서는 실종, 떴다 하면 일방통행이다. 신중하게 접근하는 태도가 늘 아쉬운 대목이지만, 그래서 혼종성이라고 이야기하는지도 모르겠다. 엔트로피라 할까, 하지만, 여기에는 반드시 누군가가 이슈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뭔가를 구상하는, 이 역시 자본주의적 사고라고 해야 할까, 참으로 씁쓸하지만, 지은이는 이렇게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에서 벌어지는 논쟁거리를 이 책에 묶어 놓았다.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을 새롭게 제기한 것이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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