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중용의 정해 - 중용의 깊은 뜻 쉽게 알기
윤서현 지음 / 지식과감성# / 2024년 4월
평점 :
중용(中庸)의 깊은 뜻 쉽게 알기- 중용의 정해-0
중용은 공자의 손자인 자사(子思)가 쓴 것으로 알려져 있고, 사서(四書)의 하나이며 동양사상의 중요한 개념을 담고 있다. 오늘날 전하는 것은 오경의 하나인 <예기(禮記)>에 실린 <중용편(中庸篇)>이 중국 송대 무렵 단행본으로 펴낸 것이라 한다.
여기서 중(中)이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는 것, 용(庸)이란 평상(平常)을 뜻한다. 인간의 본성은 천부적이며 인간은 그 본성을 따라야 한다고, 본성을 좇아 행동하는 것이 인간의 도(道)이며, 도를 닦기 위해서는 궁리(窮理)가 필요하다. 이 궁리를 교(敎)라 한다. 이것이 일반적으로 중용을 설명하는 문장이며, 본성, 도, 궁리, 교(敎), 성(誠)을 궁구하는 것이라. 이를 해설하는 수많은 책이 나왔다.
지은이는 이 책<중용의 정해>을 주희(1130-1200)가 33장으로 펴낸 “중용장구”와 조선의 성호 이익(1681-1763)이 중용장구의 난해한 곳을 해석한 “중용질서”를 바탕 삼아 읽는 사람의 처지에서 풀이한 것이라고 했다. 또 그는 중용을 유가철학의 근본정신을 가장 함축성 있게 표현하면서도 조리(條理)가 정연하여 앞뒤가 하나로 관통하는 책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중용장구 각 장 앞에 개관을 두고, 그 요점을 적은 후에 원문과 해석 그리고 장구대전을 덧붙여 놓았다. 여기에 이어 중용질서를 적고 있다.
성인의 경지, 중용의 도
중용이 왜 중요할까?, 실천원칙을 담고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다른 사람이 한두 번으로 되는 일도 사람에 따라(개인차) 수십 번, 혹은 수백 번의 시도와 노력이 필요할 수 있는 일이 세상에 한 두 가지가 있는 게 아니라 널리고도 널렸다. 핵심은 끈기와 지성이다. 이 과정에서 터득하는 지혜가 바로 도(道)인 듯하다. 실천원칙에서 중요한 것은 어느 한 곳으로 치우치거나 기울어짐이 없도록 지나침과 미치지 못함의 잘못을 늘 경계하라는 것이다. 참으로 어렵고 힘든 평상(平常)유지다.
긴장의 끈을 놓치는 순간, 자신의 위치에서 손에 닿기 쉬운 떨쳐내기 어려운 유혹을 어떻게 밀어낼 것인가, 교수신문이 23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견리망의(見利忘義) 즉, 눈앞에 이익에 의(옮음과 정의로움)를 잃어버린다는 뜻이다. 그 반대는 견리사의(見利思義)다. 이로움이 있더라도 바른 것을 택하는 자세다. 전자는 장자가 조릉(雕陵)의 정원에 갔다가 얻은 깨달음에서, 그리고 후자는 논어의 헌문편에 나오는 말이다. 밑바탕에 흐르는 사상의 맥락은 중용의 도로 이어진다.
인의예지(仁義禮智) 이른바 네(싸)가지는 큰 기둥이라 “경륜”
시쳇말로 싸가지, 싹아지, 싹수가 있다고 하기도 하고 인간 세상, 천하의 근본인 인의예지를 모른다는 말이기도 하다. 어떻게 쓰이든, 우리 사회에서 싸가지 없는(싹수없는). 이란 표현은 여기에서 유래, 전성된 듯하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 박힌 유가 사상의 흔적이라 할까. 중용장구와 중용질서 32장에 나오는 경륜(經綸)은 기억해두고 가자는 의미에서 확인해본다.
경륜(經綸)은 모두 실(絲)을 다루는 일이다. 경은 그 실마리를 다루어 나누는 것이요. 륜은 그 비슷한 것들을 나란히 하여서 합하는 것이다. 경은 평상적이다. 대경은(부자유친, 군신유의, 부부유별, 장유유서, 붕우유신) 다섯 가지 인륜이요. 대본은 본성(인의예지)의 전체이다. 오직 성인의 덕(德)만이 지극히 진실하고 거짓이 없다. 그러므로 인륜에 대하여 각각 그 당연하고 진실한 도리를 다하여 모두 천하 후세에 본보기가 되니 이른바 경륜한다고 하는 것이다. 대본이 ‘중’이요. 대경이 ‘용’이라. 사람이 싸가지가 있음은 ‘중’,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기울어짐이 없으며, 이를 바탕으로 ‘용’ 늘 관계(부자유친, 군신유의, 부부유별, 장유유서, 붕우유신)의 바운더리를 잘 지켜내는 지혜를 갖추는 궁리, 사유, 실천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 경륜이다.
경륜이 있어야 조직을, 정치를, 인간관계를 이상적으로 즉 성인처럼 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물론, 성인을 알아보는 것은 성인의 덕에 도달한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다고 한 대목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핵심은 바로 세상의 질서는 인의예지라는 것이 큰 본을 즉 기둥이 되며, 군신, 부모, 부부의 도, 어른과 아이, 친우, 이는 상징적인 인간관계라 세기면 현대적 해석도 충분히 가능하다. 군신은 민주와 시민(공화국의 질서, 헌법상 국민의 권리)이며, 부모와 아이(인격존중과 돌봄, 사회적 돌봄과의 관계), 부부의 도(상호 존중의 질서와 젠더) 등이 그러하다.
이 책의 전반에서 지은이가 읽는 사람을 앞에 두고 말하듯이 글을 쓰려는 노력과 흔적이 보인다. 하지만, 다소 문해력과 배경 지식에 따라 이해의 정도는 어쩔 수 없을 듯하다. 이 책은 고전을 읽어야 할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준다. 오늘의 현상은 과거에 연유하는 바가 적지 않고, 오늘에 연유되어 미래의 모습이 발현되기에…. 천부적 인권에 관한 해석 또한 중용의 도에서 충분히 읽어 낼 여지가 있고, 동서고금의 발전 역사 속에서 정의해오던 인권개념의 변화처럼, 중용의 해석 또한 당해 시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보편적 질서의 의미 변화처럼 말이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