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병의 끝없는 이야기 ㅣ 특서 어린이문학 17
이상권 지음, 오이트 그림 / 특서주니어(특별한서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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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소년병...

낯선 단어였으면 좋겠지만 우리의 역사에서도 있었고 현재에도 존재하니...

아직 이 단어를 모르는 아이가 저를 해맑게 바라보며 물어보는데...

그만 울컥하고 말았습니다.

​

더 이상은 이런 비극이 없기를 바라며...

아이와 함께 읽어보았습니다.

​

정부군과 반군, 부족 간의 전쟁이 끊이지 않는 아프리카

지금도 강제로 전쟁에 동원되는 소년병들의 이야기

​

『소년병의 끝없는 이야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전쟁은 뉴스로 보도가 되기에 알지만...

한 국가 안에서 정부군과 반군이 싸우는 전쟁은 아주 가끔 들려오기에 무지했었습니다.

특히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이 500만 명의 사상자를 낸 제2차 콩고 전쟁(1998~2003년)에서 3만 명 이상의 소년병이 총을 들었다는 사실이...!

너무 충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더 마음 아픈 건 내전이 끝난 후 겪을 그들의 장애와 트라우마......

이제라도 우리의 애정 어린 관심이 필요할 때였습니다.

​

아프리카의 뜨거운 태양 아래

책가방 대신 총을 들어야만 했던 아이들.

​

"저는 저 총보다 훨씬 작은데요?"

"헤헤헤, 괜찮아. 군인이 되면 많은 돈도 줘. 월급이 매달 나오지. 먹고 싶은 거 맘대로 먹을 수 있어. 몇 년만 지나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난 통장이 두 개나 있어. 내년에 제대해서 햄버거 집 차릴 거고, 좋은 차도 한 대 살 거고, 집도 살 거야."

"형, 정말이에요?" - page 16

​

하루하루 살아가기 힘든 아이들에게 건넨 검은 유혹.

어쩔 수 없이 군대에 가게 된 아이들은 땅바닥에 닿아서 질질 끌리는 총을 어깨에 메고

총을 쏘지 않으면 내가 죽고, 동료가 죽기에 나를 죽이지 못하도록 먼저 총을 쏴야 했던,

아니면 성폭행을 당해야 했던...

​

"너무너무 무섭고 힘들었어. 엄마만 없으면 대장에게 불려 갔어. 어느 날 내가 대장에게 말했어. 나도 전사가 되게 해 달라고. 내가 총 쏘는 법을 배운 것은 대장을 죽이려고 그런 거야. 그래야만 그 지옥에서 탈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거지. 계속 거기에 있으면 나도 엄마처럼 아이를 낳게 될 것이고…… 너무 끔찍하잖아? 난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았어. 왜냐면 내가 행복하지 않았으니까. 근데 내가 죽이기 전에 다른 여자 저격수가 대장을 죽인 거야. 난 엄마한테 거기서 나가자고 했어. 만약 엄마가 거부하면 혼자라도 나갈 생각이었어. 그날 밤 엄마랑 같이 동생들을 안고 탈출한 거야. 그리고 운 좋게도, 이곳으로 오게 된 거야. 이 단체가 우리를 구제해 준 거지." - page 79

​

전쟁의 참혹함과 소년병의 비극적인 현실 앞에

​

홍수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이 죽고,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이 난민으로 떠돌고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누군가는 총을 쏘고, 또 누군가는 죽어 간다. 어젯밤에는 시내에도 포탄이 떨어졌다. 전쟁이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도 모른다. 사람들 눈에서 희마잉 사라진 지 오래다. 희망이 없어도 살아간다는 것. 그것을 살아 있다고 할 수 있을까. - page 49 ~ 50

​

저도 그랬고 아이도 같이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작정 끌려가 어른들의 강요로 총을 쏘고 상대를 죽이게 되고...

어렵게 도망쳐도 예전의 '어린이'로 살아갈 수 없음에

죄책감에...

사회적 낙인에...

그 아이들에게 우리는...

​

주니어가 내 눈물을 닦아 주었다.

"주니어, 참 어이없다. 누가 누굴 위로해 주고 있니?"

"네 몸에서 흐르는 눈물은 내 눈물이기도 해. 우린 같은 여자고, 친구니까. 수민, 근데 참 이상하다. 그 비밀을 털어놓고 나니까, 너랑 더 가까워진 것 같다. 이건 아직 엄마도 모르는 비밀이야."

주니어 얼굴에도 눈물이 가득 얼룩지고 있다. 이번에는 내가 손으로 눈물을 닦아 준다. 주니어는 알 수 없는 노래를 부르면서 부드럽게 몸을 흔들기 시작한다. 내 몸도 덩달아 흔들린다. 주니어가 웃는다. 나도 웃는다. - page 80

그 눈물을 닦아주며

다시 책가방을 메고

꿈을 꾸는

'아이'

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전쟁은 무엇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고

아이들은 보호받고 교육받아야 할 독립적인 인격체라는 것을

우리는 꼭 기억해야 했습니다.

​

국제연합(UN)은 매년 2월 12일을 '소년병 반대의 날'로 정했다고 합니다.

어떤 아이도 어른들에 의해 전쟁터로 나가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붉은 손의 날(Red Hand Day)'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는데...

소년병 징집을 중단하려는 국제적인 노력의 상징인 '붉은 손'

이제부터 우리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저도 붉은 손을 찍으며 또다시 의미를 되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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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깨어라 - 헤르만 헤세 청춘소설 3부작,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 『싯다르타』
헤르만 헤세 지음, 송동윤 옮김 / 스타북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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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동서양의 사상과 인간 내면의 성찰을 깊이 있게 탐구한 작품들로 20세기 독일 문학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친 대문호

'헤르만 헤세'

그의 작품 중에선 BTS가 강력 추천한, BTS 앨범 WINGS의 모티브가 되었던 『데미안』도 있었으니...!

​

여기 헤르만 헤세의 청춘소설 3부작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 『싯다르타』를 한 권으로 묶은 책이 있었습니다.

방대한 문학 세계 중에서도 '청춘'의 고통과 성장을 가장 치열하게 담아낸 이 세 작품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었다고 하니 그 의미가 배가 될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수레바퀴 아래서』와 『데미안』 두 권만 읽었기에,

그것도 이미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 그 감흥도 잊히고 있었기에,

이번을 계기로 헤세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찐하게 받아보고자 합니다.

​

"나는 오직 내 안에서 저절로

우러나는 삶을 살고 싶었다.

그런데 그것이 왜 그토록 어려웠을까?"

​

『스스로 깨어라』



헤르만 헤세가 오랫동안, 그리고 끝까지 놓지 않았던 질문

​

"나는 누구인가"

​

이에 대하여 3명의 인물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

우선  『수레바퀴 아래서』에서의 '한스 기벤라트'

공부도 잘하고, 착하고,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 애쓰는 소년은 신학교에서 '헤르만 하일르너'라는 천재적이고 반항적인 시인 학생을 만나게 되면서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게 되는데...

그러다 

힌딩거라는 친구의 죽음과

위선적이고 권위적인 교장 선생님과 대립하다가 신학교를 뛰쳐나간 사건을 계기로 하일르너는 퇴학을 당하게 되면서

그렇지 않아도 고된 생활과 스트레스로 몸과 마음이 약해진 한스는 신학교를 휴학하게 됩니다.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 한스는 무기력과 우울증 속에서 방황하다가 결국...

​

"그렇게도 똑똑했는데…. 게다가 모든 게 잘되다가! 학교에서도, 시험에서도…. 그런데 갑자기 불행이 겹치다니!"

구두 장수는 프록코트 차림으로 묘지 문을 나가는 사람들을 턱짓했다.

"저 사람들, 저 사람들이 이 애를 이런 지경으로 만든 장본인들이오." - page 214

​

타인의 '좋음'의 기준을 좇는...

'열심히'가 미덕으로 여겨지는...

그 사회는 여전히 지금도 수레바퀴처럼 돌고 있었고...

슬펐습니다.

​

그리고 만나게 된  『데미안』에서의 '에밀 싱클레어'

​

"나는 오직 내 안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삶을 살고 싶었다.

그런데 그것이 왜 그토록 어려웠을까."

​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 사이에서 성장하는 그는 '막스 데미안'이라는 거울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게 되는데...

​

쪽지를 펼치는 순간, 다음 문장이 한꺼번에 눈에 박혔다. 운명 앞에 고개를 숙인 내 심장은 찬바람을 맞은 것처럼 오그라들었다.

​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버둥거린다. 그 알은 새의 세계다.

알에서 빠져 나오려면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새는 신의 곁으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라 한다.

​

나는 그 몇 줄을 몇 번이고 되풀이해 읽으며 깊은 명상에 잠겼다. 이것이 데미안의 답장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 page 348

​

선과 악, 빛과 어둠이라는 이분법을 넘어 자신만의 아브락사스를 찾아가는 과정이 그려지는데...

​

그 무렵 나는 색다른 피난처 하나를 발견했다. 이른바 '우연' 덕분이었다. 하지만 원래 우연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필요한 것이 뜻하지 않은 방향에서 주어지면 우리는 '우연'이라 부르지만, 실은 그것이 반드시 필요했기에 그만큼 열의를 다해 구한 사람에게 돌아온 당연한 대가일 뿐이다.

우연히 주는 것이 아니라, 구하는 사람 자신이 여하는 것이다.

그 사람의 욕구와 필연이 그를 그곳으로 데려간다. - page 357 ~ 358

​

러시아와의 전쟁에 참전하게 된 싱클레어.

그곳에서 큰 부상을 당하게 되지만, 그것은 그가 이제 그에게 주어진 절대적인 운명을 대면할 수 있게 됩니다.

​

"잘 들어, 싱클레어. 난 곧 여길 떠나야 할 것 같아. 너는 언젠가 다시 나를 찾게 될 거야. 하지만 그때는 네가 부른다고 예전처럼 말이나 기차를 타고 너에게 갈 수 없어. 그때는 네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봐. 네 마음속에 내가 있다는 걸 알게 될 테니까. 알겠지? 그리고 한 가지 더. 내 어머니 아니, 에바 부인이 네게 전한 말인데, 네게 어떤 이변이 생기면 내가 대신 키스해 주라고 했어. 나는 에바 부인의 키스를… 네 몫까지 받았어. 눈을 감아, 싱클레어."

...

나는 치료를 받았다. 상처에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는 일은 몹시 고통스러웠다. 그러나 다행히도, 열쇠를 찾아 마음의 문을 열고 내 안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나는 모든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내부 세계 깊숙한 곳의 마음의 거울에는 운명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그리고 어두운 거울 위로 허리를 굽히기만 하면 나 자신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거울 속 그 모습은, 내 친구이자 내 인도자였던 그 남자를 닮아 있었다. - page 447

​

방황과 좌절 속에서 자아를 찾아 나아가는 과정...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는 우리에게도 큰 울림을 선사하고 있었습니다.

​

마지막으로 만나게 된  『싯다르타』에서의 '싯다르타'

브라만의 아들로 태어나 많은 이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던 싯다르타.

그런데도 싯다르타는 자신의 정신이 만족하지 못하고, 영혼은 가라앉지 않으며, 심장은 여전히 허기진 듯하다고 느끼게 됩니다.

그러다 싯다르타의 마을에 찾아온 사문 일행을 보고 그들을 따라 친구 고빈다와 함께 길을 나서게 됩니다.

하지만

​

"고빈다. 머지않아 나는 자네와 함께 오래 걸어온 사문의 길을 버릴 생각이네. 나는 여전히 목마르다네. 오, 고빈다. 이 긴 길 위에서도 내 갈증은 줄지 않았어. 나는 언제나 지식에 목말랐고, 늘 의혹으로 가득했지. 해마다 바라문들에게 물었고, 해마다 성스러운 베다를 붙들고 질문했네. 해마다 사문들에게 헌신하며 답을 구했어. 그런데 오, 고빈다… 어쩌면 코뿔새나 침팬지에게 물었어도 이만큼은 했을 거야. 이만큼 똑똑해지고, 이만큼 '유익한 척'은 되었겠지. 나는 지금, 인간이 결국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는 사실을 배우기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을 썼다는 생각이 든다네. 그리고 아직도 만족스러운 해답은 얻지 못했어. 우리가 '배움'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실은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믿기 시작했네. 오, 친구여. 있는 지식은 단 하나뿐일세. 어디에나 있는 것. 아트만일세. 내 안에, 자네 안에. 모든 생명과 모든 창조물 안에, 그리고 나는 이 지식을 '알고 싶다, 배우고 싶다'는 욕망이야말로… 어쩌면 가장 해로운 적일지 모른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지." - page 472

​

깨달음을 얻은 자인 고타마를 찾아갔지만 결국

​

'도대체 나는 스승들의 가르침을 통해 무엇을 배우려 했던가?

그렇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준 그들이 끝내 내게 가르쳐 주지 못한 것은 무엇이었는가?'

그러다 문득, 한 줄기 번개처럼 생각이 스쳤다.

'그것은 자아다. 나는 자아의 의미와 본질을 알고 싶었던 것이다.' - page 491

​

이 깨달음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기게 됩니다.

카말라 여인과의 만남으로 세속의 욕망을 즐기게 되고 

돈 많은 상인 카마스와미에게서 돈에 대해 배우며 세속에 찌든 자신의 모습에 실망하게 된 싯다르타는 모든 걸 내려놓고 오두막에 홀로 남게 되는데...

​

고빈다는 보았다.

유전하는 무수한 형체 위에 일관된 수천의 미소를.

삶과 죽음을 초월한 동시성의 미소를.

가면의 웃음을.

그 웃음은 고타마의 웃음이었다. 그가 무한히 존경해 오던, 조용하고 명랑하며 헤아릴 수 없이 자비롭고 또 어딘가 비웃는 듯한, 현명한 부처의 수천 가지 웃음이었다.

그리하여 고빈다는 깨달았다.

인격이 완성된 자는… 틀림없이 미소한다는 것을.

...

천태만상의 막이 거기서 사라지자, 싯다르타의 얼굴은 다시 전과 같았다.

싯다르타는 조용히 웃었다. 은밀히 웃었다. 자비롭고도 어딘가 조롱이 섞인 듯한 얼굴로, 마치 부처처럼 웃었다. - page 608

​

진정한 지혜는 스스로 몸으로 겪고 마음으로 견딘 뒤에야 비로소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을...

우리에게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는 방법을 일러주었습니다.

​

『수레바퀴 아래서』는 깨어나지 못한 채 짓눌리는 삶의 위험을

『데미안』은 껍질이 깨지는 통증과 함께 찾아오는 자유를

『싯다르타』는 자유 이후에도 계속되는 삶의 무게인 선택, 책임, 관계, 후회를 끌어안는 법을 

보여주면서

누구에게나 자기 안에 깨어날 힘이 있다는 믿음을

그리고 그 힘은 남이 대신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키워야 한다는 믿음을

우리의 인생처럼 긴 여정으로 그려냈던 이 책.

긴 여정의 끝에 '내'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주하게 된 나...

이젠 저도 나를 가두던 껍질을 깰 차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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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으로 들어가기
카롤리네 발 지음, 전은경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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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1995년생의 젊은 작가로,

3주 만에 집필한 데뷔작이 30주간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는 등

눈부신 성과를 거두며 독일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카롤리네 발'

​

이 소설은 천선란 작가님의 추천사에 이끌려서 읽게 되었습니다.

​

자신 안의 상처를 문장의 실로 뽑아낸다. 그렇게 자신의 상처를 진실을 선명한 문장으로, 고칠 수 없고 지울 수 없는 문장으로 직면하며 세상으로 흘려보낸다. 나만의 것이었던 문장이 너와 나의 문장이 될 때, 우리의 문장이 될 때 그 고통은 더는 내 안에 고여 있지 않게 된다. 평범하고 소소하게 나눠 가진 문장들. 그렇게 내게도 타인의 문장이 담길 때,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내 폭풍의 중심에 묻을 때, 멈추지 않고 휘몰아치는 사건 속에서, 지층처럼 쌓인 상처의 절벽 안에서도 고요를 느낄 때, 나는, 우리는 비로소 어른이 된다.

- 천선란 소설가

​

이 글에서도 느껴졌듯이...

누구나 가지고 있을 상처들.

그 상처들을 그려낸 문장들...

나에게도 폭풍의 중심이 될 수 있을까......

​

인생을 집어삼키는 폭풍우 한가운데서

처음으로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한 소녀의 이야기

​

폭풍 속에서 모든 것을 잃어버렸더라도

잊지 마, 이건 누구도 아닌 나의 인생이야

​

『폭풍으로 들어가기』


열한 살 때 언니 '틸다'는 박사 과정을 하러 베를린으로 떠나고 엄마와 단둘이 살게 된 '이다'

글을 쓰며 대학 진학을 꿈꿨지만 실패하게 되면서 삶이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는 감각에 더욱 깊이 붙잡히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약물 과다 복용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엄마를 목격하게 된 이다는 자신의 탓이라 여기며 엄마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고 같이 지내던 집 계약을 해지한 뒤...

​

틸다 : 이다, 너 혼자 견딜 필요 없어. 우리에게 와.

나 : 아니, 나 혼자 견뎌야 해.

틸다 : 왜?

나 : 혼자 있고 싶으니까.

틸다 : 이다.

나 : 그리고 나는 혼자니까.

틸다 : 네 잘못이 아니야. 엄마는 어쩔 수 없었어.

틸다 : 그리고 이다, 하나 더 있어.

틸다 : 네가 끝까지 엄마 곁에 있어준 거 정말 대단해. - page 89 ~ 90

​

정처 없이 떠돌다 독일 북부 뤼겐 섬의 작은 술집 '물개'에서 지내게 됩니다.

​

이 술집을 운영하는 노부부 크누트와 마리안네의 집에서 같이 지내게 된 이다.

​

마리안네가 문을 벌컥 열더니, 머리카락이 젖은 채 다람쥐처럼 창턱에서 뛰어내리는 나를 당황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마리안네 : 초인종을 누르지 그랬어.

나 : 벌써 일어나셨는지 몰라서요.

우리는 마주 서서 깨진 꽃병과 카펫의 물 자국, 우리 사이에 놓인 구슬픈 데이지를 내려다본다.

나 : 죄송해요.

마리안네 : 깨진 사기 조각은 행운을 가져온다지.

저녁에 물개에 가기 전에 샤워를 한 후 내 방에 들어가니, 이름 모를 보라색 꽃다발이 꽂힌 진한 청색 꽃병이 책상에 놓여 있고 그 옆에 열쇠가 하나 있다. - page 91 ~ 92

​

낯선 곳이지만 따뜻하게 받아주는 사람들.

비로소 이다는 자신을 돌볼 시간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만난 '라이프'에게 마음을 빼앗기게 되면서 이다는 다시 누군가와 연결되는 삶을 상상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가장 사랑했던 사람을 떠나보낸 경험 때문에

다시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었다가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또다시 주저하는 이다.

​

"쉿." 그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이다, 내가 옆에 있어"라고도 한다.

그가 양손으로 내 얼굴을 잡고 엄지로 얼굴에서 빗방울을 쓸어낸다.

그러고 내 얼굴을 잡은 채 다시 한번 말한다. "이다, 내가 옆에 있어." "너, 말을 반복하네." 내가 이렇게 말하고 묻는다. "정말로 옆에 있어?"

라이프가 내 눈을 들여다보며 대답한다. "응."

나 : 계속 옆에 있을 거야?

라이프는 여전히 내 눈을 보며 다시 한번 말한다. "응." - page 281 ~ 282

​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게 되는데...

'상실'로 인해 세상에 혼자 남겨졌다고 믿었던 이다.

그런 이다가 타인과의 관계 속 조금씩 자신을 회복해가는 과정은 우리에게 상실 이후에도 계속되는 삶과 관계의 의미를 전해주고 있었는데...

마치 이 문장과도 같다는 느낌이...

아니 개인적으로 이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고 할까...

​

셔츠를 벗어 슬링백 위에 올려놓고 바닷물을 향해 달린다. 예상대로 아주 차다. 물이 충분히 깊어지자 자유형으로 헤엄쳐 파도 속으로 들어간다. 내 몸과 근육, 지금보다 더 빠르게 힘을 줘야 하는 팔다리에 정신을 집중한다. 바다 수영은 수영장에서 하는 것과는 아주 다르다. 리듬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절대 생각한 대로 움직이지 않는 파도를 헤치고 탁 트인 바다 먼 곳으로 수영하는 것은 엄청나게 멋진 일이다. 포기하지 마, 포기하지 마. 물과 나는 하나다. 나는 바다의 일부, 경악할 만큼 작은 일부가 된다. 생각과 고통이 몸에서 빠져나간다. 길게 버티지 못하겠구나. 팔다리와 호흡이 무거워지고 파도가 더 커진다. 이제 몸을 돌려야 할 시점이야. 나는 힘이 점점 약해진다고 제대로 판단하면서도 계속 수영한다. 아주 조금만 더 가자. 호루라기 소리를 들으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도대체 내 안의 무엇이 몸을 돌리지 못하게 하는지 알 수 없다. 그러다가 몸을 돌려 해변을 향해 헤엄친다. 발이 땅에 닿자 다리가 떨린다. - page 31 ~ 32

​

두려움 속에서도 결국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

누구나 겪게 된 이별들...

슬픔, 고통 등의 감정과 변화를 마주하고

마침표가 아닌 잠시 쉼표로 나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지나쳐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묵묵히 그 자리에서 기다려주는 이들이 있기에 손을 내민다면

우리는 전보다는 조금 성숙해진 모습으로 나아갈 수 있다며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으로 전하고 있었습니다.

​

책을 덮는 순간까지 먹먹했었습니다.

공감하기에...

​

4-7-8 호흡.

​

마음을 가다듬으며 이다의 앞으로의 행보에 작은 박수를 건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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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롤리네 발 지음, 전은경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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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 이후의 삶에 대해 묵직히 울림을 주었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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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무엇인가 - 노벨상 과학자가 평생 붙잡은 질문
알렉시스 카렐 지음 / 페이지2(page2)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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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가장 근원적인 물음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해석은 여러 가지인데...

​

여기 39세에 노벨상을 거머쥐고, 혈관을 꿰매 죽어가는 사람을 살려내며 '신의 손'이라 불렸던 천재 의사이지만

영광의 정점에서 메스를 내려놓고 펜을 든 이가 있었습니다.

'알렉시스 카렐'

이미 100년 전 그의 통찰이 지금에도 공감과 사유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기에...

한 번은 읽고 짚어야 했습니다.

그가 전하는 인간이란 무엇일까...?!

​

"과학은 왜

인간을 이해하지 못했는가?"

​

인간을 다 안다는 오만한 착각,

우리는 아직 인간을 모른다!

​

『인간이란 무엇인가』



이 책은 단순한 사실에서 출발했다고 하였습니다.

그것은 바로

무생물에 관한 과학은 고도로 발달했지만, 생명을 이해하는 지식은 부족하다는 사실

이라는 것입니다.

즉, 인간은 자기 자신을 이해하기도 전에 물질세계를 거의 완전히 통달해 버렸기에

현대 문명사회는 인간의 육체와 영혼을 발달시키는 법칙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복잡한 관념론과 우연한 과학적 발견에 따라 무작위로 구축되었고

우리의 지능과 발명이 만들어낸 환경은 우리의 신체나 형태에 적합하게 조정되지 않아

우리는 물질과학의 비약적인 발전과 대비되는 생명과학의 퇴보로 인해 희생당한 피해자

라 하였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이러한 악폐를 해결하기 위해

​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심오한 지식을 훨씬 더 많이 갖출 것'

​

을 꼽으며

의학, 과학, 철학, 사회 등 여러 학문을 바탕으로 인간이라는 존재를 통합적으로 통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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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완전하게 이해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인간의 몸과 정신, 감정과 사회적 삶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하나의 복합적 체계이며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선 다양한 학문이 함께 작동해야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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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발전하기 위해서 인간은 반드시 스스로를 재창조해야 한다. 그러나 고통 없이는 스스로를 재창조할 수 없다. 인간은 대리석인 동시에 조각가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망치로 자신을 세차게 내리쳐 부숴야만 한다. - page 397 ~ 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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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말하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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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은 우리가 만든 문명 속에서 살아가느라 바빴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든 문명 속에 익숙해져 정작 우리가 퇴화되고 있다는 역설적인 사실에 조금은 놀라웠습니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변화시키면-편안함이 결여된 문화, 사치 없는 아름다움, 노동자를 노예로 만들지 않는 기계, 물질을 숭배하지 않는 과학- 인간의 지성과 도덕성, 생명력을 회복시키고, 인간을 최고 수준의 발달로 이끌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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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운명은 이제 우리 자신의 손에 달려 있다. 우리는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 새로운 길 위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 page 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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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지 않았지만 묵직이 한 방을 선사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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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무엇인가...

나약하지만 복잡한...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알기 위해 여러 분야에서 발견하였지만 정작 우리를 놓치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우리에겐 내재된 잠재력이 있기에 희망을 갖게 됩니다.

'인간'이라는 존재의 본질을...

AI 시대 우리에게 심오하게 던져진 질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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