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로 보는 은밀한 세계사 - 흥미로운 역사가 담긴 16통의 가장 사적인 기록, 편지 세계사
송영심 지음 / 팜파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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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만나는 또 다른 재미.

이번에는 '편지'였습니다.

​

'편지'라 하니 딱! 떠오른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안중근 의사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 편지'.

​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조마리아 여사가 안중근 의사에게 보낸 편지 중

​

어미의 마음보다는 의연하게 조국 수호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라고 전한 조마리아 여사.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앞으로도 살아갈 모두에게 큰 울림을 선사하였었는데...

이뿐만 아니라 또 다른 편지에선 어떤 서사가 그려져있을지 기대가 되었습니다.

​

"그날 그 편지가 없었다면 역사는 바뀌었을까?"

​

세계사를 만나는 또 다른 재미,

16통의 편지가 그려 내는 감동과 반전의 드라마틱 세계사

​

『편지로 보는 은밀한 세계사』



공식적으로 역사 속에 그려진 인물의 이면을 들여다보기는 여간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역사 속에서는 잘 알 수 없는 진정한 인간의 목소리와 절절한 사연이 담겨있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편지'.

죽음을 눈앞에 두고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에게 마지막으로 남기는 메시지, 삶이 끊어지는 그 순간에도 희망을 희구하는 마음, 그리운 조국에 보내는 안쓰럽기 이를 데 없는 부탁들, 울분을 토하며 나라를 생각하고 죽음의 현장으로 달려가면서도 애써 웃으며 벗에게 보내는 메시지, 접고 또 접고 들킬까 또 접은 비밀 편지의 흔적, 내일이면 처형장에서 숨이 끊어지는데 오늘 마지막으로 어머니와 누이를 만나며 눈짓으로 램프 아래 숨긴 시를 알리는 역사적 인물의 모습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편지글을 읽다 보면, 영광과 명예를 모두 내던지고 혁명을 위해 떠나는 이를 향한 뜨거운 존경심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가 하면, 역사 속 상식처럼 알고 왔던 지식이 사실은 진실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니 새로운 시선을, 감동과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

편지만이 알고 있는 역사적 인물들의 내밀한 면모와 은밀한 속내.

그래서 오롯이 한 사람으로 바라볼 수 있었으며 공감을 하고 울림이 있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지저분한 전쟁이라는 오명을 남긴 '아편전쟁'.

전쟁이 터지기 직전에 억울함을 알린 청나라의 임칙서의 울분에 찬 편지.

​

당신의 나라에서 아편을 흡연하는 걸 엄격히 금지했다고 들었습니다. 그 말은 당신들이 아편으로 인한 해악을 분명히 알고 있다는 뜻이 아닙니까? 자기 나라에 해악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어떻게 그 해악을 다른 나라에 전할 수 있습니까? 그것도 중국에게!

_임칙서가 영국 빅토리아 여왕에게 보낸 편지

​

어떻게 보면 임칙서는 아편 전쟁을 일으킨 도화선에 불을 붙인 장본인으로 볼 수 있지만 그의 강직한 성품으로 나라를 위해 영국 여왕에게도 굽히지 않는 용기를 가진 애국지사임을, 그렇기에 양면을 바라보는 시각의 중요성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

그리고 수없이 오갔지만 정작 이 역의 이름에 대해선 관심이 없었던 '충정로역'.

이는 충정공 민영환 선생을 기리기 위해 '충정로'라고 지었다는데...

​

고종을 모시던 최고 공직자였던 민영환 선생.

그는 나라가 기울어 가는 책임을 오롯이 짊어지고 외교권이 강탈된 것에 항의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첫닭이 울 때까지 자신이 지니던 명함을 꺼내어 격한 심정을 담았던 유서.



나라를 위해 소중한 목숨을 내놓은 그의 충절.

마지막에 '혈죽가'의 일부가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다가왔었습니다.

​

슬프도다, 슬프도다./우리 국민 슬프도다.

저버렸네, 저버렸네./민충정을 저버렸네.

한칼로 순국하던/정충대절 그 영혼.

구원명명 저 가운데/우리 국민 굽어보네.

​

이 책은 역사적 인물의 민낯과 은밀한 속내도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그중에서 뒤늦게 후대의 평판이 달라지고 있는 콜럼버스의 변화가 고스란히 담긴 편지.



콜럼버스의 탐욕과 폭력으로 처음 콜럼버스가 만났던 아라와크 족은 약 25만 명이 살고 있었지만 100여 년이 지나면서 생존자가 없이 그저 그런 부족이 살았다는 기록만이 남았다는 사실을.

그래서 사람들은 콜럼버스를 모기 같은 피만 빨아먹는 쓸모없는 제독이라 하여 '모기 제독'이라 불렀고 이사벨 여왕이 죽은 후 콜럼버스도 몰락하여 쓸쓸히 생을 마쳤다고 하니 이제라도 불편하게 여겨질 진실에 정면으로 대해야 함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

좀 더 인물에 다가가서 바라본 역사.

보다 입체적으로 다가왔었습니다.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이제는 편지 쓸 일이 없어졌는데 괜스레 편지를 써 보고 싶어졌습니다.

이 편지가 훗날 나의 역사의 한 조각을 장식할지도 모르기에...

진심 어린 손 편지 하나 써내려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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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걷기 수업 - 두 발로 다다르는 행복에 대하여
알베르트 키츨러 지음, 유영미 옮김 / 푸른숲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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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겐 『걷는 사람, 하정우』 책을 읽고 난 뒤 '걷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운동 중에서 제 몸에 무리가 가지 않으면서도 언제든 할 수 있는 걷기를 시작하였었습니다.

시간이 날 때면, 머릿속이 복잡할 때면 이어폰을 끼고 걷기 시작하는데...

그러면서 비로소 깨달았던...

​

내 갈 길을 스스로 선택해서 걷는 것, 내 보폭을 알고 무리하지 않는 것, 내 숨으로 걷는 것, 걷기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묘하게도 인생과 이토록 닮았다. - 『걷는 사람, 하정우』, 하정우, 문학동네, 2018, page 41

​

그렇기에 오늘도 운동화 끈을 질끈 묶고는 길을 나서게 됩니다.

​

티베트어로 '인간'은 '걷는 존재' 혹은 '걸으면서 방황하는 존재'라는 의미라고 한다.

나는 기도한다.

내가 앞으로도 계속 걸어나가는 사람이기를.

어떤 상황에서도 한 발 더 내딛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기를. - 『걷는 사람, 하정우』, 하정우, 문학동네, 2018, page 291 ~ 292

​

아무튼!

'걷기'에 관심이 많기에 이와 관련된 책이 있으면 찾아 읽곤 합니다.

이 책 역시도 '걷기'에 대해, 그를 통한 '행복'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기에 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철학자가 건네는 걷기의 철학.

어떤 울림을 줄지...

​

"걷는 동안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

우리는 다시금 자기 자신이 된다."

​

노자, 소크라테스, 에피쿠로스, 루소...

위대한 철학자들이 건네는 걷기의 철학

​

『철학자의 걷기 수업』



대학에서 법학과 철학을 전공한 뒤 변호사로 남부럽지 않게 살아가던 저자.

그는 남미로 1년 일정의 도보 여행을 떠나면서 인생 최대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낯선 땅을 돌아다니며 인생을 반추하고 젊은 시절의 꿈이었던 영화 제작에 대한 열망을 되찾고 방향을 틀어 12년간 영화 제작자의 길을 걷게 됩니다.

그러다 코르시카섬으로 떠난 두 번째 도보 여행으로부터 또다시 삶의 행로를 바꾸게 됩니다.

쉬이 떨쳐내기 어려운 내면의 소리를 좇아 철학의 길을 걷기로 합니다.

​

책에서 그는 대자연과 하나 되며 자기 자신의 중심에 가닿았던 크고 작은 걷기의 경험과 함께, 걷기를 즐겨 한 역사적 인물들의 사례와 철학적 사유를 엮어냈습니다.

자연을 찾아 발길을 옮기는 걷기의 가치가 건강 유지나 힐링 차원의 휴식 그 이상임을,

우리의 삶 자체가 걷기의 한 여정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전하며 온전한 나를 되찾고, 소란한 마음을 잠재우고 싶다면 잠깐이라도 좋으니 밖으로 나가 한 발 천천히 내딛기를 권하고 있었습니다.

​

무엇보다 무작정 걷는다고 삶에 대한 사색으로 이어지지 않음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침묵 속에서 홀로 자신의 생각에 젖어 걸어갈 때 자기 자신의 상황, 타인과의 관계, 자신을 힘들게 하는 것 혹은 큰 기쁨을 주는 것에 대해 사색하기 시작하는데 이것이 '실천 철학의 시작'이라 하였습니다.

그렇게 걷다 보면 우리의 몸과 마음은 안식에 이르게 되고 비로소 자신의 '이타카(《오디세이아》의 주인공 오디세우스의 고향으로, 오디세우스에게는 출발지이자 목적지인 곳)'을 발견하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

특히나 자연 속을 걷는 일은 오감을 충족시키는 총체적 경험으로 자연에 대한 깊은 경험은 우리를 내적으로 성장시키고, 가치 체계를 바라잡아준다고 하였습니다.

거대한 자연 앞에서는 일상의 문제들이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기에 진정한 걷기를 하기 위해선 잠시 일상과 거리를 두고 자연 속을 걸어볼 것을 제안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자연을 유유히 거닐 때처럼 길을 걷는 것 자체가 목표이지, 정상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초연하고 겸허한 태도를 지닐 것을 일러주었습니다.

​

걸음 속도처럼 천천히 읽어내려갔던 이 책.

한 발 한 발 사유하게 되었고 차분히 제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꼭 걷기만이 답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걷기를 통해 '고요한 행복'에 다다르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이제 또다시 저도 천천히 발걸음을 떼어봅니다.

​

"걸어 다니면서 새롭게 힘을 얻고 스스로 곧추설 때만이

내 운명의 주인이자, 키잡이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걷기 없는 인생을 어찌 상상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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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끄고 씁니다 - 가족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의 특별한 삶
양영희 지음, 인예니 옮김 / 마음산책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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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고레에다 히로카즈, 김윤석, 양익준 극찬

​

요즘 들어 박찬욱 감독의 추천작들을 많이 접하게 되었습니다.

음...

뭐지...

아무튼 이번엔 좀 더 특별한 만남이었습니다.

​

2005년 처음 세상에 내놓은 <디어 평양>으로 제56회 베를린영화제 포럼 부문 NETPAC상, 제22회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등을 받았고,

<굿바이, 평양> (2009)은 베를린영화제를 비롯한 유수의 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첫 극영화 <가족의 나라> (2012)로 제62회 베를린영화제 포럼 부문에서 CICAE상을 수상하며 영화감독으로서 입지를 굳힌 '양영희' 감독.

재일코리안 가족의 아픈 역사를 그려낸 그녀가 신작 <수프와 이데올로기> 개봉에 맞춰 이 책을 내놓았다고 하였고...

저는 이번에 만나게 되었습니다.

카메라를 끄고 그려낼 이야기는 어떨지...

그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

"가족이란 사라지지 않고, 끝나지도 않아"

<디어 평양> <굿바이, 평양> <수프와 이데올로기>

가족 다큐멘터리 3부작을 완성한 양영희의 첫 산문집

​

『카메라를 끄고 씁니다』



'조선인 부락'이라 불리던 오사카시 이카이노(현 이쿠노구) 출신 재일코리안 2세인 그녀, 양영희.

열렬한 조총련 활동가 부모 밑에서 자랐습니다.

일곱 살 즈음, 세 오빠를 이른바 '귀국 사업'으로 북에 떠나보내고 상실감과 오랜 세월 자신을 괴롭힌 트라우마를 원동력 삼아 가족의 이야기를 캠코더에 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세 편의 다큐멘터리의 타임라인을 따라가며 아버지-북의 가족들(분신과도 같은 조카 선화 포함)-어머니의 이야기를 이 책에서 그려나가고 있었습니다.

​

연고라고는 없던 북한을 지지하고 맹목적으로 조총련 활동을 하던 부모님.

그 내면엔 제주4.3사건이 있었고 이는 한 가족의 삶에, 나아가 한반도와 재일코리안의 역사에 거둘 수 없는 그림자를 남기고 말았었습니다.

상황이 그러했고 당신들의 선택에 맹목적이고 편협했던 부모님의 모습을 보면 답답함에...

​

'아들을 돌려줘!' 가슴속으로 수없이 외쳐댔을 부모님의 회한을 생각하면 누구에게 터뜨려야 할지 모를 분노가 솟구쳤다. 동시에 북송 사업의 선봉장이었던 부모님의 설득으로 북에 건너간 사람들을 생각하면 부모님을 규탄하고 싶어졌다. 세 아들과 가족들을 볼모로 만든 부모님을 결과만 놓고 공격하려는 스스로가 유치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입 밖으로 뱉지 못하고 삼켜버린 생각들이 끝없이 머릿속을 맴돌아서, 원룸으로 돌아갈 때쯤이면 부모님과 한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 지쳐버렸다. - page 47 ~ 48

​

그녀가 가족을 향해 카메라를 든 건 결국 그들을 제대로 마주 본 다음에 해방되고 싶어서였습니다.

​

영화 하나 만들었다고 무엇에서 해방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손목 발목에 주렁주렁 차고 있는 그것들에서 자유로워지려면 그것들의 정체를 알아내야 했다. 알아야만 비로소 벗어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 page 31

​

평양에 살고 있는 세 아들과 며느리들, 성장에 따라 커져가는 손주들에게 보낼 짐을 싸면서 항상 웃으시면 하시던

​

"이런 짓은 나만 하면 돼. 부모니까 하는 거지"

​

말씀이,

뇌경색 전에 무엇보다 솔직하게 대답해 주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

"세 명 전부 보내서 후회해?" 갑자기 물어보자 침묵이 흘렀다. 될 대로 되라지 생각한 순간,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이미 가버린 건 별수 없다 싶지만, 그, 가서...... 가지 않았으면 더 좋았으려나 그렇게는 생각하지." 내 귀를 의심하면서 신중하게 질문을 이어갔다. 아버지는 타임캡슐을 타고 북송 사업이 활발했던 무렵으로 돌아가서 목차를 훑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때 아버지 연세가? 아들들을 보냈을 때. 아버지는 몇 살이셨죠?"

"몇 살이었으려나......"

"지금부터 32, 33년 전이면 아버지가 43, 44세?"

"당시 전망이라는 게, 재일조선인 운동이 제일 양양하던 시기이기도 하고. 문제가 다 잘 풀리는 쪽으로 보았으니까. 안일했지......" - page 92

​

그리고 자신의 죽음 앞에 딸에게 건넨 이 한 마디가

​

"영희가 정한 길, 쭈욱 가면 돼."

​

참 울컥하게도 만들었었습니다.

​

분노와 반발심으로 그토록 벗어나고팠던 가족이 한 걸음 뒤에서 관찰하고 기록함으로써 이해와 용서가 행해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일본 국적의 '아라이 카오루'라는 남자의 등장은 가족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쳤던 양영희에게 새로운 '가족'을 선사하게 됩니다.

​

어머니와 카오루가 테이블에 마주 앉아 함께 장을 봐온 마늘 껍질을 벗기면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모습을 목격했을 때, 이 장면이 작품의 핵심이 되리라 확신했다. 이데올로기가 달라 서로 탓하고 싸우고 죽이는 세상에서, 이데올로기가 다른 사람들이 새로운 가족이 되어 함께 밥을 해서 나눠 먹는다는 사실이 무척 숭고하게 느껴졌다. 생각이나 가치관이 달라도 같이 살 수 있다는 것을 어머니와 카오루가 증명해주는 것만 같았다. - page 172 ~ 174

​

양영희 감독이 전한 이야기.

비극적인 현대사 위에 켜켜이 쌓여간 애달픈 가족의 서사는 그 어떤 기록문보다도 소중하였습니다.

감독이 앞서 말했던

​

"가족이란 사라지지 않고, 끝나지도 않아. 아무리 귀찮아도 만날 수 없더라도 언제까지나 가족이다"

​

오랫동안 가슴에 맴돌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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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리, 고길동을 부탁해 ㅣ 둘리 에세이 (열림원)
아기공룡 둘리.김수정 원작, 김미조 엮음 / 열림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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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엔 '고길동'이 밉기만 하였습니다.

툴툴거리며 맨날 둘리를 구박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저 아저씨는 나쁜 아저씨임에 틀림없다며 미워했었는데...

시간이 흘러 중년이 된 지금에서 고길동을 바라보니...

짠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젠 그를 이해한다고 할까나...

​

『둘리, 행복은 가까이 있어』에 이어서 읽게 된 이 책.

더 많은 공감과 위로를 받을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

이 시대 고길동들에게 전하는 둘리의 위로

​

"혼자 힘내지 말고 함께 힘내요!"

​

『둘리, 고길동을 부탁해』



본문에 들어가기 전 깐따삐야 별에서 온 도우너가 말을 건네주었습니다.

뜻밖에 자신이 탄 우주선이 고장나 지구에 불시착하게 된 도우너.

당혹스러움은 물론이거니와 당장 잠잘 곳도 문제였는데 그때 둘리를 만나게 됩니다.

​

"너 참 이상하게 생겼다."

​

서로 이상하게 생겼다고 말은 하지만 서로를 밀어내거나 경계하지는 않는, 그렇게 '이상하게 생긴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그들.

그리고 둘리로부터 애완동물인 희동이, 또치, 영희, 철수를 만나게 됩니다.

또, '길동이'까지.

​

툭하면 화내고,

툭하면 소리 지르고,

즐거운 일이 있어도 환하게 웃지 않고,

미안하거나 고맙다는 말도 쉽게 하지 못하는 그, 길동이.

그런데 놀랍게도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해 주었습니다.

그런 그를 보며 도우너가 전한 이야기는...

​

알고 보니 둘리도 길동이 덕분에 이 험난한 여행지에서

따뜻하게 살고 있었어요.

길동이는 정말 겉과 속이 다른 인간이죠?

그래서 귀여울 때도 있지만 안쓰럽기도 해요.

서투른 감정 표현 때문에 곧잘 오해를 받거든요.

이곳은 내가 원했던 목적지는 아니지만

난 지금은 이곳에서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길동이에게 구박받아 맘 상할 때도 있고,

둘리와 말다툼을 할 때도 있지만

훗날 깐따삐야 별로 돌아가면 이 순간이 그리울 거예요.

난 그래서 떠남이 좋아요. - <프롤로그> 중

​

그렇게 떠남의 경험으로 얻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온전히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찾는 법을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나이를 먹는 만큼 고민에 고민이 더해지는 일상.

머리는 복잡하고 가슴은 답답한...

그야말로 일상에 지치고 갈 곳을 잃어버리기 일쑤인데 그런 우리들에게 건넨 다정한 한 마디.

​

그냥 아무 고민 없이 오늘 하루를 보내봐요.

무엇을 할까,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지도 말아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마음 가는 대로 움직여요.

수많은 날 중에 하루쯤은

그렇게 움직여도 괜찮아요.

오늘 하루만큼은 아무 걱정 말아요. - page 79

​

마음 가는 대로 움직여도 괜찮다는 이 말이 참 따뜻하게 다가왔었습니다.

​

만년 '과장'이지만 여러 식구의 '가장'이기도 한 고길동.

왜 시간이 흐른 지금에야 이해를 하게 된 것일까... 란 생각을 해 보니 내 모습과도 닮아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누구보다 따뜻하고 친절한 마음을 지닌 그.



그런 그가 곧잘 말하는 이 말이 진하게 남았었습니다.

​

"사는 게 이런 거지."

​

그러면서 어느 순간 가족이 된 식객들과 더불어 살아가며 닮아가는 모습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길동 아저씨에게 외치고 싶었습니다.

​

몸은 물론이고

마음도 아프지 말아요.

가장이라서가 아니라

과장이라서가 아니라

가족의 사랑을 받는 소중한 님이니까요.

아프지 말아요.

가장님, 과장님!

당신을 사랑하세요. - page 195

​

이 말은 그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건넨 메시지였기에 큰 위로를 받게 되었습니다.

​

이 시대의 고길동.

잠시나마 등짐을 내려놓고 불어오는 바람에 마음을 기대어 보기를, 그리고 주위엔 당신을 사랑하는 이들이 있음을 느끼는 하루를 보내는 건 어떨지요.

​

"오늘 하루만큼은 아무 걱정 말아요,

우리의 가장 길동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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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와 오류의 세계사 - 딱딱한 뇌를 말랑말랑하게 풀어주는 역사 기행
소피 스털링 외 지음 / 탐나는책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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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을 중심으로, 인물을 중심으로, 때론 동식물을 중심으로 세계사를 살펴보았었는데...

어?!

실수와 오류?

이 주제로 역사를 살펴본다고?

흥미로웠습니다.

표지부터 예사롭지 않음을 시사하고 있기에 더없이 궁금했던 이야기.

한번 읽어보려 합니다.

​

"우리가 그랬다고?"

실수와 기괴함이 가득한 상식 밖의 세계사

​

『실수와 오류의 세계사』



제국의 몰락에서부터 신흥 국가의 부상, 새로운 종교의 등장, 전쟁, 발명, 과학적 약진, 수수께끼, 그리고 승리까지.

수많은 이야기 속엔 인류의 아름다움과 지혜, 독창성을 보여주며 전설의 소재가 되었었습니다.

하지만 역사의 이면에는 실수와 기괴함, 그리고 바보 같지만 사랑스러운 행적들도 있다는 사실을...

어떤 이들은 모르는 게 약이라 말할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저자는 모르는 건 따분하다고 생각했고 그리하여 이렇게 이상한 역사나 특이한 지식, 미신이나 풍습, 괴상한 발명품, 황당한 사건 등을 다루며 역사의 재미를 더해주었습니다.

​

"여러분은 역사를 관통하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신나게 달리면서

동시에 낄낄 웃다가도 몸을 움찔하게 될 것이다."

​

이 책을 읽고 깨달은 바를 써보라 한다면 토머스 에디슨의 말을 인용하고 싶었습니다.

​

하루는 기자가 전구를 발명하는 과정에서 "1,000번 실패한" 기분이 어떠했는지 묻자, 에디슨은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1,000번 실패하지 않았소. 전구는 1,000단계를 밟으며 발명한 것이오." - page 39

​

이처럼 실수와 오류가 마냥 실패가 아님을, 이를 토대로 오늘날 멋진 발명품이, 과학의 발전이 있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

<고통과 죽음은 아름다움>에서는 우리의 아름다움과 패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고통스러운 패션 트랜드들과 목재수영복, 화장실 배관청소용구 형태의 가슴 확대기 그리고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화장품들까지.

이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

가엾은 우리의 선임들을 보며 미소가 지어지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되는가? 어이없다며

비웃을 텐가? 아마도 지금부터 많은 세월이 흐른 후, 미래의 사람들도 우리를 보며 참 희한한 게 유행이었다고 말할지 모른다! - page 208

​

그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이뿐만 아니라 역사에 거린 발명가들의 호기심과 그들의 독특한 아이디어들은 그야말로 우리가 그랬다고?라고 의아함을 선사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마냥 좋았다고 아니면 싫었다고 판단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당황스럽지만 우리 주위의 모든 것이 이로부터 비롯되었을 수도 있음에 가볍게 넘어갈 수 없었던 이야기.

덕분에 상식 아닌 상식을 챙길 수 있었습니다.

​

역사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

마냥 어렵게만 느껴졌다면 이 책을 통해 잠시나마 휴식을 가져보는 건 어떨지.

​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 200%의 서평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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