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법학과 철학을 전공한 뒤 변호사로 남부럽지 않게 살아가던 저자.
그는 남미로 1년 일정의 도보 여행을 떠나면서 인생 최대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낯선 땅을 돌아다니며 인생을 반추하고 젊은 시절의 꿈이었던 영화 제작에 대한 열망을 되찾고 방향을 틀어 12년간 영화 제작자의 길을 걷게 됩니다.
그러다 코르시카섬으로 떠난 두 번째 도보 여행으로부터 또다시 삶의 행로를 바꾸게 됩니다.
쉬이 떨쳐내기 어려운 내면의 소리를 좇아 철학의 길을 걷기로 합니다.
책에서 그는 대자연과 하나 되며 자기 자신의 중심에 가닿았던 크고 작은 걷기의 경험과 함께, 걷기를 즐겨 한 역사적 인물들의 사례와 철학적 사유를 엮어냈습니다.
자연을 찾아 발길을 옮기는 걷기의 가치가 건강 유지나 힐링 차원의 휴식 그 이상임을,
우리의 삶 자체가 걷기의 한 여정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전하며 온전한 나를 되찾고, 소란한 마음을 잠재우고 싶다면 잠깐이라도 좋으니 밖으로 나가 한 발 천천히 내딛기를 권하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무작정 걷는다고 삶에 대한 사색으로 이어지지 않음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침묵 속에서 홀로 자신의 생각에 젖어 걸어갈 때 자기 자신의 상황, 타인과의 관계, 자신을 힘들게 하는 것 혹은 큰 기쁨을 주는 것에 대해 사색하기 시작하는데 이것이 '실천 철학의 시작'이라 하였습니다.
그렇게 걷다 보면 우리의 몸과 마음은 안식에 이르게 되고 비로소 자신의 '이타카(《오디세이아》의 주인공 오디세우스의 고향으로, 오디세우스에게는 출발지이자 목적지인 곳)'을 발견하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특히나 자연 속을 걷는 일은 오감을 충족시키는 총체적 경험으로 자연에 대한 깊은 경험은 우리를 내적으로 성장시키고, 가치 체계를 바라잡아준다고 하였습니다.
거대한 자연 앞에서는 일상의 문제들이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기에 진정한 걷기를 하기 위해선 잠시 일상과 거리를 두고 자연 속을 걸어볼 것을 제안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자연을 유유히 거닐 때처럼 길을 걷는 것 자체가 목표이지, 정상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초연하고 겸허한 태도를 지닐 것을 일러주었습니다.
걸음 속도처럼 천천히 읽어내려갔던 이 책.
한 발 한 발 사유하게 되었고 차분히 제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꼭 걷기만이 답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걷기를 통해 '고요한 행복'에 다다르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이제 또다시 저도 천천히 발걸음을 떼어봅니다.
"걸어 다니면서 새롭게 힘을 얻고 스스로 곧추설 때만이
내 운명의 주인이자, 키잡이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걷기 없는 인생을 어찌 상상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