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리, 고길동을 부탁해 둘리 에세이 (열림원)
아기공룡 둘리.김수정 원작, 김미조 엮음 / 열림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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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엔 '고길동'이 밉기만 하였습니다.

툴툴거리며 맨날 둘리를 구박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저 아저씨는 나쁜 아저씨임에 틀림없다며 미워했었는데...

시간이 흘러 중년이 된 지금에서 고길동을 바라보니...

짠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젠 그를 이해한다고 할까나...

『둘리, 행복은 가까이 있어』에 이어서 읽게 된 이 책.

더 많은 공감과 위로를 받을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이 시대 고길동들에게 전하는 둘리의 위로

"혼자 힘내지 말고 함께 힘내요!"

둘리, 고길동을 부탁해



본문에 들어가기 전 깐따삐야 별에서 온 도우너가 말을 건네주었습니다.

뜻밖에 자신이 탄 우주선이 고장나 지구에 불시착하게 된 도우너.

당혹스러움은 물론이거니와 당장 잠잘 곳도 문제였는데 그때 둘리를 만나게 됩니다.

"너 참 이상하게 생겼다."

서로 이상하게 생겼다고 말은 하지만 서로를 밀어내거나 경계하지는 않는, 그렇게 '이상하게 생긴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그들.

그리고 둘리로부터 애완동물인 희동이, 또치, 영희, 철수를 만나게 됩니다.

또, '길동이'까지.

툭하면 화내고,

툭하면 소리 지르고,

즐거운 일이 있어도 환하게 웃지 않고,

미안하거나 고맙다는 말도 쉽게 하지 못하는 그, 길동이.

그런데 놀랍게도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해 주었습니다.

그런 그를 보며 도우너가 전한 이야기는...

알고 보니 둘리도 길동이 덕분에 이 험난한 여행지에서

따뜻하게 살고 있었어요.

길동이는 정말 겉과 속이 다른 인간이죠?

그래서 귀여울 때도 있지만 안쓰럽기도 해요.

서투른 감정 표현 때문에 곧잘 오해를 받거든요.

이곳은 내가 원했던 목적지는 아니지만

난 지금은 이곳에서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길동이에게 구박받아 맘 상할 때도 있고,

둘리와 말다툼을 할 때도 있지만

훗날 깐따삐야 별로 돌아가면 이 순간이 그리울 거예요.

난 그래서 떠남이 좋아요. - <프롤로그> 중

그렇게 떠남의 경험으로 얻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온전히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찾는 법을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나이를 먹는 만큼 고민에 고민이 더해지는 일상.

머리는 복잡하고 가슴은 답답한...

그야말로 일상에 지치고 갈 곳을 잃어버리기 일쑤인데 그런 우리들에게 건넨 다정한 한 마디.

그냥 아무 고민 없이 오늘 하루를 보내봐요.

무엇을 할까,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지도 말아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마음 가는 대로 움직여요.

수많은 날 중에 하루쯤은

그렇게 움직여도 괜찮아요.

오늘 하루만큼은 아무 걱정 말아요. - page 79

마음 가는 대로 움직여도 괜찮다는 이 말이 참 따뜻하게 다가왔었습니다.

만년 '과장'이지만 여러 식구의 '가장'이기도 한 고길동.

왜 시간이 흐른 지금에야 이해를 하게 된 것일까... 란 생각을 해 보니 내 모습과도 닮아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누구보다 따뜻하고 친절한 마음을 지닌 그.



그런 그가 곧잘 말하는 이 말이 진하게 남았었습니다.

"사는 게 이런 거지."

그러면서 어느 순간 가족이 된 식객들과 더불어 살아가며 닮아가는 모습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길동 아저씨에게 외치고 싶었습니다.

몸은 물론이고

마음도 아프지 말아요.

가장이라서가 아니라

과장이라서가 아니라

가족의 사랑을 받는 소중한 님이니까요.

아프지 말아요.

가장님, 과장님!

당신을 사랑하세요. - page 195

이 말은 그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건넨 메시지였기에 큰 위로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 시대의 고길동.

잠시나마 등짐을 내려놓고 불어오는 바람에 마음을 기대어 보기를, 그리고 주위엔 당신을 사랑하는 이들이 있음을 느끼는 하루를 보내는 건 어떨지요.

"오늘 하루만큼은 아무 걱정 말아요,

우리의 가장 길동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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