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의 시대 - 찬란하고 어두웠던 물리학의 시대 1900~1945
토비아스 휘터 지음, 배명자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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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광기의 시대.

그 속엔 인류의 역사를 바꾼 천재 과학자들이 있었습니다.

방사성 원소를 발견해 핵물리학 연구의 서막을 연 천재 과학자 '마리 퀴리'

양자역학을 통해 현대 물리학의 위대한 발전을 가능하게 한 '막스 플랑크'

원자 무기의 평화적 사용을 강대국에 주장한 '닐스 보어'

과학과 철학의 접목을 위해 노력했던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과학뿐 아니라 문학과 철학에 있어서도 천재적인 재능을 지녔던 '에른스트 슈뢰딩거'

다른 부가 설명이 필요 없는 20세기 최고의 과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

등 세상을 뒤집은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

안 읽어볼 수 없지 않을까!

그 위대한 여정에 저도 발맞추고자 합니다.

​

고전물리학의 세계관이 설명할 수 없는 자리에 들어선

'새로운 과학'은 인류의 역사를 어떻게 바꿔놓았는가?

'세계를 발견하는 과학'과 '과학이 바꿔놓은 세상',

그 사이에서 빚어진 위대한 물리학의 명장면들을 포착하다!

​

『불확실성의 시대』



1900년 10월 7일 일요일.

막스 플랑크와 마리에 플랑크 부부는 베를린 그루네발트의 대저택에서 이웃에 사는 하인리히 루벤스와 마리에 루벤스 부부를 맞이하게 됩니다.

아내들의 불평에도 불구하고 남편들은 물리학 얘기를 하고 있는데 물리기술제국연구소 실험실에서 최근에 측정한 곡선이 지금까지의 공식과 일치하지 않음에 플랑크의 머리에서 몇 년째 이리저리 떠돌던 퍼즐 조각들이 새로운 패턴으로 맞춰지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

"아빠가 뉴턴에 버금가는 아주 중요한 걸 발견했단다."

​

19세기 물리학자들의 난제 중 하나였던 '흑체복사곡선'에 대해 자신이 받아들이기를 거부했던 방법론까지 동원해가며 흑체복사선에 대한 연구를 한 끝에 12월 14일 금요일 오후 5시, 물리학 학회에서 '정규 스펙트럼의 에너지 분포 법칙 이론'을 발표하게 됩니다.

​

"이것이 전체 계산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인데, 우리는 에너지가 매우 특정한 수의 유한한 등가성 알갱이로 구성되었다고 보고, 자연상수 h = 6.55·10^-27 erg/sec를 사용합니다." 양자는 세상에 존재한다. 다만 아무도 그것을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 - page 28

​

이 발표는 후대 물리학자들로부터 "양자물리학의 탄생 시간"이라 불리게 됩니다.

또한 그가 말했던 '알갱이'는 양자 개념으로 플랑크의 양자가설은 이후 아인슈타인의 광양자가설에도 영감을 주게 됩니다.

​

1903년 파리에서 마리 퀴리는 베크렐의 우라늄선에 매료되어 이후 '유라늄선' 대신 방사성 관선'이라 부르며 연구를 하였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방사성 원소 폴로늄과 라듐을 발견하게 됩니다.

사실 당시 과학 지식에서는 이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원자'에 대해

화학자들은 더는 쪼개지지 않고 변하지 않으며, 화학반응으로 연결이 끊어지기도 하고 다시 연결되기도 하는 최소 구성 성분으로

물리학자들은 작은 당구공처럼 진공상태를 떠다니며 충돌하여 기체의 압력과 열을 생산하는 것으로

철학자들은 데모크리토스 이후로 세계를 구성하는 불멸의 성분으로

이론적으론 연관성이 없지만 똑같이 '원자'라 불린 것을 마리 퀴리는 원자 내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진다고 주장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녀의 연구는

​

별이 빛나는 밤하늘 아래에서 피에르가 조끼 주머니에서 라듐브로마이드가 든 유리병을 꺼냈다. 유리병에서 빛이 나와 그들의 얼굴을 비췄다. 술기운에 붉어진 편안한 얼굴, 그리고 화상으로 여기저기 상처투성이인 피에르의 손가락. 그것은 언젠가 마리를 죽게 할 방사능 질병의 전조이자, 그들이 쫓고 있는 지식의 무게를 알려주는 첫 번째 암시였다. - page 41

​

그들이 쫓고 있는 지식의 무게가 훗날 핵물리학으로 발전하게 될 과학의 새로운 영토를 개척하게 됩니다.

​

그리고 이 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인물은 1905년 베른에서 시작하였습니다.

바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베른 특허청의 3등급 시사관이었던 그는 1905년의 물리학자들을 괴롭히기 시작하면서 이런 주장을 하게 됩니다.

​

빛, 즉 모든 전자기선은 파동이 아니라 일종의 입자인 양자로 구성되었다! - page 48

​

이를 필두로 고전물리학의 한계를 타파하고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으로 대표되는 현대물리학의 태동에서부터 황금기에 이르는 과정이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

상대의 이론을 접하며 논쟁하며 그렇게 새로운 과학의 토대를 쌓아가는 모습이 생생히 그려져 읽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1927년 하이젠베르크는 계속해서 철학 안개 속을 헤매는 보어와의 토론에서

​

"과학은 대화에서 발생한다"

​

고 즐겨 말하곤 하였지만 종종 절망 속에 토론을 마치곤 하였습니다.

그러나 머릿속에서는 계속해서 보어가 이의 제기를 하는 소리를 듣게 되고 예전 여름 아인슈타인이 하이젠베르크의 이론에 반대하며 안개상자 - 흔적 얘기했을 때 아인슈타인이

​

"자신이 실제로 관찰한 것을 기억하는 것은 가치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칙의 관점에서 볼 때, 관찰 가능한 수치만을 토대로 하려는 이론은 매우 잘못된 것입니다. 현실에서는 정확히 그 반대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관찰할 수 있을지를 이론이 먼저 결정합니다." - page 282

​

이 말을 곱씹으며 그동안 양자역학의 핵심으로 통했던 위치와 운동의 불확정성에 직면하게 됩니다.

"불확정성의 원리"

​

다른 물리학자들은 불확정성 원리의 의미를 가늠하는 데 한참이 걸렸다. 인과성은 이미 1년 전에 보른에 의해 폐기되었다고, 일부 이론가들은 말하고, 일부 실험가들은 불확정성 원리를, 정교한 장비로 양자 현상의 더 선명한 그림을 얻으려는 도전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들은 잘못 이해했다. 세계는 그저 불확실하게 보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세계는 실제로 불확실하다! "세계와 우리의 언어가 맞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하이젠베르크가 말한다. - page 288

​

그리하여 이 책의 제목처럼 1900년에서 1945년 '불확실성의 시대'로 명명한 이유였습니다.

​

특히나 이 시기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과학의 양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과학자들의 핵분열 연구는 나치의 손에서 위험하게 쓰일 수 있음을 경계해 이를 미국 대통령이었던 루스벨트에게 알리게 되고 미국은 '맨해튼 프로젝트'로 원자폭탄을 개발해 1945년 8월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참혹한 재앙을 일으키게 되는데...

​

1945년 8월 14일에 하이젠베르크는 동료 포로들 앞에서 강연을 했다. 그는 폭탄의 임계 반경이 6.2~13.7센티미터라고 계산했다. 폭탄 표면은 폭발할 때 태양보다 2,000배 더 밝게 빛난다. "가시광선 압력이 과연 물체를 쓰러뜨릴 수 있을지, 흥미롭네요." 하이젠베르크가 강연을 끝맺었다. 그는 다시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과학자의 영토에 있다. 한참 뒤에 그는 회고록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내가 25년 동안 함께 겪었던 원자물리학의 진보가 수십만 명이 훨씬 넘는 사람을 죽이게 되었다는 사실을, 나는 직시해야만 했다." - page 477

​

전쟁은 모든 것을 파괴했고 세계는 불확실해졌으며 그야말로 오랫동안 확신했고 익숙했던 윤곽들이 흐릿하게 지워지게 되었습니다.

불확실성의 시대...

​

100년 전에 세워진 그들의 이론은 오늘날까지도 굳건히 서 있었습니다.

그들이 겨뤘던 논쟁들도 여전히 중심에 있듯 그 역사는 지속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을 바라보며 앞으로 우리의 시대는 어찌 될지 관심을 가져야 함을 느끼며 물리학의 매력에 흠뻑 매료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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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인사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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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을 계기로 알게 된 사실이 있었습니다.

소설가이지만 저에겐 에세이만 읽었던 작가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가 그랬고 김영하 작가가 그러했습니다.

소설이 유명하고 영화화된 것도 알지만 막상 소설보다는 에세이를 읽게 되었고 에세이로 친숙한...

그러다 이번에 김영하 작가님의 소설을 처음 읽게 되었습니다.

​

이미 베스트셀러이자 지금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이 작품.

제 지인들도 읽었었고 호불호가 있었던 이 작품.

과연 어떤 이야기가 그려져있을지 기대감을 안고 읽어보았습니다.

​

외로운 소년이 밤하늘을 본다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

​

삶과 죽음, 만남과 이별의

이분법을 허무는

김영하의 신비로운 지적 모험

​

『작별인사』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바로 운동화를 꿰어 신고 나가 달리던 철이.

그런데 그날은 달리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연석 옆에 떨어져 죽은 새 한 마리를 보게 됩니다.

아직 어린 잿빛 직박구리.

​

"잘 묻어줬니?"

"다 보셨잖아요."

"어떻게 묻어줄 생각을 다 했어?"

"몰라요. 놔두면 안 될 것 같아서요. 어디가 아팠을까요? 아니면 혹시 물을 못 먹어서 죽은 걸까요?"​ - page 16

​

휴머노이드를 만드는 휴먼매터스의 공학박사인 철이 아빠 최진수 박사와 데가르트, 칸트 그리고 갈릴레오라는 이름을 지닌 고양이 세 마리와 함께 더없이 쾌적한 환경에서 살던 철이.

어느 날 검은 제복을 입은 이들로부터

​

"보십시오. 인간은 이렇게 H라고 뜹니다. 인간에게서만 방출되는 방사성원소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걸 감지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당신한테서는 그게 나오질 않습니다." - page 37

​

무등록 휴머노이드라며 그를 수용소로 끌고 갑니다.

이제껏 자신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의심해 본 적이 없었던 철이는 그곳에서 선이와 민이를 만나면서 휴머노이드에 대해 알게 되고 자신 역시도 휴머노이드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러고는 '나는 누구인가'에 빠져들게 됩니다.

​

그렇지 않아도 내전으로 불안전했던 세상은 민병대가 수용소를 부수고 로봇들을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틈을 타 철이와 민이, 선이는 탈출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들은 정부의 레이더망에 걸렸고 민이를 잃게 됩니다.

​

우리는 오랫동안 그대로 있었다. 온몸을 압도하던 공포가 물러가고, 이제 슬픔이 마치 따뜻한 물처럼 그녀의 마음에 차오르는 느낌이었고, 그 슬픔이 오직 선이만의 것은 아니라는 듯, 함께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는 이 단순한 행위를 통해 그녀가 느끼고 있을 유독한 슬픔이 아주 소량이나마 내게로도 전해지는 것 같았다. 그 순간만큼은 나라는 존재에 대한 의식이 사라졌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너와 나, 그런 뚜렷한 경계가 사라지고 공통의 슬픔이라는 압도적 촉매를 통해 선이와 내가 하나가 된 것만 같았다.

"괜찮아. 다 끝났어. 이제 다 끝났어. 민이는 이제 편안히 쉬게 될 거야." - page 127 ~ 128

​

철이와 선이는 호수에 다다르게 되었고 거기서 재생 휴머노이드 '달마'를 만나게 됩니다.

달마에게 민이를 되살려달라고 하지만 달마의 답은

​

"인간이라는 동물의 본성이니까요. 그들은 오랜 세월 사람은 무조건 살려야 한다는 윤리를 확립해왔고, 그래서 환자가 극심한 고통을 당하는데도 살려두려고 합니다. 환자의 생각은 무시한 채 말입니다. 생명은 그 어떤 경우에도 소중하다고 주장하지만 그들이 그걸 금과옥조처럼 그 어떤 상황에서도 지켜온 것은 또 아닙니다. 인류가 벌인 그 수많은 전쟁을 생각해보십시오. 하지만 그건 인간들의 문제이고 우리는 지금 한 휴머노이드의 운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 묻는 것은 이 휴머노이드를 재활성화, 아니 여러분의 표현대로 살리는 것이 정말 이 휴머노이드 자신에게 유익한 일이라고 여러분이 확신하느냐는 것입니다." - page 147 ~148

​

이에 대해

​

"제 생각은 달라요. 이 우주에 의식을 가진 존재는 정말 정말 드물어요. 비록 기계지만 민이는 의식을 가진 존재로 태어나 감각과 지각을 하면서 자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통합적으로 사고할 수 있었어요. 고통도 느꼈지만 희망도 품었죠. 이 우주의 어딘가에서 의식이 있는 존재로 태어난다는 것은 너무나 드물고 귀한 일이고, 그 의식을 가진 존재로 살아가는 것도 극히 짧은 시간이기 때문에, 의식이 있는 동안 존재는 살아 있을 때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있어요." - page 151

​

의식이 있는 존재로 태어나 세상의 불필요한 고통을 줄여야 한다는, 그렇기에 민이를 살려야 한다는 선이의 말.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무튼 민이를 살리고자 했지만 결국은 그리하지 못하게 되고 철이는 최박사와 재회를 하게 되는데...

이제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된 철이에게 어떤 삶이 펼쳐질지...

​

자작나무숲에 누워 나의 두 눈은 검은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한 번의 짧은 삶, 두 개의 육인이 있었다. 지금 그 두번째 육신이 죽음을 앞두고 있다. 어쩌면 의식까지도 함께 소멸할 것이다. 내가 겪은 모든 일이 머릿속에서 폭죽 터지듯 떠오르기 시작한다. 한때 회상은 나의 일상이었다. 순수한 의식으로만 존재하던 시절, 나는 나와 관련된 기록들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기억을 이어 붙이며 과거로 돌아갔다. 그때마다 이야기는 직박구리가 죽어 있던 그날 아침, 모든 것이 흔들리던 순간에서 시작됐다. - page 9

​

단순히 소설이라 치부할 수 없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존재의 의미에 대해 많은 여지를 남겨주었던 이 소설.

​

"당신은 무엇이고 무엇이 되고자 합니까?" - page 228

​

책을 덮고 이 소설이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이 문장이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

끝이 오면 너도 나도 그게 끝이라는 걸 분명히 알 수 있을 거야. - page 204

​

작별인사의 의미가 뭉클하게 다가왔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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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인간
알도 팔라체스키 지음, 박상진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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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제목으로부터 오는 호기심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단순한 호기심은 복잡 미묘함으로 변하게 되면서 마지막 한 방까지!

신비롭고도 이상한 인물.

그 만남이 시작되었습니다.

​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사람과

가장 변덕스러운 사람들의 덧없는 만남!

​

『연기 인간』



"내 말은, 당신 육신이 어떤 재질로 구성되었느냐 그 말이오, 뭐죠?"

"연기요."

"내가 그랬지! 맞아, 맞아! 연기 인간이야. 연기 인간이라고! 연기! 연기! 연기!" - page 14

​

페네, 라테, 라마 세 할머니가 벽난로에 장작을 태우면서 생긴 연기로부터 33년을 굴뚝 안에서 지내다가 사흘 전 굴뚝 아래에서 들려오던 단조로운 대화가 사라지고 타오르던 불도 꺼지면서 마침내 아래로 내려왔다는 그, '페렐라'.

그의 이름은 세 할머니 이름으로부터 불리게 되었고 신비한 외모와 이로부터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니 왕궁으로부터 초대를 받게 됩니다.

왕비와 수녀, 시인, 왕자 등 여러 사람을 만나고 국왕 폐하로부터 새로운 법전을 만들기 위한 편찬 위원회의 세 번째 위원으로 지명을 받게 됩니다.

​

"친애하는 여러분, 여기 자리하신 고명한 기사 여러분, 나는 최고 위원회의 제안에 따라, 칙령에 의거해, 지고하신 대주교의 추인에 맞춰, 현명하고, 탁월하며, 뛰어나신 페렐라 씨께 사랑하는 우리 조국을 위한 새로운 법전의 집필을 온전히 맡아주십사 청하게 되어 대단한 명예로 생각합니다.

상하기 쉬운 육신과 연약한 감각을 지닌 어떤 사람이 우리의 피, 우리의 야심, 우리의 개인적인 관심, 우리의 당파성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어쩔 수 없이, 불공정하게, 두려움없이 그런 일을 맡을 수 있겠습니까? 어떤 사람이 자기도 사람임을 잊고 법전 궁극의 목표인, 만인의 평등한 이익 추구라는 이 위대한 기획을 떠맡을 수 있겠습니까?

이분은 사람이 아닙니다. 정확히 말해 불순한 것을 깨끗하게 하는 숭고한 불에 휩싸여 모든 감각의 자기 중심적인 작동을 중단시키고 무화하는 그러한 사람입니다!" - page 119

​

그러던 어느 날.

황혼 녘에 페렐라를 태운 마차와 수행단이 왕궁으로 돌아오고 있었는데 너무도 황당한 일이 벌어져 모두가 아연실색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바로 왕궁 하인들의 우두머리인 알로로가 간밤에 사라진 것.

그에겐 도시에 사는 딸 하나가 있었는데 딸은 이틀 전 마지막으로 본 아버지의 모습은 평소에 비해 너무나 들떠 보여서 당황하였고 그러다 초조한 모습을 보인 아버지 알로로.

​

지하의 거대한 납골당 아래, 옅어지는 연기 사이로 사람들은 사물을 구별하기 시작한다. 중간에, 바닥에, 넓게 평평하게 퍼진 잿더미 사이로 아직 여기저기 석탄불이 붙어 있고, 바닥에서 2미터쯤 되는 천장에는 쇠사슬 하나가 늘어뜨려져 있다. 거기서 십자가 형태로 까맣게 탄 몸통이 대롱대롱 매달려 수평으로 천천히 비틀리며 흔들리고 있다. 함부로 이어 붙인 두 개의 나무 기둥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누군가의 잔재일 뿐이다. 알로로. - page 192 ~ 193

​

알로로의 죽음에 대해 온갖 추측이 난무하던 중 알로로가 자신처럼 가벼워지고 싶어서 자기 몸에 불을 질렀다고 담담하게 말하는 페렐라.

이때부터 그동안 페렐레를 추앙하던 군중들이 돌변하게 되는데...

​

"살인을 저질렀어요!"

"우리 모두를 불에 태우려 했어요!"

"왕궁 지하에 불을 질렀어요!"

"방화범입니다!"

"살인자!"

"비겁한 자!" - page 217

​

모욕과 저속한 손짓, 음탕한 소리, 경멸과 멸시의 말을 그에게 퍼붓는 이들.

특히나 겨우 세 살이나 되었을까 한 어린애의 행동으로부터

​

인간이 처할 수 있는 가장 비참한 상황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작은 머리들이 한 인간을 비참하게 만드는 가장 참혹하고 기괴한 놀이를 천진난만하게 찾아냈다. 사람들은 문과 창문에서 경멸적인 비웃음만 날리다가, 그 벌레들의 잔인함이 광적으로 고조될 때마다 "좋다! 잘한다!"라고 외치며 더 자극해댔다. 타고 있던 배가 난파된 조난자는 이리저리 힘없이 휩쓸리기만 했다. 극도로 가벼운 그는 상대가 어린아이라 해도 전혀 대항할 수가 없었다. 놀이가 벌어지는 길 한복판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조롱의 현장이 되었다. 그 불쌍한 얼굴은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왜? 왜?" - page 236

​

법정에 이르게 된 페렐라.

그의 최후는 어찌 될까......

​

'가벼움의 존재 방식'에 대하여 일러주었던 '연기 인간'.

불에 타 사라지면서 생겨나는, 죽음이 삶이 되는 현상인 연기.

페렐라가 상징한 건 '사라짐-죽음'을 '나타남-삶'이었습니다.

​

그런 그가 우리도 죽음을 삶으로 바꾸며 존재하라고, 죽음을 통해 삶을 살아가라고 권유한다.

'죽음을 삶으로 대체하고, 사라짐을 통해 나타나라.' - page 302

​

그러면서 이 소설이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는 무엇인가...



낯설고 우스꽝스럽고 비정상적이고 역설적이고 애처로운 주변 인물들을 향해, 우리 사회의 전통 질서와 가치 체계를 향해 거침없이 냉소를 던진 '알도 팔라체스키'.

지금 우리 시대에도 따끔한 일침과도 같았습니다.

무엇보다 마주하고 싶지 않지만 직면해야할 인간의 민낯에 대해 또다시 반성해보게 되었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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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인간
알도 팔라체스키 지음, 박상진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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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움의 존재 방식...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았지만 그 여운은 오랫동안 남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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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오바마 자기만의 빛 - 어둠의 시간을 밝히는 인생의 도구들
미셸 오바마 지음, 이다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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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오바마는 버락 오바마가 아닌 미셸 오바마다"

​

백악관을 나온 지 6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이 말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하였습니다.

그만큼 '미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여성'인 그녀, '미셸 오바마'.

첫 자서전인 『비커밍』을 읽으면서 솔직함과 강렬함으로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녀가 전했던 메시지.

​

"희망 말고는 줄 것이 없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미래를 그리세요."

​

그렇게 용기와 위로를 받았었는데...

​

5년 만의 신작이라고는 했지만 저는 2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된 미셸 오바마.

이번에는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건넬지 기대가 되었습니다.

​

"품위 있게 간다는 것은,

다만 계속 나아간다는 약속이다.

여기에는 의미가 있다. 반드시 있다."

​

미셸 오바마가 전하는

지치지 않고 삶을 사랑하는 태도에 관하여

​

『미셸 오바마 자기만의 빛』



1부 자기만의 빛과 내 안의 잠재력을 찾는 과정을 살펴보고

2부 타인과의 관계 그리고 집이라는 개념을 들여다본 뒤

3부 유독 힘든 시기에 우리의 빛을 품고 지키고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며

인생의 모든 순간, 지치지 않고 삶을 사랑하는 태도를 알려주었습니다.

바로 '자기만의 빛'으로.

​

백악관에 있던 8년 동안 미국인의 삶에 깊이 뿌리박힌 차별적인 편견과 선입관에 저항하며 백악관에 처음 살게 된 흑인으로서 자신들의 존재가 사람들에게 무엇이 어디까지 가능한지 보여준 희망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뒤의 대통령이 된 사람으로부터 공든 탑이 무너진...

그리고 팬데믹으로 자신의 일상을 지탱했던 수많은 계획과 체계들이 무너지면서 오랫동안 씨름해온 '충분하지 않았다'는 자조 어린 생각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그녀를 둘러싸게 됩니다.

이토록 가라앉은 상태에서 그녀는 작은 것에 자신을 맡기게 됩니다

작고 정교하며 반복적인 움직임 속에, 바늘이 달각이며 지어내는 '뜨개질'에 말입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전해 준 이야기.

​

큰 문제 옆에 작은 문제를 두면 다루기가 좀 더 쉬워진다는 사실을 나는 깨달았다. 모든 것이 크게 다가와 두렵고 막막할 때, 과도한 감정과 생각에 빠지거나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되어 버거울 때, 일부러 작은 것부터 찾아가는 법을 배웠다. 나의 머리가 거대한 재앙과 파멸만 걱정하고 있을 때, 스스로 충분하지 못하다는 생각에 마비되고 동요될 때, 나는 뜨개바늘을 집어 들고 두 손에 모든 걸 맡긴다. 나지막이 달각이는 소리와 함께 그 혹독한 순간에서 빠져나오기를 바라면서. - page 59 ~ 60

​

구멍은 언제나 클 것이며, 해법은 언제나 느리게 올 것이니 우선 작은 승리를 쟁취할 것을.

이 또한 진전일 것이기에.

그러니까 지금 코잡기부터 시작해 보자는 이 말이 참 멋졌습니다.

​

그녀가 이렇게 멋진 여성이 될 수 있었던 건 그녀의 아버지로부터의 가르침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다발성경화증을 앓던 그녀의 아버지 프레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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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불안한 자세로 다리를 절름대며 거리를 걸으면 사람들은 종종 가던 길을 멈추고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아버지는 미소를 짓고 어깨를 으쓱하며 우리에게 말하곤 했다.

"내가 나한테 만족하면 누구도 나를 기분 나쁘게 할 수 없어." - page 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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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과 사이가 좋았고 자기 가치를 명확히 알고 있었으며 신체적으로는 그렇지 않아도 중심이 잘 잡혀 있었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있었기에

결국 나를 보는 시선이 나의 전부가 된다는 것을,

나의 발판이 되고 내 주변의 세상을 바꾸는 시작점이 된다는 것을

배우고 그녀 역시도 그럴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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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좋은 엄마란 무엇일까>.

극적이지 않고 침착한 자세로 일관되게 그들 곁을 지키며 모두에게 도움이 되었던 그녀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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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내 말을 적극적으로 들어주면서, 나의 두려움을 신속하게 방구석으로 몰아내고 '지나친' 걱정을 하는 나를 다잡아준다. 어머니는 아이들이 언제나 좋은 의도에서 행동한다고 전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나의 의심과 우려에 답하기보다 기대와 높은 호감에 부응하도록 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아이들이 신뢰받을 자격을 얻어내게 하지 말고 아이들에게 그냥 신뢰를 주라고 한다. '다정한 마음으로 시작'하는 어머니만의 방법이다. - page 267



고등학교 때의 일화가 나오는데 어느 거만해 보이는 수학 교사 때문에 속이 상해 있는 그녀에게 건넨 엄마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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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꼭 선생님을 좋아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선생님이 널 좋아해야 하는 것도 아니야. 하지만 선생님 머리에 수학이 있고 너도 머리에 수학이 있어야 하니까 그냥 수학을 넣으러 학교에 간다고 생각해."

어머니는 날 보고 미소를 지었다. 세상에 이보다 이해하기 쉬운 진리가 없다는 듯.

"널 좋아하는 사람들은 집에 있잖아. 우리는 언제나 널 좋아할거야." - page 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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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단순하고 힘 있는 메시지는 꼭 가슴에 새겨 나의 아이들에게도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널 좋아하는 사람들은 집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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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무수한 불공정이 존재하고 인생에는 의도하지 않은 일들로 분노와 절망, 상처와 공황을 느끼는 건 어쩌면 당연한 날것의 감정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들이 우리를 얼마나 빨리 도랑에 처박히게 할 수 있는지 잊지 말자고 전하였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품위 있게 가는 것.

나를 얽매는 것들에도 불구하고 노력에 의미를 부여하고 목소리를 내고자 애쓰는 것.

계속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일러주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녀는 책의 마지막에 다짐을 하게 됩니다.



품위 있게 가는 일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온전한 자신을 인정하고 내 안의 빛을 밝히는 일은 나뿐만 아니라 세상을 밝히는 일임을 깨달으며 이제부터 내 안의 빛을 찾아 나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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