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 트리
오가와 이토 지음, 권영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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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감수성으로 전 세계에 넓은 독자층을 가진 작가 '오가와 이토'.

저 역시도 좋아하는 작가분 중 한 분인데...

최근에도 그녀가 이십 대에 쓴 장편소설을 만난 바가 있었는데 이번에 또 만나게 되니 역시나 설레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목부터 벌써 '힐링'을 선사할 것 같은 이 소설.

이번엔 어떤 느낌으로 제 가슴에 채워질지 기대하며 읽어보았습니다.

​

"이 이야기는 나와 릴리를 둘러싼,

같은 피가 흐르는 가족의 이야기다."

​

생명의 연결, 그 반짝임을 그려 낸 오가와 이토의 특별한 성장 소설

​

『패밀리 트리』 


그렇기에 릴리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내 뇌리에는 맨 먼저 툇마루에 무릎을 끌어안고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던 조그맣고 포동포동한 그녀의 실루엣이 무지개처럼 아련히 나타나곤 한다. - page 8

​

이야기는 신슈에서, 나와 릴리를 둘러싼, 같은 피가 흐르는 가족 이야기 시작되었습니다.

​

호타카의 작은 여관에서 태어난 겁 많은 소년 '류세이'.

해마다 여름이면 도쿄에서 특급 '아즈사'를 타고 찾아오는 '릴리'.

그렇기에 어린 소년에게 여름은 곧 릴리고, 릴리는 곧 여름이었습니다.

​

릴리는 가끔 하늘나라 여행에 빠지는 어딘가 아련하였고, 귀엽기는 하지만 조금 심술쟁이인, 도시 아이 주제에 자연 속에서 놀거리를 찾아내는 그런 그녀와 함께 지내는 여름만이 소년에게 살아갈 힘을 주었기에 언제나 여름만 기다리며 지내고 있었습니다.

릴리가

"류"

라고 부를 때면 배 속 구석구석까지 벌겋게 달아오르는 것 같은, 사랑인 줄도 모른 채 릴리만을 바라보는 류세이.

그러다 우연히 강아지를 발견하게 됩니다.

'바다'란 이름을 지어주고 바다를 통해 일 년 내내 릴리가 찾아올 여름만 기다리던 소년에게 모든 계절이 발하는 순간순간의 반짝임을 배우게 됩니다.

​

나, 릴리, 바다가 아름다운 삼각형을 그리듯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그해 여름을 조용히 지냈다. - page 100

​

하지만 안타깝게도 바다와의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된 소년에게 릴리의 나지막한 목소리.

​

"어쩔 수 없는 일이야." - page 120

​

그렇게 소년은 큰 좌절과 절망을 겪으며 어른으로의 여정에 들어서게 됩니다.

어른이 되면서도 그의 방황은 계속되고 그런 그에게 건넨 기쿠 할머니의 이야기는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었습니다.

흙 찜질을 하면서

​

"흙 속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도 이렇게 풀이 우거졌기 때문이야. 인간은 금세 잡초라고 뽑아 버리고 말려 죽이고 하잖냐? 하지만 세상에 신께서 만드신 것 중에 쓸모없는 건 하나도 없는 거야. 쓸모없는 건 인간이 돈벌이를 위해 만든 것뿐이지. 땅과 가까운 곳에 있으면 여러 가지가 아주 잘 보인단다."

나는 정말 기분이 평온했다. 그래서 할머니가 "그때 불이 나서......"라고 했을 때, 순간적으로 무슨 말을 들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 내 기억으로 기쿠 할머니가 구체적으로 화재를 언급하는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

"불이 나서 다행이라고는 입이 찢어져도 말 못 하고 또 그렇게 단순한 일은 아니다만, 그래도 말이다, 류세이."

기쿠 할머니는 또렷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내 뺨은 그때 이미 눈물로 빛나고 있었을 터였다.

"살아 있으면 꼭 좋은 일도 있는 법이야. 신께서 그렇게 심술궂은 일은 하지 않으신단다. 선하게 살기만 하면 언젠가 자기한테 돌아오는 법이야." - page 201 ~ 202

​

릴리와 류세이, 여관을 운영하는 기쿠 할머니와 그 아들 스바루 아저씨, 여관에 세 든 형태로 살고 있는 류세이 가족, 아버지가 두 집 살림을 하는 릴리네 가족 등 기쿠 할머니로부터 뻗어 나온 나무는 대를 이어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


덤덤히 그려나간 이야기.

하지만 각각의 인물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껴질 정도로 섬세했던 이야기.

그들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

누구나 겪는 성장통.

마냥 아파하지 않고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

"사람은 혼자선 살아갈 수 없구나. 릴리, 너랑 멀어지고 나서 그걸 잘 알았어."

나는 말했다.

"사람이 한 사람한테서 태어날 수 없는 거랑 마찬가지일지도 몰라." - page 373

​

지금 존재하고 있는 나는 결코 혼자 서 있는 것이 아님을 일러준 이 소설.

덕분에 주변을 되돌아보았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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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 트리
오가와 이토 지음, 권영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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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름, 그들의 이야기가 잔잔히도 와 닿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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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도서관
정은오 지음 / 씨엘비북스(CLB BOOKS)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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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라 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검은 망토에 창백한 얼굴, 사악한 웃음소리, 마법, 저주...

좋은 이미지가 있을까...!

하지만 이 소설에서의 '마녀'는 왠지 특별해 보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고?!

굳이 마녀가 될 필요까지 있을까...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었고 소설을 읽는 것이 답이란 결론까지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과연 어떤 사연이 있는지 읽어보았습니다.

​

사랑하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마녀가 된 한 소녀의 이야기

​

『마녀도서관』



나는 엑스트라다. - page 7

​

변두리 영지, 남작가의 둘째 딸 '로즈마리'.

그녀에게 혈육이라고는 냉정한 성격을 가졌지만, 로즈마리에겐 늘 다정하고 상냥한, 그래서 가문에서도 유명한 시스콤(시스터 콤플렉스, 자매에 강한 애착, 집착, 사랑을 갖는 상태)인 언니 '샤롯'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샤롯에게 로즈마리는 삶의 이유였습니다.

​

"로즈마리...... 날 혼자 두지 말렴."

"언니, 나 안 죽어......" - page 20

​

현 가주인인 샤롯은 금기의 지식이 존재하는 '무한의 서고'를 관리하는데 또 한 사람, 서고를 열 수 있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로즈마리.

무한의 서고 열람은 가주에게만 있는 특권이지만, 놀랍게도 로즈마리에게도 계승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서재에 들어가 책을 읽게 되는데 바로 《엘리제 이야기》였습니다.

사실 로즈마리는 호기심 덕분에 이 책을 알게 되었었고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오히려 허탈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

"나, 지금 소름 돋을 것 같아." - page 50

​

어느 대목부터 자신이 소설 속 엑스트라라는 걸 알게 됩니다.

​

엘리제 이야기는 평범한 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실존하는 엘리제의 인생을 담은 책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녀의 인생에 재수 없게도 턱하니 걸린 베히모스가의 미래를 써 내려간 책임을 깨닫게 됩니다.

무엇보다 샤롯과 로즈마리가 정확히는 엘리제의 탐욕에 이용당하고, 엘리제가 샤롯을 죽이고 가문의 서고까지 차지하려 한 사실을 알게 된 로즈마리.

이 비극을 막기 위해 엑스트라, 아니 로즈마리의 활약이 펼쳐지는데...

​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했잖아, 로즈마리. 너와 샤롯의 운명, 그리고 마녀의 손아귀에 있는 레비탄. 모두가 눈앞의 마녀에 얽매여 있다. 우리의 기구한 운명과 암울한 미래를 벗어나기 위해 방향 잃은 이 한복판에서 로즈마리는 생각했다.

길이 없다면 앞을 가리는 갈대를 베고, 길을 막고 있는 나무를 베서라도 걸어가겠노라고. 어차피 운명은 자신의 손으로 개척하는 거야. - page 173 ~ 174

​

마녀를 대적하기 위해 스스로 마녀가 된 로즈마리.

그 마지막은 어떻게 될까...!

​

이미 소설 속에서도 초반에 로즈마리만 알고 있는 비밀 하나를 일러주었습니다.

바로 이 세계는 '소설 속의 세계'라는 것.

현실과 책 속의 이야기가 어우러지면서 저 역시도 어느 순간 이 세계 속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매혹적이면서도 흥미로웠던!

​

그리고 용감하고도 당찬 로즈마리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

엘리제의 인생서는 운명서이자 일종의 예언서다. 그녀의 일생에 낀 모든 존재의 미래가 적혀 있는. 베히모스가의 미래는 그녀에 의해 좌우되지만 로즈마리는 그렇게 두지 않을 것이다. 운명은 순응하라고 있는 게 아니야, 깨라고 있는 거야! 정해진 길은 없다. - page 67

​

이 세계의 엑스트라에 불과한 존재에게도 각자의 삶이 있고 미래가 있다. 로즈마리는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믿는다. 엘리제에게는 엑스트라에 불과하지만 샤롯과 로즈마리는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라고. - page 100

​

너무 뻔하지 않아서 좋았던 이 소설.

또다시 그들이 그리워질 것 같은 이 소설.

이번 휴가에 이 책을 챙겨갈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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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스파이 앙상블
이사카 고타로 지음, 강영혜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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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치 있고 유머러스한 문장으로 어두운 주제까지 경쾌하게 풀어내며 정교한 구성으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소설가 '이사카 코타로'.

그의 작품을 종종 찾아 읽어보곤 하는데...

이번 신간 역시도 관심이 갔었습니다.

​

이 작품이 여느 작품과는 달리

1년에 한 편씩 7년 동안 써내려온 이야기를 묶은,

《골든 슬럼버》와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를 잇는 음악 소설

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새롭게 다가온 이 소설.

그만이 전달할 수 있는 특별함을 느껴보고자 합니다.

​

좋은 사람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착한 사람들이 잘 살았으면 좋겠어.

나는 믿으니까, 작은 것들의 위대함을.

​

『마이크로스파이 앙상블』



이야기는 한 여인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

옛날 옛적, 멀고 먼 땅, 높고 높은 탑. 나는 그곳에 유폐되어 있었지.

...

그런 곳에 날 구하러 사람이 와서 얼마나 놀랐던지. 믿어지지 않았지만 현실이었어. - page 6

​

그렇게 옛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

이나와시로 호수에 위치한 적 기지에 잠입해 정보를 빼오는 임무를 맡은 '에이전트 하루토'.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돌아가게 됩니다.

그러다 친구들에게 공갈 협박을 당하고 아버지로부터 폭력에서 벗어나고자 한 소년을 마주하게 됩니다.

​

"여기서 뭐 하나." 갑자기 목소리가 들려서 나는 깜짝 놀랐다. 올려다보니 검은 옷을 입은 날씬한 남자가 있었다. - page 20

​

하루토는 그 소년과 함께 탈출하고자 탈출용 비행기에 올라타게 됩니다.

그런데...

​

"오하라, 또 저질렀군! 뭐긴 뭐야. 잘 들어, 이건 글라이더야. 작전은 프로펠러기잖아."

거친 목소리에서 남자가 초조해하는 것이 느껴졌다.

"추적자가 오고 있다고. 이래선 도망치지 못해. 뭐가 다르냐니. 글라이더는 끌어주는 것이 없으면 날지 못하잖아. 엔진이 없으니까." - page 21 ~ 22

​

엔진이 없으니 초조하게 있던 찰나,

​

그러자 이번에는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순간 내 몸이 뒤로 쓰러졌다. 기체가 위를 향하듯 기울어졌다가 바로 원래대로 돌아왔다. 기체는 공중에 뜬 채 앞으로 나아갔다.

앞에는 거대한 호수가 펼쳐져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그저 "날아줘"하고 기도했다. - page 23

​

한편 대학 졸업반인 '마쓰시마'.

​

"마쓰시마에게는 엔진이 없네."

"어떻게든 되겠지, 라니 마치 흐느적거리면서 나는 글라이더 같아."

​

라며 넌더리를 치는 여자친구로부터 갑작스런 이별 통보를 받게 됩니다.

예상보다 큰 충격이어서 잠 못 이룬 채 한밤중에 차를 몰고 이나와시로까지 오게 되고 이유 없이 호수가 보고 싶어서 천천히 걸어가다 산장 뒤쪽에서 신기한 것을 발견하여 손을 뻗어 주워들게 됩니다.

장난감 글라이더.

이를 들고 호수를 향해 걸어가 살며시 던지는데...

​

엔진이 없어서 조용하지 / 이제 아무 문제도 없어 / 가자 떠올라서 가자 - page 24

​

이렇게 소설은

임무가 있는 남자,

​

집에 무사히 돌아가는 것까지가 임무입니다. - page 11

​

도망치는 소년,

​

이로써 나는 달라진다. 지금까지의 나와는 이별이다. - page 18

​

실연한 남자

​

엔진을 달아야지.

스스로에게 말했다. - page 17

​

서로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비로소 기적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들의 멋진 앙상블 속에 빠져들어보는 건 어떨지요!

​

일 년, 이 년, 삼 년, ... 칠 년 그리고 이나와시로 호수.

잔잔한 호수 위에 펼쳐진 그들의 분주한 삶은 아이러니하지만 묘한 하모니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아니, 이 모든 게 하나의 아름다운 호수 경관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행복하게 사는 일이 가능할까. 너무나도 어렵다.

적어도 지금 그들이 웃고 있다면.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만날 날까지 적어도 적어도 그 풍경을 이어가자.

멋진 별이잖아. 그 말이 문득 머리에 떠올랐다.​ - page 225

​

각 연도마다 음악이 있었습니다.

<오파라☆브레이크> 음악 행사에서 울려 퍼졌던 더 피즈와 토모프스키의 음악이 흐르고 있었는데 직접 들어보진 않았지만 그 느낌은 어렴풋이 알 것 같았습니다.

무엇보다 노랫말들이 이렇게나 찰떡같이 어울릴 수 있다는 점에서 또다시 이사카 고타로만의 매력을 물씬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

위기의 순간에 서로를 도와주는 사람들.

그들이 있기에 우리가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 봅니다.

사소하지만 진정한 행복.

잔잔하지만 깊숙이 스며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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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 흑 2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6
스탕달 지음, 이동렬 옮김 / 민음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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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 이어 끝을 향해 달려가 볼까 합니다.

쥘리엥의 최후는 어떻게 될지...

​

『적과 흑 2​』



파리 대귀족 드 라 몰 후작의 비서가 된 '쥘리엥'.

​

"내가 자네의 신분을 바꾸려고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유의해 두게. 그것은 언제나 보호자나 피보호자 모두에게 불행하고 잘못된 결과를 가져오거든. 자네가 내 일에 싫증 나거나 혹은 내게 자네가 필요 없게 될 경우에는, 자네를 위해 피라르 사제의 교구와 같은 훌륭한 교구를 하나 주선하기로 함세. 하지만 그 이상은 아니야." - page 29

​

하지만 출세를 위한 욕심은 여전하였기에 부정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고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드 라 몰씨에겐 딸 '마틸드'가 있었는데...

​

어쨌든 그녀는 어여쁘다! 쥘리엥은 호랑이 같은 눈초리를 하고 계속 생각했다. 그녀를 차지하고 말겠다. 그런 다음 이 집을 나가버리면 그만이지. 누구든 나의 도망 길을 방해하는 자는 가만두지 않겠다! - page 78

​

워낙 거만하고 냉랭했던 그녀였었는데

​

마침내 나는, 가난한 농군인 나는, 귀부인의 사랑의 고백을 얻어냈다! 끓어오르는 격정을 주체할 길 없어 그는 별안간 이렇게 소리쳤다. - page 103

​

사회의 말단에 위치한 남자에게 그녀가 먼저 사랑을 고백한 것이었습니다.

사실 그녀에게 쥘리엥은 일종의 하급자로, 자기가 원할 때면 언제나 자기를 사랑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사랑이 아닌 자신의 행동이 마치 혁명자인 양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랬던 그녀도 임신을 하게 되면서 쥘리엥을 남편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심하게 되고 사랑을 갈구하게 됩니다.

후작은 자신의 딸이 공작부인이 되지 못한다는 생각에 분노에 찼지만 그처럼 자존심이 강하고 그처럼 재주가 뛰어나며 가문의 성을 자신보다도 자랑스러워하던 딸의 간곡한 부탁으로 이들의 관계를 허락하게 됩니다.

하고 끝나면 좋을 것이...

​

이 시대는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다! 우리는 혼돈으로 내닫고 있는 것이다. - page 300

​

한 통의 편지로부터 폭풍우가 몰아치게 됩니다.

'드 레날 부인의 편지'

쥘리엥은 그길로 드 레날 부인에게 달려가 권총을 겨누게 됩니다.

두 번의 총성.

다행히 드 레날 부인의 생명엔 지장이 없었지만 그는 그대로 헌병들에게 잡혀 감옥으로 끌려가게 됩니다.

사형 선고를 받게 된 그.

쥘리엥은 드 레날 부인이 자신의 총알로 죽음을 맞이하였고 자신의 사형 역시도 덤덤히 받아들이던 찰나,

​

"이보세요...... 저는 상소하라고 애원하러 왔어요. 당신이 원하시지 않는 줄은 알지만......." 눈물에 목이 메어 부인은 더 계속할 수가 없었다.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제 용서를 바라신다면 즉시 사형 선고에 대해 상소하세요." - page 388

​

마틸드 역시도 그를 사형에 면하게 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해 보지만 결국 그는 사형이 집행되었고 쥘리엥이 떠난 지 사흘 후, 드 레날 부인은 자신의 아이들을 포옹하며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

이 소설은 실재했던 사건에서 단서를 얻어 구상된 소설이라 하였습니다.

가난한 청년에게 드러난 정열적인 모습.

그의 야망은 결국 헛된 위선이었음을 깨닫게 되고 일장춘몽으로 그의 생이 마감됨은...

마냥 비판할 수도 동정할 수도 없는, 우리의 모습이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

제목의 '적과 흑' 상징성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이 있었습니다.

가장 일반적으로 수용되는 해석은 적색은 군직을, 흑색은 성직을 상징한다고 하지만 저에겐 적색은 그의 출세를, 흑색은 그의 파멸을 의미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

"나 스스로 자신을 멸시한다면 내게 무엇이 남겠소? 나는 한때 야심에 차 있었지만 지금 와서 그것을 자책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때는 시대의 조류에 따라 행동했을 뿐이지요. 지금은 아무 희망 없이 그날그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내가 어떤 비겁한 짓을 한다면 이 지방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스스로 비열한 인간이 되는 꼴일 것입니다......" - page 415

​

쥘리엥의 이 말이 참 오랫동안 남은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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