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엑스트라다. - page 7
변두리 영지, 남작가의 둘째 딸 '로즈마리'.
그녀에게 혈육이라고는 냉정한 성격을 가졌지만, 로즈마리에겐 늘 다정하고 상냥한, 그래서 가문에서도 유명한 시스콤(시스터 콤플렉스, 자매에 강한 애착, 집착, 사랑을 갖는 상태)인 언니 '샤롯'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샤롯에게 로즈마리는 삶의 이유였습니다.
"로즈마리...... 날 혼자 두지 말렴."
"언니, 나 안 죽어......" - page 20
현 가주인인 샤롯은 금기의 지식이 존재하는 '무한의 서고'를 관리하는데 또 한 사람, 서고를 열 수 있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로즈마리.
무한의 서고 열람은 가주에게만 있는 특권이지만, 놀랍게도 로즈마리에게도 계승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서재에 들어가 책을 읽게 되는데 바로 《엘리제 이야기》였습니다.
사실 로즈마리는 호기심 덕분에 이 책을 알게 되었었고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오히려 허탈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나, 지금 소름 돋을 것 같아." - page 50
어느 대목부터 자신이 소설 속 엑스트라라는 걸 알게 됩니다.
엘리제 이야기는 평범한 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실존하는 엘리제의 인생을 담은 책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녀의 인생에 재수 없게도 턱하니 걸린 베히모스가의 미래를 써 내려간 책임을 깨닫게 됩니다.
무엇보다 샤롯과 로즈마리가 정확히는 엘리제의 탐욕에 이용당하고, 엘리제가 샤롯을 죽이고 가문의 서고까지 차지하려 한 사실을 알게 된 로즈마리.
이 비극을 막기 위해 엑스트라, 아니 로즈마리의 활약이 펼쳐지는데...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했잖아, 로즈마리. 너와 샤롯의 운명, 그리고 마녀의 손아귀에 있는 레비탄. 모두가 눈앞의 마녀에 얽매여 있다. 우리의 기구한 운명과 암울한 미래를 벗어나기 위해 방향 잃은 이 한복판에서 로즈마리는 생각했다.
길이 없다면 앞을 가리는 갈대를 베고, 길을 막고 있는 나무를 베서라도 걸어가겠노라고. 어차피 운명은 자신의 손으로 개척하는 거야. - page 173 ~ 174
마녀를 대적하기 위해 스스로 마녀가 된 로즈마리.
그 마지막은 어떻게 될까...!
이미 소설 속에서도 초반에 로즈마리만 알고 있는 비밀 하나를 일러주었습니다.
바로 이 세계는 '소설 속의 세계'라는 것.
현실과 책 속의 이야기가 어우러지면서 저 역시도 어느 순간 이 세계 속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매혹적이면서도 흥미로웠던!
그리고 용감하고도 당찬 로즈마리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엘리제의 인생서는 운명서이자 일종의 예언서다. 그녀의 일생에 낀 모든 존재의 미래가 적혀 있는. 베히모스가의 미래는 그녀에 의해 좌우되지만 로즈마리는 그렇게 두지 않을 것이다. 운명은 순응하라고 있는 게 아니야, 깨라고 있는 거야! 정해진 길은 없다. - page 67
이 세계의 엑스트라에 불과한 존재에게도 각자의 삶이 있고 미래가 있다. 로즈마리는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믿는다. 엘리제에게는 엑스트라에 불과하지만 샤롯과 로즈마리는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라고. - page 100
너무 뻔하지 않아서 좋았던 이 소설.
또다시 그들이 그리워질 것 같은 이 소설.
이번 휴가에 이 책을 챙겨갈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