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울 수 있을 때 울고 싶을 뿐이다
강정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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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울었던 적이 언제였던가......

남들의 시선을 피해 숨어울거나 울음을 삼키곤 하였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조금씩 마음에 묻어두는 게 당연한 일이 되었고 그 마음을 헤아려보기엔 이미 먼 길을 온 것 같습니다.



그저 제목에 끌렸습니다.

울 수 있을 때?

그럴 때가 있는걸까......

있다면 울어도 되는 걸까......

또다시 마음 속에서 갈등이 일어났습니다.

저자는 그럴 때 어떻게 했을까......


책 속엔 그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어릴 적 이야기부터 지금의 자신의 이야기까지 주절주절하는 이야기 속에 우리의 모습도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지만 내 이야기같아 마냥 무심코 넘길 수는 없었습니다.


<돌의 웃음을 보여줄 수 있을까, 과연?>에서 '고독'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고독'은 어떤 반복된, 자발적 고난을 뜻하기도 한다. 사실, 단어사전 속의 '고독'은 뭔가 정확히 짚어내지 못하는, 안일한 면이 있다. '외로움'이란 단어와도 '고독'은 다르다. '외로움'은 어딘가 기댈 곳을 찾아서 휘청거리는 사람이 떠오른다면 '고독'은 아무도 없는 어두운 길에서 무심한 표정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사람을 그리게 만든다. - page 102


돌은 갈색이고 표면은 뺀질뺀질하며 어느 큰 돌에서 깨져 나온 것처럼 한쪽 면이 날카롭게 깎여있다. 아무리 좋게 봐도 결코 예쁜 모양이 아니다. 애기 주먹만큼도 안 되는, 두꺼비를 반 토막 내 세워둔 것 같은 못난 몰골이지만, 바라보고 있으면 내가 살면서 해야 할 몇 가지 일들이 떠올라 공연히 분연하고 의연해지는 기분. 나는 바라보는 사람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 page 104


돌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계속 바라보면서도 아무 말도 들을 수 없다는 상황. 어떤 미궁 속에 빠진 벙어리가 된 듯하다. 그러면서 되나 맑아진다. 고흐나 밀레 따윈 이제 떠오르지 않는다. 어느 못생긴 돌 앞에서 나 자신을 송두리째 들킨 기분이 드는 게 그닥 불쾨하지만은 않다. 묵묵부답인 무언가를 향해 고해하는 심정으로 스스로를 발가벗을 때 늘 시가 써지곤 했다. - page 104 ~ 105

무심코 지나칠 '돌'이 그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할 줄은 몰랐습니다.

돌......

저는 그저 '돌'대신 그의 글을 다시 곱씹어보았습니다.

묵묵부답이지만 그 속에 저에게 향한 이야기는 제 속의 본모습을 향한 이야기겠지요...

그에게 그 돌이 웃는다......

돌의 웃음 속엔 시간의 틈이 있어 떠돌아다니겠다는 그에게 저도 쫓아가고 싶었습니다.


<코끼리를 이해하려면 코끼리 그림을 멋대로 그리지 말라>에 인상적인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설명되어지는 존재가 아니라 보여지고 움직이는 존재다. 한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백 마디의 말보다 그의 표정을 알아봐주고 고개를 끄덕여주는 섬세한 움직임이다. 말은 언제나 사후의 문제들에 전념할 뿐 사람의 진정한 속을 들춰내 보듬을 수 없다. 심한 경우 말은 쓸데없는 오해의 진원이 되기도 한다. 한 사람의 극단적 행동이 내포하는 수많은 심리적 결들과 내상들에 대한 본원적 이해 없이 사후적으로 얼버무리기만 일삼는 이 세계의 완고한 논리체계 앞에서 또 어떤 총탄들이 나부낄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완전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이 세계가 특정한 개인의 울분과 원한에 의해 엄청난 파문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잊는다면 여전히 코끼리의 진짜 모습은 우리에게 미궁이다. 코끼리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지만, 정작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은 나 자신의 진짜 마음일 수 있기 때문이다. - page 200 ~ 201

내가 알고 있다는 것이 사실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

눈에 보이는 것으로 마치 그것을 다 안다고 하는 우리의 모습에 일침을 놓는 이야기였습니다.

코끼리를 이해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의 이야기는 그리 쉽게 읽혀지지는 않았습니다.

많은 생각과 고민의 흔적들이 담겨 있었기에 읽는 독자들에게 그의 글이 결코 쉽지 않음을 알려주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그는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있었습니다.

다시, 울음소리를 듣는다. 아기이든 고양이든 살려고 내는 소리. 뭔가 두렵고 안타까워 자신을 봐달라는 소리. 파동은 가늘고 지속시간 또한 짧지만 그 어떤 음악보다 몸에 더 바짝 붙어 비슷한 하모니라도 넣어달라는 듯한 소리. 하지만, 그보다 더 큰건 소리가 지워지고 난 다음의 투명한 침묵이다. 소리란 결국 이 세계가 침묵 속에서 형성되었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증명하는 일종의 반동작용일 따름이다. 울음 또한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이 삶이 사실은 거대한 죽음의 밭에서 피어난 짧은 기간 동안의 현존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울림과 파동. 그리하여 결국 다시 거대한 침묵 속에서 처음 자리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본능적 희원과 공포의 태초 반응. 울고 싶다. 더 살고 싶어서 그러는 것일 테다. 노래하고 싶다. 더 잘 죽으려고 그러는 것일 테다. - page 129

그의 말처럼 울고 싶었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왠지 내 삶이 아프고 아플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울음을 참고 있는 이에게도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울고 싶으면 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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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산다는 것 - 김혜남의 그림편지
김혜남 지음 / 가나출판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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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를 읽으며 서른을 맞이하곤 하였습니다.

"당신은 언제나 옳다, 그러니 거침없이 세상으로 나아가라"

라고 외쳐준 그녀 덕분에 두려웠던 30대를 조금은 당당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그런 그녀가 이번엔 '그림편지'로 다가왔다고하니 어떤 위로의 말이 있을지 기대가 되었습니다.


 


역시나 책의 표지에서 느껴지는 그녀만의 위로.

"기적이 별 게 아니다. 이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기적이다"


"힘들어도 표기하지 말고

한 발짝만 내딛어 보세요"

이미 그녀의 말 한 마디로 마음의 위로를 얻곤 하였습니다.

『오늘을 산다는 것』

조금은 두렵지만 그녀가 건넨 손을 잡으며 그 속으로 들어가보았습니다.


<프롤로그>를 보니 그녀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편지는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이 더위에 어떻게 지내시는지요?'와 같은 의례적인 날씨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하던 손편지는 편지함에 소중히 보관하여 두고두고 꺼내보던 기억의 증거였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편지가 쓰고 부치는 수고를 할 필요도 없고 즉각적으로 답이 가능한 문자로 대치되기 시작했습니다. 빠른 전달과 빠른 회신, 쓸데없는 말을 생략한 용건들, 이것은 실용성과 속도가 생명인 현대사회의 맞춤형 소통수단이 되었죠. - page 6 ~ 7

'편지'라는 단어조차도 이제는 낯설어지는 요즘.

언제 편지를 주고받았었던가......

문득 제 서랍 어느 구석에 있을 편지들을 꺼내어 보았습니다.

별 내용은 없었는데...... 그 편지 속엔 그 사람의 온기가, 체취가 여전히 담아있었습니다.

그래서 버리지 못하고 지금까지도 간직하고 있었던가 봅니다.


그녀의 그림편지는 투박하지만 따스함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림을 보고있으면 자꾸만 정감이 가서 눈길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그녀의 글.

덤덤히 써내려간 이야기에 사랑과 용기, 희망이 담겨 있었습니다.


<의자>에 이런 글이 담겨있습니다.

길가 곳곳에 의자가 정겹게 놓여 있습니다.

고된 여행길에 지친 다리를 잠시 쉬고

숨 한 번 고르고 갈 수 있도록 사람들이 놓아둔 것입니다.

그런 의자이고 싶습니다.

크고 안락한 소파는 아니지만

삶의 여정에 길을 잃고 지친 사람들이

물 한 모금 마시고 잠시 생각을 고르고

다시금 방향을 찾아 길을 떠날 수 있는,

그런 작은 의자가 되고 싶습니다.

참, 의자 뒤에는 향기로운 장미를 많이 심어 두고요. - page 25

저에게 그녀의 글이, 그녀의 그림이, 그녀의 책이 '의자'였습니다.

삶에 지쳐있을 때, 위로를 받고 싶을 때 저에게 '휴식'을 선사해주고 따스한 '포옹'을 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왠지 <의자>를 읽으면서 그녀가 떠올랐습니다.


<사람과 꽃>은 인상깊게 남았습니다.

사람과 꽃 모두 따뜻한 햇살과 사랑이 있어야만

잘 자라고 살 수 있다는 점에서 같습니다.

화려한 장미나 눈에 띄는 백합은 아니더라도

저 너른 벌판 혹은 시냇가의 이름 없는 풀꽃으로 태어나

한 계절 풍경의 일부로 살다 간다는 점에서도 같습니다.

그래서 풀꽃처럼 사람도 아름답습니다. - page 111

사실 저도 화려한 꽃들보다는 소박한 들꽃들을 좋아합니다.

누군가의 눈길을 끌기 보다는 자신의 자리에서 살아가는 그들.

그런 이들이 있기에 곳곳이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건 아닐까 싶습니다.

풀꽃처럼 사람도 아름답다는 그녀의 말 한 마디.

풀꽃과도 같은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의 사회도 각박하지만 살아갈만하고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따스한 편지로 다가온 그녀.

그녀가 <현대인>에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가장 화려해 보이고

가장 시끄러운 현대인은

그러나 정작은 모두 외롭고

소외되었다고 느낍니다.

모두가 자기만의 성을 쌓고

그 안에서 무서워 떨면서 말이죠.

현대인들은 모두

떠도는 작은 섬들입니다. - page 198

그래서 그토록 핸드폰에 집착하고 SNS에 열중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우리에게 그녀가 전한 '그림편지'.

떠도는 작은 섬들에게 실낱같은 꽃씨를 전달해 주었다고 생각됩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힘들지만 그래도 돌아보면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자신에게 그림편지를 써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당신이 있기에 이 세상이 아름답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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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몬스터
김주욱 지음, 양경렬 그림 / 온하루출판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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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명화'를 바탕으로 '소설'이나 '영화'가 만들어지곤 합니다.

그러면 내가 느꼈던 감정과는 또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기에 또 한번의 명화를 보는 묘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핑크몬스터』

알고보니 이 책에 대해 이렇게 소개를 하고 있었습니다.

'핑크몬스터'는 말 그대로 '보고, 읽는 소설'이다. 또는 '읽고, 보는 소설'이다. - 임대식 (미술비평, 큐레이터)

그림과 소설의 만남.

그림에 대해, 소설에 대한 새로운 시각으로 이끌어줄 이 책을 한 번 읽어봐야겠습니다.


이 책 속엔 일곱 개의 단편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 중 여섯 개의 단편은 미래의 피카소 '양경렬'씨가 추구해온 테마를 소설로 해석한 작품이고 나머니 한 개의 단편은 '양경렬'씨가 소설을 읽고 그림으로 반사시킨 작품이었습니다.

각각의 단편은 주인공 '히트'로 이어져 갔고 그 속엔 인간 내면을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저에겐 <왕관을 쓴 사람들 / 왕관을 쓰고 달리는 기분>이 인상깊은 소설이었습니다.

'오늘의 외침은 표현의 자유 쟁취. 뜻있는 사람들은 12시 반 세종문화회관 분수대에 모여서 달리자!' - page 131

광장을 질주하며 권력에 저항하는 이들을 그린 이 작품.

유독 '히트'의 '금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히트는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장식장에서 금관을 꺼냈다. 거울 앞에서 불꽃무늬가 화려한 금관을 써보았다. 운동복과 금관은 어울리지 않았지만, 금관만 보면 세계를 정복한 제국의 왕자 같았다. - page 131


대열의 선두엔 금관을 쓴 히트가 달렸다. 앞서 뛰던 몇몇 사람들이 가방에서 피켓을 꺼내서 달리는 사람들에게 건넸다.

...

피켓에는 '모든 국민은 언론 . 출판의 자유와 집회 .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쓰여 있었다. 사람들은 표현의 자유를 외치며 뛰기 시작했다. 히트는 피켓을 한 장 받아서 목에 둘렀다. 금관과 구호가 적힌 빨간 천, 그는 적진을 뚫고 달려가는 왕자 같았다. 금관이 기울어질 때마다 거무줄을 달겨서 바로 잡으면서 달렸다. - page 135

이 금관에 대한 의미......

아마도 화려함과 우월함을 상징하며 나중에 찌그러지는 금관은 그에 대한 허무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거리의 사람들을 관찰했다. 손에 든 화면에 빠져든 사람들은 프레임을 통해 어디엔가 접속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몸이 이동하는 것과 동시에 정신도 이동하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육체적으로 이동하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정신도 매순간 어디론가 이동해야 하는 듯했다. 손에 들고 다니는 화면은 의식이 질주할 수 있는 공간 같았다. 그동안 자신은 거리로 뛰쳐나와 달렸지만 사람들은 항상 화면을 보며 질주하고 있었다. 그는 금관을 벗어 화단에 내려놓고 지하철역을 향해 걸어갔다. 잠시 후 건물을 관리하는 아주머니가 화단에 박힌 담배꽁초를 수거하다가 금관을 발견했다. 아주머니는 금관을 바닥에 내려놓고 발로 밟아 납작하게 찌그러트린 다음 쓰레기 봉지에 버렸다. - page 150 ~ 151

그리고 이 소설과 요즘의 우리의 시위하는 이들의 모습과 오버랩이 되었습니다.

그들이 시위를 하는 목적을 정확히 알고 하는것인지, 아니면 그저 어딘가 접속되어 그에 따라 다니는 것은 아닌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론 다른 이에게까지 피해를 주면서 하는 행위가 올바른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끔 해 주었습니다.


사실 이 책에 그려진 미술 작품에 대해 바로 이해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추상적이면서도 모호한 그림.

작품의 제목과의 연관성도 잘 찾아내질 못한 작품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어서 나온 소설을 바탕으로 다시 작품을 보니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화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결코 밝지만은 않았습니다.


<반사적 선택 / 히트의 차가운 시선>에서 히트는 점점 시력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또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곤 하였습니다.

"위아래가 똑같은 게 예술인데요. 어느 쪽을 먼저 그렸나요?"

...

"아마도...... 이쪽인 것 같습니다."

"아, 그러니까 이쪽을 먼저 그리고 똑같이 복사한 거구나."

"복사가 아니고 반사입니다."

"거울의 의미인가요?"

"거울의 반사는 아니고요. 시선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거울처럼 반대로 왜곡되는 시선이요?"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모두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는 시각의 반사이지 왜곡되어 보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 page 189 ~ 190


"이번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내 몸이, 내가 바라본 사물이, 생각한 형태나 유형 이외의 것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작업을 하다가 제 그림 속 이미지와 사물을 비교해 볼 때면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지금보는 것이 전부인가? 착각한 것은 아닌가? 계속 질문을 던졌습니다.  결국, 내가 보고 느끼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고민이 창작 에너지로 이어졌습니다." - page 210

우리가 살아오면서 바라보는 것들.

이 것들은 하나의 시선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소설에서 히트는 대상을 바라보는 세 개의 시선을 통해 초상화 같은 자화상을 완성한다. 거울 속에 비친 나를 바라보는 시선, 그 거울 속에 비친 나를 그리는 나를 바라보는 시선, 캔버스에 그려진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것이다. 이는 대상을 바라보는 세 개의 다른 시선이기도 하지만 내가 바라보고 있는 것들이 모두 사실인가에 대한 의심의 산물이다. 그 의심에 누가 답할 수 있을 것일까. - page 220


책을 읽고나니 과연 내가 바라보는 것들이 모두 사실일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화려함 뒤에 가려진 우리의 본모습.

이 모든 시선들을 한꺼번에 감당하고 받아들이기에는 조금 벅찼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한 번에 읽고 끝내기 보다는 두고 두고 읽어봐야 겠습니다.

그래야 소설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화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할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 저자인 제가 받아들이고 이야기하는 바를 결합하여 또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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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에 다녀왔습니다
임경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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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선' 작가를 개인적으로 좋아합니다.

그녀의 작품 『나의 남자』를 읽고나선 그녀의 팬이 되어 작품을 찾아 읽곤 하였습니다.

그녀를 좋아하는 이유는 덤덤하게 써 내려간 문체가 좋았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이야기엔 여운이 남아 문장 하나로도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해 주었습니다.

그래서여러 번 읽다보면 매번 새로운 감정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아합니다.


 


이번에 그녀는 '교토'를 다녀왔다고 합니다.

『교토에 다녀왔습니다』

또다시 그녀만의 문체에 빠져들 수 있다는 점에서 책을 받자마자 가슴이 설레였습니다.

그녀의 발길을 따라, 눈길을 따라, 가슴을 따라 저 역시도 '교토'에 다녀와 보아야겠습니다.


저도 '교토'를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일본의 도시인 '도쿄'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

전통의 방식을 고스란히 이어가면서 그들의 특색이 담겨 있어서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녀 역시도 천 년의 역사를 간직한 도시 교토에 대해 <세월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에서 이렇게 표현하였습니다.

반짝거리는 새것보다는 어딘지 모르게 낡고 약간 녹슨 듯한 세월의 흔적, 그리고 거기서 비롯하는 향수 어린 감성을 교토는 더 가치 있게 여긴다. - page 46


"새것이 좋다거나 오래된 것이 좋다거나 그런 건 없습니다. 좋은 것이 좋은 겁니다. 그리고 좋은 것은 항상 더 좋아질 여지가 있습니다."

...

변하지 않은 좋은 점들은 그대로 유지하되 항상 어딘가 조금씩 더 나아지려고 애쓰는 자세. 이것이 교토의 노포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태도일 것이다. - page 52 ~ 53


누가 뭐래도 가업을 잇는 일은 부모 세대의 노력을 이어받고 계승하는 것이며 그만큼 부모가 지켜온 일을 겸손한 마음으로 존경하고 존중함을 의미한다. 그런 '좋은 마음'들이 대대로 이어져 내려가면서 훌륭한 노포의 역사는 차곡차곡 만들어진다. - page 55

사실 우리는 '원조'라는 것을 따지려하고 가업을 잇기 보다는 보다 새로운 것을 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옛 풍경이 사라진 것은 오래이고 간판마다 자기네들이 잘났다는 듯이 서로 내뿜기 일색입니다.

한편으론 변화되고 발전된 모습이 보여서 좋지만 옛 것들이 주는 '추억'과 '감성'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선 아쉬움이 남곤 합니다.

그런 면에서 일본의 '교토'의 풍경과 그들의 마음가짐이 부럽기도 하였습니다.


그들의 전통을 지키는 마음은 개개인 뿐만 아니라 기업들까지도 기꺼이 협조하였습니다.

전통 거리의 은은하고 서정적인 풍경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기업의 간판 색깔은 얼마든지 바꾸겠다는 암묵적인 다짐. 들쑥날쑥 제멋대로 지어진 잿빛 빌딩들이 경관을 훼손하게 둘 수는 없다는 결심. 미의 극치를 보여주는 화류가에서는 아름답지 못한 전봇대를 땅 밑으로 집어넣어 전선 없는 거리로 만들어놓고야마는 의지. - page 97

우리도 전통 거리인 인사동 거리에서도 '한글'간판들로 표기하는 것.

이런 노력이 점점 퍼져갔으면 하는 바람도 들었습니다.


저에게 인상적이었던 <우리가 몰랐던 화류가의 인생>에선 '게이코'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새하얀 분과 새빨간 입술.

기모노를 입고 딸각거리는 게타를 신고 종종걸음을 하는 그녀, 게이코.

그녀들은 길고도 혹독한 수련 생활을 거쳐야만 비로소 어엿한 게이코가 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겉모습의 화려함 속에 감춰졌던 규율과 예절.

한편, 오차야를 찾은 남자 손님이 연회석에서 알게 된 게이코나 마이코에게 이성으로 호감을 느껴 나중에 따로 개인적으로 만나길 원한다면, 그 여성이 거주하는 오키야로 연락해서 그곳 사감인 오카상의 허락을 먼저 받아야 한다. 또한 게이코나 마이코는 남자 손님의 첫 데이트 초대에 절대로 혼자 나가서는 안 되며, 반드시 또 한 명의 게이코를 동반해 나가는 것이 화류가의 불문율이라고. 그렇게 그녀들은 오늘도 전 세계에서 유례 없는 신비롭고 고고한 여성성의 전통을, 천 년 고도 교토를 배경으로 오롯이 지켜나간다. - page 153

왠지 이런 그녀들이 있기에 또 하나의 교토를 완성하는 것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나중에 그녀들을 마주하게 된다면 저 역시도 그녀들에게 이렇게 외치고 싶었습니다.

"힘 내세요!"


그녀와 함께 거닐었던 교토의 거리.

그 속엔 그들이 지키고자 했던 것들이 고스란히 남아있고 그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져 부러웠습니다.

그녀가 <교토의 정서가 내게 가르쳐준 것들>에서 했던 말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옛것과 오늘의 것이 어우러져 공존하는 이곳의 공기를 들이마시며 저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교토의 한 계절을 걸었고 그 시간 속에서 교토 고유의 정서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제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살아가면서 생각의 중심을 놓칠 때, 내가 나답지 않다고 느낄 때,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 마음을 비워낼 필요가 있을 때, 왠지 이곳 교토가 무척 그리워질 것 같습니다. - page 9

아날로그적 감성이 그리울 때, 복잡한 머리 속을 비우고 싶을 때 저 역시 이 책을 꺼내들며 한 글자 한 글자 읽어내려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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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힘 - 녹색 교실이 이룬 기적
스티븐 리츠 지음, 오숙은 옮김 / 여문책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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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이 책의 소개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스스로를 사람 농사꾼이라고 말하는 '초록 손'의 주인공이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동네의 학교들을 변화시켜온

놀라운 교육의 힘이 마법처럼 펼쳐진다!

또한 책 표지에서도 느껴지는 '녹색 교실'에서 이루어진 마법.

그 기적을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책을 펼치면 마주하게 되는 <들어가는 말>에서 그의 5년 전 테드엑스TEDX의 강연이야기가 나옵니다.

하지만 내가 기쁨과 양분을 주는 식물의 힘을 깨닫고, 온몸에 문신을 한 갱단 성원부터 순진한 눈망울의 어린아이까지 모두에게 호기심을 불어넣는 일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 page 20

그는 열정과 목적과 희망을 안고 20년의 교사 경력과 교실에서 벌어진 한 사건으로 지금의 '녹색 교실의 기적'을 일으킨 그는 교사이기보다 인생 멘토같았습니다.


그의 마법과도 같은 이야기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었습니다.

1부 토양 마련하기

2부 씨앗 심기

3부 수확 나누기

우선 그에게서 토양은 지역사회인 '브롱크스'였습니다.

온갖 낙서와 갱단 표시로 뒤덮인 곳.

그 곳에서 범죄와 마약, 가난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이들.

그가 마주한 토양은 척박하였습니다.

과연 희망이 있을까......하던 찰나 교실에서 한 사건이 벌어집니다.

학생들 간에 싸움이 라디에이터 밑에 우연히 꽃을 피운 수선화로 극적인 중단이 일어나게 됩니다.

여기서 얻게 된 '식물'이 가진 힘.

이를 계기로 시작된 토양부터 조금씩 다지면서 그 곳에 잠재된 씨앗들, 학생들을 키우고 인간의 잠재력, 자연의 위대함을 깨닫게 됩니다.


그의 이야기 속엔 인상깊은 구절들이 있었습니다.

세상을 굽어보는 뜨거운 옥상에서 점심을 먹을 때면, 나는 아이들에게 월트 휘트먼의 작품을 포함해 고전 구절들을 읽어주곤 했다. "이것이 네가 할 일이다. 대지와 태양과 동물을 사랑하라. 부를 경멸하고 원하는 모든 이에게 자비를 베풀어라. 어리석은 일, 제정신이 아닌 일에 맞서라. 수입과 노동을 다른 이들에게 바쳐라. 폭군들을 미워하고 신에 관해 논쟁하지 말라. 사람들에게 참을성을 가지고 너그럽게 대하라. 모르는 것, 알려지지 않은 것을 존중하라." 내가 읽는 동안 아이들은 웃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더 많은 것을 묻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를 끝냈을 때, 그 엄청난 성공 덕에 곧 더 많은 옥상 정원을 만들어달라는 요구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 page 170 ~ 171


"기대가 낮은데 성장하는 아이는 없습니다." 그런 내 말에 일부 동료들이 불쾌해했다는 것은 잘 안다. 그러나 내 의도는 비난하는 게 아니라 자극하는 거였다. 나는 이 미래의 지도자들이 계획하는 태도부터 시작해 우리가 교실에서 하는 모든 언행이 한 아이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고 싶었다. 한 아이가 학교생활을 잘해내지 못한다고 해도 우리는 결코 그 아이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가르치는 방식을 바꿔야 하고, 그 아이가 성공할 수 있게 환경을 살펴보고 우리가 하는 일을 검토해야 한다. 한 식물이 한 환경에서 성장하지 못할 때 우리는 그 식물을 탓하지 않는다. 환경과 그 식물을 살펴보고 원인과 결과를 판단한다. 우리가 식물에 쏟는 그런 정성을 우리 아이들도 받을 가치가 있다! - page 177


'식물'이 '꽃'을 피우듯이 '교육'은 그 사람의 잠재력을 피어나게끔 합니다.

아직까지 우리의 교육을 보면 '입시 위주'의 '단일화'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그저 좋은 대학을 가기위해 어린 나이부터 학원에 연연해야하며 친구들보다 뒤쳐지게되면 마치 '낙오자'처럼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다른 이들처럼 되지 않는 것이 '틀린' 것이 아닌 '다른' 것이라는 인식.

그리고 한 아이 한 아이마다 저마다의 잠재력이 다르기에 그 아이가 성공할 수 있게 애정과 관심으로 보살펴야 한다는 것을 저자를 통해 깨닫게 되었습니다.


한 교사가 이루어낸 기적같은 이야기.

이 이야기가 읽는 독자들의 마음 속에 씨앗을 심게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씨앗을 토대로 주변의 나의 아이에게도 또 하나의 씨앗으로 심어져 '희망'이라는 텃밭을 완성하게 해 주었습니다.

녹색의 기적.

그 기적을 우리도 실천해 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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