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산다는 것 - 김혜남의 그림편지
김혜남 지음 / 가나출판사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를 읽으며 서른을 맞이하곤 하였습니다.

"당신은 언제나 옳다, 그러니 거침없이 세상으로 나아가라"

라고 외쳐준 그녀 덕분에 두려웠던 30대를 조금은 당당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그런 그녀가 이번엔 '그림편지'로 다가왔다고하니 어떤 위로의 말이 있을지 기대가 되었습니다.


 


역시나 책의 표지에서 느껴지는 그녀만의 위로.

"기적이 별 게 아니다. 이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기적이다"


"힘들어도 표기하지 말고

한 발짝만 내딛어 보세요"

이미 그녀의 말 한 마디로 마음의 위로를 얻곤 하였습니다.

『오늘을 산다는 것』

조금은 두렵지만 그녀가 건넨 손을 잡으며 그 속으로 들어가보았습니다.


<프롤로그>를 보니 그녀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편지는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이 더위에 어떻게 지내시는지요?'와 같은 의례적인 날씨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하던 손편지는 편지함에 소중히 보관하여 두고두고 꺼내보던 기억의 증거였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편지가 쓰고 부치는 수고를 할 필요도 없고 즉각적으로 답이 가능한 문자로 대치되기 시작했습니다. 빠른 전달과 빠른 회신, 쓸데없는 말을 생략한 용건들, 이것은 실용성과 속도가 생명인 현대사회의 맞춤형 소통수단이 되었죠. - page 6 ~ 7

'편지'라는 단어조차도 이제는 낯설어지는 요즘.

언제 편지를 주고받았었던가......

문득 제 서랍 어느 구석에 있을 편지들을 꺼내어 보았습니다.

별 내용은 없었는데...... 그 편지 속엔 그 사람의 온기가, 체취가 여전히 담아있었습니다.

그래서 버리지 못하고 지금까지도 간직하고 있었던가 봅니다.


그녀의 그림편지는 투박하지만 따스함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림을 보고있으면 자꾸만 정감이 가서 눈길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그녀의 글.

덤덤히 써내려간 이야기에 사랑과 용기, 희망이 담겨 있었습니다.


<의자>에 이런 글이 담겨있습니다.

길가 곳곳에 의자가 정겹게 놓여 있습니다.

고된 여행길에 지친 다리를 잠시 쉬고

숨 한 번 고르고 갈 수 있도록 사람들이 놓아둔 것입니다.

그런 의자이고 싶습니다.

크고 안락한 소파는 아니지만

삶의 여정에 길을 잃고 지친 사람들이

물 한 모금 마시고 잠시 생각을 고르고

다시금 방향을 찾아 길을 떠날 수 있는,

그런 작은 의자가 되고 싶습니다.

참, 의자 뒤에는 향기로운 장미를 많이 심어 두고요. - page 25

저에게 그녀의 글이, 그녀의 그림이, 그녀의 책이 '의자'였습니다.

삶에 지쳐있을 때, 위로를 받고 싶을 때 저에게 '휴식'을 선사해주고 따스한 '포옹'을 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왠지 <의자>를 읽으면서 그녀가 떠올랐습니다.


<사람과 꽃>은 인상깊게 남았습니다.

사람과 꽃 모두 따뜻한 햇살과 사랑이 있어야만

잘 자라고 살 수 있다는 점에서 같습니다.

화려한 장미나 눈에 띄는 백합은 아니더라도

저 너른 벌판 혹은 시냇가의 이름 없는 풀꽃으로 태어나

한 계절 풍경의 일부로 살다 간다는 점에서도 같습니다.

그래서 풀꽃처럼 사람도 아름답습니다. - page 111

사실 저도 화려한 꽃들보다는 소박한 들꽃들을 좋아합니다.

누군가의 눈길을 끌기 보다는 자신의 자리에서 살아가는 그들.

그런 이들이 있기에 곳곳이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건 아닐까 싶습니다.

풀꽃처럼 사람도 아름답다는 그녀의 말 한 마디.

풀꽃과도 같은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의 사회도 각박하지만 살아갈만하고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따스한 편지로 다가온 그녀.

그녀가 <현대인>에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가장 화려해 보이고

가장 시끄러운 현대인은

그러나 정작은 모두 외롭고

소외되었다고 느낍니다.

모두가 자기만의 성을 쌓고

그 안에서 무서워 떨면서 말이죠.

현대인들은 모두

떠도는 작은 섬들입니다. - page 198

그래서 그토록 핸드폰에 집착하고 SNS에 열중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우리에게 그녀가 전한 '그림편지'.

떠도는 작은 섬들에게 실낱같은 꽃씨를 전달해 주었다고 생각됩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힘들지만 그래도 돌아보면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자신에게 그림편지를 써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당신이 있기에 이 세상이 아름답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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