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찰살인 - 정조대왕 암살사건 비망록
박영규 지음 / 교유서가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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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것이 실록사가 박영규 표 역사소설이다"

알고보니 저자 '박영규'씨는 너무나도 유명한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의 저자였습니다.

저 역시도 그 책을 읽으면서 역사책이라는 인식보다는 장대한 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으로 즐기면서 역사를 알아갔었습니다.

그런 저자가 이번엔 '역사소설'을 출간했다니 벌써부터 펼쳐질 이야기가 궁금하였습니다.

과연 역사적 사실과 소설의 픽션이 더해진 이 소설.

손에 땀을 쥐며 첫 장을 펼쳐봅니다.

『밀찰살인』

 


소설의 첫 문장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우포청 포도부장 오유진이 사직단 북쪽 옥류동 기슭에 액사(목을 매고 죽음) 시신 두 구가 발견되었다는 보고를 받은 것은 등청하고 일각쯤 지났을 때였다. - page 9

마치 자살처럼 보인 이 부부의 시신.

하지만 시체가 남긴 메시지는 타살임을 조금씩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 자문을 구하기 위해 등장한 '정약용'.

단순한 사건이 아님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왜? 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던 찰나 '정조'로부터의 부름을 받게 됩니다.


"내 이 야밤에 그대를 은밀히 부른 것은 긴한 일을 맡기기 위함일세." - page 41


그 일은 정조 자신이 병을 앓기 시작하면서 그 병에 대한 연구를 하던 '정민시'의 죽음에 대한 조사와 더불어 자신의 병을 치료해 줄 의원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옛 상관이었던 정민시의 주검 앞에 정약용은 이렇게 가슴 속으로 외칩니다.

'정녕 맑고 아름다운 사람은 세상을 일찍 등지는 법이로구나. 아직 환갑이 몇 년이나 남았고 머리도 아직 반백이건만 무슨 일로 이리도 빨리 서둘러 가시는 게요.' - page 45

이 말이 저에게도 가슴을 울리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을 조사하면 할수록 모든 사건은 마치 하나의 그물처럼 얽혀있었고 그 중심엔 '정조'가 있었습니다.

"전하, 이 나라는 사대부의 나라이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사대부는 모두 버리시고 홀로 나라를 독차지하려 하십니까?"

"무슨 말이냐? 나는 이 나라의 왕이다. 조선의 왕이란 말이다. 나라는 왕의 것이다. 그러니 내가 이 나라를 독차지하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더냐?"

"전하, 나라를 독차지하시면 폭군이 되시는 것입니다."

"내가 무슨 폭력을 썼다고 나를 폭군이라 하느냐? 내가 연산군처럼 신하에게 활을 쏘기를 했느냐, 아니면 사람을 몰살한 일이 있느냐? 어찌하여 나를 폭군이라 하느냐?"

"전하께선 앞에서는 선한 얼굴로 신하를 교화하시고 뒤에서는 음흉한 얼굴로 살인을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것이 폭군이 아니고 무엇이옵니까? 전하께선 앞에서는 모든 신하의 어버이인 것처럼 온갖 자야로움을 보이시고, 뒤에서는 모든 신하를 허수아비로 삼아 스스로 아무것도 못하게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것이 폭군이 아니고 무엇이옵니까? 연산군이 드러난 폭군이라면 전하께선 숨어있는 폭군이시니, 연산군보다 더 질 나쁜 폭군이 아니고 무엇이옵니까?" - page 211 ~ 212


책을 읽고나니 이산의 모습이 더없이 초라해보이곤 하였습니다.

아마 이 모습이 아련히 머릿 속에 남아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산은 감추는 것을 좋아했다. 아니, 드러내는 것을 싫어했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내면을 드러내는 것은 그에게 무척 위험하고 고통스러운 행위였다. 궁궐이란 그런 곳이었다. 드러낸 것이 많을수록 적이 많아졌고, 적은 다시 비수가 되어 목을 노렸다. 그렇게 아비를 잃었고, 측근을 잃었으며, 벗을 잃었다. - page 82


'자신'을 지키기 위함이 결국 자신에게 칼로 다가옴이 안타깝기만 하였습니다.


영화 <역린>이 떠올랐습니다.

그 속에서 그가 외치던 '중용의 23장'.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서 베어 나오게 되고, 겉에 베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마음이었던 그로 기억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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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드는 판다 여왕 ㅣ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45
수산나 이세른 지음, 마리아나 루이스 존슨 그림, 고영완 옮김 / 북극곰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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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동화를 읽다보면 '○○ 하지 않는 공주'들을 심심치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만나게 된 공주.

다크서클을 가진, 잠 못 드는 '판다 여왕'였습니다.

이 여왕은 결국 잠을 잘 수 있을까!

『잠 못 드는 판다 여왕』 


아이에게 우선 이 그림책을 보여주었습니다.

"여기 잠 못 드는 판다 여왕이래!"

"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착한 사람인데......"

"아....아니. 여왕은 잠을 자고 싶은데 잠을 잘 수가 없대!"

"어떡해! 왕자님이 나타나지 않을까요?"

"우리 한 번 읽어볼까?"


모두들 어두운 밤이지만 불을 밝히고 열심히 자신의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여왕님이 잠을 자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잠을 자지 않으니

여왕의 눈은 체리처럼 빨개졌어요.

여왕의 머리는 북처럼 둥둥거렸지요.


계속되는 불면증으로 짜증이 늘어난 판다 여왕.

그 곁을 지키는 이들은 다음과 같은 공지문을 날립니다.

"여왕을 잠들게 하는 자는

진주가 가득 든 가방을 받을 것이다!"

​

 

​

각자 자신의 잠을 재우는 방식을 가지고 찾아온 이들.

하지만 여왕은 하품조차 하지 않고 잠들지 않았습니다.

​

결국,

그러나 아무도 여왕을 재우지 못했어요.​

​

 


그러던 중 이집트 나일강에서 하마가 찾아옵니다.

아주 크~~~게 하품을 하니

하품은 왕실 고문, 요리사, 재단사, 집사, 양치기,

벵골 호랑이, 개구리 가수, 아프리카 코끼리에게

점점 번져 나갔어요.

결국 모두 깊은 잠에 빠졌어요.


그래도 우리의 판다 여왕님은 지조가 있었습니다.

자신만 너무 멀쩡한 것이었습니다.


꼬르르르르륵!


배가 고파진 판다 여왕은 난생처음 스스로 요리를 하고 다른 일들도 하게 됩니다.

​

 


그리고는......

드르렁 드르렁


너무나 귀여운 그림동화였습니다.

역시 많이 움직여야 꿀잠을 잔다는 교훈이었습니다.

아이도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엄마, 판다 여왕이 너무 열심히 일해서 자는거야. 나도 오늘 힘들었으니까 잠을 자야돼!"

뭐지......

우리 아이는 그저 유치원에 다녀와서 놀이터에서 놀기만 했는데......

오히려 내가 '판다 여왕'같은 건 기분 탓이겠지요......


아무튼 잠자기 싫어할 때 아이랑 같이 읽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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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서커스 - 2,000년을 견뎌낸 로마 유산의 증언
나카가와 요시타카 지음, 임해성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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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뜻 제목과 그에 담긴 뜻의 매칭이 되지 않았었습니다.

로마의 이야기와 빵, 서커스!

그런 저에게 그 의미를 일러주었습니다.

'빵과 서커스'는 로마가 시민들에게 제공한 식량(빵)과 오락 및 휴식거리(서커스)를 가리키며, '포퓰리즘(populism)'의 대명사로 쓰이는 표현이다.


이제야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리곤 '빵과 서커스의 제국' 로마의 이야기가 궁금하였습니다.

『빵과 서커스』


로마제국.

"세계 역사상 인류가 가장 행복했던 시대와 번영했던 시기가 언제냐고 물어보면 사람들은 주저 없이 96년 도미티아누스 황제의 죽음으로부터 180년 콤모두스 황제 즉위 무렵까지의 시기를 꼽는다." - page 24

무려 1,300년 동안 로마제국을 넘어서는 나라는 서양 세계에 없었다는, 행복한 시대에는 전란이 없을뿐더러 식량 걱정도 없이 오락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그야말로 '빵과 서커스'의 시대를 이루었던 '로마'.


그런 로마에 남아있는 건축물들과 방대한 유물들을 통해 발전과 몰락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로마'라고 하면 떠오르는 말이 있습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이에 대한 이야기도 실려있었습니다.

15만 킬로미터에 달하는 로마 가도는 신속한 군사 행동과 정보 전달을 가능케 하고, 넓은 영토를 소수의 군단병으로 지켜내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다시 말해 보다 적은 세금으로도 효율적인 영토 방위가 가능했다. 나아가 교역과 여행도 활발하게 만들었다. 이는 제국 내에 산재된 도시(군단기지 및 식민 도시)가 중앙의 뜻을 받들어 도로 시스템을 완비한 덕분이다. - page 120

하지만 이 도로는 마차 등이 이동할 땐 비포장도로이기에 오히려 잘 정비된 포장 도로망이 게르만족의 이동에 이용되었고 이로 인하여 로마제국의 번영을 가속화한 동시에 쇠망도 가속화시킨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조금은 아이러니하였습니다.


그토록 찬란했던 로마의 멸망은 그들의 번영을 시켰던 요인들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건축물들을, 토목들을, 민심들을 보고있노라면 부럽기도 하면서 안타깝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역사는 실로 반복되어 또 다른 나라의 흥망성쇠와도 관련이 있음에 우리가 '역사'를 알아야할 이유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로마를 통해 현재의 'EU'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고 각각의 지역으로부터 '빵과 서커스'를 체감할 수 있는 수도 로마사를 비롯하여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개념, 입신출세의 원리, 이른 아침에 일을 시작해서 낮에 끝내는 단시간 노동 방식, 효율 중심의 사상 등이 현재에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단순한 로마사를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랬기에 더 인상깊었고 의미있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남겨진' 것들이 말해주는 그들의 이야기.

저마다의 역사가 현재에도 이어짐에, 나아가 미래의 우리 후손들에게도 전해지기에 더없이 소중히 아끼고 보존해야되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만약 우리의 토목, 건축의 관점에서도 바라본다면......

새로운 안목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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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 줄리언 반스의 부엌 사색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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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바로 이 추천사 때문이었습니다.

요리책에 KO를 당하고, 무력감에 젖어 허탈한 웃음을 지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을 읽어야 한다. _데일리 익스프레스


결혼 전까지는 요리의 '요'도 모르고 살았었습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다보니 어느새 요리는 내 일상의 한 부분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렇다고 요리를 잘하는가?

그건 아닙니다.

워낙 관심도 없었기에 처음 시작할 땐 '엄마의 레시피'와 '요리책'을 전적으로 믿었습니다.


다들 알 것입니다.

엄마가 만든 음식의 레시피는 "적당히"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정확한 계량이 알고싶어 보게 된 요리책은......

왜 상상한 그 맛이 나지 않는지 의문스러웠습니다.


제 마음을 대변한 말이었습니다.

그냥 책 제목만 외쳐도 막혔던 속이 조금 뚫리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영국 문학의 제왕 줄리언 반스도

부엌에선 우리와 똑같은 '투덜이'가 된다.

역시 다들 비슷한가 봅니다.

그래서 외쳐봅니다.

『또 이 따위 레시피라니』 


그 역시도 어린 시절엔 요리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런 그가 요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

20대 중반 변호사 시험 공부를 하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그 시절 내 '요리'를 좌우한 주요인은 가난, 솜씨 부족, 보수적 미식 성향이었다. - page 20

그야말로 '허기'를 채울 정도의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점점 요리 종목이 늘어나면서 요리책에 의존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결코 유쾌할 수 없는, 오히려 분노에 가까운 감정을 가지게 되는 그의 부엌에서의 이야기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부엌에서의 그의 모습.

아마 본인이라면 엄청 짜증날테지만 제 3자의 입장으로 바라보게되니 어리숙한 모습이 '현학자'의 이미지가 아닌 '생초보 요리사'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군더더기없는, 그야말로 자신의 모습 그대로가 담긴 글을 읽으면서 웃음과 더불어 공감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가 일러준 우리가 요리책을 대하는 태도는 진정 와 닿았습니다.

아무튼 요리책 저자들이 우리에게서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무언의 복종? 그렇다면 그건 도대체 어떤 관계를 암시하지? 어쨌든 우리는 감자 껍질을 벗기는 징벌을 받는 신병은 아니잖은가. 우리의 불순종이 어리석은 오만이든 뭐든 간에 그들은 우리를 비난할 수 없다. 우리는 그 책을 사려고 지갑을 연 게 누구인지 기억해야 한다. 그들에게 존중받는 길은 반항밖에 없다. 자, 반항합시다. 우리에게 좋은 일이다. 아마 그들에게도 좋은 일일 것이다. - page 80

솔직히 요리책에 나온 요리를 만들다보면 100% 똑같이 할 수는 없습니다.

만약 따라한다고 해도 그 맛이 나온다는 보장도 없었습니다.

그럴때마다 내 '똥손'을 비난하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저에게 이렇게 일러주었습니다.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전적으로 요리책을 믿은 당신의 마음이 잘못된 것입니다. 당신의 마음이 가는대로 해도 됩니다."

"복종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투쟁합시다! 여러분!"

그동안 제 곁에 '신'적인 존재로 있던 요리책이 이젠 '동료'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인상적이었던 이야기, 요리를 실패해도 괜찮다는......

엘리자베스 데이비드는 이렇게 말한다. "요리를 그르칠 가능성은 우리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그걸 따돌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래도 그녀는 다음과 같은 리처드 올니의 말에 동의하리라. "실패는 창피한 게 아니며, 보통은 성공보다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아무렴, 나도 이상적인 이론으로는 그게 맞는 말임을 안다. 그러나 실제로 대부분의 가정 요리사들에게 실패는 실로 불명예다. 그렇지 않다고 그들을 납득시키려면 다년간의 심리 치료를 병행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실패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아주 좋은 시스템을 다년간에 걸쳐 개발했다. 일단 요리의 결과가 심각한 실패에서 총체적으로 엉망이 된 수준 사이의 어느 지점에 이르면, 우리는 그걸 두 번 다시 하지 않는다. 절대로. 부엌의 세계를 지배하는 자연도태의 법칙에 따라서. 그리고 하나의 시스템으로서 그것은-지극히 일상적인 의미에서-간소한 것이다. - page 150

요리를 실패했다고 좌절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몇 번 시도를 하다가 결국 안 된다 싶으면 안 하면 된다는 것.

하지만 이 사실을 깨닫기 위해 심사숙고했을 그의 모습이 떠오르니 마냥 웃음이 났었습니다.


사실 저에겐 '부엌'이란 공간이 조금은 두렵기도 하였습니다.

매일 어떤 음식을 해야할지, 식단은 어떻게 해야할지, 이번엔 요리가 잘 될지......

수많은 생각과 시행착오가 어우러진, 마치 실험실과도 같은 그곳에서 오늘도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었습니다.

항상 결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안좋을 때가 더 많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를 자책하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조금은 용기를 얻게 되고 희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멋진 요리를 만들 거라는 헛된 희망이 아닌 나만의 요리를 만들면 된다는 용기와 희망.

그것만으로도 가슴 속에 응어리처럼 있었던 시름이 조금은 풀렸습니다.


이젠 '요리책'에 의존하지 않겠습니다.

내가 요리책을 좇는 것이 아닌 서로 공존하는 모습을 가져야겠습니다.

그러고나니......

내일은 어떤 요리를 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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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에서 살겠습니까 - 한강의 기적에서 헬조선까지 잃어버린 사회의 품격을 찾아서 ㅣ 서가명강 시리즈 4
이재열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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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심장한 물음이었습니다.

요즘같다면 살 수 있을지 의문스럽기도 합니다.


저만 힘든 세상이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이재열'이 당신에게 묻습니다.

『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에서 살겠습니까』 


한국.

우리에겐 큰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한강의 기적'

경제적으로 빠른 성장을 이룬, 아시아의 네 마리 용 중 하나로 꼽히는, 지금은 세계 속에 '한류'를 일으키는 '기적'을 일으키는 나라입니다.


그런 우리가 , 우리가 사는 한국사회가 3불-불신,불만,불안- 사회가 되었을까?

왜 모두가 무언가에 분노하는 사회가 된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사회의 품격'을 살펴보기 시작합니다.

사전에서 '격'의 의미를 찾아보면 "주위 환경이나 형편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분수나 품위"라고 정의되어 있다. 격의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됨됨이'다. - page 21

우리의 됨됨이를 알아보기 위한 강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는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여 우리 사회는 시름시름 앓기 시작합니다.

젊은 층은 결혼을 꺼리고 출산을 연기하거나 포기하는, 일종의 파업이 이루어지고 있고 대졸자를 위한 일자리 부족으로 삶의 의욕은 끝없이 추락하고 삶의 만족도는 형편없어지면서 자살이 늘고 외국 이민을 탈출구로 생각하는 등.

불신사회, 불만과 불안이 가득한 사회에서 우리는 살아갈 수 있을까?

여러 가지 논란과 비판이 넘치지만, 나는 정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에게는 각자의 이익을 위한 경쟁만 존재하는 사회를 벗어나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의 마음을 모을 정치적 지도력이 절실하다.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는 사람들이 같은 꿈을 꾸게 만들고 함께 손을 잡게 하는 것, 이것이 제대로 된 정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정치가 그 역할을 잘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지만, 그래도 희망의 끈은 놓지 말아야겠다. 어디가 어떻게 아픈 것인지 정확히 아는 것만으로도 치유의 절반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으니 말이다. - page 81 ~ 82


책 속엔 우리 사회의 중산층에 관해, 기업에 대해, 그동안 일어났던 사건 사고들을 통해 민낯을 들여다보면서 해결책을 찾아가는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특히나 잊을 수 없는 사건 중 하나인 '세월호 사건'.

너무나도 예고된 사건, 하지만 안일한 대응 방식이 낳은 비극적인 참사였습니다.

즉 세월호 사건은 예외적인 한 번의 재난이 아니라 그 사건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 갑판 위의 노동력 관리, 해운회사의 운영과 조직문화, 연안해운을 둘러싼 규제기관의 역할, 정부의 정책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준의 시스템적 요소들이 결합해서 만들어진 종합 결과물이었다. - page 187

그리고 이 사건이 잊을 수 없었던 이유.

반면 젊은 층에서는 세월호 사건을 가장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 국가의 역할이 얼마나 무력한지, 정치가 얼마나 무책임한지, 우리 사회에서 젊은 사람들이 얼마나 푸대접을 받는지 등을 모두 세월호 사건을 통해 이해하는 것이다. - page 199

부끄럽지만 우리의 역사 속 한 페이지를 장식한 이 사건.

또다시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 뿐만아니라 정치, 사회, 국가가 다시금 제 위치에서의 역할에 대해 재정비해야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선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할 것인가!

이에 대한 가치로 정의, 평등, 연대, 역량을 뽑았습니다.

첫째, '정의'로운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사회경제적 안전성이 갖추어져야 한다. 누구나 먹고살 수 있는 일자리가 있어야 하지만 혹여 직업을 잃거나 은퇴하더라도 최소한의 인간적인 생활을 보자아받아야 정의로운 사회다.

둘째, '평등'한 사회의 기초는 차별을 없애고 포용성을 높이는 것이다. 남녀 간, 인종 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에 동일한 일을 하는데도 본인의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것을 이유로 차별받는다면 곤란하다. 이런 차별을 없애야 평등한 기회를 가진 포용적 사회로 갈 수 있다.

셋째, '연대'는 구성원 모두가 서로를 신뢰하고, 공통의 투명한 규칙하에 응집성을 가질 수 있을 때 실현된다.

넷째, '역량'은 개인이 자기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사회적 역능성이 갖추어져야 실현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자 교육과 훈련을 통해 능력을 개발할 수 있어야 하며,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운명을 정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 page 245 ~ 246

결국 우리 '국민'들은 국민으로써의 역할을 다할 때 이 사회를 구성하는 구조와 체계가 바로잡히게 되고 나아가 사회가 '품격 있는 사회'가 되고 비로소 우리의 '대한민국'이 이루어짐을 의미하고 있었습니다.


책을 읽고나니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이 떠올랐습니다.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나는 과연 '국민'으로써의 역할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국민'이라는 이름을 갖기 위해 무수히 많은 이들의 피, 땀, 눈물을 기억하며 우리로부터 지켜지는 '대한민국'에 애국심을 다시금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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