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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찰살인 - 정조대왕 암살사건 비망록
박영규 지음 / 교유서가 / 2019년 4월
평점 :
이 문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것이 실록사가 박영규 표 역사소설이다"
알고보니 저자 '박영규'씨는 너무나도 유명한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의 저자였습니다.
저 역시도 그 책을 읽으면서 역사책이라는 인식보다는 장대한 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으로 즐기면서 역사를 알아갔었습니다.
그런 저자가 이번엔 '역사소설'을 출간했다니 벌써부터 펼쳐질 이야기가 궁금하였습니다.
과연 역사적 사실과 소설의 픽션이 더해진 이 소설.
손에 땀을 쥐며 첫 장을 펼쳐봅니다.
『밀찰살인』

소설의 첫 문장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우포청 포도부장 오유진이 사직단 북쪽 옥류동 기슭에 액사(목을 매고 죽음) 시신 두 구가 발견되었다는 보고를 받은 것은 등청하고 일각쯤 지났을 때였다. - page 9
마치 자살처럼 보인 이 부부의 시신.
하지만 시체가 남긴 메시지는 타살임을 조금씩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 자문을 구하기 위해 등장한 '정약용'.
단순한 사건이 아님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왜? 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던 찰나 '정조'로부터의 부름을 받게 됩니다.
"내 이 야밤에 그대를 은밀히 부른 것은 긴한 일을 맡기기 위함일세." - page 41
그 일은 정조 자신이 병을 앓기 시작하면서 그 병에 대한 연구를 하던 '정민시'의 죽음에 대한 조사와 더불어 자신의 병을 치료해 줄 의원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옛 상관이었던 정민시의 주검 앞에 정약용은 이렇게 가슴 속으로 외칩니다.
'정녕 맑고 아름다운 사람은 세상을 일찍 등지는 법이로구나. 아직 환갑이 몇 년이나 남았고 머리도 아직 반백이건만 무슨 일로 이리도 빨리 서둘러 가시는 게요.' - page 45
이 말이 저에게도 가슴을 울리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을 조사하면 할수록 모든 사건은 마치 하나의 그물처럼 얽혀있었고 그 중심엔 '정조'가 있었습니다.
"전하, 이 나라는 사대부의 나라이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사대부는 모두 버리시고 홀로 나라를 독차지하려 하십니까?"
"무슨 말이냐? 나는 이 나라의 왕이다. 조선의 왕이란 말이다. 나라는 왕의 것이다. 그러니 내가 이 나라를 독차지하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더냐?"
"전하, 나라를 독차지하시면 폭군이 되시는 것입니다."
"내가 무슨 폭력을 썼다고 나를 폭군이라 하느냐? 내가 연산군처럼 신하에게 활을 쏘기를 했느냐, 아니면 사람을 몰살한 일이 있느냐? 어찌하여 나를 폭군이라 하느냐?"
"전하께선 앞에서는 선한 얼굴로 신하를 교화하시고 뒤에서는 음흉한 얼굴로 살인을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것이 폭군이 아니고 무엇이옵니까? 전하께선 앞에서는 모든 신하의 어버이인 것처럼 온갖 자야로움을 보이시고, 뒤에서는 모든 신하를 허수아비로 삼아 스스로 아무것도 못하게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것이 폭군이 아니고 무엇이옵니까? 연산군이 드러난 폭군이라면 전하께선 숨어있는 폭군이시니, 연산군보다 더 질 나쁜 폭군이 아니고 무엇이옵니까?" - page 211 ~ 212
책을 읽고나니 이산의 모습이 더없이 초라해보이곤 하였습니다.
아마 이 모습이 아련히 머릿 속에 남아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산은 감추는 것을 좋아했다. 아니, 드러내는 것을 싫어했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내면을 드러내는 것은 그에게 무척 위험하고 고통스러운 행위였다. 궁궐이란 그런 곳이었다. 드러낸 것이 많을수록 적이 많아졌고, 적은 다시 비수가 되어 목을 노렸다. 그렇게 아비를 잃었고, 측근을 잃었으며, 벗을 잃었다. - page 82
'자신'을 지키기 위함이 결국 자신에게 칼로 다가옴이 안타깝기만 하였습니다.
영화 <역린>이 떠올랐습니다.
그 속에서 그가 외치던 '중용의 23장'.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서 베어 나오게 되고, 겉에 베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마음이었던 그로 기억하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