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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타지 없는 여행 - 환타 전명윤 여행 에세이
전명윤 지음 / 사계절 / 2019년 7월
평점 :
벌써 마음은 저 멀리 가 버렸습니다.
너도 나도 떠나고픈, 떠나도 됨을 인정해주는 시기 '휴가'.
아직 어린 아기가 있는 저에겐 한낱 '솜사탕'같은 말이기에 책으로나마 떠나고자 여행 에세이를 찾아 읽곤 합니다.
이번에 만나게 된 여행 에세이에서 이 단어가 끌렸습니다.
'환타지'
꿈과 희망이 가득한, 환타지가 있어야 '여행'이라 생각하는 저에게......
왜?
라고 반문을 던지게 했던 이 책.
읽고나선 쫌 짜~안함을 느끼게 되었던 책.
그래서 자꾸만 미련을 갖게 만든 책.
『환타지 없는 여행』

'환상 타파' 일명 '환타'.
그의 여행은 환상을 가진 저에게 탄산처럼 톡! 톡! 쏘았습니다.
<여행은 기쁨만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가 아니다>
솔직히 '여행'은 일상에서의 탈출을 꿈꾸면서 가는 것이라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떠나면 행복해진다'라는 환상을 가진, 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돌아와야 할 이유를 찾고, 돌아올 날짜를 정해야 여행입니다. 돌아올 길을 불태우고 떠나면 그때부터 국제 거지가 되는 거예요." - page 20
너무나 현실적인 이야기.
나아가 더 뼈때리는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당신은 여행을 떠올리며 집과 차를 가진 풍요로운 일상에 자유로운 삶을 더할 수 있을 거라 믿고 있겠죠. 그런데 여행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내 친구들도 나를 부러워해요. 걔들은 이제 회사에서 부장 정도가 되었으며, 편안한 집과 큰 차를 가지고 있어요. 그러면서도 내가 가진 자유를 부러워하죠. 하지만 나는 자유로운 대신 집과 차가 없어요. 이렇게 대부분의 사람은 그저 자신에게 없는 걸 부러워하며 살아요."
...
여행하는 삶이란, 여행이 끝나면 일상으로 돌아오는 삶이다. 여행은 오직 이 전제 아래에서만 현실이 된다. - page 22
알고보니, 그의 책을 '여행'을 다녀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접해보았을 것입니다.
저 역시도 그와의 인연이 있었습니다.
『프렌즈 홍콩, 마카오』, 『프렌즈 베이징』, 『프렌즈 인도, 네팔』, 『프렌즈 오키나와』
그래서 이 책 속에서도 '가이드북'을 쓰면서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가이드북 저자로서 내가 가진 자부심은 자비 취재, 그리고 가 보지 않은 식당이나 먹어 보지 않은 요리는 소개하지 않는다는 원칙에서 나왔다. 그런데 명동에서 발견한 '맛집의 법칙'을 보면서 내가 과연 두 원칙을 제대로 지켜왔는지 자문하게 되었다. 내가 쓴 가이드북에도 명동의 설렁탕집같은 식당이 소개되어 있을 것이다. 현지를 취재하며 옥석을 열심히 가렸지만, 그것이 완벽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 page 33
가이드북 작가가 된 후에야 자세한 정보를 취재하기 위해 몇 배가 더 들여야 하는 발품과 비용이 부담스럽고, 아무리 발버둥쳐봐야 칭찬이 아니라 욕만 더 듣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떳떳하게 취재하고, 업체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우며, 공정하게 분별하고, 침묵은 금이라고 말하지 않는 책을 만들어야 한다. 책을 더 잘 만들고 싶다는 소망이 나만의 욕심이 아니길 바란다. - page 43
이런 그의 자부심이 있기에 믿고 여행 동반자로 가지고 다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또다시 당부를 합니다.
누군가에게 가이드북은 여행지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고 수평선 너머의 풍경을 꿈꾸게 하는 책일지 모른다. 그러나 정보를 정확히 전달하고 제대로 안내해야 하는 나에게는 서바이벌 키트 혹은 만능 구급상자다. 그 책임감 때문에 내가 쓴 가이드북은 늘 잔소리로 넘쳐난다. 지도 밖은 위험천만한 곳이다. 현지인에게 당신이 특별한 이유는 당신의 지갑이 그곳의 지폐로 가득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내가 당신에게 환상이 아닌 현실을 거듭 이야기하는 이유다. - page 72 ~ 73
그리고 그는 인도, 중국, 홍콩, 마카오 등의 나라의 사회적 사건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면서 그 나라의 진실된 면모를 볼 수 있게끔 해주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한국의 언론은 국제 뉴스의 비중이 적기로 유명하다. 국제 뉴스가 미국과 일본, 중국에 편중되어 있고, 그나마 대부분 외신을 번역한 것에 그친다. 반면 일본 언론만 하더라도 국제 뉴스를 보도할 때 자신의 관점에서 직접 취재하고 분석한 기사를 쓴다. 그걸 보면서 부러워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자극적인 가십성 외신만 쏟아지는 상황에서 한국의 대중이 외국의 진짜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기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한국은 어쩌면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섬인지도 모르겠다. - page 85
이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너무나도 부끄러운 사실이었습니다.
우리가 세계화에 나아가기 위해선 우선 세계를 바라보는 눈을, 그 정보를 가져야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계급이 인류가 영원히 해결하지 못할 숙제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인도의 카스트 제도를 미개한 과거의 악습으로 여기는 한국인이 많은데, 한국의 상황도 만만치 않다는 걸 애써 모른 체할 뿐이다. 여기는 아파트 크기로 신분을 나누고 임대 아파트 주민은 격리시키는 사회가 아닌가.
계급 없는 사회주의를 외치며 그 많은 인민을 피 흘리게 한 중국도 결국 유무형의 계급을 만들어내고 말았다. 이런 걸보면 모든 인류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는 사회는 영원히 불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 page 152
참으로 아이러니함을......
'계급사회'는 없어졌지만 보이지 않는 '계급'만이 남아있음을......
과연 무엇이 좋고 나쁜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의 마지막 이야기.
여행에서 안전에 관한 정보는 때로는 생명이 걸린 매우 중요한 요소다. 당연히 여행사의 수입보다 여행자의 안전이 중요하지만 한국에서는 반대일 때가 더 많다. 지금도 가끔 도카시키에서 보낸 하루를 생각한다. 세월호 침몰 사건이 나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여서 그 기억이 더 강렬하게 남아 있다.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에도, 강력한 쓰나미가 인도 동해안을 덮쳤을 때도 "지금은 인도로 갈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여행사가 없었다. 책임이 가벼운 사회에서는 생명과 안전이 돈벌이 앞에 서지 못한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왔다. - page 289
이는 최근에도 겪은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습니다.
헝가리 유람선 사고.
또다시 고인들의 명복을 빌어봅니다.
그를 통해 '여행'의 또다른 면모를 알게 되었습니다.
<마치며>에서 그는 우리에게 여행을 시작하는 이유에 대해 말해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당부를 하고 싶다. 우리는 한국 밖 어딘가에서 우리 사회의 모든 단점을 넘어서는 이상향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 누군가에겐 그게 사회주의 국가였고, 또 누군가에겐 북유럽이었으며, 다른 누군가에겐 싱가포르나 부탄이었다. 그러나 천국이나 이상향 따위는 없었다. 모든 나라의 백성과 시민은 자신들이 지난 시대와 싸워 쟁취한 만큼의 국가에서 살고 있다. 그 어느 곳에도 스스로 얻어낸 것보다 더 큰 자유와 기회를 주는 나라는 없다. 만약 당신이 지금 여기에는 없는 유토피아를 다른 어딘가에서 발견했다고 느낀다면 그곳의 현재에 머물지 말고 더 깊이, 그리고 더 멀리까지 들여다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시선이 닿은 그곳이 당신의 일상을 다시 시작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제 여행이 끝났다. 일상으로 돌아갈 차례다. 당신이 여행을 시작한 이유, 그건 바로 이 순간을 위해서다. - page 291
환상보단 오히려 현실을 마주하는 것이 진정한 여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환타지 없는 여행.
환타지가 없더라도 '환타'가 전한 여행이 남아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