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방스에서의 25년
피터 메일 지음, 김지연 옮김 / M31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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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프로방스'.

이는 프랑스 남동부의 옛 지방명이라고 합니다.

저에게도 너무나 익숙한 이 단어.

우리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있기에 왠지 낯설지 않았습니다.

저는 파주의 '프로방스 마을'에 종종 찾아가곤 합니다.

아기자기한 분위기.

그냥 바라만 보아도 눈이 행복하고 마음이 행복하기에 사계절마다 찾아가곤 합니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보여주는 그 분위기가 다 색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어서......


여기 이 책의 저자 '피터 메일'.

그는 영국인이었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는 '프랑스인보다 프랑스를 더 사랑하는 작가'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그의 마지막 작품인 이 책.

그만큼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본 프랑스 남부 시골마을에서의 그의 유쾌한 일상을 엿보고 싶었습니다.

『프로방스에서의 25년』

 


그의 프로방스와의 인연.

모든 일은 변덕스러운 날씨 덕분에 시작됐다. - page 11

영국의 뜨거운 여름을 피하기 위해 떠난 프랑스에서 유독 눈에 띄었던 '엑상 프로방스'.

시작은 삐그덕 거렸습니다.


하!지!만!!

햇빛이 내리쬐는 카페 테라스에 앉아서 다른 나라로 이사가는 일을 생각할 때와 막상 실생활로 돌아와서 그 일을 생각할 때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 page 22

영국으로 돌아왔지만 나날이 프로방스에 대한 애정이 싹 트기 시작하게 되었고 또다시 떠날 준비를 한 채 프로방스로의 발걸음을 옮기게 됩니다.


그렇게 그들은 그 속에서의 행복을 찾아 가꾸며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그가 전한 이 이야기.

프랑스의 다른 지역에서는 슬프게도 패스트푸드 산업이 팽창하고 사람들의 생활습관이 바뀌면서 카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언젠가는 얼굴을 마주보고 하는 대화가 핸드폰에게 밀려나고, 피가텔리가 몬스터버거에게 밀려나는 날이 오겠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프로방스에서만이라도, 프랑스의 다른 시골 동네에서만이라도 이런 전통적인 카페가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래오래 우리 곁에 있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대적인 삶의 희생자가 되어버린 다른 수많은 전통처럼 이 유일무이한 즐거움마저 사라진다면 크나큰 비극이 아닐 수 없다. - page 137 ~ 138

사실 대형 기업체들로 인해 소상인들의 상권이 무너지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이젠 어디를 가더라도 그 곳만의 특성을 느끼기 전에 '일반화'를 느끼며 돌아오곤 합니다.

부디......

오랜 전통을 가진, 그런 것들이 오래도록 그 자리를 지켜주었으면......

그러기 위해선 우리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축제가 가득한 이 곳.

먹을 것이 가득한 이 곳.

수고로움보다는 즐거움이 가득한 이 곳, 프로방스.

이 곳에서의 삶을 그를 통해 간접적이나마 느껴보곤 하였습니다.


자연이 선사하는 풍경을 담은 이 곳에서 저도 '느림'의 미학을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와인 한 잔과 사람들.

즐거움에 가득 차 웃고 마시며 떠들다보면 어느새 저녁식사가 끝나 있을 이곳에서의 생활.

그 축복을 꿈꾸며 잠시나마 '여유'를 부려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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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마더
에이미 몰로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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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언뜻 보았을 땐 '완벽한 엄마들'의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책표지에 적힌 문구는 섬뜩하기까지 하였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악몽으로 바뀐 완벽한 엄마들의 단 하룻밤 일탈

뉴욕 도심 한복판에서, 생후 6주 된 아기가 사라졌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이보다 더 끔찍할 수 있을까!

벌써부터 손이 떨리기까지 했던 이 사건.

그 사건을 향해 조심스럽게 다가가 보았습니다.

『퍼펙트 마더』


'5월맘'

'맘동네'라는 육아 사이트 '브루클린에서 가장 유용한 육아 정보 모임'을 통해 어쩌다 보니 같은 시기에 배란하고 같은 달에 아이를 낳게 된 여자들의 모임이었습니다.

그녀들은 새로 얻은 엄마라는 삶에 대해서, 현실 친구라면 절대로 참고 들어주지 않을 수준의 이야기를 나누며 낯선 사이였지만 아기를 위해, 자신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 친구가 되기로 합니다.

이 모임의 주 멤버인 위니, 프랜시, 콜레트, 넬.


사건은 7월 4일 밤, 독립기념일.

싱글맘 위니의 아들 마이더스가 감쪽같이 사라지게 됩니다.

그건 내 잘못이 아니다. 전부 그들 잘못이다.

마이더스가 실종되고, 그래서 내가 모든 걸 잃어버린 건 그들 때문이다. 1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여기 감방에 홀로 앉아 배 위에 생긴 딱딱하고 비뚤배뚤한 상처를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며 생각한다. 그들이 없었다면 상황은 얼마든지 다르게 돌아갈 수 있었을 텐데.

내가 그 모임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면, 그들이 다른 날짜를 택했더라면, 하다못해 다른 술집에 갔더라면, 아니면 그날 밤 알마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아기를 봐달라고 부탁했더라면, 휴대폰에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더라면.

아니, 그날 넬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하늘로 고개를 젖히고 얼굴에 찬란히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면서, 마치 예언과도 같은 그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더운 날은 안 좋은 일이 일어나기 마련이죠. - page 24 ~ 25


고된 육아에 지친 그녀들은 하룻밤 일탈을 꿈꾸게 됩니다.

술 냄새와 열기로 가득한 공기.

음악 소리가 너무 커서 두통마저 날 것 같은 술집에서의 모임.

하지만 위니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타납니다.

"그래요? 그렇다 해도 뭐라 할 건 아니죠. 아기가 태어나고 처음으로 애를 낯선 사람에게 맡기고 나온 거잖아요. 난 아직 그렇게 못하는데." - page 46


음악은 빌리 아이돌의 「레벨 옐」이 흘러나오게 됩니다.

"그녀는 노예제를 싫어해. 주저앉아 구걸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내가 지치고 외로울 때, 그녀는 날 보며 침대로 이끌었지. 이 노래는 모성애의 주제가가 되어야 해요. 우리의 투쟁가라고요. 난 너와 함께 세상을 걸었어, 베이베. 천 마일을 너와 걸었어. 고통스러운 네 눈물을 닦아주었어, 베이베. 널 위해 백만 번을 그랬어."

...

"난 네게 뭐든지 다 줄 거야, 아무도 필요 없어, 베이베. 그냥, 그냥, 그냥, 그냥, 내 옆에 있어줘. 왜냐하면......자, 다 같이!" - page 53

울려퍼지는 노랫소리에 엄마들은 떼창을 부르는데 갑자기 사라진 위니.

전화를 받은 넬이 손가락으로 반대편 귀를 막았다.

"천천히 말씀하세요. 안 들려요."

넬은 말없이 듣기만 했다. 그러다 순간 표정과 눈빛이 확 변했다.

"왜 그래요? 누군데 그래요?"

프랜시의 물음에도 넬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넬, 뭐라고 말을......"

하지만 프랜시가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넬이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공포와 술기운으로 탁해져 마치 신음처럼 들렸다.

"안돼애애애애애......" - page 71


이제 용의자는 엄마인 위니, 프랜시, 넬, 콜레트, 베이비시터 알마를 중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사실 위니는 1990년대 초반에 방영된 인기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유명했었습니다.

그런 그녀가 다시 TV에 나왔습니다.

"경찰 내부 정보는 현재 아주 엄격하게 제한된 상태로, 지금 시점에서 밝힐 수 있는 사실은 이 사건을 유괴로 다루고 있다는 것뿐이며, 모든 단서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아기는 지금으로부터 약 아홉 시간 전에 사라졌습니다. 지금까지 브루클린에서 자라 세코어였습니다." - page 93

그리곤 사건은 아기의 실종에서 시작하여 다시금 위니의 과거사가 밝혀지고 그녀와 함께 술자리를 했던 이들의 과거까지 공개되면서 사건 본연의 해결보다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었던 일들에 대한 사회의 기준과 잣대가 그녀들을 더 억누르게 만듭니다.

난 뭘 기대했던가? 언론은 당연히 끈질길 수밖에 없는 것을. 언론이란 것들은 죄다 이런 이야기를 둘러싸고 자라왔는데 말이다. 내가 기사를 읽고 있을 때면 조슈아는 기분 나빠했지만, 지금 완전히 신경을 끊기란 힘들다. 나는 사람들이 뭐라 말하는지, 누구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 page 204


여전히 가지고 있는 '엄마'에 대한 인식.

"아기가 실종되었습니다, 퍼트리샤. 아주 슬픈 일입니다. 하지만 제게 물으신다면, 저는 '여자들이 전부 다 누려야 한다'라는 생각이 이제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봅니다. 이게 대체 뭡니까? 아기를 낳은 지 몇 주밖에 안 된 여자들이 술집이 가서, 엄마가 되어서는 술에 취해 의자에 올라가서 춤을 추다니, 이 여자들 지금 대학교 여학생 클럽 신고식이라도 하는 겁니가?"

...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요즘 세상에 여자들보고 집에 앉아서 종일 미트볼이나 만들라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요. 제가 만약 아이가 있다면, 그것도 갓난아기가 있다면 그 애를 두고 술집에 갈 수 있었을까요? 말도 안 되죠. 우리 어머니가 첫 아이를 낳으셨을 때는요, 아기가 어머니의 우선순위였어요. 그리고 막내가 유치원에 갈 때까지 그 우선순위는 쭉 변함이 없었답니다. 우리 어머니라면 절대로......" - page 229


마냥 이 소설을 읽어내려갈 수 없었습니다.

저 역시도 '엄마'이기에, 아직 우리 사회의 시선도 '엄마는 당연히 아이가 우선이여야 한다'이기에 더더욱 읽으면서 답답함을 느끼곤 하였습니다.

넬은 흐느끼다 숨이 막혔다.

"애 키우는 게 얼마나 힘든지 몰라서 이러는 걸까요? 그냥 이 아기들이 살아가도록 지켜주는 것만 해도 얼마나 압박감이 큰데, 이토록 아이를 사랑한다는 게 얼마나 어마어마한 일인지, 그런데 또 한순간에 모든 걸 망치기가 얼마나 쉬운지 안다면 이럴 수 없어요. 우리 엄마들도 우리를 키울 때 이랬겠죠." - page276

책의 제목처럼 '완벽한 엄마'......

과연 '모성애'가 가득한, 자신보다는 아이를 우선시하여 결국 자신의 존재감을 잃어버리는 것이 진정 '퍼펙트 마더'인지가 의문스러웠습니다.


사건의 끝을 향해가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였습니다.

그건 아마 뜻하지 않았던 반전이 있었기에, 믿어야 하지만 믿고 싶지 않았기에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1년 후 그녀들의 이야기.

위니는 대니얼의 손을 잡았다. 살그머니 깍지를 껴온 그의 손이 이끄는 대로, 위니는 등을 돌렸다. 버드나무 아래 앉은 여자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따뜻한 여름 바람이 앉은 자리에 휘날리는 가운데, 엄마들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저마다 가슴에 품은 아기를 꼭 안았다. - page 498


이 소설을 읽고난 뒤 저 역시도 그 노래를 찾아 들어보았습니다.

빌리 아이돌의 「레벨 옐」.

강렬한 비트에 몸을 실어 저도 맥주 한 잔을 하며 그 때 그녀들의 일탈에 동참하려 합니다.

잠시 '엄마'라는 타이틀을 벗어둔 채.

그런 나에게도 누가 돌을 던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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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는 술집을 차렸습니다
김광연 지음, 박승희 그림 / 지콜론북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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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지인에게 들었던 곳이었습니다.

밥 먹는 술집 <광장>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혼술을 할 때 남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있는 곳이라며 제 지인은 가끔 이 곳에서 힐링을 한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직접 가 보진 않았지만 이번에 만나게 되었습니다.

책으로!

『밥 먹는 술집을 차렸습니다』


저같이 책으로 우선 만나게 된 이들에게 주인 '김광연'씨는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광장을 책으로 먼저 접한 사람들도 자신만의 안온한 공간을 떠올리며 이 책을 읽어주면 바랄 바 없겠다. 누구나 각자의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공간은 필요하니까. 물론 집이 그 기능에 충실한 것이 가장 좋지만 홀로 앉아 쉬는 집 말고도 기분을 환기시키고 마음을 위로받을 수 있는 곳을 찾게 되는 건 나뿐만이 아니리라. - page 9


'광장'의 탄생은 혼자 조용하게 작업할 독립적인 공간의 장소를 찾다가 시작되었습니다.

집에서만 일하는 작업자들에게도 내킬 때 언제든 들를 수 있는, 오래 일해도 눈치를 보지 않는, 밥도 먹고 술도 마실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시작은 나를 위한 것이었다. - page 17

그렇게 시작된 광장은 작업실이 아닌 술집이 되었습니다.

누구에게나 필요한 가게가 될 생각은 없었다. 혼자 술 마시는 게 어때서?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관광지도 아니고 유흥가도 아닌 데다 주거지는 더더욱 아닌 그때의 을지로였다. 일부러가 아니고서는 발길 하기 힘든 곳이지만 나 같은 사람을 기다리기로 했다. 을지로는 광장의 불빛 하나만 반짝이던 서울 밤거리의 그늘이었다. - page 18

그곳에 어느 순간부터는 혼자 술을 마시거나 밥을 먹는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저마다의 사연을 가슴에 안은 채 조용히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며 그렇게 마음을 놓는 공간이 되어갑니다.


그런데 왜 그는 이곳 을지로에 자리를 잡게 된 것일까? 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 의문에 대한 답이 있었습니다.

시야 가림이 없는 왕복 이차선 도로 앞 건물의 5층, 복도식의 좁고 긴 형태의 건물은 전면이 새시 유리창으로 되어 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을지로와 충무로의 오래되고 낮은 건물들을 아래로 둔 채 큰 하늘을 그대로 펼쳐보여 주었다. 낮은 건물들 너머로 우뚝 선 빌딩들은 거대하게 밀려오는 파도처럼 을지로를 지키고 서 있었다. 마침 해 지는 시간이었고, 그 창 가득 들어오는 붉은 노을이 장관이었다. 이 모습을 어디서 봤더라? 분명, 본 적이 있는 풍경이었다. 창에 반해 아득해진 기분을 잡아 떠올렸다. 도쿄, 도쿄에서 본 풍경이었다. 신주쿠 역에서 노란색의 소부선과 오렌지색의 중앙선 열차를 타고 가며 보았던 풍경이었다. 화려하고 복잡한 신주쿠를 벗어나자마자 나타나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주택가 풍경. 창 너머로 신주쿠의 높은 빌딩들이 점점 멀어지고, 지는 해에 비친 오렌지색 도시의 풍경은 타국에서의 지난한 삶을 위로해주었다. 그곳에서 받았던 위로가 선명하게 재현되고 있었다. 서울의 낡은 빌딩에서 도쿄가 떠오르다니 뭉클했다. 이곳을 만나기 위해 그렇게 많은 곳들을 둘러보았구나. 그 넓은 공간을 보며 떠오른 것이 광장이라는 단어였다. - page 48

왠지 이 가게의 느낌과 비슷한 느낌을 받은 가게를 본 적이 있었습니다.

작가 '아베 야로'의 작품인 만화 『심야식당』과 드라마 <심야식당>.

세상살이에 지친 이들이 찾아와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는 곳.

이곳도 혼자 와서 자기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기에, 따뜻한 음식이 있기에 이 둘은 닮아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시나 이곳에서도 <심야식당 단 하나의 메뉴 돈지루>가 있었습니다.

돈지루가 심야식당의 유일한 메뉴가 된 건 다른 이유가 아닐 것이다. 위로, 따뜻하게 준비된 밥과 국이 채워주는 안락함, 그리고 든든함 때문이다. 고향을 떠나온 것이 언제인지 가물가물한 마음을 데워주는 불씨가 된다. 따뜻한 가정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김치찌개처럼 돈지루는 각자의 집에 대한 기억을 품게 한다. 「심야식당」의 배경인 신주쿠 가부키초는 일본 최대의 야쿠자 거리이자 다양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맞이하는 환락가다. 그 옆 동네인 신주쿠 3번가는 성소수자들이 모이는 가게로 이어진다. 돈지루는 가족의 의미와 사회가 규정하는 보통의 삶에서 조금은 떨어진 사람들에게 집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이들은 심야식당에서 밥과 돈지루를 먹으며 술과 농담을 나눈다. 이곳의 사람들은 또 다른 형태의 가족이 된다. - page 80 ~ 81

'돈지루'가 먹고 싶었습니다.

아니, '돈지루'를 보면서 엄마가 끓여주는 '된장찌개'가 먹고 싶었습니다.

그 따스함이 그리워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꼭 이곳에 가서 먹고 싶은 음식이 있었습니다.

'광장 카레'

광장 카레에는 홈 파티 특유의 나른하고 뭉근한 분위기를 담았다. 집이라는 사적 공간에 초대하는 절친한 친구, 친해지고 싶은 친구, 나를 보여주고 싶은 친구들과 나누고 싶은 기분을 담았다. 집에 부르기 전까지 느껴지던 거리가 한순간에 좁아진다. 잘 차려진 음식과 술을 나누고, 마지막엔 깊이 끓인 카레를 먹는다. 부른 배와 취기 덕에 이야기는 풍부해지고 식탁 가까이 구부정해졌던 등을 벽에 기대게 된다. 카레에는 나른함이 있다. - page 34

익숙함에서 오는 나른함일까......

맛을 알기에 더 '광장 카레'가 먹어보고 싶었습니다.

먹고 나서 느낄 편안함과 나른함.


주인은 '광장'이 이런 공간이었으면 한다고 합니다.

회사에서 너무 힘들었던 날, 돈지루를 먹으며 위로가 되었다는 단골손님의 이야기와 그래서 기다려진다는 매 겨울의 기분이 바로 광장의 맛 아닐까? 세상 모든 사람을 위한 곳이 아니라 광장과 잘 맞는 당신만의 공간, 당신만의 안락함이 되도록 더욱 공고히 쌓아가고 싶다. - page 88

당신만을 위한.

당신만의 공간을 만들 수 있는 곳이었으면 한다는 '광장'.

왠지 그곳에 나만의 공간 하나 만들고 싶었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혼자 그곳에 가고 싶습니다.

조용히 맥주 한 잔과 따뜻한 밥, 그리고 나.

이렇게 마주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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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 - 이방인 안겔라의 낯선 듯 다정하게 살기
김지혜 지음 / 파람북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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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이 있었습니다.

따가운 시선이 시도 때도 없이 내리꽂히던

먼 이방의 도시에서 씩씩하고 유쾌하게


"저는 오늘 하루도 인간답게 살고 있습니다!"

이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인간답게' 살아가고 있다는 그녀에게서 그 인간다움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인간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


남편의 유학길.

그 길을 만 15개월에 접어든 아이를 데리고 같이 올랐습니다.

낯선 듯 익숙한 듯 한 그 곳, 독일.

벌써 10여년 전 한국을 떠나 독일에서의 생활이 익숙해진 듯 하지만 한 가지 '인간답게 산다는 것'에 대해선 아직도 그 해답을 찾는 중이라는 그녀.


첫 장에서는 일상에서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열까지 나는 감기를 걸리면서 그녀는 이런 깨달음을 갖게 됩니다.

누워 있다 보니 마음속에 적어놓았던 '하고 싶은 일'의 순서가 달라진다. 이것도 해야지, 저것도 해야지 하고 욕심내었던 일들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그저 다시 툭툭 털고 일어나 밥을 지어 아이와 같이 식탁에 앉아 먹고 싶고, 잠들기 전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싶은, 딱히 새로울 것 없는 일상들이 하고 싶은 일의 1순위로 올라왔다.

맨날 이걸 잊어버린다. 이렇게 한 번씩 대책 없이 아프고 나면 그제야 '아, 맞아' 하고 다시 떠올린다. 살면서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가를 잊지 않기 위해 한 번씩 감기 몸살을 앓으며 복습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 page 34 ~ 35

아픈만큼 성숙해진다는 것이 아마 이 이야기일까!

평범한, 사소한 일상이 주는 행복.

아프기 전에 깨달아야할텐데 왜 항상 뒤늦게 깨닫게 되는 것인지......


그리고 이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매일매일 동네 호숫가에서, 일요일엔 텅 빈 슈퍼마켓 주차장에서 나는 두 남자의 레슨을 받았고, 며칠 뒤 자전거를 타고 아들과 비슷한 속도로 달릴 수 있었다. 우리 동네 호숫가에는 몇 군데 오르막길이 있는데, 평평한 길은 수월히 달릴 수 있었지만 오르막길은 힘들어서 매번 자전거에서 내려 씩씩거리며 올라갔었다. 나도 아들처럼 언젠가 페달을 밟고 이 오르막을 올라갈 날이 있겠지 했는데 어느 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스윽 올라갔다.


"'언젠가는' 했던 일이 '지금'이 되는 순간, 진짜 신난다. 야호!" - page 58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지금 이 순간>이란 노래가 떠올랐습니다.

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

간절히 바라고 원했던 이 순간

나만의 꿈이 나만의 소원

이뤄질지 몰라 여기 바로 오늘 - 뮤지컬 'Jekyll And Hyde'의 <지금 이 순간> 중에서

'언젠가' 이루어지길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것.

그럼 그 순간이 '지금'이 된다는 사실.

지금 내게 확신만 있을 뿐
남은 건 이제 승리 뿐 - 뮤지컬 'Jekyll And Hyde'의 <지금 이 순간> 중에서


그리곤 독일인과 한국인으로써 들여다본 세상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이 유독 가슴을 아리게 하였습니다.

그녀의 아들도 보내고 싶었던 '좋은 유치원'.

장애가 있는 아이들과 없는 아이들이 함께 지내는 곳으로 늘 대기자가 많아 들어가기 힘든 이 곳.

그렇다고 이 유치원이 무슨 특별한 교육을 하는 건 아니다. 외국어를 가르친다거나 시설이 좋다거나 독특한 교육방식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 유치원 아이들은 한 교실에서 같이 놀고 부대끼면서 서로에게 배운다.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것. 그래서 인간은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존재라는 것, 서로 기대어 산다는 것을 말이다. - page 100


그 글에는 '장애인'이라는 표현이 있었는데, 나는 독일어 사전에도 나와있고 보편적인 표현이라 생각한 'Behinderte'라는 단어를 썼다. 그런데 내 글을 본 한나는 그 표현을 다른 말로 바꿀 것을 권했다.

"예전엔 이런 말을 썼지만 지금은 잘 안 써. 대신 이렇게 써."

한나가 내게 알려준 말은 조금 더 긴 말이었다. Mensch mit Behinderung, 그러니까 '장애가 있는 사람'이란 뜻의 이 말은 사람이란 단어 Mensch를 앞에 쓰고 뒤에 그 사람에 대한 부가 설명을 덧붙인 것이다. 그 시대의 말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각과 세계관을 고스란히 보여준다고 한다. 시기마다 유행했던 말들을 정리해보면 당시 사회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유추해볼 수 있는 이유다. 간단한 단어 대신 굳이 저 긴 표현을 쓰는 사람들.... 그 표현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이곳 사람들의 시선이 고스란히 묻어나 있었다. - page 102

편견없이, 모두가 '사람'인 곳.

하지만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

장애인 학교가 세워질까봐 서로 으르렁 거리고 결국 그 아이들의 부모님이 무릎을 꿇으며 애원하는 사회.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이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군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는 대한민국 헌법 제 11조 1항에 우선할 수 있을까? - page 105 ~ 106

저 역시도 자라나는 아이에게 부끄러운 어른이 되지 말아야겠습니다.


제가 '독일인'들을 존경하는 이유는 지난 과거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면 반성에 반성을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특히나 이 이야기.

그런데 유대인 학살이 몇몇 나치들뿐만이 아니라 독일 국가 전체가 개입되어 계획되고 실행된 것이라는 증거가 나오기 시작했다. 독일 정규군이 학살에 참여했다는 증거가 학계에서 나왔는데, 1995년 독일 사회조사연구소가 독일 전역을 돌며 열었던 '절멸전쟁 : 1941년부터 1944년까지의 독일 국방군이 자행한 범죄'라는 전시회는 이 증거들을 시민들이 직접 자기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독일 정규군은 전쟁범죄와 무관한, 그저 조국을 지킨 군인이었을 뿐이라는 독일인들의 인식이 이를 계기로 깨졌고, 독일 사회에도 큰 파장이 일었다. 결국 제2차 세계대전에 참여한 독일 정규군이라는 말은 평범한 독일 시민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독일의 모든 시민이 이 범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서서히 깨닫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자각은 다시는 과거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시민사회의 움직임으로 이어진다. - page 182

이어진 우리의 이야기로는 '세월호' 참사사건이었습니다.

세월호는 단순한 사고가 아닌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모든 부조리한 면이 뒤섞여 만들어진 예고된 참사였다. '치유공간 이웃'의 이명수 대표는 그 죽음을 두고 "304개의 우주가 우리 눈앞에서 속수무책으로 사라졌다. 그게 세월호 참사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우주가 눈앞에서 속수무책으로 사라질 때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그리고 우주가 사라지는 대참사 이후 우리는 그 일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 - page 183

그리고 잊지말아야함을......

회색 구름이 하늘을 뒤덮은 여름 오후, 구름보다 더 짙은 회색의 비석들을 바라본다. 과거를, 그것도 단순한 과거가 아닌,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운, 평범하지 않은 과거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눈곱만큼도 엄숙해 보이지 않는, 평범한 비석들 사이로 과거와 현재를 잇는 튼튼한 줄이 느껴진다. - page 183


마지막엔 그녀가 독일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선입견이나 편견이 아닌 한 '인간'으로 대하는 것이 진정한 인간이 인간에게 하는 배려와 존중임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앞서 그녀는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1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 제가 마주했던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다 찾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어렴풋이 알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타인의 고통과 행복에 무뎌지지 않고 살아갈 때 그 행복이 부메랑이 되어 다시 자기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이들은 잘 알고 있는 듯했습니다. 일면식 없이도 인간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절박한 상황에 놓인 누군가에게 기댈 어깨를 내어주며 힘이 되어주는 것,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숨구멍이 되어주고, 난로가 되어주며 살아가는 것이 자신도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입니다. - page 5 ~ 6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을......

인간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로 살아가는 것.

이 해답을 찾는게 왜그리도 힘겨웠는지......


책 속엔 저자 '김지혜'씨의 피아노 연주곡 CD가 있었습니다.

잠시 피아노 선율에 귀를 기울이며 '인간답게' 사는 의미를 곱씹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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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무더위 - 살인곰 서점의 사건파일 ㅣ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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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왠지 이 여름에도 어울렸습니다.

(무더위가 그리 조용하진 않지만......)

그런데 책 소개글을 읽자마자 주저없이 이 책을 펼쳐 들었습니다.

여름이면 더 조용해지는 도쿄의 기치조지

유난히 고요한 주택가의 살인곰 서점

미스터리로 가득한 살인곰 서점에서

벌어지는 흥미로운 사건들!


『조용한 무더위』


도쿄의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한 미스터리 전문서점 '살인곰 서점'.

이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부업이고, 2층에 자리한 '백곰 탐정사'의 탐정, 그녀의 이름은 '하무라 아키라'입니다.

나이가 마흔을 넘으면서 몸이 내맘같진 않지만 사건 해결하기 위한 열정은 남못지 않은 탐정.

하지만 서점 주인 '도야마 야스유키'로 인해 탐정 수사로 바쁜 것보단 서점 일로 더 몸이 혹사당하는 그녀.

오늘도 어김없이 의뢰가 들어오곤 합니다.


이 소설 속엔 6가지 사건이 월별 등장하고 있었습니다.

그 사건들은 무더위만큼 뜨거웠지만 한편으론 그 뜨거움만큼의 서늘함을 간직하고 있었기에 냉정과 열정 사이를 오가며 그 끝엔 다시금 일상으로의 귀환이 있었습니다.


여러 일들이 한꺼번에 발생하는 하루도 있고, 평온하고 지루한 하루도 있다. 어떤 날이 될지는 끝나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당연하게도.

하지만 인간은 번번이 그런 당연함을 잊고 자신에게 좋을대로 예상한다. 바로 내가 그렇다. 최근 별 일 없이 뻔한 하루하루가 계속된 탓에 오늘도 평화로울 거라고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 page 199

그렇게 하무라에겐 사건이 의뢰되고 의뢰되는 사건마다 예상치 못한 일들이 엮이곤 합니다.

그래서 읽는내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그녀를 응원하면서 사건을 쫓아다녔습니다.


소설 속 인물들의 모습은 아마 이 이야기가 일러주곤 하였습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다. 각자가 각자의 생각이나 규범이나 의리 또는 그 외의 것들로 자신의 행동을 결정한다. 그리고 일단 누군가가 행동을 하면 그것은 다른 사람에게 반드시 파급된다. 파도는 어느 틈에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도 도달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무리 멀리 살고 있어도 그 파도에 흽싸여 익사할 수도 있다.

바로 나처럼. - page 325

범행 동기도 그렇고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가다보면 어느새 서로 연관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치 잔잔한 호숫가에 누군가가 돌멩이를 던져 파문이 퍼지고 퍼지는 것처럼......

때론 그 돌멩이로 개구리가 맞아 죽기도 하는 것처럼......

그렇기에 우리는 행동 하나에도 책임을 가져야함을 깨닫기도 하였습니다.


사건을 해결한 후 마지막 그녀의 모습.

밤하늘은 조용하게 맑았다. 역까지 돌아가는 길에 슈톨렌을 두고 오는 것을 깜박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냥 걸었다. 성야는 막 1분이 지난 시간이었다. 번화가의 네온사인이 반사되어 하늘은 마치 밝은 터널 같았다. - page 382

또다시 조용해진, 평범한 일상으로의 귀환.

하지만 완전히 끝난 하루가 아니기에 또다시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조금은 가벼운, 하지만 진한 여운을 남겼던 이 소설, 『조용한 무더위』.

왠지 오늘도 그녀는 탐정이 아닌 아르바이트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을 듯 합니다.

하지만 또다시 시작된 무더위 속 그녀에겐 조용한, 아니 시끄러운 사건들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기대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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