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였다
정해연 지음 / 연담L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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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제목부터 흥미를 유발하였습니다.

특히나 이 문구.

"누군가에게 절대 말해서는 안 돼.

그걸 지키지 않으면, 너는 죽어."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심장아~ 나대지마!'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책장을 펼쳤습니다.

『내가 죽였다』


개업 변호사는 진실을 찾지 않는다. 의뢰인을 찾는다. - page 7

오늘도 그것을 진실로 여기며 출근하는 그.

그 이름 변호사 '김무일'.

그가 하는 일은 카페에 가입해 불법 공유되는 파일을 확인한 다음, 저작권자에게 연락하여 실태를 알리고 해결 방법을 제시하는, 이른바 '기획 소송'이었습니다.

승소 실적이 없기 때문에 의뢰인도 없고 기획 소송으로 근근이 먹고사는 '변쓰(변호사 쓰레기)'가 된 그에게 어느 날 의뢰인이 나타납니다.

"아저씨!" - page 18


그는 바로 무일의 변호사 사무실이 있는, 빌딩의 건물주 '권순향'이었습니다.

그는 낡은 점퍼 안주머니에서 신문을 슬쩍 내밉니다.

이십대 직장인, 거주지에서 목맨 채 발견, 자살인가? - page 19

그리고 이어진 그의 발언.

"자살 사건이네요?"

"자살 아니야."

...

"이 죽은 사람이 누군데요. 아저씨 손자나 조카?"

"모르는 사람이야."

...

"모르는 사람이야. 그리고 자살 아니야."

"그럼요?"

"내가 죽였어." - page 19 ~ 21


7년 전, 302호에서 벌어진 사망 사건은 이미 사고사로 판명이 나 있었는데 권순향은 갑자기 자수를 하려 합니다.

"죽을 때가 돼서. 그리고 아들 때문에." - page 32

쓸쓸히 걸어나가는 그의 뒷모습.

그리고 다시 마주하였을 땐 싸늘한 시신으로 만나게 됩니다.


김무일은 권순향의 자수를 돕기 위해 우선 자신이 아는 형사 '신여주'를 찾아가 자초지종 설명을 합니다.

그런데 뭔가 불길한 기운을 감지한 그들.

순향빌딩의 5층에서 떨어진 검은 형체.

자수를 하겠다는 권순향이었습니다.


형사의 직감으로 이 사건에 뭔가 냄새가 난다는 걸 알아챈 여주는 권순향이 자수하겠다던 7년 전 사건부터 파헤쳐 나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김무일 역시도 이 사건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하면서 본격 수사를 통해 사건의 진실로 향해 갑니다.


권순향의 사건에서 아들 권두만을 보며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자식이 죽으면 부모는 그 방을 차마 치우지 못한다. 죽을 때까지 그 미련과 회한이 떠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대부분의 자식은 부모의 사망이 아무리 급작스럽더라도 정리가 빠르다. 헌옷센터와 재활용센터 등을 불러 신속하게 정리, 폐기한다. 그리고 금방 빈자리에 새로운 물건들을 집어넣는다.

할 수 없는 일이다. 부모는 제 몸을 나눠 자식을 태어나게 했지만, 자식은 뱃속에서도 부모의 영양을 받아먹고 몸을 찢고 나온다. 애초에 같을 수 없는 애정이다. - page 136 ~ 137

부모와 자식의 모습.

끝까지 자식을 향하는 부모의 마음이 전해져 가슴 한 켠이 아려왔었습니다.


사건을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보고싶지 않았던 면모를 보게 됩니다.

안전하다고 여겼던 바닥과 벽이 사실은 작은 충격에도 깨질 만큼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입에 올리면 모든 게 사실이 되어버릴 것 같았다.

'대체 그들은 어디까지 사람들을 이용하고 망가뜨릴 생각일까.' - page 231

믿었던 사람.

그것도 나에게 가까운 내 지인들이 한 순간 '남'처럼 느껴질 때의 그 배신감과 충격은 더 믿고 싶지 않은 사실이기에 괴롭게만 다가옵니다.


진실을 향해 가는 길.

"진실을 찾는 건 숨겨놓은 보물 찾기를 하는 게 아니야. 숨기다가 실수로 덜 덮은 끈을 잡고 죽 잡아당기는 일이지. 어디라도 덜 덮인 데가 있을 거야. 걱정 마." - page 243


​결국 흐트러진 퍼즐 조각들을 하나 둘 맞추어가다보니 어느새 마주한 진실은 차마 범접할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맞써 싸운 이들.

서장의 말은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 그럼에도 우리는 경찰이다. - page 305


그리고 그 전쟁터 같은 장내 맨 뒤에 무일과 여주가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여주는 어쩐지 온몸에 힘이 다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이제 저 증거들이 세상에 다 터지고 나면 알 수 없는 죽음들과 억울한 상해들을 멈출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다시 일상으로 복귀한다. 어질러져버린 일상으로. - page 316


그 어질러져버린 일상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지는 않았습니다.

마치 우리 사회의 모습처럼......


이 소설 속의 사건은 우리가 겪었던 사건이기에 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실마리가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외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우린 아무것도 해결한 게 없어." - page 343


김무일을 보면서 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조들호가 엿보였습니다.

만약 이 소설을 드라마화 한다면 그가 이 역을 하면 어울릴 것 같았습니다.

마지막 화엔 이런 나레이션과 함께.

세상에는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많다. 특히 가해자가 국가나 기관일 때, 그들의 억울함은 원통함으로 바뀐다. 그들은 그 거대한 조직뿐만 아니라 자신의 나약함과도 싸워야 한다. 그들의 손을 잡아주고 싸움에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다면 무일은 기꺼이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유로로.

"아직 그분이 결정한 건 아니라니까요. 이따 상담을 통해서 결정하신대요."

"아, 맞다."

또다시 잠깐 잊고 있었다. 개업 변호사는 의뢰를 수락하는 사람이 아니다. 수락을 기다리는 사람이다. 의뢰인이 찾아오면 대국민 오디션이라도 보는 것처럼 자신의 저력을 보여주어야 했다. 무일은 큰 비밀이라도 말하는 듯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해주십시오." - page 340 ~ 341


소설의 마지막에 무일은 또 다른 사건을 의뢰받았습니다.

그렇다면 다음 편도 기대해도 되는 거겠지요!

다음에 만나게 된다면 그 사건은 꼭 해결되어 진흙탕이 된 세상이 맑아지는 모습을 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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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말할 수 있다면 - 여행의 여섯 가지 목소리
문상건 지음 / 슬기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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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관련된 에세이는 꾸준히 찾아 읽곤 합니다.

아무래도 현실적으로 가지 못하는 제 마음을 대변하여 작가의 여행기에 기대어 읽으면서 잠시나마 상상 속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더 나아가서는 같은 곳일지라도 작가마다 느끼는 감정이 다르기에 매번 색다른 여행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찾아 읽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만나게 된 이 책은 조금 달랐습니다.

'여행'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

     -​ 표준국어대사전

사전적 의미가 아닌 여행 작가들의 책 속을 향한 여행이었습니다.

이 새로운 여행에 기꺼이 동참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여행이 말할 수 있다면』

​ 


책 속엔 여행자의 운명을 타고난 동시에 오래된 전업 작가 여섯 명의 '여행 목소리'를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변종모, 이지상, 박민우, 박준, 이용한, 최갑수 작가.

여행 에세이를 읽어본 이라면 한 번쯤은 만나보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동시에 그 작가의 책도 꺼내어 다시금 곱씹어 볼 수 있었습니다.

'아! 이 이야기가 이런 의미였구나!'

라며 새롭게 깨닫게 된 점도 있었고 공감을 하며 고개를 끄덕이게도 하였습니다.

저자 '문상건'이 전하고자 했던 이야기.

하지만 여행의 목소리를 담은 문장은 더욱 견고해져 간다. 여전히 처음과 같은 방식으로 여행하고 글을 쓰는 작가와 그들의 저서에서 밑줄 친 소중한 문장을 여러분의 곁으로 보내고 싶다. - page 13

그 바람이 고스란히 전해졌던 이번 이야기들.

'여행'의 의미에 대해, '삶'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아마 다음의 글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사람들은 '여행 작가'라는 타이틀에서 '여행'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늘 씩씩하게 다니는 모습을 연상할지 모르지만 '작가' 쪽으로 오면 그렇지 않다. 그것은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서 자판을 두드리는 생활이다. 더구나 집필 기간 동안에는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으면 몸 상태가 안 좋아진다.

- 『그때, 타이완을 만났다』


이 책의 주인공은 저도 아니고, 다른 작가도 아닙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여행을 통해 만들어진 문장,

바로 여행의 목소리입니다.


여행할 때 여행이 하는 말에 귀 기울여 보세요. 당신의 일상에 필요한 이야기가 들릴 거예요. 그 소리가 들린다면 당신이 완벽한 여행을 하고 있다는 증거고요, 드디어 진정한 여행자가 된 거예요. 그 이야기를 일기로 쓰면, 당신은 당신을 위한 작가가 된 거고요.


여행은 자신만의 문장을 쓰는, 인생의 집필이거든요. - page 57

여행의 목소리를 들은 이들이 전한 이야기로 저에게는 또다른 여행의 목소리로 들렸습니다.

그렇게 저 역시도 작가의 이야기 속 여행에서 진정한 여행자가 되었습니다.


저자와 책들과의 대화.

그 대화 속에서 외로움을, 사랑을, 그리움을, 행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여행'을 통해서 느낄 수 있었다니......

일탈과도 같은 여행 속에서의 일상, 그리고 우리의 모습이 아이러니하게도 닮았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그중 <향수>에서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랜 동안 나는 이 땅의 궁벽한 곳들을 찾아다니며 더러 유년 시절의 추억을 만날 수 있었지만, 그 세계는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내가 지나갔던 시간과 장소들은 대부분 관념적인 고고학에 묻혀 버렸다. 지금은 사라져 버렸지만, 그것이 사라져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가. 내가 지켜 갈 것도 아니면서 누군가가 지켜 주기를 바라는 것이 얼마나 공허한 희망인가.

- 『은밀한 여행』

...

모든 것은 세월을 관통해 마침내 변곡점을 지나게 됩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속도라면 곤란합니다. 예전에는 적어도 흔적은 남아있었습니다. 지금은 가차 없이 사라지고 새로운 것으로 대체됩니다. 간격이 너무 짧아서 대체한 것도 곧 다른 모습으로 변해버립니다. 모든 것이 사라질 것만 같아서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지켜야 할지 알 수 없습니다. - page 306 ~ 307

보다 빠르게, 보다 편리한 것만 추구하면서 정작 옛 것을 그리워하는 것.

참으로 아이러니 하지만 저 역시도 그 공허한 희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젠 그 희망이 현실이 될 수는 없는 것일까......


책을 읽고나니 앞서 저자가 한 이야기가 다시 맴돌았습니다.

여행이 말할 수 있다면

여행은 우리의 여행을 지켜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을까. - page 11

이젠 여행이 전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겠습니다.

그럼 저에게도 제 인생의 한 페이지가 완성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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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 대신 말을 쓴다
원진주 지음 / 힘찬북스(HCbooks)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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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이라 하면 로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쉽게 만날 수 없는 '연예인'들이 있는 곳.

그 곳엔 왠지 신비와 환상이 가득한 곳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


'방송 작가' 역시도 멋진 직업이라 동경하곤 하였습니다.

방송국에서!

연예인들과 함께!

자신이 쓴 글이 전파를 통해 나아가는 것!

그 영향력은 어마어마하기에 그들 역시도 범접할 수 없는 세계 속의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더 재미있게 읽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이의 피, 땀, 눈물임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방송 세계에서 살아가는

 11년 차 방송 작가의 피땀, 눈물 체험담!

『나는 글 대신 말을 쓴다』

 


정말 글, 아니 말 그대로였습니다.

판타지 No!

리얼 100%

방송 작가의 세계

어느 밀림도 이보다 더 치열한 경쟁이 있진 않을 것 같았습니다.

단순히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펼치고 글을 쓰는 모습만 상상했던 저에게 그들은 프로그램 기획 초기부터 방송이 전파를 타기까지.

그 모든 부분에 그들의 손길이 다았습니다.

김밥 주문하기, 출연진 기상 및 동선 체크, 날씨 체크, 소품 구매하기, 다과 준비하기, 심지어 촬영할 개집 치우기까지. 아! 가장 중요한 모두의 비위 맞추기도 있다. - page 11

그들의 이름은 '작가'라고 쓰로 '잡가'라 불리기에 충분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을 함으로써 비로소 '작가'가 된다는 점에서 그들이 존경스러웠습니다.

고로 신입 작가들이 지금하는 업무는 '대단한 잡무'라는 것이다. 이런 잡무가 기반이 되어야만 작가로서 한 발 내디딜 수 있다. 비록 당시에 느끼는 감정은 '내가 이러려고 작가가 됐나?', '이런 게 작가였다면 안 했을 것을...'이라는 생각일지라도 말이다. 나 역시도 그랬다. 하지만 이런 잡무가 수반이 되어야만 다음 과정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리고 그 잡무가 뒷받침됐기에 선배들이 그걸 토대로 글을 쓰고 구성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내 손을 거치는 일들이 결코 의미 없는 일들이 아님을, 누군가는 잡무라고 생각하는 일들이 방송에선 꼭 필요한 중요한 항목이라는 것 잊지 말자. - page 15


방송 작가들은 '팔방미인'이 될 수 밖에 없음을 또다시 느끼게도 해 주었습니다.

방송 작가들은 세상의 모든 일을 다룬다. 벌어지는 것들 모두가 방송 아이템이 되기에 충분하기 떄문이다. 방송 작가로 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팔방미인이 된다. - page 51

그래서 그들이 쓴 글로 인해, 대본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대변해 주고, 또 우리의 마음을 달래주기에 그들의 노고를 잊지 말아야할 것입니다.


각 프로그램마다 작가의 특징은 달랐습니다.

웃음은 물론 감동까지 담아야하는 예능 작가는 현장에 강해야 했고 시사와 다큐멘터리 등을 포함하는 교양 프로그램 작가는 '기획 단계부터 실제 방송이 전파를 탈 때까지' 모든 과정에 참여해야 했습니다.

또한 쇼와 교양을 혼합한 쇼양프로그램 작가는 예능감과 교양감을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녀야하고 뉴스 작가는 정확한 사실에 기반해야 하기에 방송이 나가기 직전까지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사실 확인에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마지막 라디오 작가의 경우는 TV 구성작가와 하는 일이 다르지 않았고 무엇보다 성실함과 순발력이 요구되었습니다.


그리고 책 속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방송 작가의 핵심 노하우가 담겨 있었고 베테랑 작가가 되는 생활 습관 등이 수록되어 있었습니다.

특히나 우리에게 너무 친숙한 프로그램과 그와 관련되었던 사건들도 이야기하고 있었기에 읽으면서 저처럼 평범한 독자도 공감을 하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베테랑 작가가 되기 위한 습관들은 딱히 특별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더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평소에 메모하는 습관 갖기, 신문과 잡지 읽기, 책을 읽고 난 뒤 자신의 감정과 마음을 정리하기, 많은 경험하기.

이런 습관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습관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가져봅니다.


방송 작가는 '쉽지' 않은 직업임은 틀림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이런 노고가 있기에 우리가 방 안에서 세상의 이야기를, 잠시 휴식을 가지며 재충전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가끔 프로그램에 대해 안 좋은 댓글을 퍼붓는 이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하곤 합니다.

안 좋은 의견도 좋지만 독한 말보다는 제안을, 그리고 좋았던 점엔 감사함을 전하는 것.

그것이 우리 시청자, 청취자들의 몫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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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 예찬 - 숨 가쁜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품격 있는 휴식법
로버트 디세이 지음, 오숙은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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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한때는 눈코 뜰새 없이 바쁘게만 살았습니다.

주변에서 '일중독'이라는 이야기도 들으면서 그렇게 앞만 바라보면 달리기만 하였습니다.


그러다 '번아웃 증후군'을 겪고나서야 비로소 나를 돌아보기 시작하였습니다.

활활 타오르다 한순간의 꺼짐.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 깨닫기 시작하였습니다.

무조건 열심히만 하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는 것을!

나를 위한 '잠시 멈춤'도 필요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지금까지도 종종 '휴식'을 취하곤 합니다.


이 책을 보자마자 꼭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제대로된 '휴식'이 무엇인지.

과연 '게으른' 행동도 괜찮은 것인지.

『게으름 예찬』

 


요즘 우리는 바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니 참으로 미련하기 짝이 없다! 바쁘다는 말은 사실 자신이 노예상태에 있음을 광고하는 것이다. "바쁜 사람이 사는 것만큼 덜 바쁜 삶은 없다." 2천 년 전 세네카의 말이다. 세네카는 자녀를 위해서든 미래 세대를 위해서든 일하느라 바쁘다고 큰소리치는 사람들의 말에 별로 공감하지 않았다. 그는 이것을 "다른 사람을 위한 낭비"라고 보았다. 그런 사람은 다음엔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해 낭비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계속 무한히 이어질 것이다. 영국 소설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학교에서든 대학에서든, 교회에서든 시장에서든 굉장히 바쁘다는 것은 "활력 부족 증후군"이라고 여겼다. - page 19 ~ 20

사실 저도 그랬습니다.

남들보다 바쁘게 사는 것에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며 뒤쳐지려고 할 때면 채찍질을 하곤 하였습니다.

그랬었는데......

바쁘다는 말이 곧 자신이 노예상태라는 것을 스스로 광고한다는 이 말이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는 '게으름'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다른 수많은 사상가 역시, 게으름을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라기보다는 어떤 것이든 할 자유로 표현했다. 이 경우 게으름이란, 앨런 베넷의 말을 인용하면, "어떤 목적이 있는 어떠한 것도 하지 않기"로 이해할 수 있다 사실 그것은 오늘날 많은 이들이 '마음 챙김'이라고 부르는 명상의 측면을 띠기 시작한다. 일종의 왕성하고 집중된 무활동이다. - page 26

그렇게 책 속에서는 물질적 이익을 바라지 않고 순전히 그 즐어굼을 위해 자유로이 선택한 것, 빈둥거리고, 깃들이고, 단장하고, 취미 활동을 하는 등의 '여가'를 통해 우리가 가장 치열하고 유쾌하게 인간다울 수 있음을 일러주었습니다.


책 속의 이야기 중 안개에 갇혔을 때 느끼는 감정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오후의 햇살이 대나무를 밝게 비추고, 샘마다 기쁨이 퐁퐁 솟는데 우리 주전자에서는 솔바람 소리가 들리누나. 우리 무상함을 꿈꾸자. 그리고 만물의 아름다운 어리석음 속에서 꾸물거리자."

...

사실 그렇다. 안개의 문제는 그것이 기분 좋게 느껴지려면 언제쯤 걷힌다는 전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저 안개에 완전히 에워싸여 있다. 그 두텁고 고요한 흐름 속을 응시하는 나는, 오카쿠라 선생의 충고에 따라 안개의 초대를 받아들이고 저 너머에 있는 것을 상상해보려고 애써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오카쿠라 선생이 계속 나에게 건네는 말은 이상하게도 내 프랑스 친구 티에리 파코의 낮잠에 관한 말과 비슷하게 들리는데, 아름다움은 완벽함에서 발견되는 게 아니라 불완전함을 마주한 상상 놀이에서 발견되는 것이다. 아름다움은 완선이 아니라 완성의 행위 속에 있다. - page 70 ~ 71

​

​

​우리의 '게으름'을 대하는 태도.

말할 필요도 없지만, 당신은 게으름을 피우기 위해서 행복해야 한다. 행복하기 위해 게으름을 피워야 하는 게 아니다. - page 143

우리가 착각하는 것을 바로잡아주었습니다.

행복하기 위해서가 아닌 게으름을 피우는 것이 아니라는 것!

​

훌륭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저자는 빈둥거림, 깃들이기와 단장하기, 놀이를 통해 내 시간을 멋지게 보내는 방법을 일러주었습니다.

특히나 놀이가 중요한 이유.

모든 놀이, 심지어 철저한 들까불기조차도 기억과 망각 사이에 위태롭게 걸친 선에서 활력을 끌어낸다. 바로 그때문에 놀이가 그렇게 우리 삶을 고양시켜주는 것이다. 노는 것은 어떤 뿌리를 기억하고, 재연하고, 새롭게 체험하고, 과거부터 내려오는 어떤 것을 계속 살려나가고 나머지는 그러지 않기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잊고 온전히 현재에 살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

놀이를 멈춘다면 우리는 그저 현재 이 순간에 쉬면서 우리가 보고 듣고 냄새 맡을 수 있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모르게 될 것이다. - page 243 ~ 244

이렇듯 놀이는 시공간 내에서 허락되는 한계 내에서 시작되는 활동이기에 허투루 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

책의 마지막에 이런 인용구가 있었습니다.

여가여, 지나간 시절의 여신영,

시간은 길고 하루하루가 충분해서

천진한 기쁨을 붙잡던 시절,

짧아진 순간이 즐거움을 억제하지 않던 시절.

근대의 유산, 다하지 않은 의무의 황량한 전조가

우리 행복한 마음을 괴롭히지 못했던

시절은 지나갔으니,

그대는 지나치게 바쁜 이 세상에서

존재를 거두었나요...?

​

에이미 로웰, 「여가」(1912)

​

 


이제 드디어 놀 시간이다. - page 279


정신없이 바쁘게 달려온 당신.

휴식을 위한 시간을 가질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럼 당신은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목적'을 가지고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잠시 세상의 목소리에 귀를 닫아봅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이 시간이 오히려 당신을 더 당신답게 만들어주니까요.


책을 읽고난 뒤 저도 세상의 목소리에, 무게를 잠시 내려놓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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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탐정도 불안하다 ㅣ 한국추리문학선 8
김재희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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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궁금증이 일어났습니다.

"청년은 탐정도 불안하다?

진짜로 탐정조차 불안하기만 하다"

왜?

소설을 읽기 전엔 몰랐지만 읽고나선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청년은 탐정도 불안하다』


"안녕하세요. 감건호입니다."

이제는 퇴물 쓰레기로 느껴지는, 프로파일러인 그.

그가 최근에 출간한 <미제 프로파일링 노트> 사인회를 위해 미스터리 연합 서점에서 팬들과의 만남에서 앞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갈 이를 만나게 됩니다.


특유의 웃음으로 가식적인 표정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그는 책에 나와 있는 미제 사건 취재기 위주로 강연을 하기 시작합니다.

1시간 30분여의 열정적인 강연을 끝마치고 질문을 받는 시간.

"책 속에 나오는 미제 사건 중에 자살로 판단한 케이스, 청주 공원 숲에서 목을 매단 사건 말입니다. 저는 다른 시각으로 봅니다." - page 13 ~ 14

그렇게 입을 뗀 청년, 김주승.

알고보니 대학 병원 해부학교실 대학원생으로 여러 추리 마니아들이 모인 <왓슨추리연맹>의 매니저입니다.

주승은 감건호의 실수를 지적하고 유유히 사라집니다.


<왓슨추리연맹>

매니저 김주승.

부매니저 임민수.

문제 출제와 관리 홍선미.

각 게시판 통합 관리 한진영

그들이 등장합니다.

주승이 도전적인 말을 건넵니다.

"감건호 선생과 한판 대결을 벌이고 싶은데." - page 31

일동 조용해집니다.

"왜, 강원도 정선 고한읍 미제 사건 있잖아. 밀실에서 벌어진 사건 말이지. 그 사건을 두고 각자 프로파일링을 해서 누가 더 진실에 근접하는지 캐보는 거 어때? 감건호 선생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우리는 왓슨추리연맹 포털 카페를 홍보해서 회원 수를 늘리고 파워를 과시할 수 있지." - page 31

그렇게 감건호와 청년 탐정의 '20대 여성 실종 미제 사건'을 두고 대결을 펼치게 됩니다.


감건호의 모습을 보면 흔히 말하는 '꼰대'의 전형이었습니다.

자신은 '프로파일러'라는 점을 강요한다든지, 그들과 비교되기 싫어서 피디에게 무리한 요구를 한다든지, 그들의 파일링을 무조건적으로 비난하는 모습은 참으로 눈살을 찌푸르게 합니다.

그래서 더욱 청년 탐정들의 모습이 돋보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조용하지만 꾸준히, 그리고 다양한 시점으로 분석하는 모습.

아직 '청년'이기에 불안하지만 도전하는 모습과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감건호와 청년 탐정들이 만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헐, 대박. 사악한 의도인데, 이유는 합당하네. 개인적 손실이 클 테니까."

선미가 이었다.

"그게 바로 추리의 반전이지. 범죄의 속성이고. 의도는 불순해도 이유는 저마다 있어. 고로 무동기 범죄는 없다. 환자가 수년간 정신과 다니면서 가족들이 고생하다가 어느 순간 약을 끊고 폭력 사건이 벌어져. 처음 본 남한테 칼을 들지. 왜 묻지마 범죄야. 이유야 넘 많지."

민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꼬치를 하나 더 물었다.

"히가시노 게이고 《악의》, 요시다 슈이치의 《분노》같은 소설에 인간의 본성이 잘 나와 있지. 주승아, 너도 감건호한테 그런 의도로 까는 거면 안 돼. 질시나 악의 같은 사악한 의도."

주승이 정리했다.

"천만에. 추리는 선한 의도로 시작하지. 정의와 진실을 구현하는. 고로 난 그런 거 아냐." - page 25 ~ 26

'추리'의 본질을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정의와 진실 구현.

그렇기에 이유없는 사건은 없음에.

미제를 '미제'로 남겨두어서는 안되기에.


주승과 민수는 사건을 마주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저 아저씨, 완전 나르시시스트 아냐? 연극성 인격장애도 조금 엿보이고."

민수의 말에 주승은 희미하게 웃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치밀하고 완벽해 보이지만 어딘지 허술해. 게다가 본인을 위해 무엇이든 통제를 해야 맘이 놓여. 잘못되면 남 탓을 하고 매우 이기적이며 허영심이 있지. 난 맘에 들어."

민수가 놀랐다.

"뭐어? 왜?"

"너나 나나 비슷해. 가족의 아픔보다는 사건 자체에 호기심이 많고 이일을 통해 명예욕을 채우려는 것. 다르지않아. 저치와."

...

"사실 연쇄 살인범이나 수사하는 이들이나 비슷한 점이 있어. 호기심과 명예욕, 어찌 보면 모든 인간의 본질이지만 유독 이 두 부류에는 그 특징이 많아. 그건 너와 나도 쫓는 자 입장에서 그런 것 같고." - page 129 ~ 130

살인범이나 수사하는 이가 비슷하다는 그들의 이야기가 유독 인상깊게 남았습니다.


2년 전에 일어난 사건.

그때의 미흡했던 수사.

하지만 진실을 향해 다가가는 이들로 하여금 조금씩 진실이 표면에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자살'로 추정하였지만......

결국 마주하게 된 사건의 결말은......

농사는 맘에 안 들면 밭을 갈아엎으면 되는데, 인간의 삶은 그게 안 된다. 리셋이 안 되고 엉망진창이 돼서 사람을 구덩이에 밀어 넣는다. 곰곰이 생각해 봤다. 자신이 저지른 중대 실수가 무엇인지. 사람과 깊게 관계를 맺었는데 그 사람이 떨어지지 않자 죽였다. 그 일로 발목이 잡혔다. 그게 실수다. 이러저러하게 관계 맺지 말 걸, 함부로 사람을 길들였다. 뼈저리게 후회했다. - page 376


이 소설 속에선 현재 우리의 수사 태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끔 해 주었습니다.

"왜 미제 사건에는 형사들이 매달리지 않지?"

민수의 말에 주승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오히려 미제 전담팀에 실력 좋은 베테랑들을 배치해서 현재 사건이 수사되는 데 차질을 빚어."

"그럼 이럴 수는 없잖아."

주승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게 문제야.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은 사건에만 몰린다는 것. 이 사건만 해도 작년에 시사프로에서 다뤘을 때는 미제 전담팀에서 한 번은 검토를 했겠으나, 사람들의 관심이 심드렁해지면 감건호 같이 한물간 사람이나 혹시나 하고 들러붙는 거야. 전선자 씨가 이 사건을 알리는 데도 한계가 있고. 홀로는 힘든 거지. 그리고 실종은 살인 사건보다는 덜 주목받잖아. 실종 사건 미제는 증거도 없고 실종자가 대단한 인물이 아니면 장기적으로 주목 받지 못해." - page 170 ~ 171

미제 사건으로 남을 수 밖에 없는 이유.

우리의 태도 역시도 문제라는 것을.

우리가 각성해야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뉴스파이터>의 김명준씨가 뉴스를 소개하고나서 외치는 말이 더 와닿았습니다.

"뉴스파이터가 두 눈 부릅뜨고 끝까지 지켜보겠습니다."


소설을 읽고나서 사건이 해결되어서 '명쾌하다'라는 느낌보다는 왠지 모르게 숙연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마 사건을 파헤치면서 마주하게 된 진실들을 보았기 때문이었나봅니다.


지금도 수십건의 사건들.

그 사건들이 결코 '미제'로 끝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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