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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탐정도 불안하다 ㅣ 한국추리문학선 8
김재희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8월
평점 :
제목에서 궁금증이 일어났습니다.
"청년은 탐정도 불안하다?
진짜로 탐정조차 불안하기만 하다"
왜?
소설을 읽기 전엔 몰랐지만 읽고나선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청년은 탐정도 불안하다』

"안녕하세요. 감건호입니다."
이제는 퇴물 쓰레기로 느껴지는, 프로파일러인 그.
그가 최근에 출간한 <미제 프로파일링 노트> 사인회를 위해 미스터리 연합 서점에서 팬들과의 만남에서 앞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갈 이를 만나게 됩니다.
특유의 웃음으로 가식적인 표정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그는 책에 나와 있는 미제 사건 취재기 위주로 강연을 하기 시작합니다.
1시간 30분여의 열정적인 강연을 끝마치고 질문을 받는 시간.
"책 속에 나오는 미제 사건 중에 자살로 판단한 케이스, 청주 공원 숲에서 목을 매단 사건 말입니다. 저는 다른 시각으로 봅니다." - page 13 ~ 14
그렇게 입을 뗀 청년, 김주승.
알고보니 대학 병원 해부학교실 대학원생으로 여러 추리 마니아들이 모인 <왓슨추리연맹>의 매니저입니다.
주승은 감건호의 실수를 지적하고 유유히 사라집니다.
<왓슨추리연맹>
매니저 김주승.
부매니저 임민수.
문제 출제와 관리 홍선미.
각 게시판 통합 관리 한진영
그들이 등장합니다.
주승이 도전적인 말을 건넵니다.
"감건호 선생과 한판 대결을 벌이고 싶은데." - page 31
일동 조용해집니다.
"왜, 강원도 정선 고한읍 미제 사건 있잖아. 밀실에서 벌어진 사건 말이지. 그 사건을 두고 각자 프로파일링을 해서 누가 더 진실에 근접하는지 캐보는 거 어때? 감건호 선생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우리는 왓슨추리연맹 포털 카페를 홍보해서 회원 수를 늘리고 파워를 과시할 수 있지." - page 31
그렇게 감건호와 청년 탐정의 '20대 여성 실종 미제 사건'을 두고 대결을 펼치게 됩니다.
감건호의 모습을 보면 흔히 말하는 '꼰대'의 전형이었습니다.
자신은 '프로파일러'라는 점을 강요한다든지, 그들과 비교되기 싫어서 피디에게 무리한 요구를 한다든지, 그들의 파일링을 무조건적으로 비난하는 모습은 참으로 눈살을 찌푸르게 합니다.
그래서 더욱 청년 탐정들의 모습이 돋보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조용하지만 꾸준히, 그리고 다양한 시점으로 분석하는 모습.
아직 '청년'이기에 불안하지만 도전하는 모습과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감건호와 청년 탐정들이 만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헐, 대박. 사악한 의도인데, 이유는 합당하네. 개인적 손실이 클 테니까."
선미가 이었다.
"그게 바로 추리의 반전이지. 범죄의 속성이고. 의도는 불순해도 이유는 저마다 있어. 고로 무동기 범죄는 없다. 환자가 수년간 정신과 다니면서 가족들이 고생하다가 어느 순간 약을 끊고 폭력 사건이 벌어져. 처음 본 남한테 칼을 들지. 왜 묻지마 범죄야. 이유야 넘 많지."
민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꼬치를 하나 더 물었다.
"히가시노 게이고 《악의》, 요시다 슈이치의 《분노》같은 소설에 인간의 본성이 잘 나와 있지. 주승아, 너도 감건호한테 그런 의도로 까는 거면 안 돼. 질시나 악의 같은 사악한 의도."
주승이 정리했다.
"천만에. 추리는 선한 의도로 시작하지. 정의와 진실을 구현하는. 고로 난 그런 거 아냐." - page 25 ~ 26
'추리'의 본질을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정의와 진실 구현.
그렇기에 이유없는 사건은 없음에.
미제를 '미제'로 남겨두어서는 안되기에.
주승과 민수는 사건을 마주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저 아저씨, 완전 나르시시스트 아냐? 연극성 인격장애도 조금 엿보이고."
민수의 말에 주승은 희미하게 웃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치밀하고 완벽해 보이지만 어딘지 허술해. 게다가 본인을 위해 무엇이든 통제를 해야 맘이 놓여. 잘못되면 남 탓을 하고 매우 이기적이며 허영심이 있지. 난 맘에 들어."
민수가 놀랐다.
"뭐어? 왜?"
"너나 나나 비슷해. 가족의 아픔보다는 사건 자체에 호기심이 많고 이일을 통해 명예욕을 채우려는 것. 다르지않아. 저치와."
...
"사실 연쇄 살인범이나 수사하는 이들이나 비슷한 점이 있어. 호기심과 명예욕, 어찌 보면 모든 인간의 본질이지만 유독 이 두 부류에는 그 특징이 많아. 그건 너와 나도 쫓는 자 입장에서 그런 것 같고." - page 129 ~ 130
살인범이나 수사하는 이가 비슷하다는 그들의 이야기가 유독 인상깊게 남았습니다.
2년 전에 일어난 사건.
그때의 미흡했던 수사.
하지만 진실을 향해 다가가는 이들로 하여금 조금씩 진실이 표면에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자살'로 추정하였지만......
결국 마주하게 된 사건의 결말은......
농사는 맘에 안 들면 밭을 갈아엎으면 되는데, 인간의 삶은 그게 안 된다. 리셋이 안 되고 엉망진창이 돼서 사람을 구덩이에 밀어 넣는다. 곰곰이 생각해 봤다. 자신이 저지른 중대 실수가 무엇인지. 사람과 깊게 관계를 맺었는데 그 사람이 떨어지지 않자 죽였다. 그 일로 발목이 잡혔다. 그게 실수다. 이러저러하게 관계 맺지 말 걸, 함부로 사람을 길들였다. 뼈저리게 후회했다. - page 376
이 소설 속에선 현재 우리의 수사 태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끔 해 주었습니다.
"왜 미제 사건에는 형사들이 매달리지 않지?"
민수의 말에 주승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오히려 미제 전담팀에 실력 좋은 베테랑들을 배치해서 현재 사건이 수사되는 데 차질을 빚어."
"그럼 이럴 수는 없잖아."
주승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게 문제야.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은 사건에만 몰린다는 것. 이 사건만 해도 작년에 시사프로에서 다뤘을 때는 미제 전담팀에서 한 번은 검토를 했겠으나, 사람들의 관심이 심드렁해지면 감건호 같이 한물간 사람이나 혹시나 하고 들러붙는 거야. 전선자 씨가 이 사건을 알리는 데도 한계가 있고. 홀로는 힘든 거지. 그리고 실종은 살인 사건보다는 덜 주목받잖아. 실종 사건 미제는 증거도 없고 실종자가 대단한 인물이 아니면 장기적으로 주목 받지 못해." - page 170 ~ 171
미제 사건으로 남을 수 밖에 없는 이유.
우리의 태도 역시도 문제라는 것을.
우리가 각성해야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뉴스파이터>의 김명준씨가 뉴스를 소개하고나서 외치는 말이 더 와닿았습니다.
"뉴스파이터가 두 눈 부릅뜨고 끝까지 지켜보겠습니다."
소설을 읽고나서 사건이 해결되어서 '명쾌하다'라는 느낌보다는 왠지 모르게 숙연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마 사건을 파헤치면서 마주하게 된 진실들을 보았기 때문이었나봅니다.
지금도 수십건의 사건들.
그 사건들이 결코 '미제'로 끝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