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였다
정해연 지음 / 연담L / 201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부터 흥미를 유발하였습니다.

특히나 이 문구.

"누군가에게 절대 말해서는 안 돼.

그걸 지키지 않으면, 너는 죽어."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심장아~ 나대지마!'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책장을 펼쳤습니다.

『내가 죽였다』


개업 변호사는 진실을 찾지 않는다. 의뢰인을 찾는다. - page 7

오늘도 그것을 진실로 여기며 출근하는 그.

그 이름 변호사 '김무일'.

그가 하는 일은 카페에 가입해 불법 공유되는 파일을 확인한 다음, 저작권자에게 연락하여 실태를 알리고 해결 방법을 제시하는, 이른바 '기획 소송'이었습니다.

승소 실적이 없기 때문에 의뢰인도 없고 기획 소송으로 근근이 먹고사는 '변쓰(변호사 쓰레기)'가 된 그에게 어느 날 의뢰인이 나타납니다.

"아저씨!" - page 18


그는 바로 무일의 변호사 사무실이 있는, 빌딩의 건물주 '권순향'이었습니다.

그는 낡은 점퍼 안주머니에서 신문을 슬쩍 내밉니다.

이십대 직장인, 거주지에서 목맨 채 발견, 자살인가? - page 19

그리고 이어진 그의 발언.

"자살 사건이네요?"

"자살 아니야."

...

"이 죽은 사람이 누군데요. 아저씨 손자나 조카?"

"모르는 사람이야."

...

"모르는 사람이야. 그리고 자살 아니야."

"그럼요?"

"내가 죽였어." - page 19 ~ 21


7년 전, 302호에서 벌어진 사망 사건은 이미 사고사로 판명이 나 있었는데 권순향은 갑자기 자수를 하려 합니다.

"죽을 때가 돼서. 그리고 아들 때문에." - page 32

쓸쓸히 걸어나가는 그의 뒷모습.

그리고 다시 마주하였을 땐 싸늘한 시신으로 만나게 됩니다.


김무일은 권순향의 자수를 돕기 위해 우선 자신이 아는 형사 '신여주'를 찾아가 자초지종 설명을 합니다.

그런데 뭔가 불길한 기운을 감지한 그들.

순향빌딩의 5층에서 떨어진 검은 형체.

자수를 하겠다는 권순향이었습니다.


형사의 직감으로 이 사건에 뭔가 냄새가 난다는 걸 알아챈 여주는 권순향이 자수하겠다던 7년 전 사건부터 파헤쳐 나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김무일 역시도 이 사건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하면서 본격 수사를 통해 사건의 진실로 향해 갑니다.


권순향의 사건에서 아들 권두만을 보며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자식이 죽으면 부모는 그 방을 차마 치우지 못한다. 죽을 때까지 그 미련과 회한이 떠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대부분의 자식은 부모의 사망이 아무리 급작스럽더라도 정리가 빠르다. 헌옷센터와 재활용센터 등을 불러 신속하게 정리, 폐기한다. 그리고 금방 빈자리에 새로운 물건들을 집어넣는다.

할 수 없는 일이다. 부모는 제 몸을 나눠 자식을 태어나게 했지만, 자식은 뱃속에서도 부모의 영양을 받아먹고 몸을 찢고 나온다. 애초에 같을 수 없는 애정이다. - page 136 ~ 137

부모와 자식의 모습.

끝까지 자식을 향하는 부모의 마음이 전해져 가슴 한 켠이 아려왔었습니다.


사건을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보고싶지 않았던 면모를 보게 됩니다.

안전하다고 여겼던 바닥과 벽이 사실은 작은 충격에도 깨질 만큼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입에 올리면 모든 게 사실이 되어버릴 것 같았다.

'대체 그들은 어디까지 사람들을 이용하고 망가뜨릴 생각일까.' - page 231

믿었던 사람.

그것도 나에게 가까운 내 지인들이 한 순간 '남'처럼 느껴질 때의 그 배신감과 충격은 더 믿고 싶지 않은 사실이기에 괴롭게만 다가옵니다.


진실을 향해 가는 길.

"진실을 찾는 건 숨겨놓은 보물 찾기를 하는 게 아니야. 숨기다가 실수로 덜 덮은 끈을 잡고 죽 잡아당기는 일이지. 어디라도 덜 덮인 데가 있을 거야. 걱정 마." - page 243


​결국 흐트러진 퍼즐 조각들을 하나 둘 맞추어가다보니 어느새 마주한 진실은 차마 범접할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맞써 싸운 이들.

서장의 말은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 그럼에도 우리는 경찰이다. - page 305


그리고 그 전쟁터 같은 장내 맨 뒤에 무일과 여주가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여주는 어쩐지 온몸에 힘이 다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이제 저 증거들이 세상에 다 터지고 나면 알 수 없는 죽음들과 억울한 상해들을 멈출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다시 일상으로 복귀한다. 어질러져버린 일상으로. - page 316


그 어질러져버린 일상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지는 않았습니다.

마치 우리 사회의 모습처럼......


이 소설 속의 사건은 우리가 겪었던 사건이기에 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실마리가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외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우린 아무것도 해결한 게 없어." - page 343


김무일을 보면서 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조들호가 엿보였습니다.

만약 이 소설을 드라마화 한다면 그가 이 역을 하면 어울릴 것 같았습니다.

마지막 화엔 이런 나레이션과 함께.

세상에는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많다. 특히 가해자가 국가나 기관일 때, 그들의 억울함은 원통함으로 바뀐다. 그들은 그 거대한 조직뿐만 아니라 자신의 나약함과도 싸워야 한다. 그들의 손을 잡아주고 싸움에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다면 무일은 기꺼이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유로로.

"아직 그분이 결정한 건 아니라니까요. 이따 상담을 통해서 결정하신대요."

"아, 맞다."

또다시 잠깐 잊고 있었다. 개업 변호사는 의뢰를 수락하는 사람이 아니다. 수락을 기다리는 사람이다. 의뢰인이 찾아오면 대국민 오디션이라도 보는 것처럼 자신의 저력을 보여주어야 했다. 무일은 큰 비밀이라도 말하는 듯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해주십시오." - page 340 ~ 341


소설의 마지막에 무일은 또 다른 사건을 의뢰받았습니다.

그렇다면 다음 편도 기대해도 되는 거겠지요!

다음에 만나게 된다면 그 사건은 꼭 해결되어 진흙탕이 된 세상이 맑아지는 모습을 보고 싶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