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말할 수 있다면 - 여행의 여섯 가지 목소리
문상건 지음 / 슬기북스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행'과 관련된 에세이는 꾸준히 찾아 읽곤 합니다.

아무래도 현실적으로 가지 못하는 제 마음을 대변하여 작가의 여행기에 기대어 읽으면서 잠시나마 상상 속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더 나아가서는 같은 곳일지라도 작가마다 느끼는 감정이 다르기에 매번 색다른 여행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찾아 읽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만나게 된 이 책은 조금 달랐습니다.

'여행'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

     -​ 표준국어대사전

사전적 의미가 아닌 여행 작가들의 책 속을 향한 여행이었습니다.

이 새로운 여행에 기꺼이 동참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여행이 말할 수 있다면』

​ 


책 속엔 여행자의 운명을 타고난 동시에 오래된 전업 작가 여섯 명의 '여행 목소리'를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변종모, 이지상, 박민우, 박준, 이용한, 최갑수 작가.

여행 에세이를 읽어본 이라면 한 번쯤은 만나보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동시에 그 작가의 책도 꺼내어 다시금 곱씹어 볼 수 있었습니다.

'아! 이 이야기가 이런 의미였구나!'

라며 새롭게 깨닫게 된 점도 있었고 공감을 하며 고개를 끄덕이게도 하였습니다.

저자 '문상건'이 전하고자 했던 이야기.

하지만 여행의 목소리를 담은 문장은 더욱 견고해져 간다. 여전히 처음과 같은 방식으로 여행하고 글을 쓰는 작가와 그들의 저서에서 밑줄 친 소중한 문장을 여러분의 곁으로 보내고 싶다. - page 13

그 바람이 고스란히 전해졌던 이번 이야기들.

'여행'의 의미에 대해, '삶'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아마 다음의 글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사람들은 '여행 작가'라는 타이틀에서 '여행'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늘 씩씩하게 다니는 모습을 연상할지 모르지만 '작가' 쪽으로 오면 그렇지 않다. 그것은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서 자판을 두드리는 생활이다. 더구나 집필 기간 동안에는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으면 몸 상태가 안 좋아진다.

- 『그때, 타이완을 만났다』


이 책의 주인공은 저도 아니고, 다른 작가도 아닙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여행을 통해 만들어진 문장,

바로 여행의 목소리입니다.


여행할 때 여행이 하는 말에 귀 기울여 보세요. 당신의 일상에 필요한 이야기가 들릴 거예요. 그 소리가 들린다면 당신이 완벽한 여행을 하고 있다는 증거고요, 드디어 진정한 여행자가 된 거예요. 그 이야기를 일기로 쓰면, 당신은 당신을 위한 작가가 된 거고요.


여행은 자신만의 문장을 쓰는, 인생의 집필이거든요. - page 57

여행의 목소리를 들은 이들이 전한 이야기로 저에게는 또다른 여행의 목소리로 들렸습니다.

그렇게 저 역시도 작가의 이야기 속 여행에서 진정한 여행자가 되었습니다.


저자와 책들과의 대화.

그 대화 속에서 외로움을, 사랑을, 그리움을, 행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여행'을 통해서 느낄 수 있었다니......

일탈과도 같은 여행 속에서의 일상, 그리고 우리의 모습이 아이러니하게도 닮았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그중 <향수>에서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랜 동안 나는 이 땅의 궁벽한 곳들을 찾아다니며 더러 유년 시절의 추억을 만날 수 있었지만, 그 세계는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내가 지나갔던 시간과 장소들은 대부분 관념적인 고고학에 묻혀 버렸다. 지금은 사라져 버렸지만, 그것이 사라져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가. 내가 지켜 갈 것도 아니면서 누군가가 지켜 주기를 바라는 것이 얼마나 공허한 희망인가.

- 『은밀한 여행』

...

모든 것은 세월을 관통해 마침내 변곡점을 지나게 됩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속도라면 곤란합니다. 예전에는 적어도 흔적은 남아있었습니다. 지금은 가차 없이 사라지고 새로운 것으로 대체됩니다. 간격이 너무 짧아서 대체한 것도 곧 다른 모습으로 변해버립니다. 모든 것이 사라질 것만 같아서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지켜야 할지 알 수 없습니다. - page 306 ~ 307

보다 빠르게, 보다 편리한 것만 추구하면서 정작 옛 것을 그리워하는 것.

참으로 아이러니 하지만 저 역시도 그 공허한 희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젠 그 희망이 현실이 될 수는 없는 것일까......


책을 읽고나니 앞서 저자가 한 이야기가 다시 맴돌았습니다.

여행이 말할 수 있다면

여행은 우리의 여행을 지켜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을까. - page 11

이젠 여행이 전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겠습니다.

그럼 저에게도 제 인생의 한 페이지가 완성되겠지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