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짤리면 지구가 멸망할 줄 알았는데 - 회사에서 뒤통수 맞고 쓰러진 회사인간의 쉽지도 가볍지도 않았던 퇴사 적응기
민경주 지음 / 홍익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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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덧 저에게는 5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5년 전 봄바람이 불던 어느 날.

저는 '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큰 결심으로 한 것이 아닌 이러저러한 이유 아닌 이유로 퇴사가 결정되었을 때 솔직히 시원섭섭하였습니다.


그리고 퇴사 후 첫 날.

조금은 방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매일처럼 이른 시간에 눈이 떠지는 것은 물론이고 그 시간이 되면 왠지 모를 불안감......


차츰 주위 사람들의 시선도 느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재취업 해야지?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동안 하고 싶었던 거 해 봐!

음......

또다시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다가 어영부영 시간만 흘러보냈습니다.


지금은 개인사정으로 '직장'보단 '가정'에 있지만 이 책을 만나자마자 그때 그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나만 그렇게 방황했을까?

왠지 다른 이의 이야기도 궁금하였습니다.

『회사에서 짤리면 지구가 멸망할 줄 알았는데』 


서른 살 겨울.

연봉 협상 기간에 그에게 전해진 것은 다름아닌 '퇴사 통보'.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돈과 시스템을 쥐고 움직이는 사람은 그들이었다. 직원이 아무리 강력하게 주장해도, 설사 그 말이 맞는 말일지라도 등기이사를 이길 수는 없다. 회사란 그렇다. 아니, 세상이 그렇다. 그렇게 공정하게 굴러가지 않는다. 서른 살쯤 먹었다면 당연하게 타협해야 하는 사실이다.

결국, 지금까지 하고 있던 일의 주인이 내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 page 18


입사를 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막상 퇴사를 하게 될 땐 그 순간에 이루어진다는 것.

오랫동안 회사에 헌신하며 다녔지만 왜 그 시간만은 그토록 짧게, 단칼에 해결되는 것인지 지금도 의문스럽기만 합니다.


역시나 퇴사 후 1일은 누구나 그런가 봅니다.

멍한 상태로 텔레비전을 봤다. 꽤 오랫동안 오전의 텔레비전을 보지 않았음에도 아침마당도,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도, 심지어 드라마에서 시어머니가 심술을 부리는 모습마저도 내가 기억하고 있는 아침 방송의 풍경과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달라진 것은 딱 하나. 내가 회사를 가지 않고 아침 방송을 보고 있다는 사실 뿐이었다. - page 27

쿨하게 회사를 떠나왔다고 생각되지만 막상 미련은 남겨두었나봅니다.

아니.

회사 생활에 익숙한 나머지 잠시 잊고 있었던 사실이 있었습니다.

내가 회사를 아무리 사랑해도,

회사가 나의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는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너무 익숙해져서 잊어버리고 기대하고 마는 것이었다.

다음 회사를 빨리 알아보기보다 나라는 사람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스스로를 만족시킬 수 있는지를 먼저 고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 속하는가 보다 '무슨 일을 할 것인지'를 우선 결정해야 했다. - page 32


그렇게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하던 그.

자연스럽게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지금은 방황이 아니라 움직임 자체가 없어서 슬픈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백수의 삶은 행복 그 자체지만, 돈은 점점 떨어지고 그로 인해 삶의 질도 자꾸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목적 없이 움직이는 것은 에너지 낭비다 일단은 움직일 방향부터 최대한 빨리 결정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컴퓨터에 있는 사진첩을 뒤적거렸다. 물론 그날 하루를 또 그렇게 탕진해버리고 말았지만. - page 55 ~ 56


그렇게 우선은 '퇴사여행'을 하게 됩니다.

비록 여행을 통해 인생에 기적같은 변화가 일어나지 않더라도......

결국 이번 여행은 영화처럼 드라마틱한 일들은 생기지 않았지만,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 변화를 주어야겟다는 결심 같은 것을 하게 되는 여행이었다. - page 76


그리고 자신의 적성을 찾아 떠나는 진로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카페 창업

적성을 살린 그림 그리기

하지만 결과는 우울했습니다.

한참 달리다가 갑자기 멈추게 될 때 받는 충격만큼, 다시 움직이기 위해서는 상당한 동력을 필요로 한다. 오랫동안 방황하고 나서 움직여야 한다고 결심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의욕을 잃어버린 나는 좀처럼 빠르게 움직일 수 없었다. 그저 주저앉아 있었다.

그런데 소속도, 져야 할 책임도 없으니 아무도 나를 일으켜 세우지 않았다. 끝도 없이 자기 비하만 계쏙하고 있는 상황. 우울감도 관성의 법칙을 따르는지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었다. 혼자 있으면 감정을 숨기거나 제어할 필요가 없어지기에 더 크게 휩쓸리고 있었다. - page 191


그런 그에게도 뜻밖의 일이 생기게 됩니다.

자신의 퇴사 후의 이야기를 써서 하루에 하나씩 연재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하나 둘씩 반응하게 됩니다.

이 글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지금까지 쓰여지고 있다.


앞으로 내 삶은, 내 글은 어떻게 될까. 이전처럼 별 반응없는 삶이 오래도록 지속되겠지만 조금씩 할 수 있는 일로 가득 찬 저금통 배를 갈라 보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 page 195


퇴사 후에 극적인 인생의 변화가 일어날 거라는 착각을 하곤 합니다.

결국 변한 거라고 소속감이 사라진 내 모습밖에 없는데도 말입니다.

퇴사 후 또 다른 길을 찾아가기엔 상당한 동력이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조급해할 필요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저 그 흐름에 맞추어 흘러가다보면 주저 앉을 수도 있지만 뜻밖의 재능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할 것.

내 인생은 내가 책임진다는 사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기에 두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그 앞을 향해 달려가는 '내'가 되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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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퀴즈 - 아들, 너랑 노니까 너무 좋다. 진짜!
유세윤.유민하 지음 / 미메시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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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겐 '개코 원숭이' 흉내 잘 내는, 노래하는 '개가수'.

UV의 '유세윤'.


그의 말이나 행동을 보고 있으면 재미있으면서도 놀랍기도 합니다.

저런 센스!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궁금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 그가 책을 냈다고 했을 때 우선적으로 '호기심'이 들었습니다.

그는 어떤 이야기를 할지......


알고보니 자신의 아들 '민하'와 함께 만든, 아빠가 질문하고 아들이 답하는, 아빠와 아들 둘이서 만든 가장 즐겁고 신나는 놀이를 엮은 책이라고 합니다.

아들과 그의 이야기.

기대감을 갖고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오늘의 퀴즈』


<퀴즈의 시작>

그들의 퀴즈가 시작된 건 다름아닌 아들 민하가 일기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역시도 어릴 적에 썼던 일기를 보면


​하지만 훗날 돌아보니 자신의 일기를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았다는 그는 아들에게도 일기쓰기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다음과 같이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도 그때 내 마음과 추억을 기분 좋고 재미있게 기록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까. 그렇게 퀴즈를 하나씩 생각하기 시작했다. - page 5

그렇게 시작된 그와 아들의 <오늘의 퀴즈>


퀴즈에 앞서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그들의 퀴즈는 97문제가 있었습니다.

문제 중에는 엄마, 아빠의 얼굴을 그리는 것도 있었고 '만약에'라며 가정한 상황에서의 문제,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문제 등이 있었습니다.


아마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 같습니다.

문제보다 더 기발한 답들.

'어쩜,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

아이의 머릿 속에 그려진 세계는 참으로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이별>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문장을 만들어 보시오.

이 : 이름은

별 : 별처럼 많고 빛난다. - page 68

순간 '이별'이란 단어가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아니, 반짝이는 것처럼 느껴졌었습니다.


나쁜 말을 다른 말로 바꿔 보시오.

1. 너 재수 없어!

너는 입시 합격이아

2.미친놈아!

실로폰에서 미를 친 사람아!

3.넌 참 못생겼구나.

망치사면 좋겠다! - page 210

아들에게 욕을 알려 주고 싶어서 낸 문제.

하지만 진짜 아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

나도 욕을 한다.

욕으로 웃기기도 하고

때로는 친구들과의 친근감을 욕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화를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욕은 언제 누구에게 써야 하는지 제대로 알아야 좋은 무기가 될 수 있다.

그래도 무기는 꺼내 놓는게 아니란다. - page 211

왠지 문제와 답, 그리고 그의 생각을 읽어보면서 아이를 키우는 입장으로써 많이 배우기도 하였습니다.


그와 아들의 모습을 보고있노라면 그저 입가에 미소가 지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때론 친구처럼, 때론 아빠처럼.

그래서 잔잔하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는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아이가 싫어하는 것에 막연히 하라고 강요하는 것 보다는 조금만 생각을 달리하여 놀면서 차근차근 수행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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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같은 날 청바지를 입다니 경솔했다! - 매일매일 #OOTD 그림일기
김재인(동글)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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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하는 것.

세수하기.

그리고 오늘 입을 의상 정하기.


옷장엔 옷들이 가득한데......

왜 입을 옷은 없는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 가끔은 블로그에서 자문을 구해보기도 하고 이 옷, 저 옷 옷장에서 한껏 꺼내어 입어보곤 합니다.

뭐, 새 옷을 사는 경우가 많지만......


저와 같은 고민을 가진 이들과 공유할 수 있는 책이 나와서 읽어보았습니다.

"오늘, 뭐 입지?"

16만 구독자와 매일 스타일을 공유하는 동글의 옷장 속 이야기

『오늘 같은 날 청바지를 입다니 경솔했다!』

 


저자 '동글'이 자신의 스타일을 공유하게 된 이유.

많은 사람이 매일매일 옷을 입고, 내일은 또 무슨 옷을 입을지 고민하면서 살아갈 거예요. 옷을 입고, 사고, 실패하는 일들이 생겨나지요. 그런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며 '나만 그런 것이 아니구나'하고 함께 공감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 page 5


솔직히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더라도 저마다의 개성으로 '옷을 잘 입는다'라는 느낌을 받곤 하였습니다.

그리고 '나는 왜 이렇게 못 입지?'라며 자책도 하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나만 그런게 아니라고 하니 왠지 모를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책 속엔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일주일의 코디가 담겨있었습니다.

그녀의 스타일은 과하지 않은 편안하면서도 하나씩 포인트를 주어 나름의 개성을 엿보이게 했습니다.

특히나 그녀의 옷과 소품은 비싸거나 명품은 아닐지라도 얼마든지 멋스럽게 표현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하나의 요일이 끝날 때 마다 <ONE POINT TIP>을 알려주었습니다.

소품을 이용한 멋내기 포인트를 비롯하여 하나의 원피스로 여러 스타일을 연출하는 법, SPA 브랜드에 대한 짤막한 정보, 여행지 스타일 포인트 등이 담겨 있어서 소소하지만 알아두면 좋은 정보들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 '하나씩 있으면 좋은 기본 아이템'은 옷을 코디할 때 무난하게, 무던히도 잘 활용할 수 있는 옷이라는 점에서 자신의 옷장에 없다면 하나쯤은 장만하는 것도 나쁘지 않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

 


이 책에서 계절마다, 상황마다 스타일링 한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지만 제 개인적으로 좋았던 점은 바로바로~

<부록 / 종이인형놀이>였습니다.

어린 시절에 많이 가지고 놀았었고 지금도 종이인형 책을 사서 아이와 함께 오리면서 노는데 이 책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미처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더 좋았었고 책에 대한 애정이 한층 UP되기도 하였습니다.

​

 


내 옷장이 아닌 다른 이의 옷장을 본다는 것.

나와 비교하면서 새로운 스타일도 배우고 또 다르게 코디하는 법도 배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그녀처럼 매일 자신의 스타일을 그림으로 남겨두고 그 날의 상황이나 자신의 생각을 기록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 역시도 '나'라는 또 하나의 책이 될 테니 말입니다.


가끔 "뭘 입고 나가지?"라며 옷장 앞에서 떠날 줄 모를 때 이 책을 가지고 코디를 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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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지금 가자 - 요즘 젊은이 아들과 한때 젊었던 엄마의 배낭여행 이야기
한옥자.유근남 지음 / 해드림출판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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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고 나서 제일 아쉽고 후회되는 일 중 하나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엄마'와 함께 여행을 떠나지 못했다는 점.


사실 제 엄마도 '여행'에 로망을 가지셨던, 꿈도 많으셨던 소녀같은 분이셨습니다.

그런데 두 딸을 키우면서 자신의 꿈을 접으시고 가정에, 자식에 헌신하셨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지나 큰 딸인 제가 시집을 가고 손녀들이 생기시면서 가끔 엄마는 제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좀 더 젊었을 때 우리가 같이 여행을 갔으면 좋았을텐데. 언제 우리가 같이 여행을 갈 수 있을까?"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울컥하였습니다.


결혼 전에 그렇게 같이 가자고 하셨지만 일하느라 바쁘고 지쳐서 그저

"나중에 가자!"

라고만 외쳤는데 이제는 그게 왜이리 후회로 남는지.


그래서 부모와 자식이 가는 여행 에세이를 대신하여 읽곤 하였습니다.

언젠간 꼭 저도 엄마랑 갈 것을 약속하면서......


이번에 읽게 된 이 책은 '아들'과 함께 떠난 '엄마'의 여행 이야기였습니다.

『아들아, 지금 가자』

 


"엄마, 우리도 이다음에 함께 여행가요!"

아들은 캐나다에 살면서 틈틈이 여행하며 엄마와 아들이 같이 여행하는 모습을 보고 집으로 돌아와 엄마에게 외친 한 마디.

이 말에 엄마 '한옥자'씨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하였습니다.

가슴이 '쿵'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객지에서 홀로 견디느라 얼마나 외로웠으면 그런 생각을 했을까.' 직장에 다녀 돈을 벌면 제가 여행비를 대고 여행을 가자는 기특한 말이었으나 다음을 벼르는 일이란 게 얼마나 어리석은지 이미 많이 겪었다. 여러 번 기회를 놓쳤고 충분히 불행했다.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고 미래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포기하는 일은 더 하지 말아야 했다. 일상보다, 돈보다, 점점 심해지는 다리 통증 때문에라도 하루빨리 가야 했고 그 무엇보다 객지에서 혼자 견미뎌 힘들었을 자식에게 나는 무엇이라도 해주고 싶었다.


"아들아, 지금 가자!" - page 21 ~ 22


그렇게 그들은 배낭을 짊어지고 동남아 지역 중 방콕 카오산 로드에 먼저 발을 내딛게 됩니다.

집에서 출발하여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스무 시간.

아들과의 첫 여행, 첫날 밤.

엄마는 조심스레 첫 이야기를 꺼냅니다.

햇빛 한 점 들지 않는 반지하의 방에 아기를 누여야 했던 심정은 애가 끓었다. 잊으려고 해도 잊히지 않던 끔찍한 과거는 이제 아름다운 과거가 되려고 한다. 자식과 함께 여행해야 하는 이유가 이런 거였나? - page 31

눈가로 흐르던 눈물마저 달았던 그날 밤.

조금씩 그들은 서로의 속마음을 열게 되고 서로를 알게 됩니다.


엄마의 마음.

코끼리 캠프에서 엿보였습니다.

어미 코끼리가 인간의 욕망을 채워주기 위해 로드워크를 하는 동안 아기코끼리는 얌전하게 어미 뒤를 따랐다. 어미는 인간의 지시대로 복종하며 생을 유지하지만, 아기코끼리의 삶까지 저대로 낙인찍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맑은 물 한 사발을 떠놓고 샛별을 보며 기도하듯 캠프를 둘러보며 기도한다. '건강하게 잘 살아남거라. 지금은 비록 인간의 욕망을 채워주기 위해 살지만, 다시 환생하여 코끼리로 태어난다면 꼭 밀림에서 태어나 너만의 세상을 마음껏 누리길 바란다.'

어린 코끼리를 향한 염원은 내 아들에게 보내는 염원과 다르지 않다. 엄마 코끼리와 나는 모성을 가진 어미이다. 아들은 자기만의 세상에서 무한정 행복하길 바라는 내 심정을 알까? - page 54 ~ 55

최근에 뼈만 앙상하게 남은 채 축제 행진에 동원된 코끼리 사진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인간의 욕망이 만든 동물 학대의 모습.

그 모습을 아기코끼리가 보지 않길 바래봅니다.

아니, 그런 환경이 사라지길 바래봅니다.

엄마의 마음으로, 인간으로써......


청년인 자식과 24시간을 보내면서 엄마는 그의 성장 과정을 되짚어보기도 하고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가기도 하였습니다.

그 이야기가 자꾸만 제 엄마가 하는 이야기같아서 쉽게 읽혀지지 않았습니다.

울컥하는 부분도 있었고 죄송스러운 부분도 있었고......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눈물이 흘렀습니다.

과년한 딸은 주말마다 전국으로 나다녔다. '요번에는 어딜 다녀온 거니, 너는 어떻게 길을 알고 다니는 거니...' 엄마는 반공일 근무를 마치고 떠났다가 일요일 밤에나 돌아오는 딸에게 말을 걸었으나 끝말은 흐렸다. 왜 엄마가 그런 말씀을 하는지 그때는 몰랐다. '나도 가고 싶은데.' 그다음 이어졌을 말씀이었다. 아들과 여행하면서 생전에 모녀 여행 한번 못했음이 안타깝다. 생계를 위해, 자신은 잃고 살던 엄마였다. 엄마의 삶은 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 엄마도 여자인데 딸에게 염마는 엄마 이상이 아니어싿. 그러나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킴벌리 커버거의 시처럼 딸은 그때 미리 알았어야 했다. 엄마라면 주말마다 여행을 일삼는 딸의 자유분방함을 지적해야 마
땅한데 내 엄마는 그러지 않았다. 어디를 다녀왔느냐고 물었고 그 길에 당신도 같이 서고 싶었던 거였다. 나를 자식이라 불렀던 엄마는 떠났고 엄마라고 불러주는 자식을 두었다. 내 자식과 함께해서야 내 엄마의 물음이 주는 의미를 알겠는데 엄마는 이제 내 곁에 없다. 엄마도 여자였고 어두운 삶의미로를 벗어나고 싶었던 사람이었다. - page 155 ~ 156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후회하기 전에 저도 엄마와의 여행을 계획해야겠습니다.


그들의 여행.

젊은 그에게, 한때 젊었던 그녀에게도 의미있었습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라도 해야 한다고 수없이 들었다. 젊은이는 미래가 행복하고자 떠나고 나이 든 이는 과거를 숙성시키고자 떠나는 여행을 두고 고생과 위험이라고 말하지 않겠다. 만약 미래를 통찰하는 능력이 남다르다 해도 걱정하지 않겠다. 즐겁거나 재미있으려고 떠난 여행이 아니었으니 고통도 순간이 지나면 행복이 되고 떫은맛도 숙성되면 깊은 단맛이 날 것이다. - page 308 ~ 309

그렇기에 그들의 '여행'은 여느 여행보다 더 의미있게 다가왔습니다.


때론 불편하고 고통스럽고 험했던 여행.

그 여행도 마지막을 향해 갔습니다.


미지의 세계를 향한 떠남.

그리고 돌아온 일상.

하지만 돌아온 일상은 그 전의 일상과는 달라졌습니다.

여행을 통해 그들은 한층 성숙하게, 더 깊은 관계로 발전되어있었습니다.

부모와 자식의 인연을 맺은 그 순간부터 착각했었다. 장성한 아들과 함께 떠난 여행으 ㄴ집착과 아집을 깨 주고 눈을 뜨고 귀가 들리게 해 주었다. 내 자식이 아니라 한 인격체며 철저하게 타인이라는 사실이 금방은 충격이었다가 시간이 좀 더 흐르자 인정하려고 노력했다. 위기에는 힘을 합하는 동행이지만, 각자를 존중했고 잠을 자고 일어나는 시간도 배려하고 욕심도 가감했다. - page 447

​

 


엄마와 아들의 여행.

한없이 부러웠습니다.

그리고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왜 나는 그동안 못했던 것인지......


더 늦기 전에 엄마와 낯선 곳으로의 떠남을 준비하려 합니다.

그리고나면 우리도 서로를 더 사랑하고 또 사랑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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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수영
아슬 지음 / 애플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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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운동'을 취미로 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종종 만날 수 있었습니다.

서핑도 있었고, 발레도 있었고......


사실 '운동'을 하고 싶지만 아직은......

핑계일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어려서 선뜻 시간을 내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대리만족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언젠간 꼭 해야지라며 다짐을 하곤 합니다.


이번에 만나게 된 운동은 '수영'이었습니다.

이제 아이들에게 '수영'은 필수 운동이 되었지만 저에게는 조금 두려운 운동 중 하나입니다.

물을 무서워하기에, 어릴 적 수영을 배울 때 혼난 기억으로 작은 트라우마(?)로 존재하기 때문에 어른이 된 지금에서도 '수영'만은 선뜻 눈길이 가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자 '아슬'에게 '수영'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책을 읽고 난 뒤에 저도 수영이 하고 싶을지.

본격 수영 부추김 에세이, 『오늘도, 수영』.


사실 저에게 '수영'은 다른 운동보다 더 주저하게 됩니다.

다른 운동들은 트레이닝복으로 온 몸을 무장할 수 있지만 수영은 나의 감춰진 속살이 노출이 되는, 내 몸매가 드러나기에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는 저로써는 그 시작이 어렵습니다.

그런데 우습게도 사람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내게 큰 관심이 없다. 내 옷차림을 그렇게 유심히 보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리고 단지 '수영복을 입어야 하는 것' 때문에 수영을 포기하기엔 수영은 정말 장점이 많은 운동이다. 우선, 물속에서 팔다리를 움직이는 일은 생각보다 힘들어서 살이 잘 빠진다. 그리고 나이와 성별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재미도 있고, 회사에서 쌓이는 매일매일의 스트레스도 풀 수 있다. 수영 후엔 샤워도 할 수 있어 물세도 아끼고, 집에 와서 바로 자면 되니 이것보다 좋은 운동이 또 있을까. - page 22 ~ 23


그랬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주변 사람들은 훨~씬 관심이 없었다는 걸.

장점이 많은 '수영'에서 가장 큰 매력이었던 점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내가 세상의 많고 많은 운동 중에 수영을 선택한 이유.

바로 "물을 때릴 수 있어서"다.

내 또래, 그러니까 이십 대에서 삼십 대 여자들에게 인기 있는 필라테스, 요가 등의 운동을 안 해본 건 아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요가는 회사생활에서 쌓인 분노가 많은 내겐 너무나도 정적인 운동이었다. 마음에 화가 많은 나로서는 자꾸 누르고 다스리라고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뭔가를 발산하고 싶은데, 도대체 왜 캄 다운(Calm down)해야 하고 릴랙스(Relax)해야 하는 건지 당최 이해할 수 없었다. 회사에서도 온종일 참았단 말이야!

그에 반해 수영은 굉장히 동적인 전신운동이다. 아무도 나에게 참으라고 하지 않았다. 좀 더 세게 밀라고, 팔 힘이 너무 약하다면서 온몸을 앞으로 보낼 수 있도록 팔다리를 세차게 흔들라고 해싿. 그렇게 물을 패면서 내 몸이 흔히 말하는 '진 빠진' 상태가 되는 게 마음에 들었다. 하루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물에 대고 풀어버리자 기분이 아주 상쾌해졌다. - page 28 ~ 29

합법적으로 때릴 수 있는 운동.

그 중에서도 땀 냄새는 맡지 않고 누군가 나를 때리는 것도 아니고 '나'만이 때릴 수 있는, 그래서 그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운동.

수영이 이런 매력을 지녔다니!

요가를 했을 때 졸았던 저에게도 수영은 왠지 저와 환상의 케미를 자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상상을 해 봅니다.


수영을 통해서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것.

열심히 팔다리를 구르는 사이 하찮은 감정들을 몸 밖으로 밀어내고 수영에 집중하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집에 돌아와 생각해보면 수영하는 동안 나는 그 감정들을 지우고 있었던 거 같다. 기분이 좋지 않은 날 보통 사람들은 친구나 가족과의 대화를 통해 속상한 마음을 위로 받는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고, 남에게 위로를 받으면 오히려 그 감정들이 다시 마음속에서 치밀어 올라와 한 번 더 고통을 느끼는 나 같은 특이체질(?)은 차라리 이렇게 한 시간 만이라도 수영을 하는 쪽이 훨씬 낫다. 그렇게 수영은 나에게 조금 다른 방식의 위로를 주는 운동이다.


수영은 지친 나의 하루를 묵묵히 위로한다. 물속에서 있는 그대로 감정을 내뱉고, 다시 호흡을 들이쉬면서 그것들을 천천히 소멸시킨다. - page 53 ~ 54

제가 책을 읽는 이유 중 하나가 다른 사람들에게 내 감정을 보이면서 위로 받는 것에 익숙치 않아서였습니다.

조용히 나만의 시간을 가지며 책에서 저자가 전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하고 위로를 받곤 하였는데 이런 저도 특이체질(?)이었나 봅니다.

물 속에서 나만의 호흡으로 들이마시며 내뱉으며, 나만의 속도로, 그렇게 천천히 나를 돌아보며 위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한 번 수영의 매력을 느끼곤 하였습니다.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어느새 저에게도 수영을 해 봐야 한다고 귓가에 외치는 것 같았습니다.

가끔 친구들이 수영이 뭐가 그렇게 좋으냐고 물어보면 답답한 마음에, "아, 해봐야 하는데~ 안해보곤 그 매력을 알 수 없다고!" 하며 툴툴대곤 한다. - page 159


책의 마지막엔 그녀가 조심스럽게 말하였습니다.

<수영 강사는 아닙니다만>이라며 수영의 동작들- 자유형, 배영, 평영, 접영, 턴, 스타트-을 일러주었습니다.

강사는 아니지만 적힌 글은 마치 수영 교본과도 같은 느낌은......!


지루했던 삶이 수영을 시작하면서 소소한 에피소드로 채워지기 시작했다는 저자 '아슬'의 이야기.

수영을 통해 주위에 사람들이 생겨나고 매일매일 웃음을 터뜨릴 만한 상황이 생긴다는 이야기가 한없이 부럽게 여겨졌습니다.

아마 그녀는 오늘도 수영을 하러 가겠지요.

그 발걸음 가볍게~

언젠간 그녀처럼 저도 수영으로 제 삶의 전환을 맞이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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