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지금 가자 - 요즘 젊은이 아들과 한때 젊었던 엄마의 배낭여행 이야기
한옥자.유근남 지음 / 해드림출판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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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고 나서 제일 아쉽고 후회되는 일 중 하나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엄마'와 함께 여행을 떠나지 못했다는 점.


사실 제 엄마도 '여행'에 로망을 가지셨던, 꿈도 많으셨던 소녀같은 분이셨습니다.

그런데 두 딸을 키우면서 자신의 꿈을 접으시고 가정에, 자식에 헌신하셨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지나 큰 딸인 제가 시집을 가고 손녀들이 생기시면서 가끔 엄마는 제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좀 더 젊었을 때 우리가 같이 여행을 갔으면 좋았을텐데. 언제 우리가 같이 여행을 갈 수 있을까?"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울컥하였습니다.


결혼 전에 그렇게 같이 가자고 하셨지만 일하느라 바쁘고 지쳐서 그저

"나중에 가자!"

라고만 외쳤는데 이제는 그게 왜이리 후회로 남는지.


그래서 부모와 자식이 가는 여행 에세이를 대신하여 읽곤 하였습니다.

언젠간 꼭 저도 엄마랑 갈 것을 약속하면서......


이번에 읽게 된 이 책은 '아들'과 함께 떠난 '엄마'의 여행 이야기였습니다.

『아들아, 지금 가자』

 


"엄마, 우리도 이다음에 함께 여행가요!"

아들은 캐나다에 살면서 틈틈이 여행하며 엄마와 아들이 같이 여행하는 모습을 보고 집으로 돌아와 엄마에게 외친 한 마디.

이 말에 엄마 '한옥자'씨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하였습니다.

가슴이 '쿵'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객지에서 홀로 견디느라 얼마나 외로웠으면 그런 생각을 했을까.' 직장에 다녀 돈을 벌면 제가 여행비를 대고 여행을 가자는 기특한 말이었으나 다음을 벼르는 일이란 게 얼마나 어리석은지 이미 많이 겪었다. 여러 번 기회를 놓쳤고 충분히 불행했다.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고 미래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포기하는 일은 더 하지 말아야 했다. 일상보다, 돈보다, 점점 심해지는 다리 통증 때문에라도 하루빨리 가야 했고 그 무엇보다 객지에서 혼자 견미뎌 힘들었을 자식에게 나는 무엇이라도 해주고 싶었다.


"아들아, 지금 가자!" - page 21 ~ 22


그렇게 그들은 배낭을 짊어지고 동남아 지역 중 방콕 카오산 로드에 먼저 발을 내딛게 됩니다.

집에서 출발하여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스무 시간.

아들과의 첫 여행, 첫날 밤.

엄마는 조심스레 첫 이야기를 꺼냅니다.

햇빛 한 점 들지 않는 반지하의 방에 아기를 누여야 했던 심정은 애가 끓었다. 잊으려고 해도 잊히지 않던 끔찍한 과거는 이제 아름다운 과거가 되려고 한다. 자식과 함께 여행해야 하는 이유가 이런 거였나? - page 31

눈가로 흐르던 눈물마저 달았던 그날 밤.

조금씩 그들은 서로의 속마음을 열게 되고 서로를 알게 됩니다.


엄마의 마음.

코끼리 캠프에서 엿보였습니다.

어미 코끼리가 인간의 욕망을 채워주기 위해 로드워크를 하는 동안 아기코끼리는 얌전하게 어미 뒤를 따랐다. 어미는 인간의 지시대로 복종하며 생을 유지하지만, 아기코끼리의 삶까지 저대로 낙인찍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맑은 물 한 사발을 떠놓고 샛별을 보며 기도하듯 캠프를 둘러보며 기도한다. '건강하게 잘 살아남거라. 지금은 비록 인간의 욕망을 채워주기 위해 살지만, 다시 환생하여 코끼리로 태어난다면 꼭 밀림에서 태어나 너만의 세상을 마음껏 누리길 바란다.'

어린 코끼리를 향한 염원은 내 아들에게 보내는 염원과 다르지 않다. 엄마 코끼리와 나는 모성을 가진 어미이다. 아들은 자기만의 세상에서 무한정 행복하길 바라는 내 심정을 알까? - page 54 ~ 55

최근에 뼈만 앙상하게 남은 채 축제 행진에 동원된 코끼리 사진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인간의 욕망이 만든 동물 학대의 모습.

그 모습을 아기코끼리가 보지 않길 바래봅니다.

아니, 그런 환경이 사라지길 바래봅니다.

엄마의 마음으로, 인간으로써......


청년인 자식과 24시간을 보내면서 엄마는 그의 성장 과정을 되짚어보기도 하고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가기도 하였습니다.

그 이야기가 자꾸만 제 엄마가 하는 이야기같아서 쉽게 읽혀지지 않았습니다.

울컥하는 부분도 있었고 죄송스러운 부분도 있었고......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눈물이 흘렀습니다.

과년한 딸은 주말마다 전국으로 나다녔다. '요번에는 어딜 다녀온 거니, 너는 어떻게 길을 알고 다니는 거니...' 엄마는 반공일 근무를 마치고 떠났다가 일요일 밤에나 돌아오는 딸에게 말을 걸었으나 끝말은 흐렸다. 왜 엄마가 그런 말씀을 하는지 그때는 몰랐다. '나도 가고 싶은데.' 그다음 이어졌을 말씀이었다. 아들과 여행하면서 생전에 모녀 여행 한번 못했음이 안타깝다. 생계를 위해, 자신은 잃고 살던 엄마였다. 엄마의 삶은 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 엄마도 여자인데 딸에게 염마는 엄마 이상이 아니어싿. 그러나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킴벌리 커버거의 시처럼 딸은 그때 미리 알았어야 했다. 엄마라면 주말마다 여행을 일삼는 딸의 자유분방함을 지적해야 마
땅한데 내 엄마는 그러지 않았다. 어디를 다녀왔느냐고 물었고 그 길에 당신도 같이 서고 싶었던 거였다. 나를 자식이라 불렀던 엄마는 떠났고 엄마라고 불러주는 자식을 두었다. 내 자식과 함께해서야 내 엄마의 물음이 주는 의미를 알겠는데 엄마는 이제 내 곁에 없다. 엄마도 여자였고 어두운 삶의미로를 벗어나고 싶었던 사람이었다. - page 155 ~ 156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후회하기 전에 저도 엄마와의 여행을 계획해야겠습니다.


그들의 여행.

젊은 그에게, 한때 젊었던 그녀에게도 의미있었습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라도 해야 한다고 수없이 들었다. 젊은이는 미래가 행복하고자 떠나고 나이 든 이는 과거를 숙성시키고자 떠나는 여행을 두고 고생과 위험이라고 말하지 않겠다. 만약 미래를 통찰하는 능력이 남다르다 해도 걱정하지 않겠다. 즐겁거나 재미있으려고 떠난 여행이 아니었으니 고통도 순간이 지나면 행복이 되고 떫은맛도 숙성되면 깊은 단맛이 날 것이다. - page 308 ~ 309

그렇기에 그들의 '여행'은 여느 여행보다 더 의미있게 다가왔습니다.


때론 불편하고 고통스럽고 험했던 여행.

그 여행도 마지막을 향해 갔습니다.


미지의 세계를 향한 떠남.

그리고 돌아온 일상.

하지만 돌아온 일상은 그 전의 일상과는 달라졌습니다.

여행을 통해 그들은 한층 성숙하게, 더 깊은 관계로 발전되어있었습니다.

부모와 자식의 인연을 맺은 그 순간부터 착각했었다. 장성한 아들과 함께 떠난 여행으 ㄴ집착과 아집을 깨 주고 눈을 뜨고 귀가 들리게 해 주었다. 내 자식이 아니라 한 인격체며 철저하게 타인이라는 사실이 금방은 충격이었다가 시간이 좀 더 흐르자 인정하려고 노력했다. 위기에는 힘을 합하는 동행이지만, 각자를 존중했고 잠을 자고 일어나는 시간도 배려하고 욕심도 가감했다. - page 447

​

 


엄마와 아들의 여행.

한없이 부러웠습니다.

그리고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왜 나는 그동안 못했던 것인지......


더 늦기 전에 엄마와 낯선 곳으로의 떠남을 준비하려 합니다.

그리고나면 우리도 서로를 더 사랑하고 또 사랑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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