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공포소설가 ㅣ 놀놀놀
전건우 지음 / 북오션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호러를 쓰는 작가의 희열이 무언지 궁금하네요! 호러에게 바치는 연애편지라 밝힌 작가의 이야기. 슬쩍 훔쳐보고싶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혼자일 때도 괜찮은 사람
권미선 지음 / 허밍버드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혼자'

가끔은 혼자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나를 제외한 이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며 나를 달래주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때론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을 땐 막상 혼자라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

그 때의 외로움, 고독......


아이러니한 이 마음을 달래줄 수 있는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깊어지는 밤,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가 필요한 계절

《아주, 조금 울었다》권미선의 가을 에세이!


『혼자일 때도 괜찮은 사람』

 


책의 본문으로 들어가기 앞서 <Prologue>에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살면서 우리가 아무리 애를 써도

어떤 꿈은 끝까지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어떤 일은 영원히 좋아지지 않을 것이다.

어떤 상처는 끝내 나를 울게 할 것이다.


그때마다 나는 그 어느 때의 나를 떠올릴 것이다.

'너는 괜찮아질 거야' 말해 주던 나를.

'너는 잘하고 있어' 위로해 주던 나를.


내가 나에게 준 힘으로 한 걸음 가 볼 것이다.

괜찮은 사람이 되어 볼 것이다. - page 6 ~ 7

그녀도 인생의 춥고 긴 겨울을 지냈다고 합니다.

하고 싶은 것도, 의미도 없는, 아무것도 위안이 되지 않던 그때.

그녀에게 손을 내밀어 준 것은 힘든 시간을 견디던 그 어느 때의 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그녀.

때론 상처와 아픔으로 흔들릴 때도 있겠지만 결국 그마저도 '나'임을, 그리고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손을 내밀 수 있게 괜찮은 사람이 되기위해 시처럼 짧지만 긴 위로를 선사하고 있었습니다.


읽으면서 마치 '내 이야기'인 듯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쉽게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가슴 속 상처가 아려왔기에......

모른 척 하고 싶었던 진실을 비로소 마주하게 되었기에......

몇몇 이야기는 읽으면서 눈물을 훔칠 때도 있었습니다.


힘들 때 누군가 옆에 있다는 건 고마운 일이다.

위로가 되고 힘이 된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온전히 혼자서 견뎌야 하는 시간들은 남는다.

혼자인 법을 알지 못하면

기대고 바라고 매달리고 실망하고 미워하고

다시 기대게 된다.

너무 울어서 속이 빈 매미껍질처럼

조금씩 나를 잃어버리고 마음이 텅 비어 버린다.


나는 기다리지 않기로 한다.

혼자일 때도 괜찮은 사람이 되기로 한다. - page 28


이 이야기에서 그만 마음을 놓아버리곤 하였습니다.

어둠을 걷고 있던 나는 어둠이 되었다.


그때는 알 수가 없었다.

밤이 끝나면 아침이 온다는 걸.

겨울이 끝나면 봄이 찾아온다는 걸.

어둠을 걷고 있을 땐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해 봐도 되지 않는 일들이 있다.

내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들이 있다.

온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고 해도

이뤄지지 않는 일들이 있다.


발뒤꿈치를 세우고 팔을 뻗어도 손 닿지 않는 곳의 일들.

내 영역 밖의 일들.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는 없다.


너무 애쓰지 말아. 너무 노력하지 말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아.

겨울잠을 자는 것처럼 오래 자고 일어나렴.

그럼, 봄이 네 곁에 와 있을지 몰라. - page 39 ~ 40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이 말에 그만 욕심내며 붙잡았던 내 마음을 놓아버리게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나는 고마웠던 많은 순간들을 잊고 너에게 섭섭해하고 있다.

이런 나에게 질리기도 하지만

한 번 구겨진 마음은 쉽게 펴지지가 않는다.

위로받지 못하고 버려진 마음처럼 외로운 것이 있을까.

앞으론 속상한 일이 생겨도

시시콜콜 다 이야기하지 말아야지, 다짐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어느 날 너의 다정한 인사에

나는 혼자 조용히 마음이 풀어질 것이다.

그러곤 섭섭했던 걸 잊고

다시 너에게 메시지를 쓸 것이다.


결국 사람은 혼자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혼자서는 도저히 어쩌지 못하는 날이 생길 것이고

그럴 때 나는 너에게 손을 내밀 것이다.

너의 위로에 기댈 것이다. - page 106 ~ 107

이 이야기는 지금 내 옆에 있는 남편에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래도 힘들 땐 당신의 위로에 기대고 싶다고......

​

 


아마 그녀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인생이 그렇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영화가 어떻게 끝날지 나는 모르겠다.

끝이 좋을지 나쁠지도 모르면서

나는 왜 이 영화를 계속 보고 있는 걸까?

'그래도' 하는 마음 때문일까?

나는 기대를 하고 있는 걸까?


언젠가는 무거운 시간들도 가벼워지는 날이 있겠지.

지루했던 순간들조차 그리워지는 날이 있겠지.

내가 변하든 삶이 변하든

그래서 좀 더 괜찮아지는 날이 있겠지.


어쩌면 예상외의 전개에 깜짝 놀랄 수도 있겠지.

결국 끝까지 보길 잘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괜찮은 엔딩이 될지도 모르지. - page 222 ~ 223

어차피 엔딩을 모르는, 주인공 '나'로 인해 결정되는 것인데 스스로 상처를 부여잡고 아파하며 울고 있는 것보단 나 자신에게 말을 건네고 손을 내밀며 그렇게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꽤 괜찮은 엔딩이라 일러주는 것 같았습니다.


『혼자일 때도 괜찮은 사람』

왠지 이 책은 잠자리에 들기 전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저에게 두고두고 읽혀질 것 같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저도 혼자일 때도 괜찮아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보려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지금 여기에 잘 살고 있습니다 - 지속가능한 도시 생활을 위한 한옥 라이프
장보현 지음, 김진호 사진 / 생각정거장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 역시도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누구나 일관된 모습의, 마치 '성냥갑'이라는 표현으로도 쓰였던 아파트에서 남들과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하늘을 향해 높게 뻗은 아파트를 볼 수 있습니다.

뭔가 획일화된 공간에서, 누구나 같은 생활패턴......

가끔은 '일탈'을 꿈꿀지도 모르겠습니다.


'한옥 라이프'

아이들의 손을 맞잡고 '북촌'을 향해 간 적이 있었습니다.

옹기종기 모여있던 '한옥'들.

왠지 모르게 그 곳에서의 삶은 어떨지 막연한 꿈을 꿔 본 적도 있었습니다.

살아보지 않았기에, 그리고 남들과 다른 삶을 살 것 같아 뭔가 모험 아닌 모험이 될 것 같아서.


그러던 찰나 '한옥 라이프'를 실천한 이의 에세이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서울 한 가운데서.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20대의 마지막 해를 남겨 둔 그녀와 30대 초반을 활짝 열어젖히려 하던 때의 그.

그들의 도심 속 한옥 라이프.

『지금 여기에 잘 살고 있습니다』 

 

​

​4계절 - 봄, 여름, 가을, 겨울 - 을 온 몸으로 맞이했던 그들의 이야기.


조금은 새삼스러웠습니다.

'입춘'이라든지, '입하', '입추', '입동' 등의 절기를 나눈 이 단어들은 사실 생활을 하면서 무심코 넘어가곤 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주한다 하더라도 크게 와 닿진 않았습니다.

그저 '아! 그랬구나!'처럼 넘어가던 절기를 이 책을 통해, 한옥 생활을 통해 절기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문구.

동장군의 입김이 여전히 귀밑에 서린 정월 첫날의 의식이 그럭저럭 마무리되면, 할아버지는 벼루에 먹을 갈고 얇은 붓을 꺼내 미리 재단해놓은 종이에 같은 글씨를 여러 장 반복해서 써 내려갔다. 집으로 돌아온 뒤, 아버지는 천자아에서 지난 일 년 간 가정의 안녕과 행복을 관장한 묵은 입춘첩을 떼어내고 그 자리에 새로 받아온 두 장의 종이를 겹쳐 '八'자 모양으로 붙였다. 어떤 정월 초하루는 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인 입춘과 비슷하게 맞아떨어지기도 했다.


입춘대길 만사형통 立春大吉 萬事亨通

천화개소멸 사시대길상 千禍皆消滅 四時大吉祥


입춘을 맞아 크게 길하고 모든 일이 뜻하는 대로 두루두루 잘되길, 모든 재앙은 다 소멸되고 항상 상서로운 날이 되어라. - page 19

집집마다 대문에 붙였던 그 글귀.

봄의 시작을 알리면서 새로운 한 해의 시작 역시도 알렸습니다.


그토록 진하게 풍겨 오던 라일락 향기는 어느덧 꿀 내 진동하는 아카시아에게 그 자리를 내어 주었다. 도처에 만발한 아카시아 군락은 초여름 청량한 바람에 온몸을 맡기고 춤을 춘다. 이따금씩 내리는 촉촉한 이슬비 사이로 성큼 다가온 여름의 향기. 하루가 다르게 세력을 확자아해가는 녹음과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여름의 기억들을 들추어낸다. 지난여름, 더 지난여름, 오래전 여름, 그리고 다가올 여름. - page 76

그렇게 맞이한 여름의 한옥.

마냥 뜨거울 줄 알았지만 실상은 달랐습니다.

어느덧 안채에 도달한 빛. 사방으로 쏟아지는 빛의 양은 그 어느 때보다 차고 넘치나 여름 한옥의 실내는 오히려 겨울보다 어둡다. 태양의 높은 고도가 처마의 기울기에 상쇄되기 때문이다. - page 117 ~ 118

무척이나 무더울 것 같던 한옥 라이프는 라디에이터의 열기로 누그러뜨리게 됩니다.


젖은 세간이 널브러진 어수선한 여름의 한옥에서는 덕분에 봉인 해제된 추억들이 잠깐씩 일상을 환기시킨다. 축축해진 책을 한 장씩 훑어 보거나, 고옥다습한 무더위 속에서 두꺼운 옷을 걸치며 괜스레 겨울을 그리워하는 나날. 흘러간 계절을 뒤로하고 건넛방으로 물러간 라디에이커가 한 번씩 안채로 나들이 나오는 것 또한 장마철 풍경이다. 한여름 무더위를 뜨거운 음식으로 이겨내듯, 한옥의 나무와 흙, 돌이 머금은 다습한 기운을 라디에이터의 열기로 누그러뜨려 본다. - page 110


고온다습으로 불쾌했던 여름은 어느새 추억이란 이름으로 남고 가을이 다가오게 됩니다.

불현듯 마주한 가을의 세계는 아름다웠다. 선회하는 바람은 나뭇잎을 춤추게 하고 일찌감치 잎사귀를 떨궈낸 앙상한 나뭇가지는 가을의 변주곡 속에서 자연스러운 폐허의 풍경을 그려내고 있었다. 무엇보다 초록의 태를 벗고 각자의 색을 끄집어낸 단풍은 여름 속에서 차마 보이지 않았던 기커먼 계곡을 더욱 깊게 물들였다. - page 152 ~ 153


단풍으로 물든 나무와 진한 여운을 남기는 태양의 잔광은 저물어 가는 오늘의 아쉬움을, 미련을 남겨주는 것일까......


젖은 낙엽 더미 사이로 그윽한 가을의 향기를 남기고 한층 차가워진 공기 사이로 겨울이 다가오게 됩니다.

그들의 겨울은 그리 춥지 않았습니다.

따스한 겨울 볕이 금세 달아날까 황망하게 바지런을 떨며 월동 준비를 서두른 눈 내리던 어느 날, 기분 좋은 불편함이 있는 한옥에서 겨울을 준비한다. 한층 차갑게 내려앉은 묵직한 공기층이 맨살에 부닥칠 때마다 의식적으로 꺼낸 두툼한 옷가지에 저물어가는 황금빛 햇살이 내려앉았다. 고양이는 속 털을 부풀려 겨울옷을 꺼내 입는 중이다. - page 239


사계절 속 한옥 라이프는 계절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계절 속에 깃든 절기를 따라 식탁의 모습도 변해간다. 가을의 식탁은 다채로움이 절정에 이른다. 토마토소스, 모차렐라 치즈, 바질 잎으로 구워 낸 마르게리타 피자와, 갓 수확한 당근의 흙먼지만 털어내고 올리브유에 살짝 구운 당근 샐러드. 약간의 소금과 화이트 발사믹으로만 토핑을 하고 치즈를 뿌리면 풍성한 한 끼 식탁이 꾸려진다. - page 181 ~ 183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낯설었던 절기들이 '음식'과 어울어지면서 친근하게 다가왔었습니다.


한옥에서의 삶은 아파트에서의 삶보다 자연에 더 가까웠습니다.

아마도 불어오는 바람과 햇살, 옥상에 키워지는 식물들이 전하는 계절을 몸소 듣고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나봅니다.


그들의 삶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지속가능한 삶'에 대해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아마 자연의 흐름에 맡기며 더불어 사는 삶.

이것이야말로 진정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어느새 '상강'을 향해 가는 우리.

이 책 속에선 《무진기행》을 꺼내 읽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먼지가 소복이 쌓인 책장에서 《무진기행》을 꺼냈다. 안개를 묘사하는 부분이 압권이라는 사실은 왠지 진부하게 다가온다. 내게 묻는다면 희미한 바람, 희미한 바람, 희미한 바람이라고 답해야지. 나의 무진에서, 이 습지에서 아무것도 아닌 희미한 바람에 재생의 의지를 다진다.


그 여자는 어린아이처럼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나는 나의 한 손으로 그 여자의 한 손을 잡았다. 그 여자는 놀란 듯했다. 나는 얼른 손을 놓았다. 자마시 후에 나는 다시 손을 잡았다. 그 여자는 이번엔 놀라지 않았다. 우리가 잡고 있는 손바닥과 손바닥 틈으로 희미한 바람이 새어나가고 있었다. - page 192

저 역시도 《무진기행》책을 다시금 꺼내 읽어보며 그들과 함께 떠나가는 가을의 마지막을 장식해 보아야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세트] 잔혹한 어머니의 날 1~2 - 전2권 ㅣ 타우누스 시리즈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또다시 손꼽아 기다리던 그녀가 다시금 우리 앞에 나타났습니다.

너무나 반가운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이번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가 되었습니다.


"최근 독일 미스터리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게 된 이유는?

답은 딱 하나, 바로 넬레 노이하우스다!"

 _슈투트가르터 차이퉁

책장을 펼쳐드는 순간,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이 말에 깊은 공감을 하게 될 것입니다.

『잔혹한 어머니의 날 1, 2』 


소설의 첫 시작은 이러했습니다.

1981년 5월 10일 일요일


그는 호수 속에 가지를 드리운 커다란 수양버들의 거친 기둥에 기대앉아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다. - 1권 page 13


어릴 적 그를 안아주며 '우리 왕자님'이라 불러주던, 저 멀리 사는 예쁜 엄마.

그는 왜 여기 떨어져 살아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언제나 엄마를 그리워하게 됩니다.

가끔 엄마가 날 잊어버린 게 아닐까 하고 걱정하고 있을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엄마에게 한 번 용기내어 물어봅니다.

왜 나를 집으로 데려가지 않는 거냐고.

그 말에 엄마는 얼굴에서 미소를 거두며 이상하다는 듯 쳐다봤다. "절대, 절대로 그런 생각 하면 안 돼, 우리 왕자님." 엄마는 그렇게 속삭이고는 그를 꼭 안아주었다. 그게 2년 전 어머니날의 일이다. 작년에 엄마는 오지 않았다. 아마 오늘도 그를 데리러 오지 않을 것이다. - 1권 page 15


노라. 그는 그녀를 사랑했다. 그리고 증오했다. 그녀는 그가 여태껏 본 것 중 가장 아름다운 존재였다. 그리고 가장 사악한 존재였다. - 1권 page 17

둘만 남은 상황에서, 흔들어대던 그에게 노라는 물에 빠져 날카로운 비명을 질러댑니다.

물속에서 허우적대며 두려움에 떨고 있는 그녀를 그는......

그녀의 머리카락이 황금빛 부채처럼 물 위에 퍼져나갔다. 콧구멍과 입에서 보글보글 거품을 내며 마지막 숨이 빠져나왔다. 천상의 존재 같던 노라 바르텔스의 아름다움도 영원히 안녕이었다. '그가 그렇게 되길 원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노라의 몸이 가라앉는 것을 보며 자마시 권력과 힘, 도취감에 젖었다.

...

그날 밤 잠자리에 누웠을 때 그는 삶이 죽음으로 변하는 순간이 얼마나 특별하고 사람을 흥분시키는 것인지 깨달았다. 그날 맛본 전능의 힘을 다시는 잊지 못할 것이었다. 그는 매트리스와 침대 틀 사이의 비밀공감에서 조심스럽게 머리카락 한 줌을 끄집어냈다. 노라와 몸싸움을 하는 와중에 뜯어낸 머리카락이었다. 머리카락에 코를 대고 냄새를 들이마신 뒤 자신의 뺨에 갖다댔다. 그는 이제 더 이상 희생자가 아니었다. 오늘부터 그는 사냥꾼이었다. - 1권 page 18 ~ 19


그리곤 배경은 2017년으로 바뀌게 됩니다.


2017년 3월 19일, 취리히

기억에도 없는 아버지를 만나러 온 '피오나 피셔'.

아무리 기억해내려고 해도 세월의 흐름 속에 희미해져가고 사진마저 없는 그의 존재.

평생을 어머니, 할머니와 함께 취리히베르크의 호이베리 로에 있는 할머니 집에 살았는데 그래도 그녀의 남은 혈육인 아버지를 찾은 피오나.

하지만 그의 반응은 뜻밖이었습니다.

"세상에, 아니 어떻게......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이번에는 그가 놀랄 차례였다. "내가 미리 알았어야 했는데, 네 엄마는......" 그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제가 뭘 모르는데요? 그리고 뭘 알았어야 한다는 거예요?"

...

"아직 못 들었다면 진실을 알아야 해! 난 네 아버지가 아니야! 크리스티네도 네 엄마가 아니고!" - 1권 page 26


그리고 죽은 시체가 발견됩니다.

맘몰스하인의 오래된 저택에서 발견된 시신 한 구.

팔순이 넘은, 개 '벡스' 한 마리와 함께 홀로 살아가던 노인 '테오 라이펜라트'의 죽음.

곧 이어 발견된 노인이 키우던 개는 견사에서 발견이 됩니다.

하지만 영양부족과 탈수 증상을 보이던 개를 바라보던 찰나,

"산더 형사님, 죄송한데요.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네, 물론이죠. 무슨 일인데요?"

"방금 견사에 널려 있는 뼈다귀를 살펴봤는데요. 좀 이상한 게 있어서요."

"뭐가요?"

"제가 보기엔......" 욜란의 어머니가 말했다. "인골인 것 같아요." - 1권page 68


이번 소설 속에서 벌어지는 일.

"방콕 시체, 견사에서 발견된 인골, 방이 20개 정도 되는 주택, 대지가 천 평 정도?"

"총동원이군. 아주 좋아! 하늘이 내 기도를 들어주셨군. 한 불쌍한 자가 숟가락을 놓긴 했지만." - 1권 page 72

그렇게 이 소설의 전개가 소개되었습니다.

시체, 인골, 그리고 연쇄 살인범.


이 사건 속을 파헤치는 이는 우리에게 익숙한 이들이었습니다.

보덴슈타인과 피아 콤비의 수사.

너무나도 반가운 이들을 만났지만 그 반가움도 잠시였습니다.

사건을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마주하기 싫었던 진실......

연관이 없을 듯한 피오나의 이야기도 점점 그들의 사건과 연결고리가 이어지고......


정말이지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는 박수 이상의, 독자들의 가슴에 마음대로 들어와 헤집어 놓고 그렇게 유유히 떠나버렸습니다.

사건의 진실을 남겨둔 채.

진정 범인의 합리화할 수 없는 범죄의 진실에 대해.

그리곤 또다시 만날 여운을 남긴 채.

"잘 가, 피아!" 보안검색대를 통과할 때 담당 직원이 인사를 건넸다.

"수고해, 토미!"

그녀는 문을 열고 어둠 속으로 걸어 나갔다. - 2권 page 322


아마 이 책을 읽기 전 독자라면 의문을 가질 지 모르겠습니다.

실제 저는 의문이 있었지만......

'어머니의 날'의 의미에 대해.

이에 대한 백과사전의 의미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어머니의 날은 5월 둘째 주 일요일이다. 1914년 미국 윌슨 대통령 재임 시 법이 제정되었다.

전 세계 100 개국 이상에 어머니의 날이 있다.


오늘날 100개국 이상이 여러 가지 형식으로 어머니의 날을 기념한다. 인도, 일본, 핀란드, 파키스탄, 한국 등 많은 날에서 사람들은 어머니에게 보통 특별한 케이크와 꽃으로써 감사의 뜻을 전하고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면서 이 날을 보낸다. - <1%를 위한 어머니의 날>에서

알고보니,

"피해자들이 모두 같은 달에 실종됐다는 건 절대 우연이 아니야." 피아는 곰곰이 생각하며 카이가 프로파일러를 위해 뽑아놓은 목록을 들여다보았다.


1988. 5. 12. - 에바 타마라 숄레, 바이터슈타트(슈파이어)

1991. 5. 12. - 맨디 시몬, 에르푸르트(맘몰스하인)

1993. 5.  9. - 안나그레트 뮌히, 발도르프(맘몰스하인)

1995. 5. 14. - 리타 라이팬라트, 맘몰스하인(같은 장소)

1996. 5. 11. - 유타 슈미츠, 카르스트(맘몰스하인)

2012. 5. 15. - 리아네 반 부렌, 그라펜브루흐(빈터베르크)

2014. 5. 10. - 야나 베커, 림부르크(베른카스텔-쿠에스)


5월이면 실종되는 그들.

"내가 확인해봤는데 이건 우연이 아니야." 카이가 말했다. "피해여성들은 모두 어머니날 하루 전에 실종됐어. 어머니날 당일에 사라진 리아네 반 부렌만 빼고."

"테오 라이펜라트는 어머니날을 싫어했단 말이지." 피아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래서 리타 라이펜라이트 그날을 크리스마스나 되는 양 성대하게 치렀을 거야." - 1권 page 241 ~ 242

헛소리라고, 그녀의 꿈이라고 하기엔 그녀는 분명 직감이 뛰어난 사람이지만 예지자의 능력을 지닌 것은 아니었다.


이 소설은 1, 2권으로 나뉘어져 있었습니다.

1권에서는 주로 죽은 80대 노인 테오 라이펜라트의 이야기였다면 2권에서는 그의 길가를 둘러싼 이들의 비밀이 하나둘 씩 밝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순간에도 긴장의 끈은 놓칠 수 없었고 두께감에 무색할만큼 가속성이 으뜸이었습니다.


"미안하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친모의 이름은 엘케 보크트였고 바트 캄베르크 출신이에요. 아이를 낳은 후 바로 입양하도록 내놓았어요. 하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입양이 되지 않았고 결국 라이펜라트 부부에게 위탁된 겁니다. 얼마 뒤 함부르크의 부유한 커피 무역상과 결혼해서 엘케 폰 도서스베르크가 됐죠. 그리고 1997년 5월 어머니날에 살해됐어요. 다른 피해여성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부인의 남편은 친모를 알았습니다. 어릴 때 매년 어머니날이면 라이펜라트네로 만나러 갔기 때문이다. - 2권 page 232



그의 범행 패턴.

그리도 잔인할 수 밖에 없음은 우리의 미지의 사건으로 끝날 뻔했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과도 비슷한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보크트 말고 다른 사람에게 얘기하지 않았다면 보크트가 범인인게 확실하네." 보덴슈타인이 말했다. "라이펜라트에게선 뭘 알아내려는 거야?"

"1987년 크레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피아가 대답했다. "그리고 보크트가 친모에 대해 어떻게 알게 됐는지. 우리에겐 보크트가 범행을 저질렀다는 구체적 증거가 하나도 없어요. 단서라도 일관성 있게 제시하지 못하면 법정에서 망신만 당할걸요. 그리고 잘못될 경우 보크트가 법정에서 유유히 걸어 나갈 수도 있어요. 보크트의 아내가 오늘 저녁 뮌헨에 도착해서 내일 아침 이리로 올 거예요. 압수수색 하는 데 동행할 거고요." - 2권 page 238 ~ 239


단숨에 읽어버린 이 소설, 『잔혹한 어머니의 날』.

말 그대로 잔혹하였습니다.

하지만 잔혹할 수 밖에 없었던 그의 처지를 바라보면 조금은 '동정'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인지......


'부모'라는 의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저 역시도 '엄마'가 된 입장에서 이 소설을 접하게 되니 새삼 만감이 교차하곤 하였습니다.

부모와 자식의 의미, 그들의 도리라는 것이 과연 어떤 것인지 사실은 모르겠습니다.

말 그대로 '진정성'있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한 번만 읽고 덮을 책은 아니었습니다.

다음번에 다시 읽게 되면 어떤 느낌으로 남을지......

그땐 제가 가진 의문에 대한 답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물 만난 물고기
이찬혁 지음 / 수카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AKMU(악동 뮤지션)'의 노래.

저에게는 <오랜날 오랜밤>이란 노래를 최애곡으로 뽑고 있습니다.

 

별 하나 있고
너 하나 있는
그곳이 내 오랜 밤이었어
사랑해란 말이 머뭇거리어도
거짓은 없었어 - AKMU(악동 뮤지션)의 <오랜날 오랜밤>에서


읆조리는 듯한 가사와 노래는 지금도 종종 찾아 듣곤 합니다.


이들이 정규앨범 「항해」와 함께 모티브가 된 한 권의 소설과 함께 나타났습니다.

천재적 감성의 아티스트,

AKMU 이찬혁 소설 데뷔작!

『물 만난 물고기』


책을 읽기 전 목차를 살펴보았습니다.

앨범에 수록된 음악과 같은 제목들이 보였습니다.

책을 다 읽고나면 그들의 앨범을 들으며 읽었던 내용을 곱씹어 보아야겠습니다.


소설은 앨범 발매를 앞두고 진정한 예술가로서의 삶을 찾고자 떠난 '선'의 여행으로부터였습니다.

그 길에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을 통해 예술가의 의미를 깨닫고 돌아온 그는 자신의 밴드 멤버들에게 이야기합니다.

"저는 유명해지고 싶은 욕심이 없어요. 록스타가 되고 싶은 꿈도 없어요. 저는 단지 음악이란 게 맘에 들고 제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이죠." - page 66

그리고 시작된 이야기.

내가 누굴 만났는지, 그동안 어디서 무엇을 했고, 왜 이 앨범을 만들려고 하는지. 그들이 알아야만 그들의 연주를 통해 모든 것이 완성될 것이다. - page 67


여행의 마지막 길에 만난 그녀.

파도가 몰아치는데 위태롭게 갑판 위에 서 있던, 검은 눈동자의 그녀의 이름 '해야'.

그 긴박한 순간에 위험한 짓을 한 그녀가 이해되지 않는데 그녀는 오히려 태연스럽게 대답합니다.

"응. 가끔은 그렇게라도 봐야 하는 것들이 있어."

"그게 뭔데?"

...

"가끔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두려워해야 하는지 잊어버려. 그래서 아주 사소한 걸 두려워해. 예를 들면 자신을 따돌리는 아이나, 제시간에 마감하지 못할 업무 따위를."

그녀는 여전히 정면을 응시하였다.

"이런 걸 보면 비로소 깨닫게 되지. 내가 두려워하던 건 이 거대한 파도 앞에 아무것도 아니구나. 심지어 내 죽음도 여기서는 너무 작은걸." - page 82


해야와 함께 있으면서 조금씩 자신의 음악을 향해 말 그대로 '항해'하게 됩니다.


예전 합주가 잘 풀리지 않아 모두 지쳐 있을 때 논의했던

"뮤지션은 뭘 하는 사람이죠?" - page 60

이 물음에 대해 키보디스트는 이야기합니다.

"예술가, 예술가. 그 단어도 이제 진부한 거 같아. 나는 예술가보다 더 매력적이고 멋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요."

...

"그게 뭐죠?"

내가 예술가보다 목표로 할 수 있는 게 있단 말이야? 나는 그의 대답을 재촉하지 않기 위해 침을 꿀꺽 삼켰다.

"그건 바로 자신이 한 말을 지키는 사람이야."

...

"그들은 예술가 사이에서도 진정한 예술가지. 자신이 표현한 것이 곧 자신이 되는 사람이거든. 예술가인 척하는 사람들은 절대 그런 삶을 살지 못해." - page 63 ~ 64


그런데 해야는 그에게 이런 말을 덧붙여줍니다.

"선아, 거창한 걸 생각하지 마. 뱉은 말을 지킬 수 없을 것 같으면 그냥 할 수 있는 만큼의 말을 하면 돼. 난 어렸을 때부터 술을 먹지 않을 거라고 말했거. 그리고 지금까지 한 번도 마시지 않았어. 왜냐하면 난 내가 안 마실 수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그리고 지금 난 토마토를 먹을 거야."

그녀는 입을 크게 벌린 채로 말을 했다.

"이건 말한 거고."

그리고 방울토마토 두 개를 입 안에 넣고 씹더니 보란듯이 과자아된 동작으로 삼켰다.

"이건 지킨 거야." - page 93


바다를 사랑한 그녀.

음악이 없으면 바다로 나갈 거라는 그녀의 말처럼 바다를 향해 갑니다.

하얀 꼿들은 배의 주변으로 떠올라 수면 위를 가득 채웠다. 파란 꽃들 틈에서 피었던 해야는 이제야 그녀에게 어울리는 곳으로 돌아간 것이다. 남들이 일생의 꿈을 꾸듯이 해야는 평생 바다라는 꿈을 간절히 꾸었다. 그러나 인간이기 때문에 죽음을 맞이했다. 그녀가 물고기로 태어났으면 이 바다는 그녀에게 당연한 삶이었다. 같은 의미로, 해야에게는 죽음조차 문제될 게 없었다. 삶과 죽음이 긍정과 부정의 의미로 나뉘는 것 또한 절대적인 기준이 아닌 오직 본능에 의한 것일 뿐. 죽음이 누군가에게는 우리가 생각해왔던 '삶의 끝'이 아니라면그에게는 슬퍼할 이유가 없다. 해야도 그 누군가에 해당되는 인물이다. - page 165 ~ 166


선은 이제 진정 노래를 완성할 수 있게 됩니다.

떠날 때 발등에 개미가 올랐길래

걸음 멈추고 나누었어요

작별 인사를


정든 찻잔도 물기 밴 마루도

의미를 알기 전에 바꾸지 말아요

내 마음에도 같은 것들을 남긴 것처럼 - page 184


삶과 죽음의 의미.

요즘들어 '죽음'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나 최근의 안타까운 죽음.

이 이야기와 오버랩되는 듯 하였습니다.

"...헬리크리섬처럼 특별한 자리에 핀 꽃들 대부분은 스스로 괴로워하다가 죽어요. 여기 있던 파란 꽃들은 하얀 꽃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주위의 꽃들이 하얀 꽃을 얼마나 따돌리고 무시했을지 생각해봐요. 특별한 꽃들은 매일 괴로움에 몸부림쳐요. 자신도 자신의 색깔이 틀렸다고 생각하니까요. 특별한 꽃들은 아무리 물을 주어도 그렇게 서서히 고통 속에 말라 죽어요. ..."

...

"...그 꽃은 별난 환경 속에서 당당하게 살아남았어요. 그 꽃은 자신의 가치를 알았어요. 자신의 아름다움이 그들의 잣대와 평가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했어요. 물을 듬뿍 마시고 하루 종일 햇빛과 대화했어요. 그리고 마침내 활짝 피어서 해야의 심장이 되었죠. 그 아이는 특별하답니다. 그건 그녀가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었어요." - page 149 ~ 150


"이 꽃은 어차피 시들어요. 바닥에 떨어져 시든 꽃과 로맨틱한 절정의 순간을 만들고 나서 시든 꽃은 의미가 다르죠. 그녀는 가장 멋진 결말을 아는 예술가예요. 파란 꽃들 가운데 핀 하얀 꽃처럼 그녀는 그걸 타고났거든요." - page 151

해맑게 빛났던 그녀.

이제라도 편히 쉴 수 있기를......


책을 읽고나니 '음악'의 의미도 다시금 생각하게 해 주었습니다.

이젠 그들의 음악이라는 푸른 바다 속을 항해하는 한 마리 물고기가 되어볼까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