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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만난 물고기
이찬혁 지음 / 수카 / 2019년 9월
평점 :
'AKMU(악동 뮤지션)'의 노래.
저에게는 <오랜날 오랜밤>이란 노래를 최애곡으로 뽑고 있습니다.
별 하나 있고
너 하나 있는
그곳이 내 오랜 밤이었어
사랑해란 말이 머뭇거리어도
거짓은 없었어 - AKMU(악동 뮤지션)의 <오랜날 오랜밤>에서
읆조리는 듯한 가사와 노래는 지금도 종종 찾아 듣곤 합니다.
이들이 정규앨범 「항해」와 함께 모티브가 된 한 권의 소설과 함께 나타났습니다.
천재적 감성의 아티스트,
AKMU 이찬혁 소설 데뷔작!
『물 만난 물고기』

책을 읽기 전 목차를 살펴보았습니다.
앨범에 수록된 음악과 같은 제목들이 보였습니다.
책을 다 읽고나면 그들의 앨범을 들으며 읽었던 내용을 곱씹어 보아야겠습니다.
소설은 앨범 발매를 앞두고 진정한 예술가로서의 삶을 찾고자 떠난 '선'의 여행으로부터였습니다.
그 길에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을 통해 예술가의 의미를 깨닫고 돌아온 그는 자신의 밴드 멤버들에게 이야기합니다.
"저는 유명해지고 싶은 욕심이 없어요. 록스타가 되고 싶은 꿈도 없어요. 저는 단지 음악이란 게 맘에 들고 제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이죠." - page 66
그리고 시작된 이야기.
내가 누굴 만났는지, 그동안 어디서 무엇을 했고, 왜 이 앨범을 만들려고 하는지. 그들이 알아야만 그들의 연주를 통해 모든 것이 완성될 것이다. - page 67
여행의 마지막 길에 만난 그녀.
파도가 몰아치는데 위태롭게 갑판 위에 서 있던, 검은 눈동자의 그녀의 이름 '해야'.
그 긴박한 순간에 위험한 짓을 한 그녀가 이해되지 않는데 그녀는 오히려 태연스럽게 대답합니다.
"응. 가끔은 그렇게라도 봐야 하는 것들이 있어."
"그게 뭔데?"
...
"가끔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두려워해야 하는지 잊어버려. 그래서 아주 사소한 걸 두려워해. 예를 들면 자신을 따돌리는 아이나, 제시간에 마감하지 못할 업무 따위를."
그녀는 여전히 정면을 응시하였다.
"이런 걸 보면 비로소 깨닫게 되지. 내가 두려워하던 건 이 거대한 파도 앞에 아무것도 아니구나. 심지어 내 죽음도 여기서는 너무 작은걸." - page 82
해야와 함께 있으면서 조금씩 자신의 음악을 향해 말 그대로 '항해'하게 됩니다.
예전 합주가 잘 풀리지 않아 모두 지쳐 있을 때 논의했던
"뮤지션은 뭘 하는 사람이죠?" - page 60
이 물음에 대해 키보디스트는 이야기합니다.
"예술가, 예술가. 그 단어도 이제 진부한 거 같아. 나는 예술가보다 더 매력적이고 멋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요."
...
"그게 뭐죠?"
내가 예술가보다 목표로 할 수 있는 게 있단 말이야? 나는 그의 대답을 재촉하지 않기 위해 침을 꿀꺽 삼켰다.
"그건 바로 자신이 한 말을 지키는 사람이야."
...
"그들은 예술가 사이에서도 진정한 예술가지. 자신이 표현한 것이 곧 자신이 되는 사람이거든. 예술가인 척하는 사람들은 절대 그런 삶을 살지 못해." - page 63 ~ 64
그런데 해야는 그에게 이런 말을 덧붙여줍니다.
"선아, 거창한 걸 생각하지 마. 뱉은 말을 지킬 수 없을 것 같으면 그냥 할 수 있는 만큼의 말을 하면 돼. 난 어렸을 때부터 술을 먹지 않을 거라고 말했거. 그리고 지금까지 한 번도 마시지 않았어. 왜냐하면 난 내가 안 마실 수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그리고 지금 난 토마토를 먹을 거야."
그녀는 입을 크게 벌린 채로 말을 했다.
"이건 말한 거고."
그리고 방울토마토 두 개를 입 안에 넣고 씹더니 보란듯이 과자아된 동작으로 삼켰다.
"이건 지킨 거야." - page 93
바다를 사랑한 그녀.
음악이 없으면 바다로 나갈 거라는 그녀의 말처럼 바다를 향해 갑니다.
하얀 꼿들은 배의 주변으로 떠올라 수면 위를 가득 채웠다. 파란 꽃들 틈에서 피었던 해야는 이제야 그녀에게 어울리는 곳으로 돌아간 것이다. 남들이 일생의 꿈을 꾸듯이 해야는 평생 바다라는 꿈을 간절히 꾸었다. 그러나 인간이기 때문에 죽음을 맞이했다. 그녀가 물고기로 태어났으면 이 바다는 그녀에게 당연한 삶이었다. 같은 의미로, 해야에게는 죽음조차 문제될 게 없었다. 삶과 죽음이 긍정과 부정의 의미로 나뉘는 것 또한 절대적인 기준이 아닌 오직 본능에 의한 것일 뿐. 죽음이 누군가에게는 우리가 생각해왔던 '삶의 끝'이 아니라면그에게는 슬퍼할 이유가 없다. 해야도 그 누군가에 해당되는 인물이다. - page 165 ~ 166
선은 이제 진정 노래를 완성할 수 있게 됩니다.
떠날 때 발등에 개미가 올랐길래
걸음 멈추고 나누었어요
작별 인사를
정든 찻잔도 물기 밴 마루도
의미를 알기 전에 바꾸지 말아요
내 마음에도 같은 것들을 남긴 것처럼 - page 184
삶과 죽음의 의미.
요즘들어 '죽음'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나 최근의 안타까운 죽음.
이 이야기와 오버랩되는 듯 하였습니다.
"...헬리크리섬처럼 특별한 자리에 핀 꽃들 대부분은 스스로 괴로워하다가 죽어요. 여기 있던 파란 꽃들은 하얀 꽃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주위의 꽃들이 하얀 꽃을 얼마나 따돌리고 무시했을지 생각해봐요. 특별한 꽃들은 매일 괴로움에 몸부림쳐요. 자신도 자신의 색깔이 틀렸다고 생각하니까요. 특별한 꽃들은 아무리 물을 주어도 그렇게 서서히 고통 속에 말라 죽어요. ..."
...
"...그 꽃은 별난 환경 속에서 당당하게 살아남았어요. 그 꽃은 자신의 가치를 알았어요. 자신의 아름다움이 그들의 잣대와 평가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했어요. 물을 듬뿍 마시고 하루 종일 햇빛과 대화했어요. 그리고 마침내 활짝 피어서 해야의 심장이 되었죠. 그 아이는 특별하답니다. 그건 그녀가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었어요." - page 149 ~ 150
"이 꽃은 어차피 시들어요. 바닥에 떨어져 시든 꽃과 로맨틱한 절정의 순간을 만들고 나서 시든 꽃은 의미가 다르죠. 그녀는 가장 멋진 결말을 아는 예술가예요. 파란 꽃들 가운데 핀 하얀 꽃처럼 그녀는 그걸 타고났거든요." - page 151
해맑게 빛났던 그녀.
이제라도 편히 쉴 수 있기를......
책을 읽고나니 '음악'의 의미도 다시금 생각하게 해 주었습니다.
이젠 그들의 음악이라는 푸른 바다 속을 항해하는 한 마리 물고기가 되어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