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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헤르만 헤세 지음, 김그린 옮김 / 모모북스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헤르만 헤세'
그의 명성은 익히 잘 알고 있지만......
막상 그의 작품을 접해보지는 못하였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인연이 닿았습니다.
20세기 독일 문학가들 가운데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가장 잘 알려지고 사랑받은 작가 '헤르만 헤세'.
그의 탄생 140주년 기념으로 감성적인 일러스트의 양장도서로 만나게 된, 세계인의 청춘 바이블.
『데미안』

첫 시작은 이러했습니다.
열 살 되던 해, 내가 살던 작은 마을에 있는 라틴어 학교 시절의 경험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 page 12
그에게는 두 세계가 존재합니다.
하나의 세계는 아버지의 집.
그것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과 엄격함, 모범, 교육의 세계였다. 이 세계에는 부드러운 빛, 명확함과 정결함, 그리고 따뜻하고 다정스런 대화, 깨끗한 손, 말쑥한 옷차림, 훌륭한 예의범절이 깃들여 있었다. 이곳에서는 아침마다 찬송가를 불렀고, 크리스마스를 축하했다. 이 세계에서 미래로 연결된 곧은길 위에는 의무와 책임, 양심의 가책과 참회, 관용과 선의, 사랑과 존경, 하나님의 말씀과 지혜가 함께하고 있었다. 인생을 밝고 맑게 그리고 아름답고 안정되게 살기 위해서는 이 세계 안에 머물러야한다. - page 13
하지만 그와는 매우 이질적인 또 하나의 다른 세계.
두 번째의 세계에는 하녀라든가 행상들, 귀신 이야기와 추한 소문이 있었다. 그곳에는 마치 도살장이나 형무소, 술주정뱅이들과 욕지거리를 퍼붓는 여자들, 새끼 밴 암소와 쓰러진 말, 강도와 살인, 자살에 대한 이야기 같은 몸서리쳐지면서도 유혹적이고 끔찍하면서도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들이 흘러넘쳤다. 흥미롭지만 무섭고, 거칠고 어둠침침한 일들이 바로 내 주위에서, 옆 골목이나 이웃집에 존재하고 있었다. - page 13
그렇게 이 두 세계는 가까이 맞닿아 공존하고 있었습니다.
누구나 그러하듯 밝고 올바른 세계인 부모님의 세계에 속해 있지만 눈과 귀는 악한이나 방탕아들의 이야기가 더 흥미롭고 어둠의 다른 세계에 관심이 가기 마련입니다.
그런 싱클레어에게 일생에 사건을 맞이하게 됩니다.
열 살쯤 그는 크로머의 노여움을 살 것 같아 얼토당토않은 도둑질하는 이야기를 꾸며 대고 그 도둑이 자신이라고 거짓말을 합니다.
그에게 크로머는 다가와 악마와도 같은 거래를 하게 됩니다.
"그래? 그럼 그 과수원이 누구네 것인지 가르쳐 줄게. 사과를 도둑맞고 있다는 건 오래전부터 알던 사실이야. 과수원 주인이 사과를 훔친 놈을 신고하면 2마르크를 주겠다고 한 것도 알고 있어."
"뭐라고? 아, 맙소사!" - page 23
"내일까지 여유를 줄게. 내일 2마르크를 가져와. 수업이 끝난 뒤에 저 아래 시자아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그러면 돼. 만약 돈을 가지고 오지 않는다면 그땐 정말 큰일 날 줄 알아!" - page 27
그렇게 그는 죄를 짓고 낮선 심연 속에 깊숙이 가라앉아 모험과 죄악에 몸을 맡기고 위협과 불안과 치욕이라는 적에게 협박을 받게 됩니다.
그런 그에게 구원과 더불어 그 영향이 오늘날까지도 계속되는 이를 만나게 됩니다.
그의 이름은 막스 데미안.
그는 카인의 이야기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며 설명을 합니다.
카인은 강한 사람이고 아벨이 겁쟁이였다니! 카인의 표적이 훈장이라니! 그건 불합리한 이야기였으며 하나님을 비방하고 모독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사랑하는 신은 대체 어디에 계셨단 말인가? 신께서는 아벨의 제물을 받지 않았고, 아벨을 사랑하지 않으셨단 말인가? 아니, 그럴 리 없다. 그건 어리석은 이야기야. - page 52
그에 대해 부정하면 부정할수록 점점 더 자신에게 다가오게 됩니다.
그토록 끔찍했던 크로머에게서의 해방.
데미안으로인해 적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해방되고, 더 이상 가책에 떠는 죄인이 아니었으며 예전의 학생으로 되돌아갈 수 있었지만 선뜻 데미안에게는 그 어떤 감사는 커녕 오히려 그에게서 멀어지려고 합니다.
방학이 끝난 후 싱클레어는 다른 학교로 진학하기 위해 난생 처음으로 집을 떠나 생활하게 됩니다.
그는 술에 취하고 거의 향락에 가까운 생활을 하면서 양심의 가책 속 고통 속에 살아갑니다.

술집에 앉아 지껄여 대는 이상하고 아름답지 못한 방식으로 세상과 싸우던 그에게 우연히 한 소녀에게 관심을 갖게 되면서 삶이 바뀌게 됩니다.
한 번도 말을 나눈 적 없는, 그럼에도 그녀에 대한 경건함과 숭배하고자 하는 열망으로 '베아트리체'라는 이름을 붙인 그녀.
그러나 이제는 나도 사랑하고 숭배할 대상을 가지게 되었다. 이상이 되살아났다. 삶이 신비로운 예감과 여명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것이 나를 조소에 무관심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나는 비록 숭배하는 모습의 하인이나 노예일망정 나 자신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다.
그 시절을 회상하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나는 무너져 버린 생활의 폐허 속에서 '밝은 세계'를 다시 만들기 위해 노력했으며, 어둠과 악을 마음속에서 몰아내고 밝은 세계 속에 머물고자 하는 열망으로 신들 앞에 무릎 꿇었다. - page 130 ~ 131
베아트리체에게서 비롯되어 방황하던 싱클레어는 자신의 길을 향해 나아갑니다.
훗날 다시 데미안을 만난 싱클레어.
이번엔 데미안의 어머니인 에바부인과의 만남을 통해 사랑의 의미를, 자신의 내면에 이르는 법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다 한 자락의 어두운 그림자가 그들을 덮쳐오게 됩니다.
전쟁이 일어나게 되고 데미안은 은회색 군복을 입은 낯선 모습으로 떠나게 됩니다.
모든 사람들은 형제가 된 듯했다. 그들은 조국과 명예를 말했지만, 그것은 운명이었을 뿐이다. 청년들은 병영에서 나와 기차를 탔고, 그 많은 얼굴 위에서 나는 하나의 표적을 보았다. 그것은 우리들의 표적이 아니라 사랑과 죽음을 의미하는 아름답고 고귀한 표적이었다. 나 역시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 포옹을 당했다. 나는 그것을 이해할 수 있었고 기꺼이 그것에 응답했다. 그들이 그렇게 하는 심정은 단순한 도취일 뿐 운명의 의지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도취는 신성했다. 그것은 운명과 마주하고 극도로 흥분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 page 272 ~ 273
싱클레어도 군에 들어갔지만 그는 큰 부상을 입게 되고 그리고 그는 자신의 내면에 완전히 들어서서 친구이자 지도자인 데미안과 같은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어린 싱클레어, 들어 봐! 나는 떠나야만 돼. 너는 언젠가 나를 다시 필요로 하게 될 거야. 그로머나 그 밖의 일 때문에 말이야. 네가 나를 부른다고 해서 내가 쉽게 말을 타고 가든지 기차를 타고 갈 수는 없을 거야. 그럴 땐 너의 내면에 귀를 기울여야 해. 그러면 내가 너의 내면에 있음을 알게 될 거야. 알겠어? 그리고 조금만 더! 에바 부인이 부탁했어. 만약 네가 언젠가 나쁜 처지에 놓이게 되면 그녀가 나에게 주어 보낸 입맞춤을 너에게 해 주도록 말이네...... 눈을 감아, 싱클레어!" - page 278 ~ 279
소설 속 싱클레어를 통해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기 위해 거치는 끝없는 방황 속에 회복되어가는 과정을 볼 수 있었습니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곧 세계다. 태어나고자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 page 152
알을 깰 수 있는 건 오롯이 자신만이 할 수 있기에.
책을 읽고나서도 한참을 소설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습니다.
앞으로 나는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가야할지에 대해 데미안이 다가와 가르침을 줄 것 같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한 번만 읽고 덮을 소설을 아니었습니다.
잠시 방황하고 있는 나를 만나게 될 때.
데미안을 찾아가보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