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회화실록
이종수 지음 / 생각정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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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역사'와 관련된 건 '지루하다', '따분하다', '어렵다' 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어서 굳이 알려고도 하지 않았었고 찾아 읽지도 않았었습니다.

그러다 저에게 '역사'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선을 넘는 녀석들 리턴즈>

우리가 '왜' 역사를 알아야하는 것인지에 대해 유쾌하지만 진한 교훈을 남긴 방송.

그래서 '역사'에 눈을 뜨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저에게 '역사'는 어렵게 다가왔었습니다.

알고 싶은 욕구는 하늘을 찌르는데......

그러다 이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워낙 '그림'에 관심이 많았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 쉽게 접근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생기기까지 하였습니다.


<태조 어진>부터 <백악춘효도>까지

조선 오백년을 움직인 사람들의 생각을 읽다


『조선회화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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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역사를 알고 싶다면 '실록'만 한 사료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500년이나 되는 기록은 좀처럼 읽기가 두렵기만 합니다.

그렇다고 우리의 역사를 모른 채 덮어두는 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에게, 앞으로 살아가야할 우리의 자세가 아니기에 무언가 도움의 손길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등장하게 된 '그림'

이 그림은 조선의 사관과 화가들이 그 시대의 모습을 기록한, 또 하나의 사료이기에 그림과 함께 읽어내려간다면 보다 입체적으로 역사에 대한 접근이 가능하였습니다.


책 속에서는 5부로 나누어 조선사를 바라보았습니다.

1부 건국 국가의 기틀을 잡다

2부 수성 체제를 완성하고 사화로 얼룩지다

3부 혼란 변화의 길목에 서다

4부 경장 새 시대를 향해 도약하다

5부 파국 세도에 흔들리고 외세에 무너지다

그야말로 건국에서 파국까지의 조선사를 영상을 가미하여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태종이 즉위한 지 2년이 되어가는 1402년.

현전하는 동양 최고의 세계지도를 제작하게 됩니다.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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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보아도 세계지도라고 하기엔 우리 나라가 크게 그려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거의 대륙 하나에 맞먹는 크기의 조선.

태종 개인으로 보자면 더 큰 문제는 나라 안에서 터져 나왔다. 세계지도를 제작하고 명나라와의 문제도 순조롭게 풀어나가면서 태종은 그런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을 것이다. 나는 이렇게 온 천하 사이에 당당한 조선의 내일을 꿈꾸는데, 부왕께서는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군주였느냐고. 이제 정도전이 만들어준 나라가 아니라, 이 아들이 만들어갈 나라를 제대로 보여주시면 아니 되겠느냐고. - page 36

그렇게 당당한 조선을 만들기 위해, 조선의 무게를 고민했던 태종.

그의 마음이 저 그림으로 온전히 느껴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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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군과 관련된 그림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죽음 뒤에 세상이 바뀌고 그제야 제 이름을 되찾은 이.

그를 기리기 위해 그의 은거지를 그림으로 남긴 <화개현구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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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왕의 세자 시절 스승이었던 '정여창'.

이 그림은 그의 삶을 기리고 싶다는 유생들이 뜻을 모아 당시 최고 화원으로 꼽히는 이징에게 작품을 의뢰하였는데 수묵과 담채만으로 고매한 선비의 삶을 기린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의 '위인'들과는 다른 유형의 '스승'이다. 드러나 보이는 공을 세운 이가 아니라 정신적 스승으로 기억되는 사람. 정여창 한 사람에 머물지도 않는다. 그와 그의 벗들이 함께한 시대를 기억하고 싶다는 뜻이다. 그 기상과 학문이 죄가 되어 처참한 죽음을 맞았지만 역사는 그 이름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 page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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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백성들 앞에 나서길 주저하지 않았던 임금 '영조'.

하층 빈민들의 삶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인골이 드러나 군주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문제의 그 장소 '청계천'이라 부르는 곳.

늘어나는 도성 인구를 감당해야 할 하수수로서의 역할도 중요했는데 세월의 흐름과 함께 강바닥에 토사가 쌓이니 비가 내릴 때마다 범람해 수해가 이어지고, 이 곳엔 가난한 백성들이 깃들어 살고 있었고, 오래된 인골들마저 그 사이에 섞여 있으니 더 이상은 준천 사업을 미룰 수 없었습니다.

이 일을 자신의 마지막 사업이라 생각하고 시작한 그.

일하는 이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여 생계를 돕도록 했다. 막힌 물길을 뚫어 도성의 숨통을 열어준다는 의미와 함께 천변에 기거하는 하층민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준천 역사에 그들을 노동자로 고용하는, 공공 근로 사업의 성격을 띠게 된 것이다. - page 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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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천 과정에서 영조가 직접 그 역사를 지켜보는 장면을 기록한 <수문상친림관역도>.

​백성을 위한 그의 마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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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대한 조선사를 '회화'와 함께 걷다보니 어느새 조선의 운명만큼이나 씁쓸한 결밀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쉽고 편한 길을 택했다.민족을 버리고 일제의 손발이 되어 일신의 영달을 취한 것이다. 누군가는 망국의 부끄러움으로 자신의 명을 끊었다. 왕조 시대 선비의 자존심으로, 최소한의 도리를 따르겠다는 뜻이 있으리라. 누군가는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국경을 넘었다. 목숨을 걸고 나라를 되찾기 위한 험난한 투쟁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많은 누군가는, 돌아올 봄날을 마음에 품고 하루하루를 견뎌내야 했다. 한 사람의 지존이 아니라 실록에 이름 한 줄 올리지 못한 더 많은 누군가를 위한 그런, 봄날.

지금은 남의 땅. 하지만 빼앗긴 백악에도 봄은 올 것이다. - page 399


책을 읽고나니 다시 『조선왕조실록』을 제대로 알고 싶어졌습니다.

더 재미있게 읽으려면『조선왕조실록』과『조선회화실록』을 나란히 펼쳐 읽으면 더없이 '조선'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이 책의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림이 '컬러'로 그려져있었다면......

보다 책에서 그림에 대한 설명을 이해하기 쉽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도 남곤 하였습니다.


500년이란 긴 세월.

이 세월을 이끌고 간 이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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