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마이너리티 오케스트라 1~2 세트 - 전2권
치고지에 오비오마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이 끌렸던 건 2019 부커상 심사평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신화적이면서 현실적인 내적 고통으로의 쓰라린 여행" _ 2019 부커상 심사평


 과연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하였습니다.


이보적 신화와 그리스의 비극적 세계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현대적으로 비틀어놓은 운명과 자유의지에 관한 가슴 아픈 서사시


『마이너리티 오케스트라 1, 2』

 


소설에 들어가기 앞서, '이보 우주론'에 대한 설명이 있었습니다.

​

 

​

솔직히 처음에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도통 알 수 없는 개념과 구성.

그래서 작가는 이에대해 2권에서 이야기합니다.

이보 우주론이란 한때 나의 민족을 인도했고, 부분적으로는 지금도 인도하고 있는 신념과 전통의 복잡한 체계다. 내가 그런 현실 속에 허구의 작품을 위치시키고 있으므로, 호기심 많은 독자들은 그 우주론을 조사해보고 싶을지도 모른다. 특히 치라는 개념이 그 우주론과 어떻게 연관되는지에 관해서 말이다. 그러니 일단 이 책의 서두에서 인용한 치누아 아체베의 치에 관한 에세이가 그렇듯, "내가 여기에서 시도하는 것은 틈새를 메우는 것이 아니라, 종교나 철학, 언어학이 아닌 문학을 주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그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임을 밝혀두어야 하겠다. - 2권 page 342

그러므로 이보 우주론이나 아프리카/아프리카계 종교에 관해 몰라도 이 소설을 읽으면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음을, 특히나 이 책은 허구의 작품이기에 부담없이 읽어주길 바라는 작가의 바람이 있었습니다.

​

​이 소설의 화자는 수호령 '치'였습니다.

​그래서 수호령 '치'가 바라본 '치논소'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처음 문장들을 접했을 땐 적잖이 당황하였습니다.

'치'가 '치논소'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자신보다 높은 층위의 신에게 말하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뭐지?

라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읽다보면 어느새 익숙해지면서 나중에는 다른 신들에게 같이 읊조리게 되는, 다른 소설과는 사뭇 다른 방식이 재미있었습니다.

​

가난하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청년 '치논소'.

그는 자신의 처지를 비난하지 않고 농사를 지으며, 닭들을 돌보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

그러던 그에게 운명같은 일이 일어나게 됩니다.

자기 인생의 5년을 바쳤던 남자가, 저금했던 돈을 모조리 끌어모았을 뿐 아니라 아버지에게서까지 돈을 훔쳐 그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그가 영국으로 떠난 지 겨우 다섯 달 만에 결혼을 했다는 소식에 세상이 무너질 것 같았던 '은달리'.

다리에서 뛰어내리려던 그녀를 살려주었습니다.

그리곤 이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기 시작합니다.

​

하지만 그들의 사랑에 시련이 찾아오게 됩니다.

​

"젊은 친구, 이 문제를 철저하게 생각해본 건가?" - "네, 어른신." - "자네가 저 애와 어떤 삶을 살게 될지에 대해서, 깊이?" - "네, 어르신." - "해봤다라, 알겠네." - "네, 어르신." - "그런데 저 애의 남편이 되고 싶다면서, 자네보다 훨씬 높은 위치에 있는 여자와 결혼하겠다는 게 올바른 결정이라고 생각하나?" - "저도 압니다, 어르신." - "그렇다면 가서 다시 생각해봐야겠군. 가서 자네가 정말 내 딸의 남편이 될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살펴보게." - "네 어르신." - "내가 자네에게 할 말은 그것뿐이라네."

"네, 어르신." - page 159

​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은달리와 결혼을 하고 싶었기에 은달리를 위해 키프로스 국제대학교 레프코사에 입학하기로 결심합니다.

하지만 그런 그의 모습을 바라보던 은달리는 미안함에 복받쳐 울게 됩니다.

"나는 밥벌이도 하고 사랑하는 여자도 부양할 거야. 학위를 따고 좋은 직업을 얻으면 열 배는 더 좋은 집을 살 수 있어, 마미. 이 더러운 거리를 봐. 어쩌면 다른 곳으로 갈 수 있을지도 몰라. 어쩌면 에누구로도 갈 수 있을 거야. 그게 나아, 마미. 정말 그게 나아. 그 사람들이 우리를 갈라놓게 내버려두는 것보다는 말이아." - page 248

​

왜!

"지금처럼 말이야. 알겠어? 왜 그래야 하느냐고? 얘들이 우무-오베레-이헤이기 때문에, 마이너리티이기 때문에. 강자들이 우리 나라에 무슨 짓을 했는지 봐. 그 사람들이 너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봐. 연약한 것들에게도." - page 45

이 불쌍한 논소.

친구에게 사기를 당하게 됩니다.



​

그런 그를 도와주는 이들도 있지만 ​한 번 떨어진 추락한 그 길에선 끝없이 떨어지고마는 치논소.

그는 다른 사람들이 그러듯 그녀에게 구애했고 그녀를 돌보았지만, 그 결과 자기가 한 모든 일이 헛되다는 것만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어느 날 깨어나보니 감금되어 있었습니다. 그는 인간과 역사로부터 억울한 일을 당했습니다. 그의 내면에서 변화를 낳은 것은 바로 이런 억울함에 대한 의식이었습니다. 변화가 시작되는 순간에는 어마어마한 어둠이 그의 영혼에 난 틈으로 들어옵니다.

...

감금되어 있을 때는 감정에 따라 행동할 수 없었기에 언제고 그가 느낀 것에는 아무 의미가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분노를 느낀다 한들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그에 대해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사랑을 느낀다? 아무 의미 없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느낀 모든 것을 다시 무력함의 배 속으로 삼켜버렸습니다. - page 150 ~ 151


그래도 은달리에 대한 마음을 접지 못한 치논소는 그녀에게 다가가려 하지만......​

​

​

​참으로 마음이 아팠습니다.

너무나 사랑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들을 둘러싼 사회때문이었을까!

자신의 앞에 무엇이 있는줄도 모른채 열심히 달려간 치논소의 모든 행동이 가슴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이 역시도 선택의 기로에 놓인 인간의 어쩔 수 없는 운명에 굴복할 수 없음에 안타까웠습니다.


책의 제목이었던 '마이너리티 오케스트라'의 의미.


 


소수자가, 약자가 강자들을 향해 외치는 저 울음이 구슬프게도 가슴 속에 울렸습니다.

운명을 맞서고자 했던 이의 울음.

우는 것밖에 할 수 없었던, 그래서 더 비통했던 이 노래가 더이상은 울려퍼지지 않기를 바래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