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건디 여행 사전 - 여행의 기억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들
임요희 지음 / 파람북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제목이 흥미로웠습니다.

말 그대로 '색(色)다른 여행'이었기에 궁금하였습니다.

깊고 신비로우며 사랑스러운 빛깔,

버건디의 매혹 속으로 떠나는 색다른 여행

『버건디 여행 사전』

 


여행이라하면 '낯선 곳'으로의 '떠남'만을 생각하였습니다.

남들이 가는 곳에서, 남들이 본 것만 보고, 남들이 먹는 것을 먹으며 남들이 찍는 사진을 찍으면서 마치 나만의 '여행'이라는 '착각'에 빠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자는 이런 판에 박힌 여행은 내키지 않았다고 합니다.

발상의 전환.

"특별한 곳으로 가는 게 아니라 가까운 곳에 있는 특별함을 찾아보면 어떨까." - page 6

그때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이 '버건디'였다고 합니다.

보남파초노주빨, 일곱 빛깔 무지개 가운데 버건디 자리만 없는 이유가 뭘까. 굳이 자리를 찾자면 빨강과 보라 사이가 가장 적합할 것이다. 버건디는 무지개 뒤편,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있을지도 모른다. 실체를 알 수 없는 색, 신만이 볼 수 있는 색, 희망 그 이상을 상상하게 하는 색이 버건디다. 누구에게도 닿지 않았으므로 버건디는 미지의 색이다. - page 7 ~ 8

이 매혹적인 색 '버건디'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우선 먼저 만나게 된 <버건디 고무 대야 : 세상 뜨거운 여행>.

​


나의 어린 시절 물놀이의 장소였고 우리 아이도 물놀이의 장소인 '고무 대야'.

보자마자 너무나 정겹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린 시절에만 느낄 수 있는 고무 대야.

점점 자랄수록 대야가 아닌 마주하게 되는 현실의 물줄기는 너무나도 거칠고 차갑기만 하였습니다.

앞으로 우리 아이도 만나게 될 고무 대야 밖의 삶이 너무나 뜨겁거나 차갑지만은 않길 바래봅니다.


그리고 가슴 아팠던 <버건디 룸 : 남영동 대공분실과 다크투어>.

영화 <1987>을 보았기에 더 공감하면서 읽게 되었습니다.

정처 없이 끌려와 물고문에 전기고문을 당하지만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구조의 대공분실 건물.

그곳에서 울려퍼지는 비명과 그들의 흐르는 피가 제 귓가에, 제 눈 앞에 아른거리는 것 같아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이 건물을 설계한 우리나라 건축계의 거장 김수근과의 가상 인터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왜 선생님은 이런 무시무시한 건물을 지었습니까? 무고한 생명을 죽이고 인권을 유린하는 피의 현장을 목도하는 기분이 어떻습니까?"

"제가 인권을 유린해요? 사실은 그 반대입니다. 저는 인권유린을 자행하는 공산 세력을 징벌하고 제거하는 데 약간의 힘을 보탰을 뿐입니다. 이 건물은 처음부터 인권 옹호를 목적으로 건설된 인권센터입니다."


그가 이렇게 나온다면? 전술한 바와 같이 세계 이성의 충직한 하인으로서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나갈 뿐, 사견은 없다는 식의 논리는 정치 세력이 정적을 살상할 때 합당한 구실이 되어주었다. 생명존중을 넘어서는 가치는 없다. 제아무리 위대한 대의라해도 구체적 인간에 대한 배려 없이는 보편의 동의를 얻을 수 없다. - page 67

 


우리가 사는 세상에 '버건디'란 색이 곳곳에 묻어있었습니다.

우리나라 궁궐 기둥이, 편지를 배달해주는 버건디 우체통이, 그리고 하루해가 기울고 도로를 가득 채우는 차량의 버건디 빛이 있었습니다.

특히나 <버건디 퇴근길 :삶에 필요한 것은 시간과 돈 그리고>에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

 


지친 발걸음으로 행복을 찾는 것.

그 행복을 향해 오늘도 버건디 빛을 밝히는 그들의 불빛이 조금은 옅어지길 바래봅니다.


한 가지 색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마치고나니 스스로에게도 묻게 됩니다.

'나는 무슨 색을 찾아 여행을 떠나야할까?'

나를 성장시키는, 나의 삶의 틈엔 어떤 색으로 메워야할지 잠시 생각에 잠기게 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세상을 바꾼 길들임의 역사 - 인류의 생존을 이끈 선택과 협력의 연대기
앨리스 로버트 지음, 김명주 옮김 / 푸른숲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요즘들어 일명 '벽돌책'이라 불리는 교양서적을 만나게되면 손이 가게 됩니다.

예전에는 그저 주저하고 끝까지 읽지 못하기에 시도조차 안했는데 이런 저의 독서병을 고쳐준 건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였습니다.

책의 두께가 무색할만큼 가독성이 있었고 너무나도 많은 정보를 한 권의 책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사실에 그만 감동을 하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요즘책방 : 책 읽어드립니다>를 통해서도 스테디셀러인데 선뜻 읽지 못했던 책들을 읽어줌으로써 그 책으로의 접근을 쉽게 해 주기에, 그리고 패널들과의 대화를 통해 책의 정보에서 나아가 사고의 확장까지 넓혀주기에 덕분에 책의 재미를 일러주었습니다.


이번에 읽게 된 이 책.

당연히 읽어야겠다고 느꼈고 그래서 읽게 되었습니다.

《총, 균, 쇠》, 《사피엔스》에 이어 인류 역사에 새바람을 일으킬 책 <가디언>

인류 역사 중 '길들임'에 초점을 맞춘 이 책 역시도 어떤 이야기로 가득 차 있을지 기대가 되었습니다.

『세상을 바꾼 길들임의 역사』

 

​

인간과 길들여진 종의 역사.

그 역사를 거슬러가면 수천 년, 심지어는 수백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고 합니다.

그렇게 약 1만 1천 년 전 동아시아와 중동에서 처음 시작된 신석기 혁명이 현대 세계의 기초를 이루었고 다른 종들과 서로 진화적 경로가 맞물린 공생 관계로 얽히게 되면서 길들여진 세계와 야생의 세계가 이어져 있음을, 야생을 가꾸는 것이 우리에게 직면한 과제임을 일러주고 있었습니다.

​

소와 닭에서부터 감자와 쌀에 이르기까지 길들여진 종에 대해 고고학, 언어학, 역사학, 유전학,지질학을 넘나들며 '김들임'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

맨 처음 등장하는 '개'.

지금은 우리의 삶에서 '동반자'의 의미를 지닌 개는 거슬러 올라 갯과 늑대로부터의 시작되었습니다.

인간과 늑대의 관계는 일종의 공생 관계로 시작되었을 것이라 하였습니다.

단지 음식 찌꺼기를 찾기 위해 쓰레기 더미를 뒤질 뿐이었다 해도 인간 곁을 어슬렁거리는 일이 많아지면서, 늑대들은 인간이 자신들을 처음에는 이윳으로, 그런 다음에는 동반자로 받아들이도록 무의식적으로 훈련시켰을 것이다. - page 55

그렇게 시작된 늑대의 행동이 인간과의 유대 형성에 밑거름이 되었을 만한 특별한 무언가를 알아내기 위해 추적의 추적을 하게 됩니다.


동물 뿐만 아니라 식물의 '길들임'도 있었습니다.

옥수수, 감자, 쌀, 사과.

특히나 우리의 주식인 '쌀'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남극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재배되며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에서도 점점 중요한 주곡이 되고 있는, 세계 곳곳에서 350억이 넘는 사람들의 주식인 '쌀'.

특히 저소득 국가와 중간 소득 이하의 국가에서 쌀은 가장 중요한 식용작물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많은 저소득 국가의 국민들은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고 그중에도 비타민 A의 결핍으로 감염성 질환에 걸려 매년 약 50만 명의 어린이가 이로 인해 실명하고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그래서 비타민 A의 전구체로 유전자 변형 '쌀'의 개발과 그에 대한 논란이 이야기되고 있었습니다.

​황금쌀의 미래도, 새로운 변종의 수확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경제적 채산성이 있다면 유망할 것이다. 하지만 황금쌀에는 그 잠재력을 가로막을 수 있는, 다른 유전자 변형 작물들의 성공 스토리와 차별화되는 요인이 한 가지 있다. 바로 황금쌀이 식량 작물이라는 점이다. - page 350 ~ 351

​

동물, 식물들을 바라보고 나니 결국은 '인류'가 남아있었습니다.

동식물만 길들여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도 새로운 환경 또는 변화하는 환경에, 동식물과의 동맹 속에서 서로를 길들이고 있었습니다.

바뀐 것은 우리가 길들인 종들만이 아니다. 그들도 우리를 바꾸었다. 이 각각의 동맹들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시작되었다. 일부는 퇴비 더미에 떨어져 새로운 나무로 성장한 사과 씨처럼 아주 우연히 시작되었을 것이다. 또 다른 일부는 다른 종 쪽에서 부추겼을 것이다. 늑대가 개로 길들여진 경우, 늑대 쪽에서 먼저 접촉했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 쪽에서 더 의도적으로 접근한 경우도 있었다. 말과 소를 잡아 길들인 일은 확실히 이 범주에 속한다. 하지만 동맹이 어떻게 시작되었든, 각 동맹은 생태적 공생 관계로 발전했다. 일종의 공진화 실험이었던 셈이다. 결국 길들임은 쌍방 과정이다. - page 516 ~ 517

​

 


우리가 '길듬임'의 역사를 알아야할 이유를 저자는 마지막에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가축화 및 작물화가 일어난 경위를 이해하고 우리가 길들인 종의 야생 친척들을 추적하는 일은 역사적 이론적 관점에서 흥미로운 작업이기도 하지만, 그 지식과 그러한 야생종들은 오늘날의 육종 프로그램에 가치 있는 자원으로 쓰임은 물론, 우리가 길들인 동식물의 미래에도 중요하다. 아주 이기적인 이유만으로도 우리는 야생의 변이 도서관을 계속 지켜야 할 필요가 있다. 야생종에게 좋은 것은 우리에게도 좋다. 우리는 진화와 생존이라는 같은 게임을 하고 있다. 우리의 운명은 다른 종들의 운명과 불가분의 관계로 묶여 있다. - page 543

그들과 우리는 불가분의 관계이기에, 생존과 성공에 관련되기에 우리는 이에 대해 알아야 앞으로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음을 일러주었습니다.


하지만 책 속에서도 끊임없이 우려하던 바가 있었습니다.

잡종화는 온갖 종류의 질문을 불러일으킨다. 종의 순수성, 즉 얼마나 많은 교자바이 신성한 종의 경계를 가로질러 일어나는가에 대한 생물학적 질문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만일 생식력 있는 자손을 생산하는 교잡이 충분이 일어난다면, 이는 우리가 정의하는 종의 경계가 너무 좁다는 뜻이 아닐까? 현재 이에 대한 논쟁이 널리 이루어지고 있다. - page 85


"그리고 만만치 않은 문제입니다. 우리는 유전자 변형이 매우 효율적인 기술임을 받아들여야 해요. 앞으로 많은 사람들을 먹여야 하니까요. 하지만 보다 세심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그 기술의 효율을 활용하면서도 환경을 보호하고 이익이 사회로 돌아가게 할 방법을 논의해야 해요." - page 312 ~ 313

우리에게 더 이로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길들이는 행위 - 잡종화, DNA 유전자 변형- 가 과연 옳은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기로 앞에 많은 생각에 잠기게하곤 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오늘의 화가 어제의 화가 - 시대를 대표하는 거장들과 나누는 예술과 삶에 대한 뒷담화
이경남 지음 / 북스고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명화'와 관련된 책을 보면 마치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치는 것처럼 저 역시도 무조건 읽게 됩니다.

명화가 전하는 매력에 이끌려 홀린 듯 읽다보면 어느새 제 마음엔 '위안'이 찾아오곤 합니다.


이번에 읽게 된 책은 '명화' 뿐만아니라 더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시대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일상으로 들어가 우선 그들을 이해하고나서 비로소 작품을 이해하는 것.

대개의 명화와 관련된 책들은 작품이 우선이었는데 이 책은 '화가'가 우선이라는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13명의 거장들의 일상 속으로, 그리고 그들의 열정이 담긴 예술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오늘의 화가 어제의 화가』

 

​

마네, 모네, 피카소, 클림트, 고갱, 베르트모리조, 수잔발라동 등 정말 시대를 대표하는 거장 13인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그리고는 오늘의 화가 '이경남' 작가가 어제의 화가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들의 목소리로 자신의 일상을, 작품을 ​직접 들려주는 더없이 생생하게 작품이 나에게로 다가왔습니다.

마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처럼 제가 동경했던 화가와의 만남이 책을 통해 이루어지다니 믿겨지지 않았습니다.


특히나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르는 여행 - 폴 고갱>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부질없는 인생에 대해, 특히나 '죽음'을 대하는 그의 태도.

자신 생전에 딸 두 명을 앞서 보내서일까.

심한 우울증과 가난, 고독, 병, 술로 찌든 절망적인 삶으로 인해 결국 마지막으로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우리는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가> 란 유언적인 작품을 남기고 자신의 고향이 아닌 곳에서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작품 왼쪽의 죽음이라는 소멸 섹션에서 그가 전한 이야기.

아늑한 가정생활로부터 하루아침에 밀려난 상황에 휩쓸려, 마치 고독이라는 가시밭길을 운명적으로 선택한 사람처럼 화가의 길로 들어선 책임을 져야 했겠죠. 그는 자신을 위해서라고 성공해야 했어요. 고갱은 죽어서라도 상처받은 자존심을 회복하고 존경을 얻을 필요가 있었거든요. 딸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 가정을 버리고 유토피아를 꿈꾸었지만 무엇 하나 얻은 것이 없는 것에 대한 허무함이 그림에 모두 녹아들어 있네요. - page 72 ~ 73

그래서일까.

그의 <슬픈 자화상>이 애처로워보였습니다.

예전 자화상과 비교해 보면 사뭇 다름을 느끼게 됩니다. 절제된 선과 터치 그리고 어떠한 설명도 없습니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먹은 만큼 죽을 준비를 더 많이 해야 한다는 것임을 느끼게 해주는 슬픈 자화상이네요. - page 76

​

 


명화에 대한 편견을 깨준 <명화는 미술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 피에르 보나르>.

​

 


당대의 광고물에 강한 인상을 남긴 그.

비평가 '펠릭스 페네올'은 그를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4월에 파리의 전시회장에서 볼 수 있었던 병풍 그림들과 광

고 도안에서와 마찬가지로, 피에르 보나르는 작품 자체를 부

분적으로 가리는 아라베스크풍의 모티프 뒤에서 작품을 구

성해 나가는 것이 좋았다.

- 비평가 펠릭스 페네올

그를 보고있으니 '살바도르 달리'가 떠올랐습니다.

우리가 200원이면 살 수 있는 막대사탕 '츄파춥스' 이미지를 완성한 그.

명화가 우리 일상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화가들의 뮤즈이면서 자신의 자화상과 여성 누드화를 주로 그렸던 '수잔 발라동'의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세속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만의 삶을 살았던 '발라동'.

파란만장 했던 삶속에서도 온전히 자신을 세워 잡초 같은 인생을 살아 온 수잔 발라동을 바라보며 전한 당대의 화가들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파블로 피카소, 조르주 브라크 등 당대의 화가들이 장례식장에 와서 꽃을 올려놓은 것을 보니 예술인으로 화단에서는 성공한 삶이다. 그녀의 그림을 보고 "당신도 이제 우리 부류군!"하고 말했던 드가가 저승에서 수잔 발라동을 다시 만나면 "자네도 이제 이쪽 부류군."하고 농담할 것 같다. - page 200


'대가'라는 명성답게 그들의 삶은 그리 순탄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작품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아마 이 책에서 전한 삶과 예술에 대한 뒷담화는 '발라동'이 남긴 말속에 해답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예술은 우리들이 증오하는 삶을 영원하게 만든다.

- 수잔 발라동


'오늘의 화가'가 또다시 '어제의 화가'를 만나는 일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아직도 궁금한 화가가 많기에, 알고 있는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고 싶기에.

거장과의 뒷담화.

너무나 흥미롭고 즐거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초록이 가득한 하루를 보냅니다 - 식물 보듯 나를 돌보는 일에 관하여
정재경 지음 / 생각정거장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에도 '식물'과 관련된 『도시 속의 월든』이란 책을 읽었기에 이와 연계되어서 또 다른 책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발견하게 된 책.


이 문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롯이 나를 위한 것을 생각하는 여유

'꽃을 피우는 시기는 다 달라'

'나'라는 '꽃'을 피우기위해 어떻게 해야할지 그녀의 일상을 통해 느끼고 싶었습니다.

『초록이 가득한 하루를 보냅니다』


저 역시도 '미세먼지'로 인해 우리집 거실의 공기 정화를 위해 '식물'을 키우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녀 역시도 그랬습니다.

미세먼지 때문에 식물을 많이 키우게 되었지만, 조용히, 제 자리에서 자기답게 사는 식물의 모습을 지켜보며 내 몸과 마음, 생각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식물처럼 매일 성장하고 싶어졌고, 식물이 주는 긍정의 힘을 나누고 싶어 슬을 쓰기 시작했다. 식물은 소리 없이 사람을 바꾼다. - page 19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식물킬러'였기에 선뜻 식물을 키우기가 쉽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같이 배우는(?) 입장에서 조금씩 더디지만 천천히 다가가다보니 어느새 지금까지도 초록빛을 내며 우리집 거실을 지키고 있습니다.


처음에 식물을 선택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저자를 먼저 만났더라면 내 손에서 죽어가진 않았을텐데......

 


식물이 죽었다고 자책할 필요가 없는 이유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런데, 왜 '다 죽인다' 생각하는 걸까. 아마 내 손에서 생명이 죽어나간 경험이 마음에 남아 생긴 트라우마일 가능성이 크다. 식물은 아무리 열심히 돌봐도 죽어버릴 수 있다. 그냥, 자연의 이치인 거다. 같은 땅에 씨를 뿌려도 모든 씨앗이 싹을 틔우지는 않는다. 비슷한 크기의 해피트리 다섯 그루를 같은 날 데려와 똑같이 관리했는데도 잘 큰 나무가 있었고, 덜 자란 나무, 죽어버린 나무도 있었다. 살아있는 건 모두 그 마지막을 알기 어렵다.

처음부터 건강하지 못한 식물이 내게 왔을 가능성도 있고 초보 가드너에게는 역부족인 식물을 골랐을 수도 있다. - page 51


특히나 이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환경을 완벽하게 제어하려는 시도는 애초에 불가능한 일일지 모르겠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폭풍우에도, 태양이 내리쬐는 가뭄에도 생명을 유지하는 일, 바다에 떠 있는 부표처럼 파도에 따라 흔들리며 유연하게 균형을 잡는 일. 자연을 닮은 자연스러운 일에 눈길이 가고, 균형을 이루는 생활을 생각하는 요즘이다. - page 78

마치 우리의 모습인 듯 느껴졌습니다.

험난한 세상 속에 굳건히 버티고자 기를 쓴다면 결국 쓰러지고 마는, 그렇기에 보다 자신에게 너그러이 돌봄이 필요하다는 것이, 나를 닮은 가장 나다운 것의 생활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곤 하였습니다.


나무의 '나이테'가 우리에게 전하는 것이 아마 이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진짜가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 노력과 성실, 겸손, 성과 등 많은 추상적 요소가 필요한데, '오랜 시간'도 빠질 수 없다. 과거의 실수가 켜켜이 쌓여 단단한 오늘이 되고, 성실한 오늘이 내일을 이끈다. 레이어가 여러 겹 쌓여 각자의 고유한 건축물이 완성될 거다. 하루하루 성실하게 보낸 티끌 같은 일상을 돌아본다. - page 168 ~ 170

나의 레이어는, 아니 내 속의 나이테는 얼마나 쌓여 있을까......


책을 통해 식물로부터 본연의 모습대로 매일매일 나만의 속도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언젠가 '나'라는 식물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였습니다.

그리고 나 뿐만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나의 남편의 식물이 모여 초록의 숲을 만들어갈 모습.

너무나 기대가 되었습니다.


가만히 식물을 바라보며 잠시 내 모습을 되돌아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로마 산책 - 이탈리아 문학가와 함께 걷는 ㅣ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가와시마 히데아키 지음, 김효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로마'라고 하면 딱 떠오르는 것이 있습니다.

<로마의 휴일>에서 공주로 나온 여배우 오드리 헵번이 동전을 던지던 곳 '트레비 분수'.

특히 이 연못을 등지고 서서 동전을 던져 넣으면 다시 로마를 방문할 수 있다는 속설도 있기에 언젠가 꼭 가서 동전도 던지고 '젤라또 아이스크림'도 먹으면서 그녀처럼 그곳을 거닐고 싶었습니다.


이번에 읽게 된 이 책은 '이탈리아 문학가'가 로마에 머물던 경험과 풍부한 지식, 교양을 담아 우리를 생생한 로마의 거리로 안내해 준다고 하기에 방구석에서 잠시나마 로마 여행을 떠나고파 읽게 되었습니다.

『로마 산책』

 


그는 로마 사정이나 로마에 대한 내용이 아닌 '영원의 도시' 로마를 쓰고 싶었다고 하였습니다.

로마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거리마다 담긴 이야기를 건네주었습니다.

그래서 그 걸음걸음이 느리지만 그만큼의 세월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와 함께한 로마의 산책길.

​


선명한 사진이 없었기에 더없이 로마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우리의 상상력과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였습니다.

그리고 굳이 순서를 지키며 읽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저 마음이 내키는대로 읽고 싶은 부분을 먼저 읽어도 전혀 무리가 없었고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산책'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로마에 대해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유럽 여행 중 로마에서 반나절가량 자유 시간을 즐긴다면?' - page 10

그곳은 바로 고대, 중세, 르네상스, 바로크 그리고 일그러진 근대의 광경까지 눈앞에 펼쳐지는 '캄피돌리오 언덕'이었습니다.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가 설계한 이곳은 '영원의 도시' 로마의 재생에 투신하게 됩니다.

그리고 위대한 시인 '괴테' 도 캄피돌리오 광장에 서서 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렇다, 드디어 나는 세계의 수도에 도착했다.... 이제 이곳에 오니 비로소 마음이 안정되어 평생 마음의 평온을 얻을 것 같다. 부분적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모든 것을 직접 두 눈으로 보니 새로운 삶이 시작된 듯하다. 젊은 날의 모든 꿈들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내가 기억하는 최초의 동판화 - 아버지는 현관에 로마의 전경도를 걸어놓으셨다 - 를 직접 눈으로 보고 있다.' - page 29

동판화 속 '깊은 틈새'를 통해 뒤편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모습.

그 모습을 볼 수 있는 이곳은 로마를 가게 된다면 반드시 가야할 곳이었습니다.


'영원의 도시' 로마를 규정하기 위해선 일곱 대성당의 순례길을 걸어보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일곱 대성당 중 여섯 곳은 로마시의 가장자리에 성벽 안팎으로 아슬아슬하게 있지만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은 예외라고 합니다.

이 성당은 그리스도교 도시의 중심에서도 가장 높은 장소에 세워져 이른바 순례지의 중심축과 같은 구실을 하고 있다는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

특히나 이 성벽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우렐리아누스 황제의 성벽은 약 2,000년에 걸쳐 로마의 역사를 수호하는 중대한 구실을 했다. 과연 요즘 시대에 성벽만큼 보수적인 건축물도 없을 것이다. 피로 얼룩진 전쟁의 무대였던 성벽이 마치 흘러간 세월의 증인이라도 되는 양 우리 앞에 가로놓여 있다. 하지만 성벽만이 아니다. 성벽 안쪽의 거리와 광장에서도 수많은 이들이 피를 흘렸다. 로마의 거리를 걷다 보면 저도 모르게 되살아나는 역사의 기억과 함께 포석 사이에 스며 있는 피의 흔적을 떠올린다. - page 105


그리고 '베키아 로마'를 남북으로 걸을 때 반드시 가로질러야 하는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대로.

이곳은 옛 거리의 파괴자, 저주 받은 거리가 들어서기 전에는 '베키아 로마'에 신호등이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고대, 중세, 르네상스, 바로크로 이어져온 도시의 생명이, '베키아 로마'에 사는 민중의 삶이, 사람을 위한 거리가 이 무리한 대로 공사 때문에 파괴되고 말았다. 대로 공사를 감행한 목적이 정치에 있었다는 것은 그 이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대로. - page 265

참으로 씁쓸하였습니다.


이 책의 처음과 끝은 언덕에서 시작하여 언덕에서 끝났습니다.

어둠이 내린 자니콜로 언덕 위에서 '영원의 도시'를 덮은 짙은 밤하늘에 별이 반짝이기 시작할 때, 캄피돌리오 언덕의 실루엣을 눈으로 쫓으며 하늘로 날아오르는 천마와 쌍둥이 신을 상상하며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 page 309

긴 산책이었습니다.

내 걸음이 닿는 곳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었고 그 사람들의 피, 땀, 눈물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에도 그 자리를 지키며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해내고 있었습니다.


단순한 여행길이 아니었기에 더없이 좋았습니다.

느릿했기에 보다 거리마다, 성벽에서, 언덕 위에 불어오는 바람과 해, 별이 전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책장을 덮고나니 조금은 피곤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피곤이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