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이 없다
조영주 지음 / 연담L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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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출판사 중 한 곳입니다.

'연담L'

페이지를 넘기는 극강의 재미를 선사하는 이 출판사의 소설들을 찾아읽곤 합니다.

『일곱 번째 배심원』으로 시작하여『내가 죽였다』, 『암흑검사 1, 2』에 이어 만나게 된 이 소설.

이 문장이 제 마음을 흔들어놓았습니다.


"이 책들요. 누가 반전만 싹 찢어갔어요."

『반전이 없다』

 


첫 장에 나온 우리의 형사님.

친전은 참을성이 강했다. 한번 목표로 삼은 추리소설은 어떻게든 손에 넣었고, 아무리 재미 없는 추리소설이라도 일단 손에 잡으면 에필로그를 볼 때까지 내려놓지 않았다. 잠복을 설 때도 마찬가지였다. 교대조가 오기 전까지 엔간해서는 소변도 보지 않았다. 지금 친전은 이 참을성을 한 남자의 미행에 쏟고 있었다. - page 13

자신의 휴대전화 속 얼굴과 비슷하다 못해 같은 사람임에 분명하다고 느끼지만 확신은 들지 않습니다.

또다시 몸을 돌리며 발로 허공을 툭툭 차며 다시 한번 손에 든 휴대전화 속 사진들과 사람들의 얼굴을 비교해 봅니다.


안면인식장애.

1년 전 그는 사람의 얼굴을 구분할 수 없었습니다.


오늘도 그는 성산초교 뒷골목 어린이집으로 발걸음을 향합니다.

손자 '나무'를 데릴러 가는 길.

고만고만한 아이들 사이에 끼여 있는 손자를 찾는 일은 지명수배범 찾기만큼이나 힘든 일입니다.

결국 포기하고 하원을 돕던 교사에게 말을 붙입니다.

"저기, 미안한데......"

"어머, 이 형사님." - page 20

손자의 손을 자바고 집으로 오는 길.

평소 손자는 어린이집을 나설 때마다 "골목 대탐험!"하고 외치는데 오늘따라 손자가 얌전합니다.

아니, 친전의 뒤에 숨다시피 하고 연신 두리번거리는 것이었습니다.

"우비 할배가 무서워." - page 21

그런데 손자가 뜻밖의 요구를 합니다.

"할부지, 우비 할배 잡아줘!"

"응?"

"우비 할배 잡아줘. 할부지는 나쁜 사람 잡아주는 사람이잖아." - page 22


손자를 위해 어린이집 앞에서 잠복을 시작합니다.

일주일째, 우비 할배 찾기는 전혀 진전이 없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한 통의 메시지가 도착합니다.

- 뭐 하냐.

친전보다 먼저 정년을 맞은 후 소일거리로 구청에서 시간제 근무를 하고 있는 50년 악우 김씨가 호출을 합니다.

그런 악우의 호출이다.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이게 친전이 생각하는 의리였으니까. 이런 생각으로 발을 서두른 친전은 얼마 못 가 당황하고 말았다. 문제의 목적지, 붉은 기와를 얹은 단층집에는 친전보다 먼저 온 불청객이 있었다. 그 불청객의 이름은 죽음이었다. - page 28


천장은 뚫려있고 고인의 얼굴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뭉개져버린, 책더미 속에 우비를 입은 채 사망한 그를 보고 친전은 이렇게 말을 합니다.

"살인이다." - page 36


딸랑.

한참 책을 보던 친전의 귀에 익숙한 2층 현관문에 달린 방울 소리가 납니다.

"이천진 선배님, 어디 계십니까?" - page 46

여자는 낯선데 말투는 익순한 그녀.

"거기 계시는군요. 김나영입니다. 방금 전 현장에서 뵌." - page 46

정의정의 파트너인 그녀가 그를 찾아왔습니다.

책들을 가지고, 그것도 사건현장에 있던 책들.

"이 책들 말이죠, 반전이 없는 거 아셨어요?"

친전은 그 말에 책장을 넘기던 손을 멈칫했다.

"누가 반전만 싹 찢어갔어요."

...

그런데 정말 반전이 없었다. 하나같이 뒤쪽이 한 뭉텅이씩 잘려나갔다.

"이상한 건 그뿐이 아니에요."

나영이 씩 웃으며 덧붙였다.

"살해 도구가 아닌데도 반전이 찢긴 책이 하나 더 있더라고요."

"그 책이 뭡니까?"

"이거예요."

나영이 내민 일곱 번째 책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ABC 살인 사건》이었다. - page 47 ~ 48


그렇게 그는 나영과 함께 사건 현장에 돌입하게 됩니다.

살인 사건은 반전이 사라진 추리소설 속 단서를 쫓으면서 또 다른 살인 사건을 맞이하게 되고 그 사건들 사이엔 20년 전의 추악한 진실과도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초이세는 조금 더 뜸을 들이더니 개구쟁이 같은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판권 페이지에 이름이 올라온 인물들을 차례로 죽이는 거요. 이왕이면 그 인물들의 이름이 실린 책으로 때려죽인다면 더 그럴듯 하겠죠. 그거 아십니까? 책은 아주 훌륭한 살해 무기가 될 수 있어요. 특히 몇 권이고 묶어서 때리면 엄청난 흉기가 되죠."

친전은 그 말에 대꾸할 뻔했다. 알고 있습니다, 이미 두 사람이나 책에 마ㅏㅈ아 죽었거든요, 라고.

"한 가지 더 여쭤봐도 될까요?"

가까스로 친전이 입을 다문 건 나영이 재빨리 다른 질문을 꺼낸 덕이었다.

"선생님께서 그 소설을 쓰신다면 말입니다. 만약 살인자가 피해자에게 지정된 옷을 입힌다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예를 들어 살인자가 자신의 우비를 피해자에게 입힌다면, 살해한 후 피해자의 두 손을 모아 가슴 위에 포개어 올려준다면요."

'이건 거의 수사 협력 수준이 아닌가?'

친전은 지나친 게 아닐까 생각하면서도 초이세의 반응을 살폈다.

"우비는 맥거핀." - page 178 ~ 179


소설의 마지막엔 천진이 관계자를 불러낸 후 추리 쇼를 하게 됩니다.

마치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에서처럼 말입니다.

끝내 밝혀진 20년 전 살인 사건의 진상과 현재 일어난 살인 사건의 연관성.

그리고 추리 쇼가 끝난 후.

"죄송합니다."

추리소설과 꼭 같은 일이 일어났다.

"죄송합니다. 제가 다 죄송합니다......" - page 336

참으로 씁쓸하였습니다.


천진 형사의 모습은 애거사 크리스티에 등장하는 탐정 프와로와도 닮아있었습니다.

사건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사색형 탐정.

그리고 사건을 진실을 향해 가는 이들의 모습.

"사건에도 그런 게 있으면 좋겠네요. 일기예보 같은 거 말이에요."

"몰랐습니까?"

"뭘요?"

"사건의 일기예보, 그게 바로 우리의 일이라는 거. 지금까지 일어난 사건의 정보를 모아 다시 일어날지도 모를 사건을 예측하고,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는 일 말입니다." - page 236

그들이 있기에 억울하게 죽은 이가 없음을, 그리고 우리가 이렇게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추리 소설에서 또 추리 소설이 등장하여 너무나 반가웠고 흥미로웠습니다.

역시나 '반전의 묘미' 때문에 오늘도 추리 소설을 읽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금 애거사 크리스티 소설을 찾아읽어야겠습니다.

그리고 이 소설을 다시 읽으면 놓쳤던 또 다른 재미를 발견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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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 ㅣ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56
릴리아 지음 / 북극곰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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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가진 이 아이.

알고보니 작고 귀여운 오징어 '딩동'이었습니다.


딩동이 빤~히 우리를 쳐다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이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하였습니다.

우리에게 마치 초인종을 누르며 다가온 그의 이야기.

『딩동』

 

​

눈 내리는 어느 날.

저기 한 아이가 보였습니다.

너무나도 작고 귀여운 아이.

하지만 많이 쌓인 눈 속에 파묻히기 일쑤인 오징어 '딩동'.​

​

 


눈 속에 파묻혀 있을 줄 알았는데 눈 떠보니!

어멋!

눈 앞엔 자신보다 더 훨씬 크고 푸근한 북극곰 '푸푸'가 잠들어있었습니다.

​

 


너무나 놀란 딩동은 푸푸를 '괴물'이라 여기며 어서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자 합니다.

그러다 그만......

푸푸를 깨우게 됩니다.

​

 


푸푸는 오히려 딩동에게 묻습니다.

근데 왜 소리를 질렀어?

꿈이라도 꾼 거야?


응! 무서운 괴물 꿈!


괴물이 뭔데?


딩동은 괴물에 대해 설명합니다.

그런 그에게 오히려 푸푸는 자신이 더 크고 힘이 세다고 합니다.

딩동이 이야기하는 괴물이 누군지 모른채......


다시 잠이 든 푸푸.

'기회는 이때다!'라며 도망치려는 딩동은 하나의 편지를 받게 됩니다.

​

 


과연 그들은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아이도 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푸푸와 딩동은 친구가 되었다고 결론을 지었습니다.

그러곤 푸푸가 일어나면 같이 울라프를 만들면 되겠다며 책을 읽은 후 그들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곤 하였습니다.


딩동을 보면서 오히려 저는 '어른'들의 모습이고 푸푸가 '아이'들의 모습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어른들은 '다름'에 대해 우선 경계를 하게 되고 무서움을 느끼지만 반면 아이들은 항상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어린이에서 어른으로 갈수록 '친구' 사귀기가 힘들어지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이와 함께 처음엔 딩동의 행동에 깔깔 웃으면서 읽었지만 마직막에 선사한 푸푸의 진한 감동.

곧 있으면 새로운 반에 새 친구를 만들 우리 아이에게도 값진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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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달님만이
장아미 지음 / 황금가지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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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에......

참으로 오랜만에 들어본 문구였습니다.

 이 문구를 만나면 자연스레 뒷문장은 이러했었는데......

호랑이가 담배를 피던 시절에......

(옛날 사람인 거 인정하게 되는건가?!)


이 소설은 그동안 접해보지 못했던 장르였습니다.

민담과 판타지의 결합.

그래서 만들어진 새로운 '한국형 판타지 소설'.

그래서 더 기대가 되었습니다.

우리네 전승 민담인 '호랑이', '무당', '굿', '이무기'가 어떻게 표현될지.

"옛날 옛적에 한 소녀가

호랑이 등에 올라타 바다를 건너오니

그 섬에도 그리하여

범의 자식들이 살게 됐도다."


​『오직 달님만이』


운혜에 밟히는 치맛자락을 끌어 올리며 산기슭을 가던 열아홉 살 '모현'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모현은 서른하고도 여섯이었고 형부인 단오와 함께 밤길을, 그것도 산을 오르고 있었습니다.

"범님 때문이오."

새치름한 눈을 더욱 가늘게 뜨고 무당 천이는 외쳤다.

"범님께서 채울 수 없는 허기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요. 이 모든 화는 그 때문이요. 검은산에 머물며 우리를 보살피시는 그분, 범님의 굶주림 때문에. 노여움 때문에." - page 10


호랑이의 재물이 된 그녀 모현.

그동안의 호랑이 신부는 살아 돌아오지 못하였습니다.

사실 네 번째 신부로 선택된 이는 모현의 언니 희현이었습니다.

하지만......

모현을 붙들고 희현이 귀엣말을 속삭였다.

"나는 네게 마지막 남은 피붙이지? 그렇지, 모현아?"

그 음성이, 손이 불덩이 같았다. 다가선 누구에게나 옮겨붙고 말 돌림병 같은 열기.

"나를 죽게 버려두지 마. 너는, 너만은 그러면 안 되잖아.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데. 어떻게 지켜왔는데. 알잖아."

모현이 숨죽여 흐느꼈다.

"네게는 내가 하나뿐인 혈육이잖아. 허나 저길 봐. 나한테는 아이가 있어. 혼인도 했지. 그렇지만 모현아, 너는 혼자지. 나밖에 없지. 살려줘. 이대로 놓아버리지 마. 저 아이들을, 네 식구들을. 이렇게 부탁할게." - page 42

언니의 간곡한 부탁.

모현은 어떤 감정으로 이러한 선택을 한 것일까.

치기? 책임감? 애정?

결국 그녀는 몸을 일으켜 외칩니다.

"천이 님께 간청드리오니, 제가 산군님의 신부가 되겠습니다." - page 43


언니 대신에 호랑이 신부가 되기로한 모현.

그런 모현에게 언니는 어머니가 품에 지니고 다니던 소지품이었고 그들 자매가 잃지 않은 유일한 과거의 물건이기도 한 오동나무 재질의 칼집과 손잡이를 줍니다.


그렇게 형부와 산에 오르던 중 갑자기 형부는 태도를 돌변하기 시작합니다.

"괜찮다니까."

단오가 실실거렸다.

"힘 빼지 말자니까, 처제." - page 14

자신의 더러운 욕망을 채우려던 그에게 벗어나고자 품에 안고있던 칼을 꺼내들게 되고 그 순간 호랑이도 나타나게 됩니다.

호랑이는 단숨에 단오를 덮쳤고 그사이 도망가려던 그녀 앞에 호랑이는 다시 등장하게 됩니다.

그 순간, 기이하게도 무릎을 꿇고 앉은 모현의 귓가에 낯선 남자의 음성이 울려 퍼지게 됩니다.

"그대였어. 그대를 찾기 위한 여정이었지. 잘 왔다, 소녀야. 이로써 예언은 이루어졌으니." - page 25

호랑이가 주둥이를 벌려 모현의 어깻죽지에 이를 박고난 뒤 그 상처 부위를 핥는 혓바닥의 감촉을 느끼게 됩니다.

으르렁 거리는 호랑이.

무언가 느닷없이 호랑이의 뒤편에 나타난 거대한 형상.

모현이 중얼거렸다. 이 밤, 이 골짜, 기에서, 도대, 체 무, 슨 일이.

질문의 매듭을 짓기도 전에 모현은 정신을 잃고 말았다. - page 26


그렇게 모현은 고을 수령인 홍옥 나리의 등에 업혀 마을에 돌아오게 됩니다.

살아 돌아오지 못할 거라 여겼는데......

그런데 남편의 죽음이 동생 때문이라 여기는 희현은 모현에게 오히려 분노하게 되고 결국 언니의 '한'은 절정에 이르며 두 자매의 갈등 속에서, 세상의 모진 역경 속에서 헤쳐나가는 동생 모현의 이야기가 소설 속에 그려져 있었습니다.


단숨에 읽어버린 이 소설.

결국 소설의 마지막은 이러했습니다.

그 틈을 빌어 산과 바다에 동시에 울리도록 모현이 목청 높여 외쳤다.

"들어라. 무당은 죽었다. 그 몸을 지배하던 장수의 넋 역시 사라졌다. 범님이, 용님이 그대들을 지켜주셨다."

땅에서는 호랑이가 울었고 하늘에서는 용이 부르짖었다.

"내 그대들에게 이르노니 더는 인산공양을 올리지 말기를.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약한 이를 바쳐 목숨을 부지하려 하지 말지니 다만 서로를 도와 마을을 구원하도록 해라. 그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사람을 살리는 일인 바."

그 선언에 힘을 보태려는 듯 호랑이가 다시금 포효했다. 횃불마저 꺼뜨릴 듯 힘찬 울부짖음.용이 꼬리를 끌며 밤하늘을 유영했다. 그 미상이 참으로 유려했다.

"범님! 용님!" - page 415

그렇게 모현과 미유는 호랑이 등을 타고 더 넓은 세상으로 떠나게 됩니다.

남자니 여자니 노인이니 아이니 할 것 없이 마을 사람들이 한목소리로 그들의 앞날을 축복해주었다.

"옛날 옛적에 한 소녀가 호랑이 등에 올라타 바다를 건너오니."

미유가 그 노래를 받아 불렀다.

"그 섬에도 그리하여 범의 자식들이 살게 됐도다." - page 417 ~ 418


모현을 보면서 마치 <겨울왕국>의 '엘사'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헤쳐나가며 성장하는 모습이.

하지만 왜 그녀에겐 마음씨 좋은 언니가 없는 것인지......


모현을 통해 잠시 주저앉아 있던 저에게 자극제가 되었습니다.

저에게 두려움을 앞서는 용기를 보여준 그녀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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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우 미 백
A.V. 가이거 지음, 김주희 옮김 / 파피펍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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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은 워낙 SNS가 활발하다보니 연예인 역시도 온라인 상으로 쉽게 만날 수 있고 흔히 말하는 '팔로우'도 가능해 언제든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팬의 입장으로 보자면 좋겠지만 가끔은 도가 지나쳐 그 결말이 끔찍하게 날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 소설을 읽기 전 이 문구에 눈길이 갔습니다.

모든 이가 당신은 모르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소설이라는 '픽션'이 '논픽션'처럼 느껴지는 이 소설.

쉽게 넘어갈 수 없었습니다.

『팔로우 미 백』


책장을 펼치면 우선 만나게 되는 <신문조서>.

2016년 12월 31일 오후 8시 42분

사건번호 124.678.21-001

공식 경찰 조사 기록

수사관과 에릭 쏜의 대화가 보입니다.

테사를 찾는 에릭 쏜.

수사관  처음부터 시작합시다.


에릭 쏜 처음? 처음이요? 음반 계약 맺은 날부터요? 아니면, 처음 기타를 들었던 날? 그때 전 네 살쯤이었어요.


수사관  테사 하트를 이야기하는 겁니다. 당신과 테사 하트 씨가 처음 어떻게 알게 된 건지.


에릭 쏜 트위터로요. 지난여름에요. 8월쯤이었던 것 같네요. 사실은 그 전부터 시작됐죠.계정을 만들기도 전에...(멈춤)


수사관  말씀을 계속하세요.


에릭 쏜 사실... (멈춤) 사실 처음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모든 건 지난 6월에 도리안 크롬웰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어요. 아시죠? 보

            이밴드 멤버였던 도리안 크롬웰.


...


"포스 디멘션의 리드 보컬 도리안 크롬웰이 오늘 아침 런던 템즈 강에서 엎어진 채 떠 있는 사체로 발견되었습니다." - page 13


그리고 시간은 거슬러 올라가게 됩니다.

2016년 8월 12일

닥터 리건과 테사의 대화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점이 있었습니다.

심한 광장공포증을 앓고 있는 그녀가 유일한 사회로의 통로는 바로 SNS였습니다.

그런 그녀의 계정이 한순간 난리가 나게 됩니다.

"원래는 다른 팬들과 공유하려고 한 건데, 에릭의 섹시한 사진을 잔뜩 올리고 제가 쓴 글을 링크했거든요. 그런데 그게 그냥... 아주 난리가 났어요. 순식간에. 처음엔 어느 유명한 에릭 쏜 팬 하나가 그걸 리트윗하더니, 그걸 @Relatavle이 리트윗하고, 그다음엔 @Flirtationship이 리트윗하고. 그리고는... 그다음은 잊어버렸는데, @GirlPosts? 아니면 @SoDamnTrue? 아무튼, 모두들 팔로우하는 엄청 큰 계정들이에요. 그러고 나니까 삽시간에 확 퍼졌어요. 1위를 찍은 게 수요일? 아니, 목요일이던가? 여기 이거요." - page 24

짐작도 못할 만큼 어마어마하게 많은 이들에 의해 퍼져나가고 있는 그녀의 SNS.


이어 에릭의 이야기가 나타납니다.

"왜 또? 뭐 필요한 거 있어?"

모리는 잠자코 에릭의 핸드폰 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게, 소셜 미디어 쪽에 문제가 좀 있어서 말이지. #에릭쏜중독이 하룻밤 새에 3위로 떨어졌더라? 그러니까 네가 힘 좀 써달라는-"

"싫어!"

매니저의 손이 닿기 전에 에릭은 핸드폰을 낚아챘다.

"그냥 살짝 팔로우 좀 해달라는 거야. 팬 계정 몇 개만 팔로우해. 너도 뭔지 알잖아?"

토할 것 같다. 진심이야? 진심에서 방금 모리가 저딴 소리를 한 거야? 음반회사 측은 뉴스도 안 봐? - page 28


회사에서는 SNS를 통해 그를 마케팅하려 하지만 에릭은 썩 내키지가 않습니다.

이미 도리안 크롬웰에게도 벌어진, 사생팬과 맞팔한 도리안 크롬웰의 사고는 에릭에게도 큰 충격을 주었지만 자신의 의지로 어찌 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된 그는 결국 테사의 계정에 팔로우를 하게 됩니다.

#에릭쏜중독

2190만 트윗

아침에 눈을 뜬 뒤로 고작 30분 사이에 10만 명이 더 늘었다. - page 36 ~37


난 아무것도 잘못한 거 없어. 에릭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냥 아주 작은 선의의 거짓말일 뿐. 해가 될 것 같으면 그냥 다 접ㅈ으면 그만이다. 안녕 잘 가 인사하고 계정 비활성화. 그리고 유령 같은 남팬 테일러는 트위터상에서 영원히 사라지는 거다.

마음 한구석으로는 진작에 그만뒀어야 한다는 걸 안다. 본인에게는 작은 선의의 거짓말이라 해도 타인의 관점에서는 달라 보인다는 것을 안다. - page 190​

하지만 그들은 SNS에서 처음의 의도와는 달리 서로 위안을 받게되고 어느새 두 사람은 서로에게 특별하게 여겨지기까지 합니다.

그리고는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으로 그들은 만남을 추진하지만......


그런데 그 판타지마저도 그의 것일 뿐, 테사는 생각이 다르다. 테사는 에릭 쏜을 원하지 않는다. 현실에서는. 뮤직비디오와 팬픽 밖의 에릭 쏜에겐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그렇다고 테사를 탓하는 건 아니다. 그녀는 평범하기를 원하는 거니까. 그 역시 그러길 얼마나 바라왔던가. 평범한 직업, 평범한 친구들, 평범한 집, 평범한 청구서. 평범한 데이트를 할 수 있는 평범한 여자친구. 언젠가는 평범한 아내까지. 어쩌면 평범한 미니밴에 태우고 다닐 평범한 아이들 몇 명까지. 이렇게 묶여있는 상황만 아니었다면 그도 다 가질 수 있었을 거다. 어쩌면 테사까지도. - page 381


소설로만 그칠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실제 이 소설은 BTS 이전 빌보드 어워드 톱 소셜 아티스트 상을 6년 연속 수상하며 최고의 인기를 누렸으나 심한 우울증으로 활동을 중단하다시피 한 '저스틴 비버'의 그림자가 짙은 작품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비버뿐 아니라 국내 연예인에게도 최근에 우울증으로 인해 목숨마저 끊는 일이 발생하고 있으니 마냥 넘어갈 수 없는 현상이었습니다.


팬과 연예인과의 관계.

서로가 있어야 가능하겠지만 그 선을 지킨다는 것이 참으로 어려움을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침대에 누워 상반신을 드러낸 채 강력 접착테이프에 묶이고 재갈 물린 에릭 쏜.

천 개가 넘는 리트윗 수를 보자 에릭은 온몸이 떨렸다. 어떻게 이런 사진을 보고도 혐오감을 일으키지 않는 사람들이 어떻게 천 명이나 된단 말인가. 이들에겐 누군가가 이 사진을 실제 상황으로 만들기 전까지는 그냥 다 장난이고 게임인 거다. - page 221

누군가에겐 장난이고 게임인 것이 누군가에겐 상처가 되고 심하면 그들의 목숨마저 노리는 행위인 것입니다.

보다 성숙하고 올바른 SNS 문화가 형성되기를, 그 전에 '인간'이 되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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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모 있는 IT 상식
정철환 지음 / 원앤원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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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SNS, 공유경제 서비스 등.

이제는 너무나도 일상적으로 쓰이는 용어들입니다.


이런 단어가 나온지는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가는 IT 기술의 현실 속을 살아가면서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이제 앞으로 살아가는 우리에겐 너무나 중요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기에 보다 그 의미를 알아보고자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IT 상식』

 


'빅데이터'를 피부로 느끼게 한 사건은 아마 2016년 미국의 대통령 선거였습니다.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당선 가능성이 힐러리 클린턴이 높았지만 결과적으론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이 되었고 몇몇 언론에서는 뒤늦게 선거 전 빅데이터 분석에서 예측된 결과라고 하였습니다.

그럼 왜 여론조사와 빅데이터에는 차이를 보이는 것일까?

책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구글의 검색어 분석 결과와 사회과학적인 분석 결과를 비교하면서 사람들의 진실한 생각은 결국 구글의 검색어 분석 결과에 더 가깝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왜 그럴까? 구글의 검색은 익명으로 이루어지고 개인적이며 무엇보다도 솔직하게 입력해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 page 20

그럼에도 빅데이터 분석에 의존하기에는 역부족임을 일러주었습니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솔직하지 않은 생각과 가식으로 넘쳐난다면 그 분석에 의존한 결과는 실제 시장이 원하는 방향과 다를 수 있다. 최근 페이스북이 광고로 넘쳐나는 것도 문제 중 하나다. 결국 페이스북도 매스미디어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빅데이터 분석 대상의 핵심으로 여겨졌던 SNS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 page 20 ~ 21


책에선 IT 기술 발전이 가져온 어두운 면도 시사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양극화가 화두다. 그런데 사실 양극화라는 말은 IT 분야에서는 어울리지 않는다. IT 분야는 양극화에서 두 극의 크기가 어마어마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양극화보다는 승자독식을 의미하는 소수 집중이 더 어울린다. 이는 곧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승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라는 뜻으로, 효율과 경쟁력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IT 분야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승자독식 현상이 진행되어왔다. 데이터베이스, 하드웨어, ERP/OA 소프트웨어 분야는 물론 소셜, 모바일 분야에서도 소수 집중은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IT가 발전함에 따라 여러 산업의 몰락이 진행되었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어느 누구도 이러한 변화를 막을 수도 거스를 수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IT 기술의 발전이 오히려 IT 시장의 성장 침체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온 것은 아닐까? 앞으로 등자아할 새로운 기술은 또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 page 45

특히나 우리나라의 기업에 대한 이야기는 쉽게 넘어갈 수 없는 문제에 도달하였음을 일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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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대한민국을 이끌 훌륭한 리더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저희 집에도 인공지능 스피커가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이 스피커가 보고싶은 영상을 보여달라고 하고 저는 필요한 정보에 대해 물어보곤 합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SF 영화는 어디까지나 영화일 뿐이지만 언젠가는 현실화될 모습이기도 하다. 영화에서처럼 자연스러운 음성대화 방식 인터페이스가 가져올 영향력은 매우 클 것이며, 음성대화 방식은 미래 컴퓨터 인터페이스의 핵심으로 등장할 것이다. 다만 아직까지 기술이 덜 발전했을 뿐이다.

더구나 미래 산업의 핵심이 될 로봇 분야를 생각해 보면 더욱더 분명해진다. 이미 일부 자동차회사는 음성인식 기능을 자동차에 채택하고 있고 앞으로도 관련 기술은 더욱더 발전할 것이다. 아이들도 궁금한 것이 있을 때 더 이상 부모에게 묻지 않게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 자연스러운 대화 방식이 사람과 컴퓨터 사이에 가능해진다고 해도 나는 컴퓨터와 사랑에 빠져 컴퓨터를 질투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 page 212 ~ 213


매체들을 보면 '5G'에 대한 보도가 뜨겁습니다.

기존의 LTE 대비 최대 20배가량 빠른 속도.

그리고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이를 혼합한 MR(Mixed Reality),

점점 더 넓은 범위에서 활용될 기술들 속에서 저자는 마지막으로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아마도 2020년은 기업의 IT 패러다임에 큰 변화가 시작될 해가 될지도 모른다. 4차 산업혁명을 비롯한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기반 컴퓨팅, IoT, 그리고 산업의 변화 등 앞으로 기업의 운명을 결정지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관련해 중요한 투자와 전략의 변경 등을 위한 판단이 필요하다. 이런 중요한 결정은 결국 CEO의 몫이 될 것이며 향후에는 CEO의 판단이 더욱더 중요해질 것이다. - page 272

이런 변화의 물결에서 리더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더 일깨워주었습니다.


솔직히 IT와 관련된 이야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네 우리 일상에서도 만나보았던 일들이었고 뉴스나 매체를 통해서도 많이 접하였기에 쉽게 읽혀지고 이해가 되었습니다.

이번 2020년이 IT 패러다임에 큰 변화가 시작될 해가 될 것이라고 하니 그전에 이 책을 읽으며 상식을 쌓는다면 앞으로의 변화를 기대하면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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